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시간
이선녀
6월
모든 밤을 삼키며 쓴
내 시(詩)의 총화는
무엇을 낳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라
단지
참으로 사는 것이
아득할지라도
참이 될 거라 믿기에
노을 진 몸
더 붉어지도록
시계를 맞추지 않으리.
비가(悲歌)
이선녀
찬 바람이 권태로운
노송(老松)의 메마른 정주
한 줌의 삭막한 영토
저만의 고독을 마주하고
조금씩 쓰러져가는 갈대처럼
서글픈 산조를 연주한다
저기 언덕 아래
내리 달리는 거센 파도
체념이란 걸 모르는
사자의 포효.
병풍을 보며
이선녀
삶의 뿌리
한 땀 한 땀 일군 솔밭에
천년학이 날아왔습니다
수려한 솜씨 사랑의 손길
열 마리 학은
울며 사랑을 하고
푸른 솔잎도
태양을 향해
군무를 춥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하늘도 추워졌나요
하얀 눈이 내리나요.
죽림(竹林)
이선녀
죽림 한가운데서
내 안의 나침판은
동쪽을 가리킨다
성장하는 특별한 법 아는지
대나무 우듬지
저만치 동천(東天)에 닿겠다
용문사 은행나무 아름답지만
홀로 빼어나
꿈꿀 수 없는 일인데
대나무는
모진 바람의 흔적에도 서로 의지해
끈질기게 태양을 찾는다.
월광(月光)
이선녀
바람 맑고 달 밝은 수성못 가에서
함께 즐기던 저 달이
멀리까지 날 찾아왔네
내 사는 곳 쓸쓸할까 봐
지극한 달빛으로
그대 사랑 전하네
가만히 있어도
바삐 움직여도
떠오르네
그대 손길 닿던 내 얼굴
처음으로 홍조 띠었어도
그대 알리 없겠지
아니
몰라도 괜찮다
가을바람 속삭임은 기억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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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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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리 읽어보는 5월의 문향
이렇게 좋은 글들을 손가락 하나 만으로도 만날 수 있음이 행복한 일이고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맑고 밝은 글을 쓰시니 청일에 해가 뜹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