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뉴욕은 슬픈 ‘뉴스’를 전해 들었습니다. ABC 뉴스의 메인 앵커인 피터 제닝스(Peter Jennings,66세)가 폐암 진단을 받고 4월 6일부터 메인 뉴스의 앵커 자리를 물러 났기 때문입니다
Peter Jennings: /google.com
그가 진행하였던 ‘World News Tonight’은 매일 저녁 6시30분에 방송되었는데 이 시간대 뉴스는 NBC, CBS, 등 미국의 주요 방송사의 메인 뉴스가 동시에 방송되는,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프라임 뉴스입니다.
피터 제닝스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앵커로, 뉴욕 타임즈는 “ 그 누구도 듣고 싶지 않았던 ‘뉴스’(This is the kind of news that no one wants to hear)”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흡연가(heavy smoker) 였던 그는 한 동안 담배를 끊었다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다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톰 브로커, 댄 래더도 은퇴
이번 피터 제닝스의 퇴진은 지난해 12월에 사임한 NBC 뉴스의 톰 브로커(Tom Brokaw, 64세/아래사진 왼쪽)와 올 3월에 사임한 CBS 뉴스의 댄 래더(Dan Rather,73세/아래사진 오른쪽)의 일에 이은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의 거센 도전 속에서 ‘텔레비전 시대’의 퇴조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의 시각도 있습니다.
뉴욕이 가진 별명 중 대표적인 것이 경제의 수도(Capital city of economy)라는 것과 법의 수도(Capital city of Law),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수도(Capital city of Mass Media) 등이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의 약 3분의 2가 뉴욕 변호사 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관계로 붙여진 뉴욕의 ‘법의 수도’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말씀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피터 제닝스의 퇴진 소식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뉴욕과 매스미디어에 관한 몇가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매스미디어의 메카 '뉴욕'
뉴욕은 미국의 4대 메이저 방송사인 NBC, CBS, ABC, Fox의 본부가 있는, 말 그대로 매스 미디어의 메카이기도 합니다. 또한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가 발행 되며 뉴욕 콜럼비아대학교의 주관으로 매년 3월 선정, 발표되는 ‘퓰리처상(The Pulitzer Prizes)’이 있어 신문매체에서의 ‘주도권’도 또한 뉴욕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미국의 주요 방송사가 뉴욕에 몰려 있을까요? 경제, 문화의 중심도시라는 점에서 파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뉴욕의 지리적(geographical) 장점이라는 측면에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간은 본토에서만 4시간의 차이가 납니다(알래스카, 하와이, 괌 등은 제외). 동부의 뉴욕이 서부의 LA보다 3시간이 빠릅니다. 즉 뉴욕 사람이 오전 7시에 아침을 먹고 있을 때 LA 사람은 아직 잠에서 깨기 전입니다. 그러니 빠른 보도(속보경쟁)를 중요시 여기는 방송, 언론의 특성상 하루가 서너 시간이나 ‘먼저’ 시작되는 동부에 본부를 두는 것이 유리 합니다. CNN의 본부가 있는 조지아주(州)의 아틀란타도 뉴욕과 같은 동부시간대 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다시 미국의 수도를 정한다고 해도 하루가 먼저 시작되는 동부쪽에 위치할 것이라는 분석에 수긍이 갑니다. 국가의 중요 일을 결정하는 수도가 같은 국가내의 다른 지역보다 서너 시간이나 늦다면 문제가 많겠지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4시간이나 다른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미국의 지리적 특성을 생각하는 것도 미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예전에 도시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담당 교수의 첫 질문이 ‘왜 사람들은 모여 살까?’ 였습니다. 여러 답 중의 첫번째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많이 생산 할수록 투입 비용이 적게 든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개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삶으로 인해서 도시의 생산성(productivity)은 높아지게 되는데, 단, 그것의 전제 조건은 효과적인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의사소통이 원할 하지 않다면 오히려 혼잡비용(congestion cost)만 늘어 날 테니까요.
뉴욕이 매스 미디어의 수도가 된 것은 뉴욕이 ‘경제의 수도’인 것에 대해 자연히 따라 온 현상이 아니라, 그 반대로 어쩌면 뉴욕이 매스 미디어의 중심지가 되었기 때문에 그 도시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경제의 수도’가 된 것은 아닐까요?
피터 제닝스, 톰 브로커 등 톱 뉴스 앵커들의 퇴진에 대해 뉴욕이 더 깊게 아쉬움을 갖는 것은 이런 ‘매스 미디어’의 중심도시로서의 인식과 지위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