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 6 자전거) 자잉고의 매력ㅡ곽선희
''어어어어 쾅!'' 어찌된 영문인가 작은 아들이 눈을 감고 자긴 자는데 숨을 고르게 못쉰다. ''왜그러니?'' ''형이 집으로 내려오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비틀비틀 쾅 박았어.'' ''넌 뒤에 탔구나?'' ''응'' ''진작에 얘기하지.'' 날이 밝길 기다려 약국엘 갔다. 놀란 아이 그냥두면 큰일 난다며 며칠분 약을 지어주어 당장 먹였다. 그때부터 쌔근쌔근 편안히 둘째는 잠을 잤다. 그 길이 비탈길이라 얼마나 조마조마 무서워 떨었을까. 그 사건은 이러하였다. 큰 아이가 하도 자전거 자전거 사달라고 해 그 중에서도 저렴한 새 자전거 팔만 몇천원을 들여 사 준지 몇 시간도 안 된 어느 날. 자전거를 잃어 버렸다고 울먹였다. 어디에 두었는데 물었다. 오락실 문 앞에 잠깐 세워 두고 들어 갔다가 나왔더니 없어졌다는 것이다. 자기 마음만 믿고 열쇠도 채우지 않았는데 당연하지 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잃어버린 것에 대해 울분을 삼켰다. 아쉬운 마음 달랠길 없어 마음의 병이라도 날것만 같았다. 남편은 위험하다고 극구 반대를 했는데, 그래 헌 자전거를 사주었다. 아무리 세워놓아도 가지고 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페달을 밟았던 것이다. 그 공포의 상황이 어떠했을까 가히 짐작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자전거는 선망의 대상도 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가 보다.
그도 그럴것이 내게도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있다. 갓 중학교에 올라 그당시 자전거 타는것이 유행이라 남동생을 대동해 초등 운동장엘 갔다. 어떻게 타느냐고 물어 뒤를 잘 잡아주던 동생이 어느 순간 손을 놓아 버렸다. 몇번이나 쳐박힐뻔 하였다. 불안불안하며 운동장 바퀴를 쓰윽 도는 순간 그 스릴감은 대단했다. '잘 배웠다.' 하고는 작심삼일. 초등학교때와는 달리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어 그 뒤론 자전거와 영 멀어져 갔다. 일단 탈 수 있음에 만족 자전거와는 멀어졌다. 이젠 탈 일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도 당연했다.
더 자라 학교에서 야간자습 할 때가 있었다. 엄마 성화에 못이겨 일찍 집으로 와버렸다. 다음 날 학교에 가니 키 큰 그녀가 ''우리 반 친구 중 학교에 와서 끝날때까지 말도 한 마디 안 하는 아이가 있어.'' 라고 했다. ''누군데?'' 하니 ''난 그 아이와 사귀고 싶어.'' 했다. ''누군데 그 아이가. 한 마디도 안 하는 아이가 있어?'' ''응, 바로 너야 너.'' 그 뒤로 서로서로 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은 사실을 그 아이는 내게 얘기 해 주었다. 네가 일찍 집으로 가고 몇 반 선생님께서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둘러보러 잠시 교실로 들어왔는데 학생들이 짓궂게도 총각선생님께 ''선생님~ 선생님이 좋아하는 여인상은 탈렌트 중에 어떤 여인상이 있어요?'' 하고 좀체로 대답 않는 선생님께 끈질기게 자꾸자꾸 물었다고 했다. 그래 선생님께서 ''몇 반에 코스모스 같이 생긴 ㅇㅇㅇ다. 그런 여인상을 나는 좋아한다.'' 라고 전했다. 그녀는 갑자기 나의 이름을 그곳에 넣어 말했다. ''너란다. 너.''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 얼마전에 이런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선생님께서 요전에 학생들이 쓴 글짓기를 거두어 갔다. 거둔것을 남아서 같이 선생님과 정리하자고 복도에서 나에게 말했던 것이다. 몇번 밖에 수업을 하지 않았기에 그 선생님이 서먹서먹하였다. 학생들에게 준 글 제목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친구에 대해 나는 썼다. 이사를 간 그 친구는 심하게 사춘기를 앓았다. 자꾸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녀에 대에 나의 의견을 글로 썼다. 선생님은 이렇게 표현하면 그 친구는 안 좋아 할 것이다 라는 말씀을 했다. 그리고 달리 표현해 보라고, 또 뭔가를 옮겨 써 달라고 부탁했다. 선생님은 그 시간에 다른 원고지를 뒤적였다. 잠시 후 부모님께 좀 늦는다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라고 하였다.
그렇게 옮겨 쓰는 것이 다 되어 갈 즈음 밖이 어둑어둑해져 왔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생님이 집까지 태워준다고 했다. 어디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처음 본듯한 산뜻한 자그만 자전거가 왔다. 달빛에 자전거인데도 품격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두려웠다.선생님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난생 처음 자전거를 뒤에서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갈 것을 생각하니 무서웠다.
선생님의 웃옷 끝을 잡았더니 떨어질까 더 무서웠다. 허리를 꼭 잡아라고 했다. 참 난감했다. 안잡자니 떨어질까 무섭고 잡자니 기분이 묘했다. 어색하기 짝이없었다. 집을 가르쳐 주기도 싫고 다왔다고 했다. 얼른 인사하고 골목으로 들어왔다. 이건 자전거의 또 다른 면이다 라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선생님은 이내 전근을 갔다. 그것도 한참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고 그때 느꼈다. 자전거로 인하여 난 처음으로 이성에 눈을 떴다는 사실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가 아님 자전거는 누구에게나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일까? 교회에서 배구를 가르쳐 준 그 친구가 시외버스 정류장을 지났다. 바쁘다며 잠시 태워준다 해 '인심을 쓰는구나.' 하고 별생각 없이 탔다. 근데 신작로를 달렸다. 모범생이라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어디 가는 것이냐고 물으니 성밖숲을 왔다가 갔다 하겠다고 했다. 소풍때나 가보았지 푸른 숲길을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더군다나 선망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인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니 기분이 괜찮았다. 풀 뜯는 염소를 보고 ''안녕~'' 이라고 손을 흔들었다. 엄마가 전축으로 즐겨 듣던 꾸냥의 귀거리는 흔들흔들 손풍금 소리 들려온다. 방울소리 들린다란 ''꽃마차'' 노래가 절로 흘러 나올뻔 하였다. 난 그 학생에 대해선 생각 않고 그 순간을 즐겼던 것이다. 정말 바쁜지 임무를 다했는 양 제 갈 길을 갔고 나는 흥겹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자잉고.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이다.'' 아직도 자잉고는 내게 선망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도 되는 묘한 매력으로 남아 있다.
(20240114)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