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을 위한 미국 MD작전에 동원될 수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 해운대 장산 배치 반대한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 엘타사가 제작한 그린파인 레이더의 최신형인 ‘수퍼 그린파인 블록C’ 레이더 한 기가 부산에 들어왔다. 국방부는 이 레이더를 연내에 장산 군 부대(공군 방공포 부대) 해발 526미터 구간에 설치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수퍼 그린파인 블록C 레이더 두 기를 3,300억 원을 들여 도입하는데, 다른 한 기는 전라도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그린파인 레이더 도입 이유를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미사일 탐지, 추적, 조기경보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 능력 보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국방부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으며 타당하지 않다. 그린파인 레이더의 장산 배치는 미국과 일본을 지켜주는 미국의 MD 작전에 우리 군의 자산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우리는 부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그린파인 레이더 장산 배치에 반대한다.
국방부는 이미 2012년에 수퍼 그린파인 레이더 블록B 두 기를 도입하여 충청 지역 두 곳에 배치, 운영해오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당시 그린파인 레이더를 배치한 직후 “우리 군은 북한 전역에서 발사된 탄도탄 위협에 대한 입체적인 감시 능력을 구비”하게 됐다고 밝혔다(국방일보. 2013.2.13.). 실제로 이 그린파인 레이더는 배치 직후부터 북의 미사일을 거의 대부분 탐지해왔다. 수퍼 그린파인 블록B는 탐지거리가 500~900km나 되기 때문에 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어디에서 발사하든 발사 직후에는 대부분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또 다시 국방부가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미사일 탐지, 추적, 조기경보를 위해 그린파인 블록C를 도입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국방부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린파인 레이더를 추가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억지 주장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SLBM이 남해, 즉 태평양 쪽으로 진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한국의 MD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SLBM을 탐지할 수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 북은 남을 공격할 수 있는 지상 단거리 탄도미사일(KN-02, 스커드B/C 등)을 600여 기나 보유하고 있다. 굳이 한반도 남쪽 태평양까지 와서 SLBM으로 공격할 필요가 없다. 북의 SLBM인 KN-11(북극성1)은 사거리 1200km, KN-26(북극성3)은 사거리 1900km로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이 주된 임무다. 북한의 SLBM이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임을 의미한다.
게다가 북한 잠수함들은 “바다의 경운기”로 불릴만큼 소음이 매우 크고 잠수 깊이가 낮아서 남한의 대잠 추적능력에 쉽게 발각된다. 가까운 북한의 동해상에서도 얼마든지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데 굳이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남해나 태평양까지 진출해서 작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미사일 탐지 능력은 그린파인 레이더 뿐 아니라 이지스함 레이더인 AN/SPY-1D, 공중경보통제기 피스아이 등을 통해 우리 군이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탐지거리가 900km가 훨씬 넘는, 1천km 이상 탐지할 수 있는 수퍼 그린파인 블록C 레이더를 도입하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를 배치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부산과 전라도 지역에 추가 배치되는 그린파인 레이더는 주한미군 사드 레이더와 같이 일본, 태평양 지역 미군과 미 본토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과 중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여 미국과 일본에 제공해 주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MD 작전에 그린파인 레이더가 동원될 수 있고, 부산이 이를 위한 미일 MD 작전의 전진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 MD는 사실상 정보와 요역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 MD에 편입되어 있다. 한미 양국은 요격 정보를 제공하는 작전통제소를 2017년에 연동 완료했다. 한미 양국의 연동 통제소는 링크 16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이렇게 한국군 MD 체계와 주한미군 MD 체계의 연동으로 한국군 그린파인 레이더와 이지스 레이더 등이 획득한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탐지, 추적 정보가 미국 MD 체계에 전송되어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방어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2020년 6월, “한미 미사일방어체계 통합 연동훈련 등은 정상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도 “한미 군 당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을 가정해 미사일 탐지 정보를 교환하고 탐지 및 요격수단을 통합해 대응하는 훈련”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연합뉴스, 2020. 6. 10). 이 훈련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군 및 미군이 각각 보유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요격수단을 통합해 발사하는 방식을 점검했다는(세계일보, 2020. 6. 10) 보도는 한국 MD 체계가 미국 MD 체계의 하부체계로 깊숙이 편입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사드는 패트리엇 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와 한국의 그린파인 레이더 등 다른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신아일보, 2020. 11. 3)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 방어보다는 인도태평양지역 미군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 명백하므로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군 작전통제권 행사를 지렛대 삼아 미국 방어에 한국군 그린파인 레이더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산 배치 그린파인 레이더는 소성리 사드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위한 것이다. 북・중을 겨냥한 미국의 MD 작전에 그린파인 레이더가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북은 물론 중국과의 대결에 나서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한일간에는 정보공유협정이 체결, 운영되고 있으며 한미일 MD연습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그린파인 레이더 등 한국의 MD자산으로 확보한 정보가 일본과도 공유되는 것을 말한다. 한미일 MD체계가 구축되고 있으며, 이는 한미일 동맹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처럼 그린파인 레이더 장산 배치는 부산을 미 MD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미중 대결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하여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부산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요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간 대결을 고착시키며 한반도 평화통일에 역행하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그린파인 레이더 배치를 결코 허용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는 물론 부산시민의 안전을 직접 책임지는 부산시, 해운대구의 대응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미온적이며 안이하다.
부산평통사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국방부-방위사업청은 ‘안보상 문제’를 들어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안보를 성역화하여 국민의 안전을 뒷전에 놓는 구태의 연장선이다. 해운대구청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장산 정상 개방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린파인 레이더가 배치되는 한편에서 정상 개방을 강행하는 것은 부산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는 모르쇠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대구와 의회는 오는 28일 충북 진천 부대를 방문하여 전자파를 측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북 진천에 배치된 그린파인 레이더는 부산에 배치되는 레이더보다 성능이 낮은 블록B인데다가 전자파 측정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보다 더 본질적이며 심각하고 중대한 안보상의 문제를 외면한 채 진행하는 일련의 행보가 반대 주민들의 요구를 입막음하는 형식적인 절차로 그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을 비핵평화의 도시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온 우리는 이번 그린파인 레이더 장산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
주한미군 생화학실험실이 운영되고 미군의 양륙항으로 기능하는 8부두, 주한미군의 물자와 장비를 보관하는 55보급창과 핵 전함이 드나드는 백운포와 주한미해군사령부의 존재만으로도 부산시민들의 안전은 항상 위협받고 있다. 지난 해 해운대에서 전국 각지에서 온 미군들이 폭죽 난동을 부려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던 일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린파인 레이더 추가 배치로 부산시민들의 안전이 더 위협받는 상황을 허용할 수 없다.
정부는 부산시민을 볼모로 한 대북, 대중 군사적 대결을 멈추고 그린파인 레이더 배치 중단에 나서라!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그린파인 레이더 장산 배치를 중단시키고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라!
아울러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다시 제안한 종전선언이 살려지기를 희망한다. 남북, 북미간 적대와 대결을 멈추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실현을 이루는 것만이 부산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군사적 대결을 도모하는 과잉 전력 배치가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26일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