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단톡방에 실린 글입니다.)
제 아내에게 탈진 상태가 온 것 같습니다.
감기를 앓더니 약 3주간 반복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군요.
병원에도 몇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건강 체질이었죠.
제가 췌장암에 걸렸을 때
아내는 온 힘을 다해 병 간호를 하느라
15kg의 체중이 감소될 만큼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 저도 15kg 정도의 살이 빠졌고요.
이것을 보면 부부란 죽을 고비를
함께 넘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워도
이 과정을 온전히 알 수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주변 목사님들이
만일 제가 개척 목사가 아니고
청빙 목사였다면 암에 걸리는 순간
벌써 교회에서 쫓겨났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췌장암에 걸리면
목회는 끝이 나는 것이라고요.
실제로 담도암에 걸린
김포의 큰 교회 목사님이
교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제대로 요양을 하지 않으시고
어쩔 수 없이 너무 이르게
목회를 재개하셨다가
그만 재발하여 별세를 하고 마셨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너나할 것 없이
질병과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나와는 상관이 없는
낯선 풍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겸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타인의 아픔을 함께
나눌 줄도 알아야 하고요.
외람되지만 죽음의 냄새를 맡아보았던 저는
이제야 조금 철이 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는 자로
약간 변모된 것은 아닌가 하는 짐작을
감히 해 봅니다.
요즘은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조건없이 모두 좋습니다.
고난과 더불어 전도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뭏든 아무리 목사라도
죽음을 방불할 만큼의
쓰라린 고통의 경험이 없으면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목회자는 옛날과 달리
시체 염 한번 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제가 어릴 때는 목사님, 전도사님들이
전적으로 이 궂은 일을 감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모저모 생각해 보면
아차하는 순간에 행함이 별로 없는
풍성한 말잔치 목회로 변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교회는
일종의 말씀 쇼핑 센터처럼 변하여
교인들이 자기 귀에 쏙쏙 들어오는
좋은 말씀(?)을 사먹는 곳으로
전락이 된 것 같고요.
이와 반면에 교회가 교회를 배려하고
돕는 모습은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목회자의 아내가 되어 평생 거칠게 살아온
제 아내를 지켜보다가
이런 글까지 쓰게 되었군요.
지금도 아내의 신음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울컥합니다.
제 큰 딸도 목회자의 아내인데
때론 불쌍한 마음이 듭니다.
어쩔 수 없이 생활을 위해
직장 생활도 하고 있죠.
괜히 한이 서린 글 같아 죄송하고요.
많은 이해와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수원 망포동에 있는 버팀 병원 내과에 가서
진료를 보신 여의사를 전도했습니다.
의사가 아내를 향해 문진을 한 후
전도를 기다렸던 저는
제 췌장암 치유 간증을 했습니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라도 많이 놀라더군요.
그리고 병 나은 지가 만 6년이 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완치된 것이라고 하며
제 이야기에 흥미가 간다고 했습니다.
이 의사는 무교라고 하던데요.
제가 예수 믿고 천국에 가시라는 말과 함께
가까운 교회에 다니시라고 하자
좋은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진료한 의사의 말이
과로를 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특히 하루 4, 5시간의 수면량을
지적하셨습니다.
적어도 매일 7시간은
억지로라도 자야 한다고요.
사실 우리 부부는 많은 날
밤마다 교회에 가서 심야 기도를 해와서
오랜 세월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살았죠.
오늘도 아내가 새벽 예배를 다녀와서
다시 번 아웃 상태가 되었군요.
그 외에 간호사 세 명, 원무과 직원 한 명,
환자 한 명, 보호자 한 명을 전도했습니다.
오늘도 병원에 가서
전도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하루 되십시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