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논 둑에서 풀을 뽑는데 ' 스르르 스르르 ' 상당히 큰 뱀이 s자로 도망을 가서
아주 깜짝 놀랬다. " 와! 뱀이네 "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한 발짝 물러났다 다시 밭을
매기 시작했다. 그 때 부터 남편과 나는 뱀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 어딧어! . 죽여야 하는데
어디갔지?" " 아녀요! 그냥 두어요. 저도 살아볼려고 나왔는데.... . 여기가 따뜻해서 좋았나
봐요." 뱀은 정말 싫어 . 왜 그렇게 징그럽지 . 그런데 왜 하느님은 뱀을 만드셨을까요 . 등등
말도 못하는 뱀을 상대로 끝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는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을 했는데, 그 뱀은 멀리 가지 않고 다시 나의
눈에 확실하게 들어왔다. " 와! 놀래라 " 나는 사정없이 뒷걸음으로 도망을 갔다.
이번에는 심장이 더 심하게 뛰었다. 반대쪽 밭의 풀을 뽑는둥 만둥 정신줄이 왔다갔다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난뒤에 남편의 말 .
" 뱀을 삽자루에 걸어서 이장님 밭으로 날아가게 했어 . 그만 호들갑 떨고 마져 밭을 매자고"
아고나! 이게 무슨 말. 뱀을 날렸다니............ . 돌아서서 있느라고 그걸 보지 못했다니.
나는 이장님 밭으로 가서 그 뱀이 죽지는 않았는지 매우 궁금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 뱀이 죽지는 않았겠지요?" 남편의 턱 밑에서 조용히 말하자 " 아고 날아갔다니까! "
한참후에 나는 아주 크게 웃었다. 하하하 . 하수구처럼 막혀있는 것을 뚫어버린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일까?! .
그랬다. 난 어려서부터 그런 동물들을 별
생각없이 만났고 또 헤어지고, 또 만나고...
그러나 이제는 보이지 않는 그 동물들, 식물
들. 사람들이 한개의 집에서 만족하지 못하여
우리 논 옆에도 논을 개조해 텐트촌이 섕겼다.
그래도 우리 논 둑에 농약 . 제초제를 덜쳐서
살만한곳인가 싶어 찾아드는 동물들이 제법이다. 두더지 때문에 대파가 죽고, 고라니는 파란
상추를 먹고, 청개구리도 추워서 찾아들었다.
웃다가 울면 안 되는데 너무 변해버린 자연앞에 脈을 추스리기 어렵다.
돌아서기에는 너무 늦은 우리의 환경이 무너져가는게 안타까워 슬프다.
냇가에 망초의 바다도 사라졌다.
다슬기도 사라졌다.
다시 밭에 가서 감자를 캐기전에 막대로 뱀을 쫒고 감자를 캐는데 똑 같은 자리에
뱀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 아! 여기에 그애 집인가싶어 그냥 두었다'
감자를 없애면 저도 뜨거워서 가겠지.
집에서 돌아와서야 남편에게 그 말을 하고 어떡하죠 했더니
" 죽여야지"
아~~~~~~~~~~~~~!!!
할말없음이다.
어디서 부터 우리의 생명연결고리가 이어지는지 다시 한번 공부를 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