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졌다.
60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나의 첫 한국사 검정 능력 시험에서.
아침부터 부산했다.
학교에 들러 학생들을 태우고 9시 30분까지 군산대학교로 가야 한다.
시험 시작은 10시 정각이다.
학교에서 군산대학교까지 1시간 30분.
학교에서 학생들을 8시에 태우고 부랴부랴 군산을 향했다.
초행이라 그런지 한번은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했다.
시간이 촉박한데 애가 탔다.
전주를 지나 한참을 달리는데 저 멀리 아파트 수풀이 보인다.
군산이다.
다행히 군산대학교는 고속도로 초입에 있다.
학교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이 한국사 시험에 응시하려고 몰려든다.
이렇게 한국사 시험에 관심이 많은 줄 몰랐다.
난 왜 이 시험을 이제야 본 건지.
관심을 더 가질 것을... 후회된다.
학생들과 시험장에 들어서기 전 파이팅을 한번 외치며 심기일전한다.
“아는 것은 확실히 풀고, 모르는 것도 찍어서 풀자.”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험지가 배부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50문항의 문제를 80분에 풀어야 한다.
다행히 시간은 충분한 것 같다.
아는 문제 절반, 모르는 문제 절반이다.
아는 것은 확실히 맞추고 모르는 것은 찍어서 맞추면 되는데.
실은 그게 쉽지 않다.
다들 시험 봐봐서 알지 않는가?
평소에는 수학을 가르치고 출제하는 교사이지만, 오늘은 시험을 치르는 학생의 입장이 되어보니 학생의 노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다음에 2차 고사에는 반드시 더 쉽게 수학 문제를 출제하리라.
문제를 한참 풀다 막히는 문제가 있어 생각하다가 저 멀리 앞자리에 앉은 우리 학생들을 보니 자랑스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다.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풀고 있다.
무엇인가 목표를 세우고 이에 도전하는 멋진 학생들이다.
난 학창 시절에 그런 멋진 학생이었을까?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너희들은 나보다는 다 나은 학생인 건 분명하다.
이 학창 시절을 아주 잘 보내고 있구나.
시험을 마치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나가자.
일단은 지금 이 시간 최선을 다하자.
어찌저찌 마킹을 다 하고 답안지를 제출했다.
솔직히 몇 개 빼놓고는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신이 없다.
그래서 설마 60점은 넘겠지?
확실한 건 어제 풀었던 71회 기출 문제보다는 쉽다는 것.
나오자마자 학생들에게 잘 봤냐며 넌지시 물어보니 다들 표정이 별로다.
나 역시 내 표정이 별로인 걸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내 표정도 별로니?”
물어보려다 말았다.
부끄러워서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면 당연히 잘할 거로 생각하겠지만 난 솔직히 역사의 젬병이다.
어쩌랴 학창 시절부터 역사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걸.
반성한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좀 공부할 것을 그랬다.
그래도 좋은 건 시험이 끝났다는 것.
기분은 좋다.
그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시험을 치렀다는 것이.
“다들 애썼어.”라며 나오는 학생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을 해주었다.
물론 결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겠다.
돌아가는 길은 천천히 가도 되겠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유독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이제 겨울이 오려나 보다.
집에 와서 채점해 보니 떨어졌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