고질적인 ‘출신학교’승진우대... 타대학 출신 수간호사"별따기" 주요 대학병원들이 같은 재단소속 대학 출신 간호사들을 승진에서 우대하며 다른대학 출신 간호사와 차별대우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은 최근 실시한 간호사 승진에서 병원쪽이합리적 기준 없이 이 학교 출신 간호사들을 우대하고 있다며 지난달 24일부터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학병원 노동조합이 출신학교 차별을 이유로 준법투쟁을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인터넷한겨레>의 취재 결과, 대학병원의 출신학교 차별논란은신촌세브란스병원뿐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확인됐다.
◇ 연세대병원 특혜인사 ‘논란’연세대병원 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발표된 간호사 39명에 대한 인사가 연세대출신 간호사들에게 더 많은 승진기회를 주기 위해 실시된 부당인사라며 같은날부터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 쪽의 주장은 이렇다. 병원 쪽이 11월24자로 실시한 간호사 인사에서수석간호사로 31・37병동, 72병동, 제1중환자실에는 11년차, 13년차, 15년차연세대 출신을 배치했으나 32병동, 33병동, 57병동에는 20・17년차, 21・19년차,22・21년차 다른 대학 출신 간호사를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사로(서열에 따른 승진이 보편적인 대학병원 관행상) 연세대 출신 간호사들만수간호사나 과장급 승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노조 쪽은 연세대병원의 전체 간호사 가운데 연세대와 다른 대학 출신 간호사가2:8 정도로 다른 대학 비율이 높지만 수간호사나 책임간호사 비율은 본교출신이8:2, 혹은 9:1 정도로 역전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별의명백한 증거라는 얘기다.
김용순 연세대병원 노조위원장은 “병원 쪽의 이번 인사를 보면 내년 12월 새롭게문을 여는 병원에 필요한 수간호사 등의 보직에 연세대 출신을 앉히기 위한사전포석”이라며 “연세대 출신 간호사들에게 승진기회를 더 주는 것은 과거부터있었던 관행”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인사이동에 대한 간호사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와노조는 간호부 쪽에 문제해결을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연세대와 타 대학 출신 간호사의 갈등 해결, 병동별 경력자의 불균형 조정과 타대학 출신 경력자 승진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겠다”고덧붙였다.
그러나 안태현 연세대병원 사무차장은 “간호사 한 사람의 능력이 의료원의 수준을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급시험 등을 통해 객관적인 인사를 하고 있다고자부한다”며 “승급시험, 정기인사 규칙 등 제도적 여건이 마련돼 있는데도 일선간호사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같은 재단 소속 대학출신 간호사 우대가 ‘관행?’의료계 안팎에서는 같은 재단 소속 대학출신 특혜인사 논란이 비단 연세대병원 뿐아니라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연세대병원 노동조합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1400여명의 간호사 가운데 1000여명이타 대학 출신 간호사이지만 신촌세브란스병원은 간호부원장 1명, 간호차장 2명,간호과장 10명 전원, 수간호사 65명 중 54명이 연세대 출신이며, 영동세브란스병원은 간호부장 1명, 간호차장 2명, 간호과장 4명 전원, 수간호사 27명중 24명이 연세대 출신이다.
연세대병원 응급실 최아무개 간호사는 “간호학과를 둔 대학병원들은 ‘팔이안으로 굽는다’는 식으로 보직상승 때 출신학교 간호사들을 대거 임명한다”며“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연대출신은 11년차, 타 대학 출신은 21년차에야수석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공공연히 퍼져 있다”고 밝혔다.
같은 병실 조아무개 간호사도 “같은 재단 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20년이넘는 경력을 갖고도 평간호사로 퇴직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연세대 출신이기때문에 10년 넘기가 무섭게 책임간호사 등의 보직을 맡는다면 분통이 터지지 않을사람 누가 있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수간호사 50여명 가운데 85% 가량이 서울대 간호학과출신으로 채워진 서울대병원은 특히 수간호사 승급과정에서까지 차별을 두고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모든 간호사들에게 수간호사(3급) 승진시험 자격이 주어지지만, 병원 쪽에서는서울대 출신 간호사들의 인사고과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정원의 3배수에게만주어지는 응시자격을 서울대 출신 위주로 배정해 다른 대학 출신들이 승진시험자격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운좋게" 승진시험 기회를 얻어도, 서울대출신 위주로 돌려지는 시험족보를 얻지 못해 불합격률이 높아 다른 대학 출신간호사들 사이에서 3급 승진은 꿈같은 얘기라는 말이 돌 정도다.
서울대병원 노조 라옥란 교육부장은 “서울대 출신 간호사들은 수간호사승진시험을 거쳐 3급까지 진급할 수 있지만 다른 대학 간호사들은 4급이나5급까지만 승진할 수 있다”며 “3급 응시에 자격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대학 출신들에게는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거나, 기회가 주어져도 어차피‘안된다’며 시험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대 간호학과 출신은10~11년차에 수간호사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대학 출신들은 경력 20년이 넘어도평간호사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라 부장은 설명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출신 한 간호사는 "병원에서는 다른 대학 출신들의 인사고과가낮다고 얘기하는데,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최근에는 병원에서도"생색내기"식으로 수간호사에 결원이 생기면 1명 정도는 다른 대학 출신 가운데수간호사를 선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가 운영하는 강남성모병원이나 여의도성모병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강남성모병원은 과장급 7명 가운데 2명, 수간호사 18명 가운데 4명이 다른 학교출신이며, 책임간호사 15명 중에는 타 대학 출신이 전혀 없다.
전체 간호사수가 504명(가톨릭대 출신 184명, 다른 대학 출신 320명)인여의도성모병원은 책임간호사 18명 중 15명, 수간호사 22명 중 18명, 과장 이상8명 중 6명이 가톨릭대 출신이다.
성모병원 간호사들은 특히 같은 시기에 채용하고도 가톨릭대와 다른 대학 출신간호사들에 대한 보직 발령일자를 달리해 다른 대학 출신 간호사들이 입사 때부터승진이나 진급에 있어 공평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점을 가톨릭대 출신 간호사에대한 인사상 특혜라고 꼽았다.
실제 성모병원은 가톨릭대 출신과 다른 대학 출신 발령시기를 각각 3월 1일과 4월15일로 분리해 입사동기라도 다른 대학 출신들은 가톨릭대 출신 간호사보다1호봉이 늦다. 이 때문에 다른 대학 출신 간호사들이 휴가나 보직이동이나 승진,교육기회 등 여러 면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김선화 강남성모병원 노조 정책부장은 “승진이나 인사문제 뿐 아니라 해외연수나재교육 등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가톨릭대 출신에게 먼저 배정하는 등의차별이 있다”며 “하지만 재단소속 대학출신 간호사들은 오히려 혜택이 없다고불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성모병원 유인자 행정과장은 “학부 때부터 성모병원에서 실습을받아서 그런지 입사성적 등을 봐도 가톨릭대 출신들이 성적이 좋고 더 빨리적응한다”며 “능력 위주로 수간호사 등을 뽑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대학출신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 한양대학병원이나 경희대병원, 중앙대병원, 이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도같은 재단인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이화여대 출신 간호사를 우대한다는 의혹이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는 “재단소속 대학과 타 대학 출신간호사들의 인사차별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며, 단체협상 등 노조활동 속에서해결하고 있다”며 “재단소속 대학 출신 간호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관행을 오히려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b>◇ 대안은 없나?</b>간호사들이 출신교 차별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같은재단 소속 출신 간호사들이 간부직으로 올라갈수록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때문이다.
이에 일선 간호사들은 이런 현상이 학연 위주의 ‘후배 끌어주기’ 관행에서비롯됐다고 보고 보직순환제, 상향평가제나 다면평가제, 승진 및 승급시험의개선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사제도의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 라옥란 교육부장은 “2년 전부터 수간호사 보직순환제를 실시하고수간호사 승진시험을 보기도 하지만 재단소속 학교출신 간호사에 대한 인사특혜논란을 잠재우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상향평가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국장은 “출신학교 차별은 예전부터공공연하게 자행돼 왔다”며 “보직순환제나 승진시험, 상향평가제 등에서공정성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인사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