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드라이를 하다가 나를 부른다.
드라이기 좀 잡아주란다.
팔이 너무 아프다고.
아내가 머리를 말리는데, 머리카락이 길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 집 드라이기는 미용실에서 쓰는 크고 강력한 드라이기라 좀 무겁다.
오래 한 자세로 들고 있으니 팔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드라이기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아내의 머리를 말려준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드라이기와 선풍기를 결합하면 어떨까?
드라이기를 고정시키고 선풍기처럼 회전을 주고 찬바람, 더운 바람, 바람 세기 버튼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그러면 굳이 팔 아프게 드라이기를 들고 있을 필요가 없을 텐데...
나는 아이디어만 있고 기술은 없다.
그래서 부리나케 다이슨 코리아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운영자에게 이 아이디어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하였다.
아래는 내가 보낸 메일의 원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입니다.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을 하고 있는 다이슨 코리아에 제품 개발 관련 제안을 드리고자 메일을 보냅니다.
아내가 다이슨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하여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어떤 날은 팔이 아파 긴 머리를 말리기 힘들다고 좀 들고 있어 주라고 하더라구요.
특히 여자들은 머리가 길어 장시간 드라이기를 들고 있어야 하더군요.
참고로 전 머리가 짧아 드라이 시간 역시 짧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여자들은 팔을 많이 쓰니 팔이 아프다고 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여 번뜩 생각이 나더군요.
한 손은 헤어 드라이기를 들고 한 손은 머리를 말리는 기존 제품을 넘어 헤어 드라이기를 거치시키고(핸드폰 거치대처럼) 두 손으로 머리를 말리면 힘도 덜 들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다이슨에 이 제안을 드려봅니다.
헤어 드라이기를 거치시킬 수 있는 기능의 제품을 개발해 주면 어떨지요?
여성들의 힘듦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말이죠.
저는 아이디어만 있지 기술은 없습니다.
하여 저의 제안을 한번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세상은 엉뚱한 생각들로 조금씩 변해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엉뚱한 제안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시면 가문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언제나 좋은 제품을 개발하여 고객들을 만족시켜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멀리 전북 남원에서 김동하 드림
생활하다 보면 불편한 점들이나 개선할 점들이 있다.
나는 그런 부분이 있으면 꼭 수첩에 적는다.
그래서 내 수첩에는 이것저것 많은 내용의 메모가 적혀있다.
이것이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 실효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난 다만 아이디어를 생각할 뿐이다.
별것 아닌 아이디어이지만, 머리를 말리는 아내가 편할 수 있다면 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까?
머리가 긴 여성들이여! 오랜 시간 머리를 말리는 데 불편하다면 저의 아이디어에 공감해주기를 바랍니다.
공감 공감.
#어떤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