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있는 보물
손 원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한 폭에 “약 4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림 한 장값이 40조 원이라니, 도대체 어떤 그림이며 어디에 있을까? 바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에 있는 것으로서 르네상스 시대 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적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가 그린 가로 53cm, 세로 77cm짜리 유채(油彩) 패널화 “모나리자(Mona Lisa)” 라고 한다.
이런 모나리자 그림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그림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은 눈썹이 없는 한 가지 흠 때문에 오히려 가치가 더 높다는 것이다. “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는 말이 있다. 페르시아의 카페트 장인들은 카페트를 만들 때 눈에 잘 뜨이지 않는 한쪽 구석에 일부러 작은 흠을 하나씩 낸다는 것이다. 인디언들도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흠이 있는 구슬 하나를 일부러 넣는데 그 흠 있는 구슬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한다. 완벽함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흠 없는 사람은 없다. 자연계를 보아도 대형 태풍, 대형 산불, 대형 폭우 같은 자연 재앙이 없는 해가 없다. 자연계도 이처럼 한두 가지 흠결을 지니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모나리자가 도난당한 사실이 가치를 높였다고 한다. 20세기 초 가장 뜨거웠던 예술품 도난 사건은 1911년 8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어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감쪼캍이 사라졌다. 국경을 폐쇄하고 현상금을 걸었지만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 2년 3개월이 지난 1913년 11월 범인이 흔적을 흘렸다. 이탈리아의 미술관에 작품을 판매하려다 꼬리를 집힌 것이다. 범인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등 작품을 보호하는 유리 액자 제작을 맡았던 이였다. 1914년 1월 4일 다시 '모나리자'를 선보이자, 이틀간 루브르에는 평상시 관람객의 20배인 10만 명이 몰려왔다. 이 미소를 영원히 잃을 뻔했다는 아찔함. 예술이 선사하는 감동과 더불어 도난의 위험성을 깨치게 한 사건이다.
위대한 탄생은 우여곡절을 겪고 탄생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되라는 말은 만능의 신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한두 가지 흠이 있다고 해서 조금도 기죽을 이유가 없다. 눈썹 없는 모나리자, 한 때 자치를 감췄던 모나리자가 증명하고 있듯, 개인이든 국가든 최고의 가치는 자신의 특성을 최고로 살리는 데 있다.
지방특산물이 그 지방을 살리는 무기가 되듯 공직자의 특장점이, 또 나라의 특장점이 자신과 나라를 살리는 최고의 무기가 된다. 고위 공직자 임명에 앞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자주 개최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해당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국회에서 검증하는 절차다. 이때 해당 후보자를 국회에 출석시켜 질의 답변하고 진술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직위에 오를 만한 인물인가를 검증하기에 국민적 관심도 커서 TV 생중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은 기대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리이기에 훌륭한 사람이란 선입견을 갖고 청문회를 바라본다. 국회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비범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럴수록 질의자는 무언가를 꼬집어 내려고 노력한다. 달변에 능한 사람들의 입싸움이 창과 방패가 되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보인다. 청문회가 끝나면 물 탄 청문회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청문회의 목적은 맡겨질 직책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상자의 소견, 도덕성, 업무 지식을 폭넓게 살펴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청문회는 면접관이 대상자의 면모를 두루 검증하는 자리인 것이다. 대상자가 여태껏 살아온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이기에 어느 누구도 무사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은 완벽하게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때로는 용인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그래도 저 정도면 용인할 수 있겠다로 결론이 난다. 전자일 경우는 임명 추천이 불발될 것이고, 후자일 경우는 추천을 하게 될 것이다.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국민의 눈높이로 보아 퇴짜를 놓기도 한다. 비록 청문회에서 퇴짜를 당한 고위 공직자 후보지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렇듯 인간사는 어느 정도의 실수는 있게 마련이다. 조그마한 실수를 애교로 봐주는 아량도 있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모나리자도 흠집이 있기에 더욱 값어치가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십 년을 살아온 삶이 완벽할 수 있을까. 법률 용어에 "개전의 정"이란 용어가 있다. 피의자가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로 법관이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건 가운데 하나이다. 조그만 실수를 트집 잡을 것이 아니라 "개전의 정"을 고려하여 중용할 수도 있겠다. 고위공직자감으로 완벽한 재목은 이 세상에 없다. 앞으로의 역할이 중요하다. 흠 있는 보물을 찾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본질이다.
혹자는 말한다. 그간 일을 열심히 한 자는 흠결이 많고, 반면에 무사안일로 일관한 자는 무난하다고도 한다. 즉 업무태만인 것이다. 열심히 일한 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공과 실이 겹칠 때는 통념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과실을 보호해 주는 것이 아름답다. 그래야만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껏 일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질책보다 관용이 돋보일 때 훈훈하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 2024. 9. 25. 고령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