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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박상인 지음, 21세기북스 2022.
한국 경제 혁신을 위한 제언
한국 경제 혁신의 핵심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런 재벌 중심의 발전 전략이 지속되면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1986년에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제1차 개정에서 대기업집단 규제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재벌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의 확대와 이로 인한 황제경영, 편법적 세습,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재벌의 내부거래 및 하청기업과의 전속거래는 시장에서 진입과 퇴출의 장벽을 높인다. 나아가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중간재 산업에서 혁신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산업전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조업의 고도화,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산업으로의 전환 및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해서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출자구조 규제와 사익 편취 규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자구조 규제의 목표는 기업집단이 특정 사업을 중심으로 스스로 재편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산업 차원에서는 진입과 퇴출을 촉진해 경쟁을 강화하는 데 있다. 또 경제 전반으로는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것이다.
총수일가 또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규제는 이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결과로서 이윤을 획득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는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유인이 기업 이익과 일치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기업집단 출자 규제와 구조적 금산분리
이스라엘의 재벌 개혁에 대해 자세히 다룬 이유는 우리나라의 재벌 개혁에 참조할 만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스라엘과 경제 규모가 달라서 모든 기업집단을 일괄 규제하는 것보다는 순차적인 규제가 더 맞을 수도 있다.
새로운 출자 규제는 다음 세 가지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첫째, 어떤 회사(지주회사)로부터 (100퍼센트 미만으로) 출자받은 회사(자회사)는 다른 제3의 회사(손자회사)에 (100퍼센트 미만으로) 출자를 금지한다. 둘째, 특정 기업이나 자연인이 ‘주요 금융회사(그룹)’와 ‘주요 실물회사(그룹)’를 동시에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밖의 복합금융그룹에게는 통합감독체계를 적용한다. 주요 회사(그룹)에 대한 정의는 이스라엘의 개혁 사례를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주회사에만 부채비율 상한을 적용한다.
새로운 출자 규제의 적용은 순차적으로 한다. 경제 규모나 기업 수 등을 고려해 새로운 출자 규제는 4대 재벌, 상호출자 제한기업집단, 공시대상 기업집단, 모든 기업집단 순으로 순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순차 적용을 통해 정책 정책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으며 산업의 독과점화도 상당 부분 해소 가능하다. 이와 같은 개혁을 통해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다면, 개별 기업들의 최적 규모와 투자는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다.
이런 개혁 방안을 기존 공정거래법상의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와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 지주회사 규제에 적용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규제도 불필요하며, 100퍼센트 출자는 출자 단계 계산에서 제외한다. 현행 지주회사 규제에 적용되는 지주회사 지정 기준도 불필요하다. 외부차입으로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지주회사에 대해서만 부채비율을 제한하고, (사업을 하는) 자회사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출자 규제도 (대기업집단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지주회사 규제와 순환출자 규제를 별도로 둘 필요가 없으며, 규제 회피 문제도 없어진다. 또한 현행 공정거래법에서와 같은 대기업집단 지정은 필요하지 않다. 대신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금융회사(그룹)’와 ‘주요 실물회사(그룹)’를 지정하면 된다.
한편 지주회사 규제에서 엄격히 적용되는 구조적 금산분리를 완화해 ‘주요 금융회사(그룹)’와 ‘주요 실물회사(그룹)’에만 적용한다. 이스라엘처럼 지주회사 체계에서 행해지는 엄격한 금산분리를 완화함으로써 특정 기업집단이 주요 금융회사와 실물회사를 동시에 지배하는 것만이라도 막자는 것이다. 나머지 경우에는 복합금융 감독체계를 적용하면 된다.
새로운 출자 규제는 시행에 앞서 보다 엄밀한 시뮬레이션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하지만 출자구조 개혁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생함을 고려할 때 시행은 점진적으로 하되 시행을 위한 법제도의 확립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편 출자 규제에서 지배할 목적이 아닌 10퍼센트 또는 5퍼센트 이하의 지분 투자 허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사익 편취 규제를 위한 MoM 도입
주요 대기업의 사익 편취 규제는 공정거래법 규제 대신 소수주주와 기관투자자 중심의 자율 규제로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상법에 MoM 도입이 필요하다. 앞서 소개했듯이 MoM은 주주총회에서 특수관계인(지배주주일가와 계열사를 포함한 개념)의 사적 이해가 걸린 사항에 대해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소수주주의 과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제도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합리적인 거래일 수도 있고,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위한 거래일 수도 있다. 또한 지배주주일가가 이사나 임원으로서 받는 보수나 퇴직금 수취, 계열사 간 기업합병 등도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고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MoM의 논거는 합리적 내부거래 등에 대해서는 소수주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사익 편취를 위한 것이라면 반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 또는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는 현재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또한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는 대기업집단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는 상법에서 규율하도록 해야 한다.
MoM 도입은 상장회사 그리고 모든 외감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상법에 MoM을 도입하면, MoM의 대상이 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면제하거나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공정거래법 개정도 필요하다.
MoM제도가 잘 작동하려면 기관투자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기관투자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국민연금밖에 없는데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도입되었음에도 너무나 소극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주주 및 기업의 이익 추구와 성장은 물론 투명한 경영 등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재계의 지속적인 압박 등의 이유를 들면서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다. 따라서 향후 스튜어드십 코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사 상생 모델과 신사업 정책
앞으로의 산업 구조는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산업에 혁신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일렬로 서 있다 보니 유연성이 전혀 없다.
미국이나 유럽은 각 산업 분야별로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각자도생하면서 스스로 적응하기 위한 혁신을 감행한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그저 위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곧 몰아닥칠 산업 구조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사정 협의가 필요하다.
현대자동차에는 수많은 내연 부품 관련 하청기업들이 전속계약으로 묶여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그 회사들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없고 또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반면 해당 업체들이 일말의 자구책도 없이 현대자동차만 바라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현대자동차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같이 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와 그 하청기업들이 몰려 있는 울산, 창원 등의 지역 경제도 파탄이 날 수 있다.
이처럼 대기업 중심의 전속거래와 고탄소 배출 구조를 가진 한국 제조업에서의 산업 구조조정이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따라서 전통적인 노사문제로만 생각하면 해결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매우 절실하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노사 간 합의가 필수다. 산업별 노사정을 통해 상생 모델을 만들어 사업 재편과 고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노사 간의 신뢰 구축을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하며, 노사정이 공동으로 재교육과 취업 알선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
가령 노키아의 ‘브리지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노키아가 몰락하자 핀란드의 살로 지역은 급속한 구조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에 핀란드 고용경제부는 2009년 9월부터 2013년 말까지 살로 지역을 ‘급속한 구조 변화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그 지역에 ‘살로 비즈니스서비스센터’를 설립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새 직장을 찾도록 돕고 신생 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기업의 자체 노력 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동 노력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노사정이 함께 전반적인 지역 경제, 중소기업의 이직 문제, 재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협업해야 한다. 기회가 열려 있어야 이직과 재교육이 가능하며, 재벌 경제구조가 바뀌어야지만 이직과 도전의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동시에 해야 한다.
플랫폼 독점 규제와 적극적인 재분배 운동
디지털 플랫폼의 전성시대를 맞아 플랫폼 노동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의 8.5퍼센트에 해당하는 220만 명이 플랫폼 노동자다(2020년 기준). 하지만 이들이 처한 노동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쿠팡에서도 산재 보험 문제가 불거졌다. 2020년 3월 30일, 전기자전거를 타고 일하던 쿠팡이츠 배달노동자 40대 여성이 5톤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고인은 산재보험 기준인 월 소득 115만 원, 종사 시간 93시간을 충족하지 못해 산재 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대다수의 쿠팡이츠 노동자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하다 사고가 나도 산재보험 적용을 못 받는 것이다.
플랫폼 문제는 관련 노동자들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산업의 불공정 경쟁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에서는 2021년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 법사위 의원들이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더 강력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을 위한 반독점 어젠다’라는 명명하에 총 다섯 개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이로써 ‘뉴 브랜다이스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 경제에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뉴 브랜다이스 운동의 대표적인 인사 세 명을 주요 경제 직책에 임명했다.
플랫폼 산업의 규제 문제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다른 독립적인 판매자 제품을 팔면서 동시에 자체 브랜드 제품도 팔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곤 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이런 문제는 덜한 편이다. 오히려 플랫폼의 데이터를 이용해 다른 산업으로 지배력을 전이시켜 문어발식으로 뻗어나가는 게 문제다. 플랫폼 산업의 문어발식 레버리지는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미국의 뉴 브랜다이스 운동과는 포인트가 다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빅테크를 육성하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 카카오는 금융 및 플랫폼 산업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며 질주하는 중이다. 또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네이버라는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은행 기능의 일부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혁신이라는 허울로 동일 기능에 대해 동일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이,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사업자들은 새로운 재벌이 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에 의한 혁신의 소멸, 독과점 심화로 인한 소비자와 독립 소상공인이 겪는 폐해, 개인정보 보호의 미비라는 잠재적 위협 등이 초래하는 결과는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치인과 관료는 이에 별다른관심이 없어 보인다.
양극화 해소와 경제적 생애주기 복구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고용 없는 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심화로 인한 청년실업, 조기퇴직, 자영업 몰락, 노인빈곤의 경제적 생애주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경제구조 개혁은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기업 연금의 정상화와 직무급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실질적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 재정개혁, 복지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개혁은 궁극적으로 청년들이 조기에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근속 기간이 길어지고, 국민 다수가 연금으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다.
박정희 개발 체제에서 새로운 경제 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불평등 극복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를 개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종합적이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 그런 개혁을 해야만 혁신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
양극화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자신의 경제적 생애주기를 예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는 언제까지 일하고 어느 시점에 퇴직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의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는 경제구조로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어려운 재벌 개혁이 필요조건이다.212-224
묻고 답하기
공정성이나 ESG가 중요해진 것처럼 사회 전반에 일어난 변화가 재벌 체제나 구조적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
그렇다. 공정성과 ESG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달라지면 재벌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재벌 개혁에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더 심도 있게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그 계기를 잘 살려야만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피상적인 관심에만 그친다면 본질적인 문제를 보지 못 하게 하는 또 하나의 가리개 역할을 할 위험이 있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가 강조되면서 재벌 문제의 본질이 많이 희석되었고 그 과정에서 재벌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졌다. 이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즉 공정성과 ESG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이 공룡 기업이라고 불릴 만큼 규모가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 기업을 상대로 어떻게 경제적 집중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시장경제 오작동에 대한 경고는 미국의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서 터져나왔다. 보수 경제학의 산실인 시카고대학의 스티글러 센터도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뉴 브랜다이스 운동’의 대표적 인사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기술·경제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리나 칸Lina Khan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조너선 캔터Jonathan Kanter를 법무부 반독점국의 최고책임자로 각각 임명한 것이다.
이후 관련 법안인 ‘온라인 경제 강화를 위한 독점 금지 어젠다Anti-Monopoly Agenda for A Stronger Online Economy: Opportunity, Innovation, Choice’를 제정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네 가지인데, 첫 번째는 아마존처럼 자체 브랜드 상품과 독립 상품을 같이 팔면서 독립 상품의 정보를 자체 브랜드를 파는 데 활용하는 불공정 거래를 막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킬러 합병Killer Acquisitions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킬러 합병이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합병하고 구글이 유튜브를 합병한 것처럼, 장차 자신들의 독점을 위협할 수 있는 신생 기업이 나오면 빠르게 합병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데이터를 통한 진입장벽과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가 높아지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검색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구글 검색기로 검색했을 때 구글 앱이 먼저 나오는 등 자사 서비스가 먼저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네이버, 카카오와도 매우 관련이 깊은 내용이다.225-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