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10여년전 일이지만 어머니 당신은 늘 내 곁에 계시니 어제의 일인듯 기억은 생생하나
또 다시 그리며 이 글을 씀니다 지금도 한겨울 얼어붙은 땅위를 모진 바람에 대책 없이 구르는 슬푼 낙엽을 보면
내 어머니 당신의 삶이 기억되여 가슴이 아품니다.
이천년 들어 가장 추웠던 섣달,친정 어머니(엘리사벳)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칠십을 바라보는 홀로된 오라버니와 구십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넉넉하지 못한 생활이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셨지요.
저의 어머니는 흘륭한 분이셨습니다.해방 직후 먼저 월남하신 아버님을 찾아 어린 사남매를 데리고 친척들의 반대 속에 삼팔선을 넘어 이곳 인천에 정착한 후,모진 고생과 노력으로 자식들의 뒷바라지에 당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리고 희생하셨습니다.
더욱이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못쓰시는 불구의 몸으로 남보다 몇 갑절 노력하고 인내하시며 사남매를
교육시키셨고,돌아가시기 전까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님과 남동생을 그리워하며 당신이 떠난 후 홀로 남을 오라버니의 걱정으로 눈가가 짓무르도록 울며 괴로워하신 때가 많았습니다.그런 어머니의 삶과 말년을 지켜보며
저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며 반성하고 아파하였지요.
학창시절 친구들 집에 가면 친구 어머니들의 손을 살피는 습관이 제겐 있었습니다.예뿐 반지가 끼워진 곱고 부드럽게 보이던 손이 얼마나 부러웠는지.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어머니가 간식을 주시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두드리시는 것이 저는 싫고 거북하고 두려웠습니다.
어머니의 손은 여자의 손이 아니었습니다.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는 인부의 손도 내 어머니의 손보다 고왔습니다.거칠고 투박하고 그렇게 큰손을 보지 못했습니다.그 손이 얼마나 휼륭하고 고운 손인지를 알고 귀하게 여겨질 때 그분은 내 곁을 떠나셨고,그 거칠고
투박한 손은 내 가슴에 크고도 깊은 사랑의 손길로 남아 모진 삶의 여울마다 가슴을 쓸어내려 주시는 약손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머니의손은 모든 것을 내어 주고,가랑잎 같이 나약해져 힘주어 잡기 두려울 때에야 주님은 그분의 손을 잡아 당신품에 안아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관절염과 노환으로 몸져 누으셨을때 저는 참으로 힘든 십자가를 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는 고통만이 아닌 보석과 사랑의 십자가임을 깨달았습니다.
남편이 출근한 후 저는 친정으로 출근했고 남편이 퇴근하기전 돌아와 일상의 일을 했습니다.어머니의 병이 깊어지고 약간의 치매 증세 마저 보이며 해를 넘길 적마다 저도 허약해지고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간혹 어머니가 저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시고 좀더 당신 곁에 있으라고 애원하시며 저를 잡으실때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집에오면,남편은 말없이 신문을 보고 저는 죄인 같이 서둘러 식사 준비를 하며 마음을 태웠습니다.
때론 모질게 뿌리치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어머니가 가엾고 죄스러워 울기도 여러 번,그러던중 며칠째 소화가 안 된다고 말하던 남편과 병원에 갔을 때 췌장암 말기라는 의사의말에 저는 말을 잃었습니다.
그로부터 일년!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몆 달 사이에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였던 어머니와 남편은 제 곁을
떠나셨고 저는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죽음의 유혹에 빠져드는 자신을 추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신앙 속에서 살아왔고 나름대로 참하게 살고있다고 생각하였는데,상상도 못했던 시련 앞에 어쩌지못하고 울고 또 울뿐이었습니다. 그이가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 힘든 항암 치료를 받으며 나날이 여위어 가는 모습을
보며, 절망하고 분노하며 때로는 체념하며 주님께 그이를 살려 달라고 ,이러실 수는 없다고 항의도 하며 마치
어릿광대와도 같은 몸짓을 반복했습니다.
죽음은 어김없이 찿아와 그이는 제손을 잡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이는 제 반신이 아니었고 제 자신임을 ..땅속에 묻히는 그이를 보며 제 자신이 묻히고 있음을 느꼈습니다.친지들의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았고 여태껏 신앙인으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의 뜻에 따르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천등소리를 내며 무너져 버렸습니다.
남은 것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절망과 허탈함과 슬픔뿐,간절히 부르며 응답을 바랬던 주님은 침묵뿐이셨고,주님에게 마저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바람 부는 어두운 거리를 헤매고 또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 때가 있듯이 제 귀에 주님의 말씀이,성모님의 따뜻한 손이 제 손을 잡고 계심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당혹스러운 깨달음은 저를 두렵게 했습니다.동시에 제 나약한 믿음,모든 것을 걸러 낸 뒤에 남은 온전치 못한 믿음을 저는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며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그이가 발병하여 세상을 떠나기까지 정성을 다하여 그를 보살피고 열심히 기도하였지만 주님께서 그이를 살려 주실 것이란 믿음과 확신 중에 기도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주님! 그이를 살려 주십시오,간청하였지만 의학적으로 회생될 수 없는 상태의 병이 내 곁에서 그이를 떠나게 할 것이란 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드린 기도라 주님께 이르지 못했음을 그이가 떠난 후에야 느낍니다.
통회하느 이 은혜의 순간을 주님께서 침묵중에 제 스스로 깨우치기를 기다리셨고 알게 하신 것이라 생각됨니다.
남은 시간 어머니와 그이가 그립고 보고싶을 때마다 비 온 뒤 굳어지는 땅처럼 제 믿음이 깊고 단단해질 것이란 확신 속에 제 눈에 빛이 보이고 가슴은 잔잔한 평화로 가득하여 짐을 느낌니다.자애로우신 성모님! 당신앞에 다시 서게하시고 떠나가신 육신의 어머니와 천상의 어머니신 당신을 닮은 딸이 될 수 있도록 주님께 전구하여
주실것을 믿으며 어두음을 벗어나 새날을 살게하소서 어머니의 삶을 그 기억을 제가 눈을 감을 때까지 귀한 빛으로 내 안에 머물게 하여주소서 함께살게 하소서.아멘..
첫댓글 비치 세실리아님, 참으로 훌륭한 어머니 이셨군요, 불구의 몸으로 월남하여 홀로 사남매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습니까? 우리도 먼 훗날 주님곁에 가면, 먼저간 사랑하던 분들을 만나리란 희망속에 늘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마음속에 함께 계심을 느끼면서.. 주어진 현실을 기쁘게 선하게 살도록 같이 노력 하여요... 글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곱게 쓰셔서 감동적입니다..사랑 합니다.^^
제 삶의 일부를 드러낸다는 것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자연 글을쓰고 싶을땐 알고 느낀것을 쓰게되네요 생소한 분야의것은 알지도 못하고..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항상 그리워하며 살고있으니 어머니도 제 생각 많이하시리라 믿는 마음 기쁘답니다.유베라님 감사합니다..
인생의 선생님 대목마다 공감공감입니다. 89세의 어머니 담낭절제수술후 배뇨기관이 회복되질 않습니다. 6시간마다 빼드려야 하다보니 남편과 아들은 각자 알아서 먹고 출근합니다. 남편에게 미안함, 저의 지쳐가는 모습, 늦은밤 보내지 않으려는 어머니맘, 제 맘의 기복이 선생님 표현하신 모든것과 일치합니다. 아들 없는 어머니 막내딸인 저와 이웃해 사신지 이미 오래되어서 자연히 저와 합치시기로 결정 했는데 염려가 앞서기도 합니다. 따로 살아서 아쉬움이있다면 함께살면서 있을 가족의 불편함 남편에게 미안함등등 어머니의 흐려지는 판단력 배려심 선생님 조언 부탁드립니다. 후회없는 간호할수있기를 주님께 청합니다.
정말 괴로운 입장이네요 저도 매일가기가 힘들어 한달가량 집에모신적도 있는데..그게 무척 신경쓰이는 일이랍니다 한밤중에도 인기척이나면 들어가봐야하고 그럴적마다 옆자리 남편이 잠을깨니..제 생각엔 힘들더라도 그냥 지금 그대로 정성을다해서 보살펴 드리는것이..혼자 계시니 어찌될지 걱정도 되시곗네요 저는 밤에는 오라버니가 계시었는데..막상 떠나신후엔 잘한것은 생각안나고 약간 소흘히 대한것만 기억된담니다.더욱이 외동딸이시면 그분께서 얼마나 귀하게여기셨을까.그저 온정성으로 보살펴 드리는 길 그것뿐..기도자주하시고 특히 선종기도 하세요 저도 기도할께요..
그 아프고 힘든 과정을 통해 오늘의 비치 세실리아님을 빚으셨지요. 그분께서. 영원한 그 나라에 살 수 있는 존재로 ....먼저 가신 분들도 이젠 편안하게 잘 계시리라 믿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시고 더 많이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이 험하다고들 하지만 우리사는 세상 이럴듯 살맛나는 까닭은 서로의 따뜻한 마음의 교류라는 생각 답글을보며 느끼게 됨니다.말씀같이 제 삶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었습을 느낌니다 날씨는 바람불고 비 내리지만 밝은 얼굴로 건강히 지내시길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나날이 여위어 가는 모습을 보며, 절망하고 분노하며 때로는 체념하며 주님께 그이를 살려 달라고 ,이러실 수는 없다고 항의도 하며 마치 어릿광대와도 같은 몸짓을 반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비치 세실리아님! 언제나 귀한 글 앞에 앉아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갖습니다. 살아오신 삶의 굴곡마다에서의 느낌들을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 7월도 내내 행복하시고 강녕하소서! ~.~*
신영자매님 고맙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느낌으로 답글 주시니...우리들 모두 어머니에 대한 아품과 애뜻한 그리움은 자식으로 태여나 살고있는 모든이들의 거이 본능에 가까운 것 이란 생각되네요 저만의 느낌은 아닐것입니다 느낌적어 보내주심 감사하며 건강하십시오..
죽음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매달린다면 살수 있지 않을까.....? 성서의 라자로이야기 장님을 고쳐준 이야기..로 보아서 살려 주신다고 믿고 있어요...살아계신 친정어머니 70세일때 는 80까지 지금은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고 말 합니다 진정 해드리는 것은 없어도 오래 살으시라고 입으로만 말 하지요 그시대에 살아오신 삶을 보면 저는 아무 것도 보답을 못하고 어떤땐 제가 짐만 되고는 합니다 친정 어머니의 엉뚱한 말에 화도 곧 잘 내지요 그러고는 집에 와서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후회를 많이 해요 다시 전화를 합니다 쎄실리아님 글 잘 읽었어요 요즈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시아야님의 마음 이해됨니다 제가 50대었을때 연도를 가서40대나 50대에 세상뜬분들은 아깝다 생각하고 70대의 분들은 사실만큼 사셨네 하였지요 제가 70대가되고보니 이제는 80대가넘은 분이라야 사실만큼 사셨네 합니다 아마 80대가되면 90대를 이리될것 같아요 시아야님의 어머니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세요 그리고 깊은믿음 끝까지 보존하기를 빌고 밝은 나날을 보내시길 간절히 바람니다 거짓없이 심경 보여주심 감사합니다.건강하십시오..
등이 가렵다하면 손바닥으로 쓱쓱 문질러만 주셔도 시원하리만치 까끌까끌.. 꼭 우리집 풀먹인 삼베이불 같았지요. 손발이 다 닳도록 가족위해 사셨어요. 울 어머니께 받은 사랑만큼 나는 내 자식에게 다 못하고 사는구나 생각할 때 많습니다. 잠결에 들리던 기도 소리.. 지금도 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은 어머니의 그 기도 덕분에 우리 형제들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세실리아님, 딸은 어머니를 닮아가기 마련이지요. 세실리아님께서도 어느새 어머니 닮은 삶을 살고 계신듯해요 따뜻하고 휼륭합니다.
옛말에 딸은 어머니를 닮는다는 말 있지요 또 어머니를 보고 며느리를 결정한다는 말도..말씀대로 자신도 모르는새 닮아가고있는 것 느낌니다 대부분의어머니들 희생과 아품을 감수하며 자식을 기르지만 그 마음 헤아릴 때쯤 곁을 떠나시니 인생은 이럴듯 희생과 아품의 길이라 여겨지네요 은우님 마음 그대로 보여주시니 감사하며 항상 주님안에서 평화로운 날 되기를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우리모두 바른 부모의 길 걷기를 소망하며 그것이 고인이되신분께 효도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두분의 영원 안식을 빕니다.그리고 세실리아님의 그 깊은 믿음의 말씀에 존경을 표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총 가득한 날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평화를빕니다 푸른별님! 늘 좋은 글 읽게하여주시니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보이지않고 들리지않아도 서로를위해 기도해줌으로 우리들 삶이 믿음속에서 이어진다고 생각하며 살고있지요 늘 건강하시어 자주 좋은글볼수있기를 바라며 감사한 마음 전함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