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을 계승한 명 영락제는 해금책을 펼친 것일까?(조선과도 연관된 글)

[한단인]

게시판 주제와 상관없는 글이긴 하지만 조선의 상공업과도 연관된다고 생각해서 올려봅니다.

고려가 상업적으로 발전했던 것은 내수경제의 발달보다는 외부경제와의 교류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조선 초까지도 연작상경농법이 도입되질 않아 돌려짓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고려 평민의 삶은 그다지 부유하진 않았습니다. 교통 사정도 썩 좋지않아 흔히들 아시는 것 처럼 고려 국내의 물자가 조선보다도 훨씬 잘 유통된다고 볼 순 없었습니다.

그에 반면 외부문명과의 교역 경제 부분을 살펴본다면 우선 지정학적으로 여진과 송 사이에 있던 고려가 초기에 거란으로부터 강동 6주를 인계받으면서 해상에서 여진이 송과 교역할 연결고리를 끊어 독점적 무역이익을 얻었으며 고려청자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은 이슬람 상인들을 대규모로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고려에서는 송과 교역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산다고 송에 뻥포까지 놓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고려가 몰락한 것은 원간섭기 이후죠. 원이 고려의 항복 이후 일본원정에 동원하면서 해군력이 많이 약화되었고 원에 대항한 삼별초 세력이 다시 발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도정책을 벌여 고려의 해운력 상승에 대한 기대는 약화되었습니다.

고려가 해상에서 그 위세를 잃은 것과  더불어 원은 이전 시대 고려와 해상에서 반반 정도의 해양력을 자랑하는(일단 이슬람 상인 제외) 남송의 해운력과 이슬람 상권을 연결시킴으로서 육로와 해상에서 초대형 물류 교류를 하게됩니다. 둘다 원의 통제하에 있었기에 가능했죠. 세계사적으로 이런 전례가 없었습니다. 즉 원에서는 요즘으로 치면 독점적 대자본가였던 셈입니다.(실제 원의 국가재정은 지대수입이 아니라 상공업 이윤이 90%를 차지했습니다.) 따라서 경쟁에서 밀린 고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나마 대원 교역이나 아니면 이슬람 상인 일부가 고려와 교역을 합니다.(이 과정에서 원과 연줄이 닿은 부원세력이나 대상인집단이 부를 집적하게 됩니다.) 국가 운영에 무리가 없을 수준이지만 이전의 성세와 비교하면 큰 타격을 입는 셈이죠.

그런데 원이 멸망하고 나서 명이 들어섰습니다. 이슬람 상인을 통제하에 두던 원이 사라졌기 때문에 독점적 무역이익을 취하던 존재가 사라졌고 세계 무역은 자유경쟁시대로 돌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명이 해금정책을 벌입니다. 이슬람 상인이 동방으로 오지 않은 것은 이때문입니다. 이슬람계 상인의 한계는 동남아시아 이서로 한정되게 됬죠. 즉 고려 때와 비교했을 때 조선은 무역조건에서 이미 성공하기 힘들었습니다. 중국과 교역하면 되지 않냐구요? 이미 태종조 때 해상으로 가던 사행길을 명에서 육로로 오라고 합니다. 시기상으로 영락제 때와 태종조는 거의 맞아떨어지니 아마도 이 당시 해금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조선에게 육로사행을 오라고 했던거 같습니다.

결국 조선은 해상 무역의 조건을 모두 박탈당하게 되죠. 고려에 비해 중 후기에 경제도 어느 정도 탄탄해진 조선에서 상업이 발달하지 않은 까닭은 정책적으로 성리학의 성행으로 농본위주의 정책이 우선시되었던 탓도 있지만 자생적으로 상업발달이 더디게 된 시대적 배경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명이 왜 해금정책을 벌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 없이 이 문제들을 논하기는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 태환]

한단인님의 말씀에 사족을 달자면 도자기를 주력상품으로 대외수출을 통해 서양의 은을 대량으로 획득하여 은본위 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던 명나라였기에 단지 중화주의적 입장에서 해금책을 취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나욱]

고등학교때배우기로는 정화대원정의 원인은 티무르제국이 20만정병으로 명을 공격하려하자 명이 강성하다는걸보여주기위함과 난리통에 사라진 건문제가 혹시 어디선가 복귀를 꾀하진 않을까해서 찾기위해 찾은것까지 2가지 이유가있다더군요...

[티얼]

확실히 영락제 자신은 세계화에 앞장선, 그러니까 팽창주의의 화신이긴 하지만 그의 배경이랄수도 있는 명나라가 폐쇄주의를 지향하고 영락제가 주로 펼친 환관 중심의 정책으로 인하여 후대에 정치적으로 발전하지 못한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