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
마을입구에서 차에서 내려
다리를 넘어 장군천을 건너가면
지훈문학관이 눈앞에 보입니다. 지훈시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 답게 안내를 위해 만든 조형물에도 시인이 쓰던 안경, 파이프, 부채, 장갑, 넥타이등의 사진과 각 사진아래 여러 수상록속의 쓰인 사색의 단편들을 적어두었습니다.
지훈문학관입니다.
시인이자 지조론의 학자 지훈 조동탁을 후세에 길이 기리기 위해 2007월 5월 건립하였습니다.
문학관에 들어서기전 잠깐!
멋설을 읽습니다.
매천이 절명의 순간에도 "창공을 비추는 촛불"로 자신의 죽음을 관조하였듯이 조지훈은 나라를 잃은 시대에도 "태초에 멋이 있었다"는 신념을 지니고 초연한 기품을 잃지 않았습니다. 조지훈에게 멋은 저항과 죽음의 자리에서도 지녀야 할 삶의 척도였습니다.
부인 김난희 여사가 쓴 현판입니다.
문학관을 들어서면 170여 평 규모에 단층으로 지어진 목조 기와집이 'ㅁ'자 모양으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문학관 동선을 따라 지훈시인의 삶과 그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먼저 지훈의 흉상을 만납니다
조지훈 연보
지훈의 소년시절 피터팬, 파랑새등 어린시절 지훙이 읽었던 소설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글이라고 쓰기 시작한 아홉 살에 동요를 처음 지었고, 동화를 창작해 보기도 했다."라 회고했습니다. 지훈은 당시 아이들이 대하기 어려웠던 동화 "피터팬, 파랑새, 행복한 왕자"와 같은 동화를 읽으면서 서구 문학을 만났습니다.
청년 조지훈
청년 지훈은 열일곱이 되던 1936년 상경하여 고향 선배인 오일도(吳一道)의 '시원사'에 머무르며 보들레르, 오스카 와일드에 빠져 탐닉하였습니다. 심우장(尋牛莊)에서 장례를 치를 때 문상을 가기도 했습니다. 혜화전문(현. 동국대)에 입학하고, 마침내 정지용(鄭芝溶)의 추천으로 열아홉 살 되던 1939년 3월에 '고풍의상(古風衣裳)'으로 문단에 첫발을 내 딛었습니다.
일제말 자아갈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붓을 꺽습니다.
광복과 청록집
광복후 문학의 뜻이 같은 박목월, 박두진과 "청록집"을 발간합니다.
1946년 3인 시집 "청록집"을 을유문화사에서 펴내면서 '청록파'라고 부르게 됩니다. 조지훈은 '승무, 완화삼(玩花衫) 등 12편, 박두진은 '묘지송(墓地頌), 도봉' 등 12편 등 총 39편을 수록하였습니다.
종군 문인단 활동
당대의 지식인으로 변모한 모습
지훈의 가족
부인 김난희의 서예작품
노블리스 오블리제
"지조(志操)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첫째, 좀 크다는 사람들은 말하기를, 백이(伯夷)나 숙제(叔齊)는 나도 될 수 있다. 나만 깨끗이 굶어 죽으면 민족은 어쩌느냐가 그것이다. 가장 하치가, 에라 권력에 붙어 이권이나 얻고 가족이나 고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그 구실을 뒷받침할 만한 일을 획책도 한 번 못해 봤다면 그건 변절의 낙인밖에 얻을 것이 없는 것이다.
더러운 물을 뒤집어 쓰지 않고 깨끗이 물러나온 예를 역사상에서 보지 못했다."
지훈의 시와 산문에 대한 설명
지훈의 학문과 사상
유물과 유품 전시코너
추모
지훈의 걸작
주실마을에 관한 사항도 보너스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미나 등을 하는 다용도실. 부인 김나희여사의 작품전을 돌아 봅니다.
문학관을 나와 광장에 서 봅니다.
지훈시공원으로 갑니다.
입구에 지훈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공원에 새겨져 있는 시 27편의 제목알림 그리고 지훈이 생각하는 시에 대하여 쓰여져 있습니다. 지훈은 "시는 천계(天啓)다. 그러나 그 천계는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시는 천벌이다. 그러나 그 천벌도 시인 스스로 마련한 것이더라." 라고 하면서 나 아님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진 그대와 나의 생명에의 향수(鄕愁). "이며 영원한 순간에 직관적으로 포착하여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라고 합니다.
천계인지 천벌인지 그것은 해당되는 이들만의 이야기입니다. 이어령이 이야기 한 바처럼 "시는 현실 이상의 현실, 운명 이상의 운명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항상 경이로움으로 다가옵니다.
이 어둔 밤을 나의 창가에 가만히 붙어 서서
아물 말이 없이 다만 가슴을 찌르는 두 눈초리만으로
만상萬象이 깨어 있는 칠흑의 밤 감출 수 없는
내 불안에 질리워 땀 흘리는 수 많은 밤을
아 누군가 이렇게 밤마다 나를 지키다가도
가슴 열어 제치듯 창문을 열면 그때사 저
내 오늘밤 한오리 갈댓잎에 몸을 실어
生(생)은 갈수록 고달프고 나의 몸둘 곳은 아무데도 없다.
아픈 가슴을 어쩌란 말이냐
내 오늘 바닷속 한 점 바위에 누워
차운 산 바위 우에
구름 흘러가는
나그네 긴 소매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다정하고 한 많음도
"실상은 하늘에 오르기를 바라지도 않는 괴롬을 쪼아먹는 한마리 닭이올시다." 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시인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절정(絶頂) 나는 어느 새 천 길 낭떠러지에 서 있었다.
몇만 년을 울고 새운 별빛이기에
한 점 그늘에 온 우주가 덮인다.
나는 슬기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문득 한 마리 흰 나비 ! 나비 ! 나를 잡지 말아 다오.
고풍의상(古風宜裳) 하늘로 날을듯이 길게 뽑은 부연끝 풍경이 운다
추일단장 (秋日斷章) 1
창을 열고
깎아지른 돌벼랑이사
구름도 한오리 없는
무어라 한나절
2
부엌 바닥에
마루 끝에
돌아와 몬지 앉은
3
파초(芭蕉)를 캐어 놓고
소낙비처럼
격정(激情)의 세월을
가지 끝에 매어달린
성숙(成熟)의 보람에는
팔짱 끼고
지옥기(地獄記) 여기는 그저 짙은 오렌지빛 하나로만 물든 곳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사람 사는 땅 위의 그 黃昏(황혼)과도 같은 빛깔이라고 믿으면 좋습니다. 무슨 머언 생각에 잠기게 하는 그런 숨막히는 하늘에 새로 오는 사람만이 기다려지는 곳 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여기에도 太陽(태양)은 있습니다. 太陽(태양)은 검은 太陽(태양), 빛을 위해서가 아니라 차라리 어둠을 위해서 있습니다. 죽어서 落葉(낙엽)처럼 떨어지는 生命(생명)도 이 하늘에 이르러서는 눈부신 빛을 뿌리는 것, 허나 그것은 流星(유성)과 같이 이내 스러지고 마는 빛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이곳에 오는 生命(생명)은 모두 다 파초닢같이 커다란 잎새 위에 잠이 드는 한 마리 새올습니다. 머리를 비틀어 날개쭉지 속에 박고 눈을 치올려 감은 채로 고요히 잠이 든 새올습니다. 모든 細胞(세포)가 다 죽고도 祈禱(기도)를 위해 남아 있는 한 가닥 血管(혈관)만이 가슴 속에 촛불을 켠다고 믿으십시오.
여기에도 검은 꽃은 없습니다. 검은 太陽(태양)빛 땅 위에 오렌지 하늘빛 해바라기만이 피어 있습니다. 스스로의 祈禱(기도)를 못 가지면 이 하늘에는 한 송이 꽃도 보이지 않는다고 믿으십시오.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첫사랑이 없으면 救援의 길이 막힙니다. 누구든지 올 수는 있어도 마음대로 갈 수는 없는 곳, 여기엔 다만 오렌지빛 하늘을 우러르며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祈禱(기도)만이 있어야 합니다.
병에게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의 외경을 가르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잘 가게 이 친구
종소리 바람 속에서 종이 운다. 아니 머리 속에서 누가 종을 친다.
낙엽이 흩날린다. 꽃조개가 모래밭에 딩군다. 사람과 새짐승과 푸나무가 서로 목숨을 바꾸는 저자가 선다.
사나이가 배꼽을 내놓고 앉아 칼자루에 무슨 꿈을 조각한다. 계집의 징그러운 나체가 나뭇가지를 기어오른다. 혓바닥이 날름거린다. 꽃같이 웃는다.
극장도 관중도 없는데 두개골 안에는 처참한 비극이 무시로 상연된다. 붉은 욕정이 겨룬다. 검은 살육이 찌른다. 노오란 운명이 덮는다. 천둥 벽력이 친다.
그 원시의 비극의 막을 올리라고 숨어 앉아 몰래 징을 울리는 자는 대체 누구냐.
울지 말아라 울리지 말아라 깊은 밤에 구슬픈 징소리. 아니 백주 대낮에 눈먼 종소리.
작은 나이프가 달빛을 빨아드린다. 달빛은 사과익은 향기가 난다. 나이프로 사과를 쪼갠다. 사과속에서도 달이 솟아오른다.
달빛이 묻은 사과를 빤다. 소녀가 사랑을 생각한다. 흰 침의(寢衣)를 갈아 입는다. 소녀의 가슴에 달빛이 내려 앉는다.
소녀는 두 손을 모은다. 달빛이 간즈럽다. 머리맡의 시집(詩集)을 뽑아 젖가슴을 덮는다. 사과를 먹고나서 '이브'는 부끄러운 곳을 가리웠다는데 시집(詩集)속에서 사과 익은 향기가 풍겨 온다.
시계가 두 시를 친다. 성당 지붕 위 십자가에 달이 달려서 처형된다. 낙엽 소리가 멀어진다. 소녀의 눈이 감긴다.
달은 허공에 떠오르는 구원(久遠)한 원광(圓光). 그리운 사람의 모습이 달이 되어 부활(復活)한다. 부끄러운 곳을 가리지 못하도록 두 팔을 잘리운 '미로의 비너스'를 생각한다. 머리 칼 하나 만지지 않고 떠나간 옛 사람을 생각한다.
소녀의 꿈속에 달빛이 스며든다. 소녀의 심장이 달을 잉태(孕胎)한다. 소녀의 잠든 육체에서 달빛이 퍼져나간다. 소녀는 꿈속에서도 기도한다.
팬스 넘어로 몇몇의 군상들과 함께 지훈선생이 서 있습니다.
코스모스
차운 계절(季節)을 제 스스로의 피로써 애닯게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향방(向方)없는 그리움으로 발 돋음하고 다시 학(鶴)처럼 슬픈 모가지를 빼고 있다. 붉은 심장(心臟)을 뽑아 머리에 이고 가녀린 손길을 젓고 있다
코스모스는 허망(虛忘)한 태양(太陽)을 등지고 돌아 앉는다. 서릿발 높아가는 긴 밤의 별빛을 우러러 눈뜬다. '카오스'의 야릇한 무한질서(無限秩序)앞에 소녀(少女)처럼 옷깃을 적시기도 한다.
신(神)은 '사랑'과 '미움'의 두 세계(世界)안에 그 서로 원수된 이념(理念)의 영토(領土)를 허락(許諾) 하였다. 닿을 길없는 꿈의 상징(象徵)으로 지구(地球)의 한모퉁이에 피어난 코스모스 ----- 코스모스는 별바래기 꽃, 절망(絶忘)속에 생탄(生誕)하는 애린(愛燐)의 넋. 죽음앞에 고요히 웃음짓는 순교자(殉敎者). 아아 마침내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을 잊어버린 우주(宇宙). 육체(肉體)가 정신(精神)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코스모스가 종잇장보다 얇은 바람결에 떨고 있다.
코스모스는 어느 태초(太初)의 '카오스'에서 비롯됨을 모른다. 다만 이미 태어난 자(者)는 유한(有限)임을 알뿐, 우주(宇宙)여 너 이미 생성(生成)된자(者)여 ! 유한(有限)을 알지 못하기에 무한(無限)을 알아 마지막 기도(祈禱)를 위해서 피어난 코스모스는 스스로 경건(敬虔)하다.
... 코스모스는 하염없는 꽃, 부질없는 사랑. 코스모스가 피어난 저녁에 별을 본다. 산방 닫힌 사립에
구름에 싸인 집이
볕받은 미닫이를
바위는 제자리에
푸른 이끼 입음이
아스림 흔들리는
고사리 새순이
지훈의 동상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게 됩니다.
먼저 계곡 다리 건너 11편의 시를 보러 갑니다.
계림애창(鷄林哀唱) 임오년(壬午年) 이른봄 내 불현듯 서라벌(徐羅伐)이 그리워 표연(飄然)히 경주(慶州)에 오니 복사꽃 대숲에 철 아닌 봄눈이 뿌리는 4월일레라. 대개 마의태자(麻衣太子)의 혼(魂)으로 더불어 같은 운(韻)을 밟음이라. 1
무너진 석탑 위에 흰구름이 걸리었다
잔 띄우던 굽이물에 떨어지는 복사꽃잎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첨성대 위에 서서 2 사람 가고 대(臺)는 비어 봄풀만 푸르른데
돌도 가는구나 구름과 같으온가
저녁놀 곱게 타는 이 들녘에
무성한 찔레숲에 피를 흘리며
다부원에서 한 달 농성(籠城)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多富院)은
피아(彼我) 공방(功防)의 포화(砲火)가
아아 다부원(多富院)은 이렇게도
조그만 마을 하나를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姿勢)대로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진실로 운명(運命)의 말미암음이 없고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多富院)은
산상(山上)의 노래 높으디 높은 산마루
아아 이 아침 싸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환히 트이는 이마 위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만신에 피를 입어 높은 언덕에
나조차 뜻 모를 나의 노래를
묘막한 우주에 고요히 울려 가는 설움이 되라.
벽에 기대 한나절 조을다 깨면 열어제친 창으로 흰구름 바라기가 무척 좋아라.
석문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 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희 슬픈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감을 어찌합니까?
몇 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뜻한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波動)!
방 안 하나 가득 석류꽃이 물들어온다.
범종 무르익은 과실(果實)이
정야1 별빛 받으며
고사(古寺)2 목련木蓮꽃 향기로운 그늘 아래
희 옷깃 매무새의 구층탑 위로
한나절 조찰히 구르던
바람도 잠자는 언덕에서 복사꽃잎은
무지개 빛 햇살 속에
고사(古寺)1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고오운 상좌아이도
부처님은 말이 없이
서역 만리萬里ㅅ 길
모란이 진다.
정상을 넘어 옥천종택 가는 길을 만났습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 보고
몸을 돌려 내려 갑니다.
봉황수(鳳凰愁)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승무(僧舞)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 없이 녹는 밤에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지는 두방울이야
휘여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은 손이
이밤사 귀또리도 자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외로이 흘러간
성긴 빗방울
들어도 싫지 않은
온 아츰 나의 꿈을
낙화(落花) 꽃이 지기로소니
주렴 밖에 성긴 별이
귀촉도 울음 뒤에
촛불을 꺼야하리
꽃 지는 그림자
하이얀 미닫이가
묻혀서 사는 이의
아는 이 있을까
꽃이 지는 아침은
시인의 동상앞에 섰습니다.
때로는 좌파와 대결하고 때로는 독재 정치와 대결하면서 마침내 지사(志士) 또는 마지막 선비라는 호칭도 받았지만, 그러나 그에 대한 영원한 호칭은 '시인'이었다고 해야 옳다."는
시인의 고향을 떠나는데... 문득 ...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에 있는 찾는 이 드문 그의 묘소가 떠 오릅니다.
본적(本籍) 만세(萬歲)를 부르고 쫓겨나신 아버지의 뜨거운 핏줄을 타고 이 겨레에 태어났습니다. 서늘한 예지(叡智)의 고향(故鄕)을 그리워하다가도 불현듯 격(激)하기 쉬운 이 감정(感情)은 내가 타고난 어쩔 수 없는 슬픈 숙명(宿命)이올시다.
현주소(現住所) 옛날에는 성(城) 밖이요 지금은 시내(市內)--- 이른바 '문안 문밖'이 나의 집이올시다. 부르조아가 될 수 없던 시골 사람도 가난하나마 이제는 한 사람 시민(市民)이올시다. 아무것이나 담을 수 있는 뷘 항아리, 아! 이것도 저것도 될 수 없는 몸짓 이 나의 천성(天性)은 저자 가까운 산골에 반생(半生)을 살아온 보람이올시다.
성명(姓名) 외로운 사람이올시다. 그러나 늘 항상 웃으며 사는 사람이올시다. 니힐의 심림(深林) 속에 숨어 있는 한오리 성실(誠實)의 풀잎이라 생각하십시오. 거독(孤獨)한 향기(香氣)올시다. 지극한 정성을 오욕(汚辱)의 절(折)과 바꾸지 않으려는 가난한 마음을 가진 탓이올시다.
연령(年齡) 인생(人生)은 칠십이라니 이쯤되면 반생(半生)은 착실히 살았나 봅니다. 틀림없는 후반기(後半期) 인생(人生)의 한 사람이지요. 허지만 아직은 백주(白晝) 대낮이올시다. 인생(人生)의 황혼(黃昏)을 조용히 바라볼 마음의 여우(餘裕0도 지니고 있읍니다. 소리 한가락 춤 한마당을 제대로 못 넘겨도 인생(人生)의 멋은 제법 아노라 하옵니다.
경력(經歷) 읊은 노래가 한결같이 서러운 가락이올시다. 술 마시고 시(詩)를 지어 시(詩)를 팔아 술을 마셔--- 이 어처구니 없는 순환(循環) 경제(經濟)에 십년(十年)이 하로 같은 삶이올시다. 그리움 하나만으로 살아가옵니다. 오기 전 기다리고 온 뒤에도 기다림--- 묘막(渺漠)한 우주(宇宙)에 울려 가는 종소리를 들으며 살아 왔읍니다.
직업(職業) 사(詩) 못 쓰는 시인(詩人)이올시다. 가르칠 게 없는 훈장(訓長)이올시다. 혼자서 탄식(歎息)하는 혁명가(革命家)올시다. 꿈의 날개를 펴고 구민리(九萬里) 장천(長天)을 날아오르는 꿈, 욱척(六尺)의 수신장구(瘦身長軀)로 나는 한마리 학(鶴)이올시다. 실상은 하늘에 오르기를 바라지도 않는 괴롬을 쪼아먹는 한마리 닭이올시다.
재산(財産) 어떠한 고나(苦難)에도 부질없이 생명(生命)을 포기(抛棄)하지 않을 신념(信念)이 있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넘어질 사람이지만 폭려(暴力) 앞에 침을 뱉을 힘을 가진 약자(弱者)올시다. 패자(敗者)의 영광(榮光)을 아는 주검을 공부하는 마음이올시다. 지옥(地獄)의 평화(平和)를 믿는 사람이올시다. 속죄(贖罪)의 뇌물(賂物) 때문에 인적(人跡)이 드문 쓸쓸한 지옥(地獄)을 능히 견디어 낼 마음이올시다. 거짓말은 할 수 없는 사람이올시다.
참말은 안 쓰는 편이 더 진실(眞實)합니다. 당신의 생각대로 하옵소서 --- 공자일생(孔子一生) 취직난(就職難)이라더니 이력서(履歷書)는 너무 많이 쓸 것이 아닌가 하옵니다. |
출처: 하늘타리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타리
첫댓글 지훈문학관 문학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이런곳들을 언제 다 보고 다니셨는지...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