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노트 32
질문 : 호흡의 일어남과 꺼짐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빠르게 일어나고 꺼지며 또 어떤 때는 너무 느리게 일어나고 꺼집니다.
답변 : 호흡의 일어남 꺼짐이 빠를 때는 빠른 대로 알아차리고 느릴 때는 느린 대로 알아차려라. 호흡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하지 말고 몸이 하는 대로 두어야 한다. 몸의 상태, 실내 공기의 상태 등에 따라 호흡이 달라지므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하지마라. 수행자가 할 일은 몸이 하는 대로 숨을 쉬면서 단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 참고 >
호흡은 생명력입니다. 생명은 몸과 마음이 있어서 생깁니다. 호흡은 몸의 영역이지만 생명의 기능이기 때문에 마음의 상태와 밀접합니다. 그래서 호흡은 마음을 표현하는 창구입니다. 마음이 흥분하거나 들떠있으면 호흡이 빠르고 마음이 고요하면 호흡도 느립니다.
위빠사나 수행의 1단계 지혜는 정신과 물질을 구별하는 지혜로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에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지 않습니다. 만약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개입해서 알아차리는 사마타 수행입니다. 그러나 위빠사나 수행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고 분리해서 알아차리는 수행이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립니다. 호흡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선정의 고요함을 얻고, 개입하지 않고 알아차리면 대상의 성품을 아는 지혜가 납니다.
그러므로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호흡을 알아차릴 때는 빠르거나 느리거나에 상관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호흡의 실재는 바람의 요소로 부풀었다가 꺼지는 것이며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빠르거나 늦거나, 단단하거나 부드럽거나, 무겁거나 가볍거나, 차갑거나 뜨겁거나, 밀거나 당기거나 하는 등등의 여러 가지의 느낌이 있을 때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오랫동안 호흡을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알아차리면 병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또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곤해져서 수행을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호흡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절하는 자율조절 기능을 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나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흥분을 해서 호흡이 가쁜 것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산소를 마시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합니다. 피곤할 때 크게 하품을 하는 것도 산소가 필요해서 하는 호흡입니다.
호흡을 만들어서하는 수행의 폐해를 자칫 수행의 효과로 알아서는 안 됩니다. 호흡이 생명의 기능이듯이 호흡을 잘못하면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만들어서 하면 병이 생기며 이로 인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흡으로 인해서 생긴 병은 호흡을 바르게 하는 방법이 아니면 치유하기가 어렵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릴 때 오랫동안 명칭을 붙이면 호흡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할 수 있습니다. 명칭의 효과는 대상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명칭을 붙이다보면 호흡이 일어날 때 일어남을 알아차리지 않고, 꺼질 때 꺼짐을 알아차리지 않고 자기가 만들어서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내용은 모르고 염불을 외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의 궁극의 목표는 집중이 아니고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명칭이 대상이 되면 집중의 효과는 있지만 대상이 가지고 있는 무상, 고, 무아의 성품을 아는 지혜가 계발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호흡을 알아차릴 때 호흡이 일정하지 않으면 명칭으로 인해서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