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에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서 모라 甚愚齋로 오고 있는데 휴대폰에서 알람 소리가 났다. 오래도록 친분이 있는 여성 지인으로부터 날아온 카톡이었다.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가 들어있었다.
2월14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지요?
영혼 없는 민족이 되지 맙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발렌타인 데이?(2월14일)
그날이 바로 우리나라 영웅이시고 우리민족의 자랑이신 안중근 의사가 왜놈들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날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그 사실을 숨기려 우리한테 얄팍한 상술로 초코렛을 주고받는 날로 만든 겁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치욕입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웃으면서 초코렛을 나눠먹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지요.
피 끓는 31살의 젊은 나이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의 영웅이 사형선고를 받은 날인 2월14일.
우리가 제대로 알고 뼈 속 깊이 새겨놓아야 될 것 같습니다.
그제야 오늘이 바로 밸런타인데이인 줄 깨닫게 됐다. 게다가 전혀 알고 있지 못하던 안중근 의사에 관련된 날임도 뒤늦게 알게 됐다.
뭐랄까, 순식간에 기분이 착잡해졌고 ‘참,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기도 했으며,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라는 체념에 가까운 변명도 동시에 들었다.
밸런타인데이는 젊은이들에게나 통하는 얘기겠으니 모른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민족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만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가, 라고 되물었을 때 솔직히 나는 정직한 답변을 찾지 못했다.
나이도 젊지 않거니와 옛적에 배운 역사인식을 이 나이에까지 기억하고 삶에 반영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런 날도 잊지 않고 국민의식에 각성을 촉구하는 애국자가 있다는데 든든한 믿음(?)이 생겨 다행이다 싶었다.
며칠 전엔 평소 존경해마지 않는 장로님으로부터도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문화재 청장을 지낸 유홍준 님이 현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많은 국민들이 알기로 좌파정권과 가까운 인물이어 현 정부를 비난하고 공격할 인물로는 사실 믿기우지 않는 일이었다. 장문의 글을 다 읽어보고는 이거야말로 가짜뉴스라는 걸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문장의 흐름과 글의 내용으로 보아 유홍준님이 쓴 걸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런 게 있잖나, 말이나 글이 그 사람을 대신한다는 거 말이다. 세상을 오래 살다보면 굳어진 그 사람의 말이나 글에 배어진 인격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생선 싼 종이엔 생선 냄새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엔 향내가 난다”라는 말이 거기에 잘 부응한다고 보는 것이다.
선거철이 가까워오자 여기저기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가짜뉴스가 범람함을 알 수가 있다. 아무리 좌파가 싫고 현 정권이 밉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남의 이름을 차용하여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진짜를 가려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오직 내 정신이 바로 서 있을 때에라야 분별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정신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어느 귀신이 잡아갈지 모른다는 걸 한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에 곁들여 오늘이 특별하다는 걸 새삼 한 번 더 새겨보았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 14일에 사형 선고를 받았고, 이후 3월 26일 오전 10시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역사에 부합한다.
성 밸런타인 데이(영어: Saint Valentine's Day, 이탈리아어: festa di san Valentino)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다. 매년 2월 14일에 기념된다. 참고로,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라는 식의 발상은 서양,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나 나중 일본이 머리를 써 마케팅 전략으로 매치 초콜릿 주는 날로 변질되었음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밸런타인데이가 국립국어원 지정 표준어이지만, 보통 발렌타인데이라고 시중에는 알려져 있다.
성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군인들의 군기문란을 우려하여 남자들을 더 많이 입대시키기 위해 결혼을 금지하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인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날인 서기 270년 2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일이라는 주장과, 서양에서는 새(bird)들이 발정(發情)을 시작하는 시기와 겹쳐 서양의 속설이 결합한 풍습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어버이와 자녀가 사랑의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교환하던 풍습이, 20세기에 이르러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발전되었다.
아무튼 이날은 세계 각지에서 남녀가 서로 사랑을 맹세하는 날로써의 의미로까지 발전한 현상임을 도외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초콜릿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때만 해도 초콜릿은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초콜릿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의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으로 “밸런타인데이=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서 정착되기 시작했으며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여성이 초콜릿을 통해 좋아하는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써의 일본식 밸런타인데이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구태여 이를 혐오하거나 타기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고귀한 순수의 뜻과 얄팍한 상업성이 결합했음을 일부러 부추길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레 확산되어 붐을 이루고 있는 데는 그만한 시대의 요청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순수 한국산 “빼빼로 데이”도 청소년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현상을 어버이 된 입장에서 일부러 금지시켜 좋을 일이 뭐가 있을까. 삶에 해악이 되지 않을 일이면 그저 좋아하면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아무리 좋아해 하는 일도 시간이 흐르면 막지 않아도 자연 멀어지게 된다는 걸 깨달을 필요가 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