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가을섬, 추자도
방송일 2018년 10월 1일(월)~ 10월5일(금), 466번
그리움이 깊어가는 가을, 10월.
10월은 쉽게 길을 열어주지 않는 추자도 뱃길이 잔잔해 지는 계절이다.
추자도의 또 다른 이름은 ‘순풍을 기다린다’는 뜻의 ‘후풍도’.
이곳 사람들은 순풍을 기다리며 육지를 그렸다.
짠내 가득 담은 북서풍 때문일까.
법성포 등 남해안 일대의 굴비가 맛있는 이유는
추자도에서 부는 바람 덕분이란다.
가을이면 참굴비 축제가 열리는 참조기의 고향이자
전국 ‘조사’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바다사냥꾼의 천국.
그리움 가득 싣고 가을 섬으로 향한다.
제1부. <영흥리, 보물 캐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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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곳.
섬 밖의 섬, 추자도.
가을이 되면 이곳의 유일한 해남(海南) 최성열 씨는
동료 마을 해녀들과 보물을 캐러 나선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자연산 중에서 가장 대형종으로 꼽히는 추자도 홍합.
물살이 거세고 수심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탓에
성인 남성인 해남조차 몸에 닻을 묶고 홍합을 채취한다.
“먹을 만큼만 하고 가야지... 달리 추자가 보물섬이 아니야. ”
하루 두 번 썰물 때만 길이 열리는 작은 섬,
다무래미 역시 감춰진 추자도의 또 다른 보물.
평소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이곳에는
씨알 굵은 거북손과 따개비가 지천에 널려있다.
추자도를 보물섬이라고 자랑하는 최성열 씨.
그는 추자도의 청정바다에서 채취한 보물들로
특별한 한 끼를 준비했단다.
자연산 홍합과 해남의 손맛으로 버무려진
추자도의 가을 밥상.
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보물 캐는 현장으로 따라 나선다.
제2부. <멸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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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물러나면 추자도 밤바다에서는
가을에만 피는 꽃, ‘멸꽃’이 핀다.
은빛 멸치 떼가 수면 위로 튀어오를 때
국화처럼 피어난다고 붙여진 이름, 멸꽃.
박연석 선장과 마을 남성들은
가을이 되면 꽃구경을 위해 밤바다로 향한다.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환한 등불 하나로
저마다 멸치 떼를 유혹하는 챗배들.
“그냥 불가지고 가는 것 같아 보여도 이렇게 딱~ 불가지고 유인해서
애들 따라오라는 듯이 데리고 가야지, 그물로.“
멸치잡이 배가 항구에 돌아오면
섬 아낙들은 갓 잡은 멸치를 소금에 버무린다.
산란기, 알을 가득 밴 멸치로 젓갈을 담가
감칠맛이 일품이라는 추자도 멜젓.
구수한 ‘멜국’부터 새콤달콤한 ‘멜회무침’까지
추자도 여인의 손맛은 멜젓으로 통한다.
깊어가는 가을밤,
추자도의 밤은 낮보다 분주하고 아름답다.
가을에만 피는 꽃, 멸꽃 구경을 떠나보자.
제3부.<가을로 통(通)하다, 나바론 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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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에는 ‘인생길’이 있다.
본섬인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잇는
‘올레길 18-1 코스’가 그 길이다.
현무암반인 제주도와는 다르게
깎아지는 수직절벽과 몽돌 해변이 펼쳐지는 추자도.
올레길은 추자도의 풍광을 담고
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골목을 지난다.
가을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나바론 하늘길’도 대표적인 올레길 명소.
“힘들게 올라와도 이런 멋진 풍광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해요. ”
잘 알려지지 않은 추자도의 아름다운 비경을 찾아
사진으로 소개하는 이범진 사진작가.
그는 추자도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행보에 고마움을 전하는 주민들.
가을의 별미 해초로 만드는 ‘물캇냉국’에 인심이 더해져
이범진의 고된 행보를 풀어준다.
아름다운 경치와, 사람 냄새가 나는
추자도 올레길을 걸어본다.
제4부.<고기 낚으려다 가을을 낚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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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유인섬과
크고 작은 38개의 무인도가 펼쳐져 있는 곳.
주민들은 42개의 섬을 가리켜
추자도를 ‘사이’좋은 섬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곳엔 반평생 바다에서 함께한
사이좋은 형제가 있다.
고기잡이 경력만 무려 52년 차인 형님 황상신 씨와
경력 47년 차 황상일 씨, 둘의 경력만 도합 백여 년에 달한다.
“동생이랑 나오면 화낼 일도 못 내지.”
“허물도 없고 재밌지.”
해마다 가을이면 ‘삼치잡이’에 나서는 형제.
추자도에서는 동틀 무렵 가짜 미끼로 유인해
채낚이 방식으로 삼치를 낚는다.
영양이 풍부한 알 밴 멸치를 먹이로 삼아
살이 여물어 단단하고 윤기가 흐르는 ‘가을 삼치’.
갓 잡은 삼치로 회를 떠
김에 묵은 김치를 곁들여 싸먹으면
추자도의 이른바 ‘삼치 삼합’이 완성된다.
*
가을의 별미가 ‘삼치삼합’ 이라면
추자도의 가을 손맛은 단연 ‘돌돔과 뱅이돔’이다.
낚시인들에겐 꼭 한 번 찾고 싶은 꿈의 섬, 추자도.
굳이 배를 타고 먼 바다에 가지 않아도
낚싯대를 드리우면
고급 어종인 ‘돌돔과 뱅이돔’을 만날 수 있단다.
가을을 맞아 갯바위 낚시 대결에 나선
낚시인들의 한판승부!
내기에 나선 추자도민 이창일 씨는
19년 전 고기를 낚으려 추자도를 찾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새로운 행복을 낚았다.
“ 낚시 처음해가지고 엄마 아버지 회 썰어드리려고..
그때부터 시작했지.“
입질을 기다리는 사이, 그림 같은 풍광 감상까지.
오감이 즐거운 추자도의 가을을 맛본다.
제5부.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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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찾아오면
추자도를 찾는 조기떼들로
추자도의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든다.
가을이 되면 수일씩 조기잡이에 나서는 아들 걱정에
잠 못 이루는 황영자 어머니.
남편에 이어 7년 전부터 조기잡이 어선을 물려받은
아들 이정규 선장 때문에 노모는 늘 가슴 졸이는데...
“아들이 여기로 들어온다 했는데, 안 들어온대요.”
열흘 만에 돌아온 아들은 노모의 마음을 읽었는지
어머니를 보자마자 따뜻하게 안아준다.
조기떼를 손질하느라
추자도 아낙들의 손도 바빠지기는 마찬가지.
연간 조기 어획량 중 60%를 차지하는 추자도
올해는 특히 조기도 풍년이다.
추자도에 나고 자란 청년 최현석 씨.
그의 기억 속 추자도의 가을 풍경은 굴비를 빼놓을 수 없다.
집집마다 굴비를 염해 해풍에 넣어놨다는 추자도의 골목풍경.
이런 추자의 굴비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단다.
“굴비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는 생선이에요
내장도 다 먹고, 생선 내장도 진짜 맛있거든요?“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면
더 맛있어지는 추자도의 가을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