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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불목분교 숲이 농촌 신활력플러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훼손됐다. 사업단과 완도군의회에서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베어내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오래된 매화나무 네 그루와 태산목을 비롯한 다양한 수목이 무참히 잘려나갔다.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동백나무에서 완도호랑가시나무로 군목을 변경하는 조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후 방문한 불목분교 숲의 모습은 처참했다. 마치 강도를 맞은 듯 어수선한 현장에서 공사를 감독하는 소장은 외부인의 접근을 경계하며 차단했다.
현장소장은 취재를 위해 방문한 것을 확인하고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번 신활력플러스 사업에 대한 비판기사를 보았다는 듯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지역신문 기자신분으로 수목 훼손의 이유를 묻자, 그는 “볼품없고 열매도 잘 열리지 않아 잘라버렸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폄하한 나무는 단순한 과실수가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불목매’로 명명한 고매(古梅)였다. 지역 사회 상징적인 교육의 장을 마련하려고 청경도서관을 지을 때도 보호되었던 매화나무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배려 없이 베어지고 말았다.
불목분교의 매화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지역을 지켜온 유산이자,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매화나무는 예로부터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알리는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조선 시대부터 꾸준히 문인들에 의해 기록되어 왔다. 이러한 나무를 단순히 ‘볼품없다’는 이유로 베어버린 것은 자연에 대한 무지이자 지역유산에 대한 무관심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안군은 유배지 문화를 반영한 ‘서포 조선홍매화정원’을 조성하며 매화나무를 중요한 역사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도 수진재에서 옮겨온 450여 그루의 홍매화와 해남 보해농원의 백매화 1,200여 그루가 정원을 장식하고 있다. 신안군은 각 지자체에서 없애려고 계획한 매화나무를 기증받아 이 정원을 조성했으며, 특히 진도의 수진재에서 옮겨온 우람한 매화나무를 ‘10억 원짜리’ 조선홍매화로 의미 부여해 관광객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를 보여줬다. 반면, 불목분교의 매화나무는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업자의 단편적 판단에 의해 사라졌다.
신안 임자도에서는 지난달 홍매화 축제를 열었다. 그런데 이곳의 매화축제는 봄꽃축제를 대표하는 광양의 매화축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신안 임자도의 ‘서포 조선홍매화정원’ 조성은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임자도가 홍매화의 섬으로 지정된 이유는 조선 시대 매화그림의 대가인 우봉 조희룡 선생이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역사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은 1섬 1정원을 가꾸고자 한 신안군의 관광프로젝트에 의미를 더해 정원에 관한 문화적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신안군의 정원프로젝트는 타 지자체에서 버려진 나무를 기증받아 국민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는 계획도 이미 세워진 것이다.
그 정원을 대표하는 매화나무는 ‘10억 원짜리’로 의미부여한 거대한 조선홍매화다. 이 나무는 진도의 수진재에서 옮겨온 것으로, 그 크기와 위용이 압도적이다. 불목분교 현장소장이 볼품없는 등걸로 여긴 매화나무를 신안군은 ‘10억 원짜리 나무’로 상징성을 부여했다.
전남대에는 호남 5매 중 으뜸으로 알려진 대명매가 있다. 담양 지실 마을에서 이식해온 것으로, 일반 사람들은 대학교정에 있는 매화나무라서 대명매(大明梅)라고 이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명매는 ‘대국 명나라의 매화’라는 뜻이다. 1621년 담양 창평 출신 고부천 선생이 명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명황제로부터 홍매화를 선물 받았는데, 이를 고향에 심고 ‘대명매’라 이름 붙였다.
고부천 선생의 11세 손인 전남대 농업생명화학대학 3대 학장을 지냈던 고재천 박사는 1918년 고향집의 매화가 기력이 쇠하자 취목하여 포기 나눔으로 기르던 매화를 1952년 전남대에 기증했다. 이것이 호남을 대표하는 매화나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매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탐매객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한중일 3국의 공통된 문화로 자리 잡았다. 탐매객들은 전국을 돌며 유서 깊은 매화를 찾아다닌다. 전국의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객’처럼 탐매객들의 발걸음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매화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호남 지역에는 백양사의 고불매, 선암사의 선암매 등 ‘호남 5매’라 불리는 이름난 매화들이 존재한다. 탐매객들은 이러한 유서 깊은 매화나무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이를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자 한다.
하지만 불목분교의 매화나무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인정받지 못했다. 누군가는 지역 사회의 미래세대를 위해 고귀한 정성으로 매화를 심어 놓은 게 분명하지만, 지역 사회의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서 ‘불목매’는 보호받을 기회를 잃었고, 오랜 세월을 견뎌온 나무는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는 단순한 나무 한 그루의 손실이 아니라, 지역의 유서 깊은 문화와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장소장은 매화나무뿐만 아니라 완도호랑가시나무도 가지치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행히도 작업을 진행하던 인부가 “이 나무는 완도군을 상징하는 나무라서 손대면 안 된다”라고 말하며 간신히 훼손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은 행정 시스템과 지역 사회가 얼마나 우리 지역의 가치에 대한 것에 무관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 중 하나로 꼽힐 것이다.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이 입으로는 지역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현실은 깊은 괴리감을 만들고 있다. 자연을 단순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정신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는 완도의 문화유산이 그 만큼 가치로운 보물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 매화나무가 새롭게 리모델링할 카페의 입구를 막았다면 나무가 어울릴만한 장소를 물색해 이식했어도 될 일이었다. 예를 들자면 신지도 원교 이광사 적거지에 옮겨 심었어도 ‘불목매’의 가치는 더 빛날 수 있는 일이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면서 지역의 가치는 더 상승해질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불목분교의 매화나무는 이미 사라졌다. 이 사실이 단순한 안타까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