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타삔디까 품 (7-10)
7) 쑤브라흐만
하늘아들 쑤브라흐만이 한쪽으로 물러서서 세존(bhagava)께 시로 말했다.
[쑤브라흐만]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또는 일어난 일에도
이 마음(citta)이 늘 두려워하고 이 마노(mano, 意)이 늘 근심 걱정하는데
만약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면 여쭙건대 가르쳐주십시오."
[세존(bhagava)]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은 감관을 잘 다스리는 것
모든 것을 버리는 것 이외에는 존재의 안녕을 나는 보지 못하네."
그러자 그 하늘아들이 거기서 사라졌다.
註.
- 쑤브라흐만: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진다. 하늘아들 쑤브라흐만은 승원의 빠릿차따
나무 아래에서 천신인 요정들과 함께 즐기며 지냈다. 그런데 요정들이 나무에 올라
꽃봉오리를 꺾고 꽃다발을 망쳐버렸다. 그 순간 요정들의 업보가 성숙해서 숨을 거두
고 모두 아비지옥(niraya)에 태어났다. 천인들은 요정들의 운명을 알고 크게 슬퍼했는데
자신들도 머지않아 동일한 운명에 처할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쑤브라흐만
이 부처님을 찾아뵙고 여쭙는 것이다.
8) 까꾸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bhagava)께서 싸께따에 있는 안자나 숲의 미가다야에 계셨다. 그때 하늘아들 까꾸다가 깊은 밤중에 아름다운 빛으로 안자나 숲을 밝히며 세존(bhagava)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와서 세존(bhagava)께 예배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섰다. 한쪽으로 물러서서 하늘아들 까꾸다는 세존(bhagava)께 이와 같이 말했다.
[까꾸다]
"사문(samaṇa)여, 당신은 기쁘십니까?"
[세존(bhagava)]
"벗이여, 그대는 내가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까꾸다]
"사문(samaṇa)여, 그렇다면 슬프십니까?"
[세존(bhagava)]
"벗이여, 그대는 내가 무엇을 잃었다고 생각하는가?"
[까꾸다]
"사문(samaṇa)여,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습니까?"
[세존(bhagava)]
"벗이여, 그러하네."
[까꾸다]
"사문(samaṇa)여, 당신은 어찌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습니까?
어떻게 당신은 홀로 고요히 앉아 불만에 사로잡히지 않습니까?"
[세존(bhagava)]
"야차여, 나는 슬프지도 않고 또한 기쁘지도 않으니
홀로 고요히 앉아 불만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네."
[까꾸다]
"사문(samaṇa)여, 당신은 어찌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습니까?
어떻게 당신은 홀로 고요히 앉아 불만에 사로잡히지 않습니까?"
[세존(bhagava)]
"슬프지 않은 자에게 기쁨이 있으며 기쁘지 않은 자에게 슬픔이 있네.
사문(samaṇa)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으니 벗이여, 이와 같이 알아야 하네."
[까꾸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없는 세상의 애착을 뛰어넘은 사문(samaṇa)
참 닙바나(nibbāna, 열반)에 도달한 거룩한 님을 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친견하네."
註.
- 까꾸다 : 목갈라나(목련존자(bhonto))의 개인적인 시자이다.
9) 웃따라
한때 세존(bhagava)께서 라자가하의 벨루바나에 있는 깔란다까니바빠에 계셨다. 그때 하늘아들 웃따라가 깊은 밤중에 아름다운 빛으로 벨루바나를 두루 밝히며 세존(bhagava)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와서 세존(bhagava)께 예배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섰다. 한쪽으로 물러서서 하늘아들 웃따라는 세존(bhagava)의 앞에서 이와 같은 시를 읊었다.
[웃따라]
"삶은 덧없고 목숨은 짧다네.
늙음을 피하지 못하는 자는 조용히 쉴 곳이 없네.
죽음의 두려움을 꿰뚫어보는 사람은
행복을 가져오는 공덕을 쌓아가리."
[세존(bhagava)]
"삶은 덧없고 목숨은 짧다네.
늙음을 피하지 못하는 자는 조용히 쉴 곳이 없다네.
죽음의 두려움을 꿰뚫어보는 사람은
세상의 욕망을 버리고 고요함을 원하리."
10) 아나타삔디까
하늘아들 아나타삔디까가 한쪽으로 물러서서 세존(bhagava)의 앞에서 이와 같은 시를 읊었다.
[아나타삔디까]
"여기 자비로운 제빠바나는 거룩한 이들의 모임이 있으며
가르침의 제왕이 살고 나에게 기쁨이 생겨나는 곳이네.
착한 뜻, 밝은 앎, 가르침, 계행과 바른 생활로
사람은 청정해지네. 가문이나 재산 때문이 아니네.
슬기롭고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유익함을 생각하여
바른 진리의 삼매를 선택하여 그곳에서 깨끗함을 찾으리.
싸리뿟따처럼 지혜와 계율과 적정으로써 저 언덕에 도달한 빅쿠는
그야말로 가장 수승하네."
하늘아들 아나타삔디까는 이와 같이 말했다. 이와 같이 말한 다음 세존(bhagava)께 예배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돌고 나서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때 세존(bhagava)은 날이 밝자 빅쿠들을 불렀다.
[세존(bhagava)]
"빅쿠들이여, 오늘 어떤 하늘아들이 깊은 밤중에 아름다운 빛으로 제따와나를 두루 밝히며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와서 나에게 인사를 하고 한쪽으로 물러섰다. 한쪽으로 물러서서 빅쿠들이여, 그 하늘아들은 내 앞에서 이와 같은 시를 읊었다.
'여기 자비로운 제빠바나는 거룩한 이들의 모임이 있으며
가르침의 제왕이 살고 나에게 기쁨이 생겨나는 곳이네.
착한 뜻, 밝은 앎, 가르침, 계행과 바른 생활로
사람은 청정해지네. 가문이나 재산 때문이 아니네.
슬기롭고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유익함을 생각하여
바른 진리의 삼매를 선택하여 그곳에서 깨끗함을 찾으리.
싸리뿟따처럼 지혜와 계율과 적정으로써 저 언덕에 도달한 빅쿠는
그야말로 가장 수승하네.'
빅쿠들이여, 그 하늘아들은 이와 같이 말했다. 이와 같이 말하고 나에게 인사를 하고 오른쪽으로 돌고나서 그곳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존자(bhonto) 아난다가 세존(bhagava)께 이와 같이 말했다.
[아난다]
"아마도 틀림없이 그 하늘아들은 아나타삔디까일 것입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존자(bhonto) 싸리뿟따를 믿고 따랐습니다."
[세존(bhagava)]
"훌륭하다. 아난다여, 훌륭하다. 네 생각이 바로 맞았다. 아난다여, 참으로 그 천인은 아나타삔디까였다."
두번째 [아나타삔디까품]의 내용은 1) 짠디마싸, 2) 벤두, 3) 디갈랏티, 4) 난다나, 5) 짠다나, 6) 쑤닷따, 7) 쑤브라흐만, 8) 까꾸다, 9) 웃따라, 10) 아나타삔디까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