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가 사는 방법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뉴스트러스트=김은정 편집위원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지난 2010년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초연한 작품이다.
아동문학 대가인 로알드 달은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한 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대담하고 유쾌한 그의 상상력에 빠지게 한다.
뮤지컬 ‘마틸다’는 책을 좋아하는 천재소녀 마틸다와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와 학교교장의 부당함에 맞서 자신과 주변 인물을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이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마틸다는 불행한 주위환경에 노출된다. 인격을 무시하며 돈밖에 모르는 부모와 트런치불 교장의 괴롭힘으로 공포의 시간들을 보낸다.
하지만 마틸다는 시키는대로 하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착한아이의 전형이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당당하게 어디서나 자기의 뜻을 밝히고 부당한 어른의 행동에 옳지않아를 외치며 정의롭게 세상을 바꿔나가는 어린 영웅으로서의 판타지를 그린다.
‘교육’을 콘셉트로 한 무대는 알파벳이 적혀있는 스크래블 세트로 장식되어있다. 이 알파벳 큐브들은 A부터 Z까지 각각의 단어들을 조합해 만든 넘버인 ‘스쿨송’ 장면에서 입체적으로 변화한다.
무대 천장에 매달린 대형 그네를 활용한 환상의 무대메커니즘과 스펙터클한 군무 장면, 트런치블 교장이 아이들을 괴롭히는 과정에서 선보여지는 레이저 쇼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 마틸다의 따듯한 조력자 허니선생님역은 방진의와 박혜미, 교장 미스 트러치불 역은 김우형과 최재림, 미세스 웜우드 역은 최정원과 강웅곤, 미스터 웜우드 역은 현순철과 문성혁이 맡았다.
600명의 경쟁속에서 탄생한 4명의 마틸다는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기은이 캐스팅되었다.
어린배우들의 2시간 반 동안의 칼군무와 노래, 섬세한 감정연기, 열정적인 연기는 과히 놀랍다.
빠른 전개와 특이한 캐릭터, 온갖 기발한 상상력, 기득권과 불합리한 권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관람객들을 긴장시켰다가 웃음을 폭발시키기를 반복한다.
뮤지컬 ‘마틸다’의 대표 넘버인 ‘노티(Narghty)’의 발칙하고 당찬 노랫말은 어린이와 어른들의 마음속에 강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불공평하고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꾹꾹 참고 또 참으면 보나마나 또 그럴걸.
조그맣고 힘이 별로 없다 해도 조금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
험한 세상 휩쓸리고 휘둘려 날 잡아 잡수라고 다 포기하는 것
옳지 않아. 옳지가 않아. 똑바로 해야지
그 누구도 나를 대신 해주지 않아.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마지막에 부모님을 따라가는 대신 허니선생님과 남기로한 마틸다의 모습에서 솔로넘버 노티의 가사대로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를 그대로 보여줘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어린 다윗이 승리한 것처럼 악당 어른을 독특한 방식으로 맞서 이기는 어린 영웅이 주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
악당같은 어른들로부터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 스스로 성장한 마틸다. 작지만 당당한 그녀의 총명함은 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 큰 용기와 교훈을 줄 것이다.
국내 신시컴퍼니가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들여온 ‘마틸다’는, 아시아 최초이자 비영어권 최초 공연으로 LG아트센터에서 2월 10일 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김은정 편집위원 프로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졸업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기획홍보이사
(사)나누리청소년행복마을 이사
프렌즈플라워 대표
서울종합예술학교 공연제작예술학부 겸임교수
서울문화홍보원 기획이사
서울필하모닉 음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