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3)
3. 폭우 속에 걸은 효행 길(갈산동 주민센터 – 화성 송산교 26km)
2020년 8월 9일(일), 전날 밤부터 세차게 내리는 비가 아침까지 계속 이어진다. 아침 7시에 조식, 메뉴는 전날 저녁식사를 한 숙소 인근 식당의 백반이다. 7시 반에 출발지점인 갈산동 주민센터까지 걸어서 이동, 강한 빗줄기가 계속 이어진다. 주민센터에 이르니 당일참가자가 예상보다 많이 나와 있다. 8시 정각, 출발행사를 생략하고 곧장 걷기에 나섰다. 참가자는 총 33명. 당일참가 여성 회원에게 한 마디,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많이 오셨네요. 돌아온 대답, 걷기가 그렇게 좋은 걸요. 폭우를 아랑곳 하지 않고 함께 한 여러분, 고맙습니다.
폭우를 뚫고 출발장소로 달려온 당일참가자들
출발지는 안양시 관내, 곧장 의왕시계에 접어들어 여러 아파트 단지를 지나 수원으로 넘어가는 지지대고갯길로 이어지는 대로에 접어든다. 언덕길 옆의 수로는 급한 물살의 굉음이 우렁차고 물이 흥건하게 고인 대로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차량들에서 튀기는 물세례가 요란하다. 우산과 우비에 신발덮개로 완전무장을 하였는데도 속수무책, 신발에 물이 흥건하게 들어차고 우비 속의 의복들도 물에 젖는다.
한 시간 반 가량 열심히 걸으니 지지대고개 정상을 지나 수원시계에 접어든다. 화장실 옆의 휴게공간에서 잠시 휴식, 지붕덮개가 있는 휴식처도 빗물에 젖어 앉을 만한 곳이 없어 선 채로 있자니 피로도가 높아진다. 서울에서 수원에 이르는 큰 길은 삼남 길(영남, 호남, 충청의 나쪽으로 내려가는 큰 길)의 초입이자 정조의 사도세자 능행길이라서 효행길이라 일컫기도. 지지대고개를 넘어서면 곧장 효행 쉼터와 효행공원이 등장한다. 내리막길에 운치 있는 고목 세 그루가 눈길을 끌어 가까이 다가가 살피니 장안구 파장동의 보호수라 적혀 있다. 더 아래의 효행공원에는 수백그루의 소나무 숲이 품위를 뽐내고. 효행 길에 손색없는 풍광이로다.
효행공원의 품위 있는 소나무 숲
아파트 촌 지나 시내로 접어드니 삼남대로가 한참 이어진다. 그 옆의 하천은 큰 비로 통행금지, 이전에 걸었던 하천보도는 물 속에 잠기었다. 화서역 부근의 지하보도에 들어서니 정조대왕 능행장면을 벽화로 그린 그림들이 이채롭고. 11시 반쯤 도착한 구운초등학교 근처의 마트가 백의종군길 스탬프 찍는 장소, 스탬프 찍고 잠시 휴식하는 중 배준태 단장이 일행 모두에게 음료를 서비스, 열심히 걷느라 쌓인 갈증이 싹 가셔 감사하다.
비는 세차게 때로는 조용히 걷는 내내 그칠 줄 모른다. 12시 넘어 점심 식사, 메뉴는 추어탕과 돈 가스다. 대부분이 추어탕 선택. 이윤희 대원이 모두의 식사비를 부담, 큰 호의에 박수로 감사, 식사 중 수원에 사는 나영애 대원의 아들이 나타나 인사를 한다. 그가 사는 아파트 부근을 지나면서 어머니가 안부를 전하자 달려온 것, 간식이라도 드시라며 금일봉을 내미는 마음씨가 고맙다. 전날에는 선상규 회장이 당일참가자들에게 점심대접, 우중에 미담들이 이어져 한결 활기가 넘친다. 우리 사는 공동체도 이처럼 넉넉하여라.
13시 5분에 오후 걷기,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수목원 지나 공군 전투비행단 연습장 옆의 제방길이 한참 이어진다. 잠시 비가 멎고 소강상태, 제방 끝에 이르니 삼남길 이야기를 새긴 돌판이 눈에 띤다. 그 내용, ‘삼남길의 너른 들판, 삼남길의 다섯 번째 길인 중복들길은 고색동 인근의 지명인 중복들에서 딴 것입니다. 이 지역에는 중보가 있다하여 예로부터 중보평 혹은 중봇들이라고 불려왔습니다. 이 인근은 서호천 아래 물이 풍부한 너른 들판 가운데 이루어진 마을이라는 데서 예부터 벌말, 들말, 평리 등으로 불렸고 그것이 지금의 평동이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삼남길의 면모를 알게 하는 돌판
이곳에서 배영교를 지나 용주사로 가는 오르막길에 접어든다. 용주사는 꽤 유명한 사찰, 그곳에 백의종군길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다. 스탬프를 찍고 잠시 휴식 후 이날의 목적지인 송산교로 향한다. 30여분 걸어서 송산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50분,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26km를 차질 없이 걷게 되어 뿌듯하다. 당일참가자가 돌아가는 것을 감안하여 1km 거리의 병점역까지 동행, 그곳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인근의 숙소에 들어서니 5시가 가깝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며칠 후 다시 만나요.
작은 고개 넘어 용주사로 가는 길
매사에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 어렵게 출발하였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인생사 아니런가. 큰 숙제 하나 풀었으니 남은 도전도 잘 견디리라.
* 성원과 격려의 메시지에 감사하며 한두개를 소개한다.
'비가 오는데도 걷느라 애쓰십니다. 함께 하지 못해 아쉬어요. 마음으로 뜨겁게 응원하고 있습니다.함께 하신 모든 분들 파이팅, 그리고 존경합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이순신을 만나보고 계시네요. 저도 1597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 놓겠습니다. 건강하게 완보하십시오.'
첫댓글 악조건속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열정에
무한감동을 느끼며 율곡에 건강하신 몸으로
전대원이 도착하실때까지 응원하겠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며 화이팅하십시요.
1년전에 혼자 걸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응원합니다
제가 늘걷든 길을 걸으셨네요.
장마때 고생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