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혁신'에 가려진 '위험'…i-SMR, 검사 불가능한 '깜깜이 원자로'인가
이병환(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정책위원)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치켜세우며 추진 중인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가 심각한 안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지난 3월 8일 원자력 안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최근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i-SMR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방사능 누설을 사전에 막을 길이 없다"며, 현 정부의 SMR 추진 방식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핵테러'가 될 수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방사능 새어 나와야 안다"…예방 정비 불가능한 구조
이정윤 대표가 지적하는 i-SMR의 가장 큰 결함은 '증기발생기 검사 불가능성'이다.
원자로의 핵심 부품인 증기발생기는 고압과 고온을 견뎌야 하는 세관(가느다란 관)들로 구성되는데, i-SMR은 좁은 공간에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세관들을 나선형(Helical Coil)으로 복잡하게 꼬아놓았다.
이 구조는 기존의 직선형 세관과 달리 내부 검사 장비(프로브)가 통과하기 매우 어렵다.
이 대표는 "기존 원전은 균열이나 부식을 사전에 찾아내 조치하는 '예방 정비'가 철저히 이루어지지만, i-SMR은 구조상 이것이 불가능하다"며 "누설이 발생해 방사능이 바깥으로 나간 뒤에야 가동을 멈추고 교체하겠다는 것은 원전 안전 철학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특별법'으로 안전 규제 우회 시도… "국민이 마루타인가"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대신, 법과 제도를 고쳐 이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최근 보고한 'SMR 규제 로드맵'은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없이 사업자 위주로 짜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SMR 지원 특별법이 안전 기준을 낮추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자로를 국내에 먼저 설치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생체 실험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격분했다.
미국과 중국도 '나선형 세관' 검사 문제로 고심
이러한 우려는 한국만의 독단적인 주장이 아니다. SMR 개발에 앞선 국가들에서도 동일한 기술적 난제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 (NuScale)은 세계 최초로 NRC(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 인증을 받은 뉴스케일(NuScale) 역시 나선형 증기발생기를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 내 전문가 단체인 참여과학자연대(UCS)는 "SMR의 콤팩트한 설계가 핵심 부품의 검사 접근성을 제한하여 장기적인 안전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경고해 왔다. NRC는 인증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검토했으며, 여전히 운영 중 검사(In-service Inspection)의 실효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중국 (HTR-PM)은 차세대 원자로를 가동 중인 중국 또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나선형 세관의 체적 검사(Volumetric inspection)가 현재 기술로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검증 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학계도 경고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팀(David Warnica 등)은 "SMR의 나선형 튜브 번들이 제작, 검사, 유지보수 측면에서 막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며, 오히려 전통적인 직선형 튜브가 더 타당할 수 있다는 비교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수출보다 앞서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이라면서 이정윤 대표는 "정부가 진정으로 SMR을 수출하고 싶다면, 국내법을 고쳐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미국 NRC 등 세계적인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엄격한 안전 기준과 검사 기술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이 3.11 십오주기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원자력 안전이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타협될 수 있는지, i-SMR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철저한 검증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