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7일, 숲속작은책방 북클럽 식구들과 일박이일 첫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독서동아리 지원금을 받게된 걸 계기로, 작년에는 청주 나들이를 가서 전시를 보고 맛있는 밥도 먹었는데요.
올해 두 번째에는 야심차게 일박이일 여행을 꿈꿔본 것입니다.
책방은 극성수기, 농사철도 한창 바쁜 농번기 시절...모두가 시간 내기 쉽지 않았지만 결의를 잊지 않고 끝까지 약속을 지켜낸 12명의 용사들이 함께했지요. (2명은 부모님과 동반한 어린이와 청소년)
조혜란 작가님이 책방에 여러 번 강연을 오셨고 작은 전시도 하면서 책방 식구들과 인연을 맺었던 터라 조혜란 작가님 부부가 운영하는 충남 태안군 청포대 해수욕장 "딥블루펜션"으로 가기로 했어요.
아무 곳이나 가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작가의 집을 찾아 작가도 만나고, 추억도 쌓는 의미있는 여행을 생각한 거죠.
비록 극성수기 주말이라 펜션 사용요금이 꽤 높았지만...스파 장착된 바닷가 바로 앞 펜션은 너무나 고급졌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직접 바베큐로 고기도 구워주시고, 돌아올 때는 서산 특산물인 마늘도 1인 1봉지씩 선물해주셔서 신세를 많이 졌네요. 다음날 체크아웃도 늦게 해서 이런저런 폐를 끼치고 호의에 감사하며 돌아왔어요.
펜선 1층은 갤러리 준비 중이었고, 이곳에 조혜란 작가님 원화와 더미북, <노랑이들> 작은 전시를 준비하고 계셨어요.
탁주와 맥주를 곁들인 대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밤 10시...펜션 거실에 대형 스크린을 내리고 작가님은 지금 준비 중인 차기작 <빨강이들> 작업과정을 설명해주셨어요.
우리는 독자로서 모니터링도 곁들이며, 작가님께서 준비해오신 미니북 워크숍까지 간단히 가졌는데...그냥 두면 작가님께서 밤새 철야 강연이라도 하실 판이라..ㅎㅎ...간신히 뜯어 말리고 잠자리에 들었지요.
펜션에 짐을 풀고 난 오후에는 잠깐 짬을 내 인근에 있는 <팜 카밀레 허브농원>에 다녀왔어요.
어린왕자정원, 그라스가든, 로맨틱가든, 키친가든 등등....뜨거운 햇볕 아래, 절정을 자랑하는 수국들의 축제를 구경했습니다.
한여름 수국을 원없이 느껴본 하루였네요.
저녁에는 해수욕도 즐겼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안타깝게도 낙조를 보기가 쉽지 않은 산골 주민들은 서해안 낙조를 보며 황홀경에 빠졌어요.
붉은 해가 바다 저 편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엄마 아빠 따라 북클럽 경력이 제법 된 채원이....바다놀이를 실컷 즐겼네요.
책방의 미래의 꿈나무인 중학생 지우언니가 함께해 어른들 틈에서 청소년들만의 즐거움도 누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다음에는 더 많은 언니 오빠들이 함께해도 좋겠네요.
이재돈 님은 일요일 오후 편의점 카운터를 아들에게 맡기고 "독서캠프"를 간다며 집을 나섰고(독서캠프를 간다는 재돈 님 트렁크에 편의점 맥주만 가득 들어있었다는 건 안비밀...독서는 역시 책맥이 최고?)
신명순 님은 토요일 새벽부터 복숭아를 따고, 미안하지만 일요일 농사를 남편에게 밀어놓고 새벽에 딴 복숭아 두 상자 들고 "세미나" 간다며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진영준 님은 한 달 전, 다리 수술을 해 이제 겨우 기브스를 푼 상태이지만 목발 짚고 남편에게 업혀가며 이 여행에 함께해주었습니다. 모두가 살기 힘들고 바쁜 세상, 사연 없는 여행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떠나고 싶다" "함께하고 싶다" 는 열망과 애정으로 이 여행을 준비했어요.
바쁘기로는 대한민국 최고를 자랑하는 김은혜 샘...짓고 있는 집이 한창 내부 공사 중이라 이것저것 신경쓰실 게 많으실텐데 오늘 하루만큼은 걱정 근심을 벗어놓고 여행길에 함께 해주셨어요.
마침 오늘은 신명순 님의 가짜 생일...SNS에서 "오늘 생일입니다"라고 알려준 음력 생일...
아, 그런데 며칠 후면 이민섭 님의 진짜 생일이라는군요.
이걸 알았는지 안기홍 님께서 한살림 고구마 케잌을 들고 오셔서 덕분에 생일축하도 하고 케익도 신나게 먹었네요.
24시간 진영준 님만 바라보고 사신다는 이민섭 님의 간병 내조...아내를 업고 다니느라 힘드실텐데 산삼보약이라도 선물해드리고 싶네요. 이날도 직접 만든 탁주를 여러 병 갖고 오셔서 실컷 먹고 조혜란 샘께 선물도 해드리고 왔어요.
월풀 스파가 장착된 70평짜리 펜션. 책방 두 배만한 커다란 거실에서 이튿날 오전에는 책모임을 했습니다.
준비물로 예고된 "책 한 권, 시 한편". 각자 준비해온 책을 들고 앉아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시도 여러 편 같이 낭송했습니다.
이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독서...책은 혼자 읽는 것이지만 여럿이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타인의 인생을 공유하게 됩니다. 삶을 이해하게 되고 인생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가며 신뢰와 믿음이 깊어가지요.
함께 늙어가면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입니다.
이수진 님이 가져온 <구덩이> 그림책을 함께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어 봅니다.
신명순 님도 그림책 <내가 올챙이야?>를 들려주셨고요.
김현숙님은 일본의 유명한 시인 바쇼의 하이쿠선집을 들고 왔네요.
17자 짧은 문장에 자연과 인생을 담고 있는 일본의 전통 시 하이쿠...저도 참 좋아합니다.
마치 "발리에서 생긴 일"인듯, 럭셔리한 펜션 창가에서 가족 사진도 찍어봅니다.
언제나 엄청난 독서로 우리에게 긴장감을 안겨주시는 안기홍 님 가족. 신은영, 안지우...함께한 세 식구가 참 많이 닮아있네요.
펜션 퇴실 시간을 여유있게 해도 좋다고 편의를 봐주신 사장님 덕분에 오전 독서모임을 마치고 점심식사까지 한 후 숙소를 나서 우리는 천리포 수목원에 갔습니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의 자연을 아꼈던 귀화 한국인 민병갈 님의 정성과 노력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곳....독채 형태, 혹은 연수원 형태로 숙박시설을 갖춘 "가든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어서 다음에는 이곳에서 하루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책방 사장님과 둘이서 오붓한 천리포 여행을 꿈꿔봐야 겠습니다.
어제 갔던 팜카밀레 허브농원은 휠체어도 없고 장애 서비스가 없어서 아쉬웠는데요...역시 천리포 수목원은 명성답게 휠체어 서비스도 가능하고 길도 좋아서 영준 님 가족이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함께 걷고, 같이 웃고, 떠들며....
산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숲으로....
숲속작은책방 북클럽 첫 일박이일 여행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언제나 먼 바다를 꿈꾸는 고래처럼, 하늘 향해 숨을 내뿜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고래처럼...
우리의 일상은 좁은 우물 안에 갇혀있지만 항상 머리 위 하늘을 올려다보고, 책을 통해 새 세상을 꿈구며, 미래를 향해 솟구치는 활기찬 삶을 희망합니다.
태양은 언제나 우리 머리 위에 있고, 바람은 언제나 우리 등 뒤에서 불며,
우리 발 앞에는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이따금 우리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이웃은 우리를 존중하고
불행은 우리를 아는체도 하지 않기를.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행복한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그리고 신이 늘 우리 곁에 있기를.....
옛 현자의 시를 빌어 오늘 우리의 삶을 축원해봅니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 함께하지 못한 북클럽 식구들, 다음 여행은 꼭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해주신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우와~~~~!!! 여행을 다시 다녀오는 기분! 역시 갈까, 말까 고민할 때는 가는 것이 정답입니다!
샘이 함께해서 정말 뜻깊었습니다. 아픈 다리 부여잡고..ㅎㅎ...온가족 나들이로 함께해줘서 정말 고맙고 즐거웠어요. 우리 기도를 모아 앞으로 빨리빨리 나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