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 서울시청도서관 정문 옆에는 이태원 압사 사고의 희생자를 기리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안경을 끼지 않은 상태라 분향소에 놓인 희생자의 사진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이 곳을 지낼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서울광장에는 매주 가족단위의 즐거운 행사도 하는데 분향소가
가까이 있다보니 마음껏 즐겁게 웃지도 못하기도 하고 분향소에 봉사들에게도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태원 압사 사고가 나기 1주일 전, 세종대로에서 비슷한 압사에 대한 가볍다면 가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역나기 1년차라 토요일 일요일은 서울시도서관에 있다가 오후 6시면 도서관 문을 닫기에 서울역으로 걸어가다
보면 매주 토요일은 진보집회가 이 세종대로에서 열리곤 합니다. 이 진보집회에서 무료로 커피나 컵라면도 먹은 적이
있어 앱테크로 푼돈을 모으는 제겐 경제적으로 고마운 집회이기도 합니다. 매일 자판기 커피도 사 먹기도 여의치 않다
보니 진보집회에서 무료로 커피를 여러 잔 마셔 일주일을 버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무료로 주는 부스가 없을 정도인데 2022년때만해도 먹을 것이 많았고 그만큼 사람들도 집회에 참석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2022년 10월 22일, 이태원 압사 사고 1주일전인 이 날에도 서울시도서관을 나와 서울역방향의 세종대로를 걸어가는데
이 날은 유난히 집회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부스에서 커피를 무료로 마실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서울광장에서 서울역 방향의 첫번째 횡단보도를 건넌 후 5거리의 두번째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고 두번째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을정도로 지체가 심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횡단보도 사이는 그런데로 넓었는데 두번째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는 보행도로가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집회장소이기에 사람들이 멈춘 좌우로 많았고 전기배접합시설물도 많아 상대적으로 보행도로가 좁아졌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정도로 보행자들의 움직임은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주변에 집회봉사자들의 안내도 없었고 경찰은 더욱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실내에 들어가면 공기가 잘 통하는 문쪽이나 창문쪽에 있어야 할 정도로 갇힌 공간에서는 답답함을 잘 느끼는 제 입장에서는 오도가도 못하는 정체된 보행상황에 잠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고 조금 지나자 답답함(압사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자 산소보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진 상태)을 느꼈고 조금씩 앞뒤 사람들의 간격도 좁아져 닿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때서야 위기감을 느꼈고 주변을 살피다가 보행도로 옆으로 골목을 보게 되었고 이 골목을 향해 보행자들을 헤쳐 나가게 되었습니다. 골목쪽에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아마 저처럼 예민하게 느낀 이들이 적은 이유도 있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잠시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는 심각한 경험이였습니다. 다행히 골목으로 나아오게 되었고 이 골목을 통해 남대문 앞 횡단보도까지 걸어가는데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세종대로 뒷길은 한산했고 남대문 횡단보도에 가보니 그 곳에 경찰들이 몰려 있더군요. 이 경찰들을 보면서 제가 겪은 압사에 대한 공포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지만...그리고 저 보다 더 심하게 이런 공포를 느낄 이들이 있을 것을 생각해 보행 안내를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분주한 경찰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만 먹고 지나와야 했습니다. 다행히 이 날에는 아무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지금은 이 집회에 이때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지만 경찰들이 보행 중앙 여러 군데에서 보행 안내를 지도하고 있네요. 이태원 압사 사고 후 달라진 경찰들의 달라진 모습)
그런데 이 경험 후 1주일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사고가 일어난 것을 다음 날 10월 30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서울시도서관에 와서야 알게 되었는데...아마 분당우리교회 주일인터넷예배 중 이찬수목사님 설교 중에 알게 된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29일 당일날 저녁에도 기도하다보니 30일 새벽에도 그러다 보니 티비라디오 뉴스에 주의하지 않았고 이런 압사 사고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지 못했네요. 다만 기독교인으로서 너무 이태원 할로윈 행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이 있어 어서 이 날이 지나가길 바랄뿐이였습니다.
결국 이태원 압사 사고를 알게 되었고 1주일 전 토요일 제가 세종대로에서 경험한 압사에 대한 경험으로 이태원 압사 사고는 공간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기에 더욱 제겐 지나가는 사건 사고(세월호 같은 사고는 제게 멀기는 느껴지는 사고라면, 감정적이 아닌 공간적으로)가 아니였습니다. 제가 예지의 은사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1주일 전 경험 압사의 경험을 가지고 이태원 압사 사고를 미리 인지했다면 아마 경찰에 건의를 하거나 제가 이태원에 가서 상황을 지켜보고 119에 건의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