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존경, 영광은 일반적인 덕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뛰어나게 훌륭한 덕을 지닌 사람이 받는 것입니다. 대체로 우리는 훌륭한 사람을 보면 그를 칭찬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그를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나는 영광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받는 칭찬과 존경이 어우러진 것이라고 봅니다. |
존경과 칭찬이 보석과 같은 것이라면, 영광은 거기서 나오는 광채입니다. 겸손은 다른 사람보다 호의적이고 높은 평가를 받으려는 마음을 갖지 않게 해 주고 칭찬과 존경과 영광을 추구하지 않게 해 주닙니다. |
그러나 "이름은 큰 재산보다 값지고 명성은 은보다 금보다 낫다."(잠언 22,1)라는 말씀은 겸손을 거스르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면 명성이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평가가 아니라 '올바른 생애'에 따른 일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명성 추구가 애덕을 실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겸손에 저촉됩니다. 명성은 사회 성립의 근본 요소 중 하나이고 명성이 없다면 우리는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해를 끼칠 염려거 있습니다. 그러므로 애덕은 우리로 하여금 명성을 중시하고 추구하도록 요구하며 겸손은 이를 허용합니다. |
나뭇잎은 단지 보기만 좋기 때문이 아니라 열매가 익을 때까지 나무를 보호해 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명성도 그 자체로는 그다지 소용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 주고, 우리의 덕, 특히 나약한 사람의 덕을 비켜 주므로 매우 유익한 것입니다. 명성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우리는 관대한 성향을 유지할 힘을 얻습니다. |
필로테아 님, 오직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자 명성을 지키십시오. 하느님만이 우리 모든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이시기 때문입니다. 마치 과일을 오래 저장하려면 설탕에 재어 적당한 용기에 담아 두어야 하듯이, 우리의 덕을 지켜 주는 주된 재료인 하느님의 사랑에 명성을 함께 이용해야 합니다. |
그러나 명성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몰두하는 것은 좋지않습니다. 명성에 지나치게 민감한 사람은 조금만 아파도 약을 먹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들은 건강을 지키려고 하지만 사실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고 너무 소심하게 자신의 명성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오히려 명성을 잃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명성에 집착하는 사람은 변덕이 심하고 화를 잘 내며 성미가 까다롭게 되어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
명성에 집착하지 않았는데도 다름 사람들로부터 비난이나 모함을 당할 때, 이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과민하게 반응하여 반박하거나 화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비방은 무시해 버리면 점점 소멸되지만, 분노로 대응하면 비난받는 내용을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악어는 자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만 덤벼든다고 합니다. 비방도 이와 같습니다. |
명성을 잃을까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은 명성의 바탕이 되는 올바른 삶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는 마을 사람들은 홍수의 조짐만 보여도 불한해하지만 돌로 만든 다리가 있는 마을 사람들은 대홍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신앙심이 견고한 사람은 악평이라는 홍수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신앙심이 약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명성에 흠을 낼까봐 전전긍긍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