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도로라 오바이트가 쏠리고 엄마와의 생이별에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혼자 있을 엄마를 생각하며 또 낯선 서울을 두려워하며 겨우 상봉동 터미널에 도착
했다. 추위는 면도칼로 귀를 에이는 고통이었고 생전 처음 본 서울땅에서 갈길을 망
설이고 한참을 서있었다. 엄마가 꼬깃꼬깃 접어준 오천원짜리 두장, 잠마에 잘 집
어넣고 구두닦는 점포에 난로가 있길래 불좀 쬐러 들어갔다. 세분이 일을 하시는데
두분은 구두를 닦고 한 분은 구두지개로 터미널 손님들의 구두를 실내화로 갈아 신
기고 가져오는 일을 했다. 닦아서 가져다 주고 돈을 받는다.
조그마한 나를 보고 너 몇살이니? 어디서 왔어?
하고 물어본다. 강원도 홍천에서 지금 막 올라왔노라 이야길 했고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저씨들의 눈
이 놀라서 동그레지더니 ...한참 후에 말씀하신다. 아저씨 한분이 자기도 강원도 사람이라고 밥 안먹었으면 이
따 짜장면 시켜줄께 같이 먹자고 했다. 구두가 반짝이는 것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점심밥이 왔나보다.
나도 짜장면을 하나 먹었는데 세상에서 처음 맛보는 환상의 꿈만 같이 달콤한 맛이었다. 저녁에 기숙사에서 같
이 자고 내일부터 같이 일해보자고 해서 그 말대로 따랐다. 짜장면만 먹을 수 있다
면 못할일이 없을 것같았다.다음날 바로 다같이 출근해서 나한테 작은 구두지개를 지게한 후 자기를 따라오라
한다. 손님 꼬시는 것부터 서비스까지 일일이 몸으로 설명해준다. 눈썰미가 빨라그대로 해냈고 구두량이 더
많아지고 매출도 더 올라갔다. 사장이 좋아했다.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월급 더 올려주겠노라고 웃으며 이
야기 한다. 엄마집엔 전기가안들어와 등잔불을 키고 살기에 전화할 수도 없고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길 편지를 써서 보냈다. 한 1년 6개월정도 흐르고 나는 사장한테서울에 형이 있는데 한번 찾아보겠다고 말을 했다. 형의전화번호 수첩을 찾고 공중
전화로 전화를 했다. 작은형이 받았다. 어디어디 한식집인데 이렇게 저렇게 택시타고 찾아오란다. 작은형을 만
났고 작은형은 자기의 선배에게 나를 맡겼다. 선배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식당의 설겆이를 시작하였다. 일
본말로 '아라이'다. 내 나이가 어려 신분증이 안나와 구두일 한것과 설겆이 일한 월급을 선배의 통장에 맡겼다. 보관해 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그 한식집에서 등심석쇠, 불고기판, 갈비석쇠,징기스칸 불판등 여러가지를 저녁에 약물에 담궈놓고
아침 일찍 나가서 쇠솔로(부러쉬)닭아내고 수세미로 다시 닦고 식용유를 발라 광을내야했다. 그리고 산더미처
럼 밀린 어제 저녁의 설겆이를 해대기 시작한다. 싸우나를 한 듯 땀을 쫙 빼고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그렇게 설
겆이만 3년을 했다. 설겆이를 하는 가운데서 칼질도 배우고 냉면 반죽도 배웠고 요리도 조금씩 익혔다. 수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냉면육수도, 비냉 다데기도 배웠다. 냉면반죽을 해서 끓는 가마솥에 기계로 빼서 잘 삶아 손님 앞에 내기도 했다. 모든 것을 배웠다. 그러나 나이가 어려 '시다'로 키워주지는 않았다.그때 월급 55만원이었다. 형들은 120만원씩 받는데, 나만 그
대로다. 3년동안 5만원 올랐을 뿐이다. 내 나이 18살이 되었다. 신분증을 만들 수 있었다. 통장도 개설하려
고 들뜬 마음으로 동사무소를 찾았다. 과연 신분증이 나왔고 성인이 되었고 통장도 하나 만들었다. "야호"!!!
선배형한테 달려가서 돈달래서 저축부터 해야지...! 며칠동안 안보이던 작은형의 선배는 아예 식당에 나오질 않았다. 이상하네? 무슨일이 있나? 작은형한테 전활 걸어 "작은형! 형 선배가 며칠째 안나와 형은 소식 알지
?" 작은형도 연락이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나?' 무조건 일만 열심히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 전
라도 선배가 지방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이다. 전화도 없고 삐삐도 없던 시절... 방법이 없다. 구두지개 1년 반 설
겆이 3년 간의 월급이 고스란히 그 선배의 배에 채워진 것이다. 줄기차게 엄마한테편지를 써대고 마냥 좋아했
었는데... 복장이 터졌다. 작은형도 선배로부터 화가 나 있었고 나도 멍했다. 차라리 작은형한테 맡길걸... 작은
형도 나도 너무나 순수해서 당한 것이다. 강원도 감자나찰옥수수 쪄먹듯 인생이 쉽지 않다는걸 알기 시작했다.
배워둔 기술이 있어서 이젠 내가 음식점 오픈할때 찾아다니며 식당을 오픈시켜주었다. 그리고 직원들도 데리
고 다녔다. 오픈시켜주고 한건당 500~800만원씩 받았다. 물론 레시피까지 팔았다. 잘 될땐 한달에 두건
씩 오픈을 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