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제10차 백일릴레이명상 제 57일 (1208 목)
일상의 예술가로 살고 싶은 나, 무엇에 말을 걸어볼까?
어제 오전에 프랑코 폰타나(Franco Fontana)라는 이탈리아 사진가의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지인의 초대로 가게 되어서 사전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의 작품을 접했습니다. 입장을 하니 때마침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소개한 도슨트의 설명이 시작되어, 귀를 쫑긋 세우고 무리를 따라다녔습니다.
폰타나의 사진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이게 과연 사진이 맞나?’하는 놀라움이었습니다. 원색의 선명한 컬러와 극도로 절제된 구도가 인상적인 그의 작품은 추상 화가 몬드리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미국 대도시를 촬영한 작품들은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도 연상되었습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 현대 예술가들의 시선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동시대인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진, 빛과 그림자, 직선과 컬러, 대도시의 귀퉁이 등 그들은 세상의 다양한 면면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인간이 지닌 고도의 감각과 직관으로 그들이 건져 올린 메시지는 서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폰타나의 사진은 현실이 가진 입체감이 사라지고 평면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회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전이 아니라 회화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요. 어떤 것은 멀리, 그리고 높이 조망하는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과 사물의 조형미를 강조했고, 대부분의 작품은 고도로 의도된 앵글에서 풍경이나 사물의 일부를 선택하고 편집한 결과였습니다.
사실, 모든 예술가는 지독한 편집증 환자이지요. 자신이 보려고 하는 것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삭제하고 버립니다. 창의적 예술가는 이게 바로 내가 해석하는 세상이라고,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과 관점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폰타나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색과 빛을 찾아,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사냥꾼이지요.
폰타나의 사진은 스스로 목격한 세상으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이는 것처럼, 한 예술가의 편집증이 이토록 매혹적으로 다가오다니! 전시회장을 나서면서 주머니에 늘 넣고 다니는 핸드폰 사진기를 꺼내들고 내가 보는 세상, 나만이 느끼는 관점을 담아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습니다. 나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사진이란 도구가 너무도 흔하고 대중적이 된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모든 예술의 궁극적 지향점은 우리 안에 내재한 예술가적 충동과 본능을 자극하는 것일지도요.
예술은 우리 삶의 단편을 포착해내어, 삶을 조금은 낯설고 색다르게 맛보게 하는 양념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상이 고루하고 지루해졌다면, 감정이 무뎌지고 무감각해졌다면, 예술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신호일지도 모르지요.
컬러에 심취했던 사진가 폰타나는 이렇게 말했다지요. “색은 우리가 말을 걸 때 존재한다.” 여러분도 예술에 말을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언제든 손 닿을 데 가까이 있는, 우리 삶 속 도처에 흐르고 있는 예술을 불러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