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결정과 결단을 강요 받습니다. 물론 태어나는 것은 본인의 의지로 되는 것이 전혀 아니지만요. 아주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키움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본인의 의지대로 결정하면서 인생을 살아갑니다.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려주고 그것을 따라가면 조금 아니 아주 편할텐데 말입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결정이 아닌 타인의 결정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사는 무리도 적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판단하고 자신이 결정해서 방향을 정합니다. 이 결정에 따라 방향과 승패가 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아침에 뭘 먹을 것인가, 어떤 옷을 입고 나갈 것인가, 구두를 신을 것인가 운동화를 신을 것인가, 구두는 어떤 것을 ,지하철을 탈 것인가 버스를 탈 것인가 ,내려서 회사 정문으로 갈 것인가 옆문으로 갈 것인가, 엘리베이터를 탈 것인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갈 것인가, 화장실에 들려 손을 씻고 들어 갈 것인가 세정제로 손을 씻을 것인가 등등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 사무실에 들어갈 때까지도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하는 상황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익숙해진 상황속에서는 그다지 힘들지 않게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 우한 폐렴 사태와 같은 전세계적인 대재난에 봉착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자신이 내리는 결정에 따라 자신의 건강 나아가 가족들의 건강 나아가 사회의 건강이 판가름 날 수 있습니다. 개인도 그러한데 국가나 정부에서 내리는 결정은 그 심각도가 훨씬 아니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어제(2020년 2월 2일) 중국인들의 입국 금지 조치같은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조치 내리기 정말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부 정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을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요. 지금 세계 어느 나라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듯이 한국은 오히려 더한 상황속에 놓여 있습니다. 수출도 그렇고 중국 관광객들의 국내 유입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보복을 많이 당해 왔습니다. 다른 나라보다도 특히 중국은 즉각 보복조치를 취합니다. 한국을 우습게 알아서 그런지 중국인 성향이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중국정부는 지금껏 그래왔습니다. 수입물품을 금지시킨다던지 관광객 금지조치를 내린다던지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나라를 괴롭히는 존재입니다.
그런 나라임을 분명히 아는 정부가 어떻게 쉽게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결정하겠습니까. 정부라고 왜 진작 그런 조치를 내리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중국의 반발 그리고 중국이 행할 보복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서 결정을 내려야 했겠죠. 일부 야당이나 일부 언론에서 던지는 지적을 위한 지적에 일일히 신경쓰고 반응하다가는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기에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으면 왜 그런 중대한 사안을 졸속으로 결정했냐고 난리를 쳤을 것 아닙니까. 만일 미국과 일본보다 먼저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졸속 결정으로 이만저만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닐텐데 무능한 정권이라면서 있는 말 없는 말 다 늘어놓았을 것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일반적인 국내 문제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은 말 다해도 그러려니 하지만 이처럼 전세계가 관련돼 있고 유사이래 가장 강력한 악성 전염병에는 비판과 지적도 가려가면서 해야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일 것입니다.
개인의 결정은 그가 살아온 인생과 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어려운 결정에 놓이면 이로움보다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편입니다.그래서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해 제 가족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로움도 먼저 결정의 우선순위에 둬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왜 의로움만 내세워 이모양 이꼴이냐고요. 그래도 저는 저의 판단기준을 바꾸지 않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렸지만 지금까지 가족 굶긴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경우는 이런 판단기준만으로는 안됩니다. 국가는 의로움도 내세워야 하지만 이로움도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판단이 한국민에게 이로울 것인가가 아주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겠죠. 이번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도 당연히 이런 기준이 결정을 좌우했을 것입니다.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을 때 당할 불이익과 이익의 손익분기점이 어디인가도 꼼꼼히 따졌을 것입니다. 정말 힘든 결정을 내렸을 것을 생각됩니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결정을 내리는 것도 힘든 때가 있기에 짬짜면이 생긴 것 아닙니까.
어제 내려진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보면서 결정과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결정을 잘 못내려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세월호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대단히 잘못된 결정 아닙니까. 그 당시 그 중대한 결정을 내릴 최정상에 있어야할 사람도 부재상태였으니 더 할 말은 없지만요. 그래서 국가적 리더를 뽑는데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정이 모여 나라의 결정이 됩니다. 오늘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짜장면은 내일 아니 오늘 저녁에 먹어도 되지만 나라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결정에서는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 중차대한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포기하거나 가짜 뉴스에 휘둘려 엉뚱한 결정을 내리면 적어도 4년 또는 5년 동안은 다시 그런 결정을 내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개인의 잘 못된 결정은 자신만 해치지만 국민이 잘 못 결정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결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것이지만 잘 결정하면 가정도 나라도 편안해 질 수 있습니다.
2020년 2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