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 10
S#1. 주택가 공터 (이른 저녁)
팽팽한 얼굴로 마주 서있는 승재와 신희.
승재 : 너, 나 쉽게 생각하지 마. 나 같이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놈은... 잃어버릴게 없으니까 무서울게 없거든.
신희 : (은근히 두려워지고)
승재 : 그러니까 약속을 지켜! 다음주 내로 마케팅 부서로 옮겨놓던지 아니며 이 모든 사태를 각오하던지.
신희 : (이 악무는데)
승재 : 다음주까지 기다리겠어. 다음주까지야. 자영이가 다시 그 친구랑 잘 되는걸 보고 싶지 않으면
이번엔 똑바로 처리하는게 좋을 거야.
신희 : (성질 누르며) ...알았으니까 빨리 가.
승재 : 다음주까지다. (휙 돌아서 성큼 가고)
돌아서 가는 승재 보던 신희, 열받은 얼굴로 돌아서서 몇 걸음 오다가 기겁한다.
잔뜩 화난 얼굴로 서있는 현우.
신희 : (하얗게 질리는) 오빠...
현우 : (신희에게 다가온다)
신희 : (승재를 봤나, 슬쩍 뒤돌아보는데)
현우 : (기막힌) 다 니가 시킨 거였니?
신희 : (들었구나, 아찔하고)
현우 : 신희 너, 이렇게 나쁜 애였니? 박승재한테 자영이하고 날 떼놓으라고 시켜? 너 어떻게 그럴수 있어!
신희 : (다급한) 오빠, 그게 아냐! 그게 아니구...
현우 : (들을 필요도 없다는 얼굴로 홱 돌아서고)
신희 : (잡는) 오빠, 나하고 얘기 좀 해, 응? 내가 다 얘기할게... 오빠...
현우 : 나, 니들 얘기하는거 다 들었는데 무슨 변명이래두 하겠다는 거니?
신희 : ...아니, 오빠. 변명이 아니구 솔직히 얘기할게.
나, 박승재란 사람한테 오빠하구 자영이 헤어지게 해달라고 부탁한거... 사실이야.
현우 : (꿈틀하고)
신희 : 오빠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어떻게 그럴수 있냐구, 그렇게 오해할만 해.
현우 : 오해라구?
신희 : 박승재란 사람이 자영이 다시 만나면 적당한데 취직시켜 주기로 한 것도사실이구.
하지만 그건 그사람이 자영이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거야.
현우 : 너 끝까지 날 우롱하는구나.
신희 : 아니야, 오빠. 난 오빠 사랑하고 박승재는 자영이 사랑하고, 정말 그래서 그런거야. 근데 저 사람이 자영일 다시 만나려면
좀 더 좋은 자리가 필요하다구 자꾸 졸라대서 그렇게까진 못해준다 그랬더니 날 협박한 거야.
현우 : 그래서 그런 식으로, 니 멋대로 다 꾸몄니? 나나 자영이 마음은 생각지도않고 니 감정 때문에 나하구 자영일 갖고 놀았어?
신희 : 오빠가 포기가 안 되는데 어떡해? 오빠두 자영이 쉽게 포기 못했잖아.
현우 : 너, 자영이하구 나 헤어지게 만들어놓구 나한테 뭐랬니? 자영이랑 다시 잘해보라구? 마음 아프다구?
도대체 너한테 진심이라는게 있기나 해?
신희 : (간절한) 오빠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어. 나 홍보 도우미 나간 거, 리포터 하는거, 다 오빠 때문이야.
나두 자영이처럼 열심히 살면 오빠가 나를 좀 달리 봐주겠지, 날 좀 인정해주겠지... 다 오빠를 위해서였어.
현우 : (차갑게) 그만해! 니 거짓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신희 : (간절한) 거짓말 아냐!
현우 : 또 다시 우리 사이에 끼어들면 가만 안 있는다. (일어서고)
신희 : (따라 일어서며) 오빠 제발 정신 좀 차려! 자영인 오빠한테 어울리지 않아, 걔한텐 박승재가 어울려, 왜 그걸 몰라!
현우 : (화난, 신희 뺨 후려치고)
신희 : (충격, 뺨에 손댄채 눈물 어린 눈으로 현우 보고)
현우 : 그건 내가 판단해. 그리고 신희 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신희 : (충격으로 멍해서 현우 본다)
S#2. 신희집 거실 (밤)
현관 앞에 나와 웃음 띤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신희모와 정희.
눈물 젖은 눈으로 들어온 신희, 그림만 탁 놓고 2층으로 뛰어올라간다.
신희모 : (2층 쪽으로 가며) 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걸 왜 니가 갖고 들어와?
정희 : 현우오빠하구 싸웠나 보네, 뭘...
S#3. 신희집 인근 + 현우 차안 (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차에 앉아있던 현우, 정신차리고 핸드폰 건다.
현우 : 여보세요? 자영이네 집이죠?... (실망하는) 없어요?
S#4. 자영집 거실 (밤)
자영모, 전화 받고 있다.
자영모 : 아까 오후에 나갔다니까요?... 어디 간진 모르는데... 어디 간단 말 안하고 나갔어요.
S#5. 서점 (밤)
책 고르고 있는 자영.
S#6. 신희방 (밤)
신희,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고 신희모, 옆에서 어쩔줄 몰라 서 있다.
신희모 :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니들 정말 싸웠니?
신희 : ...엄마 좀 나가줄래?
신희모 : 어?
신희 :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신희모 : ...알았어. (나가고)
신희, 눈물 젖은 눈으로 일어나 앉는다.
불안한 얼굴로 전화 거는 신희.
신희 : 여보세요?... 아줌마 저 신흰데요, 자영이 있어요?
자영모(F) : 자영이 아직 안 들어왔는데?
신희 : (불안한) 언제, 몇시쯤 나갔어요?
자영모(F) : 아까 오후에 나갔어. 왜 그러니?
신희 : 아니예요.
신희, 약간 안도하는 얼굴로 전화 끊는다. 아직 현우를 만나진 못했구나...
침대에서 일어나 어떡하지... 서성이는 신희.
S#7. 은실네 반찬 가게 (밤)
은실, 반찬통에 들어있는 반찬들 잘 뒤적이고 있는데 책 꾸러미 든 자영, 들어온다.
은실 : 어서 오세(요)... 자영아!
자영 : 장사 잘 되니?... (둘러보는) 우리 오빤?
은실 : 어, 이 반찬 담는 냉장고랑 뭐 그런거 알아본다구 일찍 나갔어... 오빠 만나러 왔니?
자영 : 아니... 어머닌 어디 가셨니?
은실 : 야, 내가 이짓 지겨워서 아르바이트 한 거다. 울엄마 친엄마 맞니? 나한테 맨날 가게 맡겨놓구 잘 나오지두 않어...
근데 정말 웬일야?
자영 : 너 보러 왔어. 나 내일 강릉 가거든.
은실 : 강릉?
자영 : 어, 고모네가 강릉 살잖아. 방학 동안 거기 좀 가 있을려구.
은실 : 야, 잠깐만 기다려. 우리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가게 문닫고 나가자.
S#8. 까페 (밤)
현우,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에 보이는 유리창가에 앉아서 전화하고 있다.
현우 :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자영이하고 꼭 연락이 됐으면 하는데요...
자영모(F) : 연락이나 뭐나 삐삐에다 해보라니까요, 아직 안 들어왔으니까.
현우 : 예... 알겠습니다. (끊고)
현우, 시선은 창밖에 둔채 자영 삐삐에 메시지 남긴다.
현우 : 자영아, 또 나야. 한번만, 한번만 나한테 전화해 줘. 나, 너한테 해줄 말이 있어. 나한테 일어난 모든 일... 너 때문이 아니고...
신희 때문이야. 그러 니까 제발 나 피하지 말고 전화해라.
S#9. 재래시장 먹자 골목 (밤)
먹거리 등 즐비하게 놓인 먹자골목. 각 코너마다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김으로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자영과 은실, 나란히 앉아서 국수 먹고 있다.
은실 : (먹다가) 서울 떠나고 싶다 그러더니... 너 힘들긴 어지간히 힘든가부다.
자영 : ...힘들어서 가는게 아니구 깨끗하게 정리하러 가는 거야.
은실 : 그게 그 말 아냐.
자영 : 현우씨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리하러 가는 거야.
은실 :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자영 : 은실아, 나 있잖아... 이번에 현우씨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든 일 겪으면서 속으로 은근히 내 환경... 원망했었어.
엄마 아빠... 열심히 사셨는데... 그런데 나두 모르게 난 왜 이런 환경에 태어났을까... 그런 원망을 하구 있드라...
나 이렇게 못난줄 몰랐지.
은실 : 나두 예전에 죽은 아버지 원망하면서 많이 해본 생각이다, 그거.
자영 : (웃으며) 그래두 나한테 가장 소중한 우리 엄마 아빠, 오빠...
신희나 현우씨하구 비교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한건 내가 못난거야.
은실 : 아예 도를 닦아라. (국물 후루룩 마시고)
자영 : 이젠 괜히 남하고 비교해서 속상하구 상처받고 그러지 않을거야. 내가 노력해서 내힘으로 성공 할 거야.
은실 : 너두 참 병이다. 현우씨 잊는것두 죽을 맛일텐데 거기다 무슨 자책까지 하구 그래?
공부할 책 싸들고 가서 죽어라고 공부하면 그런다고 현우씨가 잊혀지겠냐?
자영 : 누가 잊는댔니? 나 현우씨 안 잊을 거야...
은실 : (환해지는) 그럼, 다시 만날거야?
자영 : (웃는) 헤어지면 꼭 잊어야 하니? 좋은 기억은 다 남겨두고 쓸데없는 미련만 털어 버릴거야.
그동안 못났던 자영이두 바다에 던져버리구... 그리구 돌아올거야.
은실 : (안간힘 쓰는 자영이 안쓰럽기만 하고)
S#10. 승재집 (밤)
혼자서 소주 마시는 승재.
용석, 씻고 들어와서 수건 걸고 승재 앞에 앉는다.
용석 : (걱정스런) 너 왜 그러냐? 요새 너 보면 내가 다 불안해, 임마. 왜 자꾸 헛꿈만 꿔?
승재 : 헛꿈이라니!
용석 : 너, 능력있잖아. 당장 취직 안되도 그냥 준비하면서 기다리면 안 되겠냐?
승재 : 어느 세월에... 이 그지같은 세상은 말야, 형... 원래 밑바닥에 있던 놈은 아무리 용써도 올라가게 냅두질 않는 곳이야.
용석 : 단번에 꼭대기에 올라가려니까 그렇지 한계단, 한계단...
승재 : 울 아버지, 돈 없어서 병원 한번 못 가보고 그대로 돌아가셨어. 나, 돈 없어서 울면서 공고 갔고.. 돈 없어서 야간대 가느라구
체대 나왔어. 체대 나왔더니 아무리 용써도 내가 원하는 회산 갈수가 없어. 그런데 한계단, 한계단?
용석 : 너무 욕심부리다 너 상할까봐 걱정되서 그러지, 임마.
승재 : 돌아서기도 늦었어, 이미...
E : (승재 핸드폰 울린다)
승재 : (받는) 여보세요, 박승잽니다...
신희(E) : 당신 때문이야!
S#11. 포장마차 (밤)
술병 앞에 놓고 앉아있는 승재와 신희. 서로 격앙된 어조로 다투고 있다.
신희 : 박승재, 당신이 그렇게 쫓아와서 보채지만 않았어도...
승재 : (말 자르는) 갖다 붙이지 마. 애초에 약속 안지키고 번번이 나 물먹인건 너야.
신희 : 솔직히 당신 조건으로 마케팅부서는 어려워. 그거 몰라?
승재 : 알아. 아니까 너한테 부탁한 거야! 난 니가 못하는걸 해주고, 넌 내가 못하는걸 해주고...
난 분명히 정현우하고 자영일 떼 놨어.
신희 : 지금 그런 얘기가 무슨 소용이야? 다 틀어져버렸는데!
승재 : 그래서, 나한테 한 약속도 부도처리 해버리겠다는 거야?
신희 : 그럼 내가 아무 것도 얻은거 없이 당신 요구만 들어줄거 같애?
승재 : (화난) 이신희, 너?...
신희 : 억울하면 당신이 수습해.
승재 : 뭐?
신희 : ...박승재, 당신은 자영이가 좋아서 나하구 타협한 거야. 자영일 절대로 정현우한테 뺏길수 없어서,
자영일 되찾고 싶어서 나하구 짠거라구요, 알아들어요?
승재 :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신희 똑바로 쳐다본다) !
신희 : 그러니까 자영일 다시 만나요. 다시 만나서 끝까지 자영이 포기 안한다고,
당신 겁나서라도 다시는 현우오빠 만날 생각도 못하게 하라구요.
승재 : (냉정한)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신희 : (약오르는) 뭐야, 그럼 이대로 포기하란 말야? 난 그렇게 못해!... 그리구, 내가 포기하면 당신두 끝이야.
건진거 하나 없이 도로 바닥이라구!
승재 : 너, 괜히 내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내가 필요하면 정중하게 부탁을 하던지... 솔직히 아쉬운 건 너 아냐?
니 말대로 난 원래대로 돌아가면 그뿐이야.
신희 : (의외의 승재 반응에 약간 당황하고) ...
승재 : (약간 비아냥대는) 기껏 약속 지켜줬더니 경비에 창고관리에... 그런 널 믿고 다시 덤빌만큼 내가 물렁해 보였니?
신희 : (승재 눈치 알아채는) ...박승재란 사람... 밑바닥에서 만족하고 살 사람은 아닌걸로 아는데, 뭘 더 원하는 거야?
승재 : 글세... 내가 뭘 더 원하는 거 같니?
신희 : 피곤하게 말꼬리 잡지마. 이번엔 확실하게 마케팅부서에 넣어달라, 그거 아냐? 아님, 그러겠다는 각서라도 써달라는 건가요?
승재 : (오기 서린) 마케팅부서라... 이번엔 그 정도로 안돼.
S#12. 거리 + 택시 승강장 (밤)
은실, 싫다는 자영을 억지로 택시에 태우고 있다.
은실 : 낼 아침에 일찍 간다며 고집피지 말구 편히 가. (만원짜리 기사에게 주며) 아저씨! 구기동이요!
자영 : (타면서) 야, 나두 돈 있어.
은실 : 가기 전날 찾아와 준 우정에 감동해서 주는 거야! 가서 잘이나 지내다 와! (택시 문 탁 닫아주고)
출발하는 택시. 은실, 뒷차창으로 돌아보는 자영에게 웃으며 손 흔들어주고.
S#13. 자영 거실 (밤)
자영모, 짜증 애써 누르며 전화 받고 있다.
영철, 목욕탕에서 나오다 다가오고.
자영모 : 정말 누군지 해도해도 너무하네. 아, 아직 안 들어왔다구요. 자영이 없어요... (전화 끊고 일어서며) 정말 어지간하네...
영철 : 누군데요?
자영모 : 자영이 쫓아다니는 앤가 본데 참 어지간하다, 얘두.
영철 : 자영이 창문 두드린 놈인가?... 아니 엄만 자영이 귀찮게 구는 녀석이면 혼찌검을 내줄 일이지
뭘 그렇게 상냥하게 전활 받아요!
자영모 : 얘두 지집에선 귀한 자식인데 막 대하면 되냐? 그리구 목소리만 들으면 척이야.
아주 예의바르고 공손한게 막 되먹은 애두 아닌거 같드라.
영철 : 아무리 그래두 그렇죠...
자영모 : 그리구 사내가 이정도 끈기는 있어야 뭘 해먹어도 해먹구 사는 법이예요.
영철 : (기막힌 듯 웃고)
S#14. 까페 (밤)
기운 없이 핸드폰 내려다보고 있던 현우.
정류장에 버스 한 대 오자 혹시나? 유심히 살핀다. 끝내 자영이 내리지 않자 실망하고.
S#15. 신희집 앞 (밤)
택시 와서 서고 자영 내린다.
S#16. 자영방 (밤)
자영, 들어와서 코트 벗는데 자영모 들어온다.
자영모 : 얘, 너 솔직히 좀 말해봐. 정현우가 누구니?
자영 : 왜?
자영모 : 오늘 하루종일 걔 전화받느라구 팔뚝에 알통이 다 솟았다.
자영 : ...전화... 왔었어요?
자영모 : 대체 누구야? 니 남자친구야?
자영 : 아니... (옷 벗고)
자영모 : 얘, 뭔일인진 모르지만 그 정성 봐서 전화 한번 해줘라...
자영 : ...엄마. 나 내일 고모네 가는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자영모 : 아니, 왜?
자영 : 그냥 혼자 푹 쉬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까 절대로 가르켜주지 마세요.
S#17. 버스 정류장 (밤)
까페에서 힘없이 나오는 현우. 현우가 나오자마자 까페 불 꺼진다.
현우, 손목시계 보면 12시. 어떻게 된 건가...
현우, 버스 한 대 오자 얼른 다가간다. 달랑 승객 한명만 남겨두고 떠나는 버스.
현우, 우두커니 서 있다.
S#18. 자영방 (밤)
자영, 짐싸고 있다. 가방에 옷가지와 책들 넣고.
현우가 사준 목도리와 장갑을 챙기다 멈칫, 가만히 바라본다.
자영, 목도리와 장갑 챙겨서 방 한구석에 밀어놓는다.
삐삐 들어 켠다. 계속 찍혀있는 현우의 핸드폰 번호, 음성 녹음 표시들...
자영, 마지막으로 현우를 보듯 삐삐 물끄러미 보다가 삐삐 다시 끄고 서랍에 넣는다.
S#19. 현우집 거실 (밤)
우울한 얼굴로 들어오는 현우.
현우모, 자다 나온 듯 잠옷 차림으로 나온다.
현우 : 안주무셨어요?
현우모 : (졸린) 얘, 너 여태 신희랑 있다 오는 거야?
현우 : ...주무세요. (2층으로 가고)
S#20. 신희 동네 전경 (새벽)
S#21. 자영집 거실 (아침)
외출복 차림의 영철, 자영부, 자영모, 아침 먹은 상 앞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영철 : 일단 아파트 단지에서 시식회를 할꺼구요. 주문, 배달한다는 전단두 돌리구...
아무튼 다른 반찬 가게하고 차별화 할 생각이예요.
자영모 : 얘, 옹알이 끝내고 지금까지 니가 한 말중에서 처음으로 쓸만한 소리를 다 들어본다.
영철 : 엄마두 참...
자영모 : 이번엔 뭐가 될거 같애. 어제, 막혔던 수도관이 펑 터지는 꿈을 꿨거든.
자영부 : 은실이라 그랬냐? 너 괜히 장사 배운다구 그 집 귀찮게 하는건 아니구?
영철 : 그래봤자 며칠인데요. 그리구요 은실이네서 반찬을 떼다 팔 거니까 저두 중요한 고객이라구요.
자영모 : 그러엄, 아주 큰 고객이지.
자영 : (가방 들고 방에서 나온다)
자영부 : 어, 자영이 지금 나가냐?
자영 : 네.
영철 : 아버진 안 나가세요?
자영부 : 어, 준비해야지. 의원님이 바빠지셔서 아버지도 요새 정신없다.
자영모 : 아유, 그럼 오늘은 자영이 없고, 당신하구 영철이 늦게 들어오니까 나두 안심하고 푹 놀고 와도 되겠네요.
자영부 : 어딜?
자영모 : 오늘 전에 살던 동네 친목곗날이잖아요.
S#22. 현우집 앞 (아침)
서둘러 뛰어나와서 차에 타는 현우.
S#23. 신희집 거실 (아침)
이의원, 준엽, 신희, 정희 앉아있다.
신희모, 꿀차 가져온다.
신희모 : 요새 하루종일 강행군인데 따끈하게 꿀차 좀 마시고들 나가세요.
준엽 : 예... 사모님도 체력관리 좀 해놓으셔야할 텐데요.
신희모 : 그렇잖아도 다이어트 포기하고 체력비축에 신경쓰고 있어요.
준엽 : 오늘 남대문 시장, 고아원 같이 가시는거 알고 계시죠?
신희모 : 알다마다요. 입고 갈 옷도 다 골라놨어요.
이의원 : 너무 요란하게 입지 마.
신희모 : 걱정마세요. 저두 때, 장소 가려서 입을 줄 알아요.
정희 : 저희는 뭐 도울꺼 없어요?
준엽 : 아직은 없지만 이제 차차 생길꺼야.
이의원 : 신희는 리포터 일 어떻게 잘하고 있냐?
신희 : (기운없는) 네...
이의원 : 믿어도 되는거야?
신희모 : 그럼요. 여기저기서 PD들한테 연락도 많이 오구 그래요.
이의원 : 그나마 다행이구만.
신희 : (서운함도 들고 오기도 솟는다) ...
S#24. 자영 거실 (아침)
자영모, 설거지하고 있는데 전화벨 울린다.
자영모 : (받는) 여보세요?... 에구, 또 이 총각이네? (미리) 자영이 없어요.
S#25. 도로 + 현우차 안 (아침)
운전하면서 전화하는 현우.
현우 : (안 믿기는) 죄송합니다만 그러지 마시고 자영이 있으면 좀 바꿔주십시오.
자영모(F) : 정말 없어요, 어디 지방에 내려갔어요.
현우 : (놀라는) 지방이라뇨? 언제요?
자영모(F) : 좀전에, 나간지 얼마 안 됐어요.
현우 : (긴장하는) 어디로, 뭐 타고 간다고 그랬나요?
S#26. 자영집 거실
자영모 : (무심코) 강릉이니까 버스 타고 가지... (하다가 아차!)
S#27. 거리
차 돌리는 현우.
S#28. 지하철 안
한강을 건너는 3호선 지하철.
지하철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자영. 강물이 보인다.
물끄러미 앉아서 흐르는 강물을 보는 자영.
S#29. 도로
심한 교통체증으로 차 밀린다.
차안의 현우, 교통방송으로 정체소식을 들으며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 앉아있다.
현우, 차를 한쪽으로 뺀다.
현우 : (전화에) 자영아. 나 지금 버스터미널로 가는 중이야. 꼭 좀 기다려 줘.
S#30. 지하철 역 입구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정도.
다급하게 지하철로 뛰어 들어가는 현우.
S#31. 터미널 대기실
아무 것도 모르고 들어오는 자영, 매표소로 간다.
S#32. 버스 터미널 지하철 역
땀 흘리며 뛰어 올라오는 현우. 터미널 쪽으로 달려간다.
S#33. 터미널 대기실
대기 의자에 앉아있던 자영, 일어나서 승차장으로 나간다.
뛰어들어오는 현우, 매표소 앞으로 가서 자영 찾는다.
자영이 안 보이자 대기실 한번 둘러보고 승차장으로 나가는 현우.
S#34. 승차장
강릉행 버스에 앉아있는 자영.
현우, 승차장으로 뛰어온다.
현우와 반대편 좌석에 앉아 창밖 내다보고 있는 자영. 버스 천천히 뒤로 후진한다.
차장 밖으로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는 현우의 모습.
자영, 현우를 보지 못한다. 현우, 두리번거리며 강릉행 버스를 찾아오는 사이 자영이 탄 버스는 움직여 나간다.
현우, 혹시나하고 버스를 보지만 반대편 창가에 앉은 자영을 보지 못한다.
버스, 출발하고 두 사람 서로 못본채 엇갈린다.
자영이 탄 버스, 현우를 남겨둔채 떠나고 나면 남겨진 현우, 낭패스럽게 서있다.
S#35. 고속도로 진입로
버스, 막 고속도로 쪽으로 들어선다.
달리는 버스 안. 자영, 창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달리는 창밖으로 풍경들이 스쳐가며 여러가지 추억과 상념들이 오버랩된다.
현우와의 키스, 현우 어머니와의 만남, 현우가 보는데서 승재를 껴안은 것...
자영, 다 잊고 싶다는듯 눈을 감는다.
버스, 달려간다...
S#36. 신희방
맥없이 누워있는 신희. 신희모, 들어온다.
신희모 : 오늘 방송있다며, 안나가?
신희 : (힘없이) 나갈거야...
신희모 : 근데 현우 걔, 생각할수록 정말 괘씸하다? 아니 우릴 무시하는 것두 아니구 어떻게 너한테 그림만 들려보내니?
우리가 지네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구조조정 피하게 해줘, 자금 돌려줘... 당장 갤러리에 전화 좀 해야겠다.
신희 : (얼른 일어나 앉는) 엄마, 그러지 마. 내가 현우오빠한테 잘못한게 좀있어서 그런거야...
신희모 : 니가? 아니 뭘 잘못했는데?
신희 : 몰라... (다시 눕고)
신희모 : (속상한) 그렇게 심란하면 리포터 관두고 쉬어. 니가 아쉬울게 뭐 있어?
신희 : (벌떡 일어난다) 엄마. 나, 리포터 절대 안 그만두니까 툭하면 관둬라 그런말 좀 하지 마.
신희모 : 아니, 난 니가 힘들어하니까...
신희 : 난 뭐 조금만 힘들면 아무 것도 못하는 등신이야?
S#37. 자영 거실
자영모, 콧노래 부르며 외출복 차림으로 안방에서 나온다. 6부에서 신희모에게서 받은 캐시미어 쉐타 입고 있다.
자영모, 만족한 듯 자기 옷 살펴보는데.
신희(E) : 자영아! (문 열고 들어온다)
자영모 : 신희 니가 웬일이니, 여길?
신희 : 자영이 좀 만나러 왔는데요.
자영모 : 자영이 없는데.
신희 : (덜컥하는) 벌써 나갔어요? 언제, 누구 만나러 갔어요?
자영모 : 시골 고모집에 갔어, 아까. 방학내 거기 가 있을 거야.
신희 : (안도하는) ...그래요?... (하다가) 고모집이 어디예요?
자영모 : 뭐가 그렇게 속틀리는 일이 있는지 아무한테도 지 있는데 말하지 말라고 당부, 당부하고 갔는데?
신희 : 그게 설마 저한테 말하지 말란 거겠어요? 친구들하고 여행갈 건데, 시간되면 어딘지 한번 들러볼려구요.
자영모 : (니가? 하는 눈으로 보고)
신희 : 어딘데요, 아줌마?
자영모 : 강릉 어디 어촌이라 친구들하고 갈데도 못돼. 볼게 없거든.
신희 : 강릉요? 강릉 어디요?
자영모 : (할수없이) 주소는 모르고 그냥 연곡마을 황선장댁이라구만 아는데...
신희 : 네... 그럼 저 가 볼께요. (나가고)
자영모 : 웬일이야? 쟤가 자영이 찾아 여길 다 오구...
E : (전화벨)
자영모 : (받는) 여보세요?...
S#38. 거리
차 세워놓고 전화하는 현우.
현우 : (간절하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서 그럽니다. 그럼 혹시 거기 전화번호라도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자영모(F) : 이 봐요, 우리 자영이가 절대 말하지 말라구 신신당부를 하고 갔다니까요, 근데 전화번홀 어떻게 가르켜줘요.
나 그만 나가야하니까 끊겠어요.
현우, 끊어진 핸드폰 힘없이 닫는다. 어떡하나...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뭔가 생각난 듯 서둘러 차에 타는 현우.
S#39. 은실네 반찬가게
은실과 영철, 반찬통들 앞에 나란히 앉아있다.
영철 : 느이 어머니가 안 계셔서 그런가, 오늘은 어째 손님이 없다...
은실 :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장사할려면 맘을 비워야돼, 오빠.
영철 : 어떻게 마음을 비우고 장살하냐?
은실 : (영철 살피다가) 오빠, 오빤 이쁜 여자가 좋아, 귀여운 여자가 좋아?
영철 : (무심히) 귀여운 여자가 낫지.
은실 : (다행이군... 미소 짓고) 그럼 키 큰 여자가 좋아, 키 작은 여자가 좋아?
영철 : 글세, 큰거 보단 작은게 낫드라. 여자 너무 크면 징그럽잖아.
은실 : (또 다행이다... 씩 웃고) 그럼, 키작고 귀엽고 맘 착한 여자가 좋아, 키 크고 성질 못된 여자가 좋아?
영철 : (듣다가 돌아보는) 너 지금 뭐하는 거니?
은실 : 응?... 아니 뭐, 오빠의 여성관에 대해서...
영철 : (눈치채고) 진작 그렇게 물어보지 그랬냐? 내 여성관은 딱 하나야.
은실 : 그게 뭔데?
영철 : 우리 자영이 같은 여자. 딱 자영이 같은 여자만 만나면 당장 장가가겠다.
은실 : (실망해서 입 삐죽이는데)
E : (전화벨)
S#40. 까페
은실, 현우에게 그간의 얘기를 들은 듯 놀라서 현우 보고 있다.
은실 : 또 그 기집애예요? 내가 그럴줄 알았어. 아니, 그 기집애는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지가 누구땜에 대학 들어갔는데,
아니 기껏 대학생 만들어 줬더니... (아차)
현우 : (놀란) 그게 무슨 말이예요?
은실 : (얼버무리는) 아니 그게요...
현우 : 대학생을 만들어 주다뇨?
은실 : (망설이다가) ...사실요, 자영이 재수한 거, 신희 때문이예요. 신희 대신 대리시험 봐 주느라구 대학 못 간거라구요.
현우 : (충격 받고) !
은실 : 처음엔 신희가 학교 성적 때문에 걔네 아버지한테 야단 맞는게 겁나서 모의고사 때 답안질 보여달라고 그랬나봐요.
근데 학교 성적만 오르면 뭐해요? 수능 보면 지 실력 도로 나오는데.
현우 : 그럼 신희네서 대리시험을 봐달라고 그랬던 거예요?
은실 : 그랬나봐요... 그때 자영이네 사정이 좀 안 좋았거든요. 할수없이 자영이가 희생한 거죠, 뭐.
현우 : (기막히고)
은실 : 자영이두 후회 많이 했어요. 처음에 답안지 보여달랄 때 안된다고 잘랐으면 대리시험 얘기까진 안 나왔을 텐데,
자기도 잘못했다 그러더라구요.
현우 : ...어쩐지 신희하구 자영이 사이가 좀 이상해 보였어요.
은실 : 그런 일이 있었는데 둘이 사이가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거기다 현우씨까지 얽혔으니...
현우 : (그랬구나) ...
은실 : (갑자기 흥분하는) 신희 그 기집애 농간인지두 모르고... 자영이 얼마나 힘들게 현우씨 보냈는지 알아요?
현우씨한테 자기가 도움도 안되고 피해만 준다고, 현우씨 잘되는거 빌면서 떠난 애예요, 걔가. (글썽하는)
현우씨는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지, 옆에 있을수는 없지...
현우 : (마음이 미어지고)
은실 : 그래놓구두 얼마나 힘들었으면 도망치듯 서울 떠난 앤데...
현우 : (다급해지는) 그러니까 은실씨, 자영이 주소 좀 꼭 알아다 줘요. 하루라도 빨리 자영이한테 얘기해 줘야죠.
은실 : 정말 자영이하구 다시는 안 헤어질 거예요? 괜히 자영이 또 맘 아프게 할거면, 아예 놔두구요.
현우 : 아니예요. 나, 다시는 자영이 안 놔요. 이젠 절대로 그런 실수 안해요.
S#41. 다른 까페
승재와 마주앉아 있는 신희.
승재 : (쪽지 들여다보며) 강릉, 연곡마을?
신희 : 강릉 어디 어촌이래니까 다 뒤져서라두 자영이 찾으라구요.
승재 : (기막힌 듯) 마을 이름 하나 갖고 자영일 찾으란 말야?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네...
신희 : 며칠이면 될거 아녜요!
승재 : 그래, 며칠 걸려 자영이 찾으면?
신희 : 자영이 지금 한참 힘들고 외로울 때니까 그쪽에서 잘만 얘기하면 맘이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렇게 안된다 하더라도
일단 가서 애절하게 사랑을 호소해야 될거 아냐! 어쨌든 이 모든 일이 자영이 너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거다!
그걸 자영이한테 확실하게 말하라구요.
승재 : 좋아. 설득을 하던 협박을 하던, 어떻게든지 자영이가 그 친구하고 다시만날 생각을 못하도록 하고 오지. 근데 거기까지야.
신희 : ?
승재 : 내 역할은 거기까지라구. 그 다음에 니가 정현우하고 어떻게 되던간에 넌 약속을 지켜야 돼.
신희 : ...알았어요.
승재 : 마케팅부 팀장이야, 잊지 마. 이번에도 또 나 물 먹이면 시장 출마한 니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는 기사가 삼류 주간지마다
대문짝만하게 실린다는거 명심해.
신희 : (짜증난)
승재 : 서울시장 후보 이택중 의원 딸의 사주로 재성그룹 외아들 폭행 고소! 그외 기타 등등...
신희 : 알았다구요! (돈봉투 탁 내놓으며) 알았으니까, 현우오빠가 자영이 있는데 알아내기 전에 빨리 출발하라구요!
승재 : ...좋아! (돈봉투 집어들고)
S#42. 은실네 반찬 가게
영철, 반찬통 뚜껑 행주로 닦고 있는데 은실, 들어온다.
영철 : 야, 넌 장사 안하고 어딜 그렇게 나갔다 오냐?
은실 : 오빠 나 보고 싶었구나?
영철 : (못들은척) 너 없는 동안 벌써 삼만원 어치나 팔았다. 나 장사 잘하지.
은실 : 오빠, 자영이 가 있는 고모집, 거기 주소 좀 알수 있어?
영철 : 강릉 어딘데 나두 엄마 아버지 따라만 다녀서 주손 몰라.
은실 : 그럼 오빠네 집에 전화 한번 해주라, 어머닌 아실거 아냐.
영철 : 엄마 지금 안 계실걸? 어디 나가신댔어.
은실 : (낭패스런) 그래...
영철 : 자영이 주손 왜?
은실 : 그럼 오빠, 이따 오빠 집에 갈 때 나두 같이 가자.
영철 : 자영이 주소 때문에 그러면 내가 내일 알아다 줄게.
은실 : 오늘 알아야 될 일이... (하다가) 아니 어머니한테 인사도 드릴겸.
S#43. 어촌 마을
가방 든 자영,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걷고 있다.
S#44. 고모집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당이 있는 집.
자영, 들어서자 고모(50대 초반) 달려나온다.
고모 : 아이구, 자영아... (자영을 껴안는)
자영 : 고모, 잘 지내셨어요.
고모 : 그래, 오느라고 고생했지? (자영 얼굴 보며) 얼굴이 왜 이래... 왜 이렇게 마르고 꺼칠해졌어?
자영 : 늙어서 그렇지 뭐.
고모 : (엉덩이 때리며) 그래 퍽두 늙었다 이놈아. 퍽두 늙었어.
자영 : (웃고) 고모부랑 희동이는?
고모 : 고모분 배 타러 갔구. 희동인 봄에 군대 갔잖냐.
자영 : 아참, 그렇지... 잘 있대요?
고모 : 아이구 우선 너 밥이나 먹으면서 얘기하자, 배고프지? (자영 손잡아 끌고)
자영 : (따라 들어가는)
S#45. 바닷가
줄에 쭉 걸린 오징어들, 바닷바람에 말리고 있다.
자영,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차 오른다.
자영, 눈물 삼키는데 고모, 달려온다.
고모 : 얘가 온 첫날부터 웬 청승이야? 누가 너더러 일 하랬어?
자영 : 재밌어서 그래, 고모.
고모 : 재밌긴, 너같은 앤 겨울 바람에 단번에 감기 들어. 어여 들어가.
자영 : 내 걱정 마세요. 나 여기서 일하는게 좋아서 그래.
고모 : 너 서울서 뭔 안좋은 일 있었냐?
자영 : 아니... 왜요?
고모 : (걱정스런) 오자마자 동네 애들 과외자릴 알아보질 않나, 일 못해 죽은 귀신 붙은 것처럼 이러구 있질 않나...
자영 :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거라면서요...
자영, 마음의 잡념을 잊으려는 듯 다시 일에 몰두하고 고모, 걱정스럽게 본다.
S#46. 화훼단지
새빨간 장미와 백합... 만발한 꽃들
사이에서 활짝 웃으며 리포트하고 있는 신희.
신희 : 장미, 다알리아, 백합, 히야신스... 향과 아름다움에 있어 우열의 가리기 힘든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겨울의 찬바람속에서도 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시중가보다 30%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꽃을 살 수 있는데요.
수도권지역이면 어디나 배달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늘 이 장미 한송이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보세요.
지금까지 봄의 나라에서 이신희였습니다.
PD, 오케이 사인 보내면 신희, 단번에 웃음기 가시면서 힘없이 나온다.
기다리던 미자, 달려온다.
두사람 뒤로 전화 받고 있는 PD 보인다.
미자 : 야, 너 정말 프로 다 됐다. 지금 이 비상상황에 어째 그런 웃음이 나오냐?
신희 : ...
미자 : 기운 내. 장기전 초반에 이러면 끝까지 못간다, 너?
PD : 이신희, 나 좀 볼까?
신희 : (다가가는)
PD : 신희씨 아침에 하는 '생방송 굿모닝'이란 프로 본적있지?
신희 : 네.
PD : 그 프로를 맡고 있는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그 프로에서 날씨 소식 전해줄 사람이 새로 하나 필요하다구
신희씨한테 연락 좀 해달라는데.
신희 : (뜻밖이고)
미자 : (옆쪽에서 듣다가 자기가 좋아서 팔짝 뛴다)
S#47. 고아원
이의원과 신희 모, 아이들과 사진찍고 안고 놀아주는 모습들.
방송기자, 이의원의 모습을 백으로 걸고 카메라 앞에 서서 리포트한다.
기자 : 여당의 이택중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발빠른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남대문 시장과 서울 시내의
고아원을 찾은 이택중후보는 이웃집 아저씨같은 시장으로 다가서겠다며 민심 껴안기를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의식해 더 친절하게 아이들을 안고 입맞추는 이의원과 신희 모.
S#48. 고아원 일각
준엽, 담배 피우고 있는데 양기자 다가온다.
준엽 : 양기자님. 수고 하셨습니다.
양 : (웃는) 자식... 보좌관 하더니 너두 정치적 발언하냐? 기자님은 무슨.
준엽 : (웃으며) 앞으로 많이 좀 도와주라.
양 : 도와주기는... 지난주에 동창회 왜 안왔냐?
준엽 : 아차!... 정신이 없다, 요새.
양 : 박교수님이 니 안부 물으시더라. 빨리 유학가서 공부나하지 쓸데없는 짓하고 있다고 화내시던데.
너 만나면 빨리 쫓아보내라고 하시더라.
준엽 : (웃고) 그러게 말이다.
양 : 이의원 오늘 일정 다 끝났지? 어때, 저녁이나 같이 할래?
준엽 : 오늘은 안되겠다. 의원님 심부름이 하나 남았어.
S#49. 호텔방
007 가방을 내주는 중년신사.
뭔가 이상한 표정으로 받아드는 준엽.
준엽 : 이렇게만 전해드리면 됩니까?
신사 : (고개를 끄덕인다)
준엽 : (가방을 내려다본다. 뭔가 이상하고)
S#50. 호텔 엘리베이터 안
가방을 들고 서 있는 준엽.
무심코 위쪽 올려다본다. CC- TV카메라가 내려다보고 있다. 왠지 기분 찜찜하고.
S#S#51. 어촌 읍내 정도. (밤)
허름한 여관 앞에 멈춰서는 승재의 차.
승재, 차에서 내려 여관으로 들어간다.
S#52. 현우집 외경 (밤)
S#53. 현우집 거실 (밤)
현우, 현우모 앞에 앉아있다.
현우부모, 놀란 얼굴로 현우 보고 있고.
현우모 : 약혼을 안 하겠다니,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자영인가 하는 아이랑도 끝났다며 왜 신희하구 약혼을 안한다구 그래?
현우 : 자영이랑 끝나지 않았어요. 오해가 있어서 헤어졌지만 다시 만날 겁니다.
현우모 : 너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나! 너, 걔 때문에 겪은 험한 꼴 벌써 잊었니?
현우 : 어머니, 그거 다 오해세요. (망설이다가) ...신희 때문에 생긴 오해예요.
현우모 : (안 믿는) 그 아이가 그러디?
현우 : 자영이가 그런게 아니예요. 박승재란 사람, 신희 부탁으로 그런거예요.
현우부 : 그건 또 무슨 말이냐?
현우모 : (믿지 않는) 걔 정말 형편없는 애구나! 어디 그걸 신희한테 덮어씌워!
현우 : 저 고소 당한거, 자영이가 박승재 만나는거 어머니가 보시게 된거, 그거다 신희가 꾸민 일이라구요! 왜 제말을 안 믿으세요?
현우모 : 말이 되는 소릴해야 믿지.
현우부 : 넌 그걸 어떻게 알았냐?
현우 : 신희가 그 사람하고 얘기하는걸 들었어요. 그러니까 저하구 신희 약혼 얘긴 없던 걸로 해 주세요.
현우모 : (무시하고) 며칠 내로 신희 어머니 만나서 약혼 날짜 잡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거라.
현우 : (화난) 왜 제 뜻을 무시하세요? 어머닌 제 인생보다 사업이 중요하세요?
현우모 : (격노하는) 너,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너 엄마가 평범한 공무원 딸이라고 결혼해서도 얼마나
맘 고생했는지 몰라? 아직도 집안 식구 다 모이면 날 한수 아래로 보는데
너까지 이래봐라, 에미 닮아 그렇다고들 할게 뻔한데 너 꼭 그렇게 고집을 피워야겠어!
현우 : 어머닌 그럼 어머니 입장 때문에 절 신희하고 결혼시키고 싶으신 거예요?
현우모 : (현우부에게) 얘 말하는 거 좀 보세요. 그게 왜 날 위해서야?
현우 : 그런게 아니라면 이러지 마세요. 어머니 자꾸 이러시는거, 저 이제 못 받아들여요. (일어서고)
현우부 : (나무라는) 현우야!
현우모 : (따라 일어서는) 감히 너?... 못 받아들인다면 어쩌겠다는 거니? 부모 몰래 걔하구 결혼이래두 하겠다는 거야?
현우 : 정 저희를 인정 안 하시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현우모 : 뭐? (현우 따귀 맵게 올려붙이고) 그래, 엉뚱한 애한테 정신팔려서 이러는 아들이라면 나두 필요없다!
현우 : ...그렇담 할수 없군요. (코트 집어들고 휙 나가고)
현우부 : (놀라 일어서는) 현우야!
현우모 : (정말 나가다니... 놀라서 털썩 주저앉는)
S#54. 자영네 거실 (밤)
거실에 앉아있는 은실, 영철, 자영모.
자영모 : 세상에, 정말 오랜만이다. 은실이 넌 하나두 안 변했니, 어쩜?
은실 : 어머니는 나일 거꾸로 드시나봐요. 더 젊어지셨어요.
자영모 : 그래? (좋아서 호호 웃고)
영철 : 여자들은 그저 서로...
자영모 : 근데, 자영이두 없는데 이 시간에 웬일이야?
은실 : 죄송해요, 가게 문닫고 오느라구요. 저 자영이 주소 좀 알려구 왔어요.
자영모 : 자영이 주소?
은실 : 저 어쩌면 지방 병원으로라도 갈지 모르거든요. 그러면 자영이 당분간 못볼거 같아서 편지라두 할려구요.
자영모 : 그래? 오늘 왜 이렇게 자영이 주솔 묻는 사람이 많냐?
은실 : 저 말구 또 누가 있는데요?
자영모 : 어떤 목소리 참한 머슴아가 어제부터 목을 매더니, 오늘은 신희까지 와서 묻더라...
은실 : (신희라는 소리에 은근히 놀라고)
자영모 : 어디 한번 찾아보자. 어디 적어논데가 있었는데... (방으로 가고)
S#55. 신희집 앞 (밤)
얘기하면서 나오는 은실과 영철.
은실 : 오빠두 매너 좋다, 여자 배웅할 줄도 알구.
영철 : 야, 너두 여자라구 엄마가 밤길 위험하대잖냐.
신희, 막 차에서 내리다가 두사람 보고 멈칫 선다.
은실, 미간 좁히며 신희 쏘아보고
신희, 고개 홱 돌려 외면하고 대문으로 간다.
은실, 영철 따라 몇걸음 가다가 대문 앞에 서있는 신희에게 간다.
신희 : 뭐야, 너?
은실 : (영철 안 들리게 작게) 너, 계속 자영이 못살게 굴면 이번엔 니 머리칼 하나두 안 남겨둘줄 알어.
신희 : 뭐? (황당해서 쳐다보면)
은실 : 니 아부지 믿고 너무 까불지 말란 말야. (가고)
신희 : (열받은 얼굴로 돌아본다)
S#56. 고모집 마루 (밤)
TV가 켜있는 마루. 오징어를 비닐에 10마리씩 담고 있는 자영.
TV에서 신희가 보인다. 화훼단지에서 찍은 모습.
자영, 채널을 돌린다. 이의원과 신희모, 남대문 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웃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자영, TV를 끈다.
S#57. 오피스텔 (밤)
비어있었던 듯 간단한 가구들만 놓여있는 원룸 오피스텔.
현우, 전화 받고 있다.
현우 : 괜찮아, 있을건 다 있네... 갑자기 신세지게 돼서 내가 미안하다... 그래, 잘 쓸게, 고맙다. (끊고)
E : (다시 핸드폰 울린다)
현우 : (받는) 여보세요?
S#58. 공중전화 부스 (밤)
은실, 전화하고 있다.
은실 : 잘 받아적었어요?... 나두 큰맘 먹구 알아다 준거니까 가서 자영이 꼭데려와야 돼요... 지금요? 지금 시간이 몇신데!
괜히 급하게 밤길 운전하는거 위험하니까 내일 가요... 참! 그리구요 갈 때 전화는 하지 말구 가요.
자영이 딴데로 피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알았죠?
S#59. 고모집 자영방 (밤)
파도소리 들리는 밤.
자영, 창문 열고 밖 내다보고 있다.
S#60. 여관방 (밤)
허름한 여관방에 앉아서 지도 보고 있는 승재.
강릉 일대 어촌을 빨간색 프러스펜으로 구역을 나누어 동그라미 치고 있다.
승재, 문득 그러고 있는 자기 꼴이 비참한 듯 펜 탁 내던진다.
그러다 오기 서린 눈으로 다시 펜 집어드는 승재.
S#61. 고속도로 (아침)
달리는 현우차.
S#62. 기상청 (아침)
카메라와 조명 세팅돼 있고 스탭들 분주히 움직인다.
한쪽에서 메이컵 담당자, 신희의 얼굴을 만져준다.
신희, 긴장되면서도 잘하고 싶은 오기로 마음 다진다.
PD의 큐 사인. 풍향계 도는 앞에서 기상예보를 하는 신희, 애써 밝은 표정 짓고.
신희 : 자, 다들 잠에서 깨셨습니까? 창문을 열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여시기 바랍니다. 밤새기온이 뚝 떨어져서 바람이 차갑습니다.
오늘 아침엔 두툼한 코트를 입고 출근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S#63. 바닷가 (아침)
바닷가에 앉아 있는 자영. 수성펜으로 작은 노트에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다.
자영(E) : 내가 현우씨하고 같이하고 싶었던 일중에 하나가 겨울바다를 보러 가는거였어. 이젠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됐지만...
여기까지 떠나왔는데 왜 어디서나 현우씨가 보이지?
아침 햇살 환하게 비추는 바다를 바라보는 자영.
자영(E) : 사랑해... 이제 다시는 할 수 없는 말인걸 알아.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하고 싶어... 참 많이 사랑했었어...
자영,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노트를 찢어 바닷물에 띄운다.
종이 위에 쓰여진 글씨, 바닷물에 확 번지며 쓸려 내려간다. 떠가는 종이 보면서 눈물이 흘리는 자영.
S#64. 어촌 마을 + 식당 앞
식당 앞에 세워진 승재의 렌트카.
승재(E) : 혹시 이 근처에 연곡마을이라는 데가 있습니까?
남1(E) : 연곡마을?... 모르겠는데요.
짜증스런 표정으로 나오는 승재, 지도 펼치고 한 동그라미 위에다 ×표 긋는다.
S#65. 다른 어촌 마을
행인에게 주소 적은 쪽지 보여주며 길 묻는 현우. 행인, 어느 쪽을 가리키고.
S#66. 고모네 마당
마당에서 빨래를 걷고 있는 고모. 현우, 들어선다.
고모 : 누구세요?
현우 : ...여기가 자영이 고모님댁 맞습니까?
고모 : 그런데요... 누구세요?
현우 : (찾았구나! 기쁘고 안도하는) 자영이 학교선배 정현우라고 합니다. 자영이 좀 만나러 왔는데요.
고모 : 지금 여기 없는데...
현우 : (덜컥) 네?
고모 : 바람 쐬러 나갔어요.
S#67. 포구
자영을 찾아 헤매는 현우. 추운 바닷바람에 지치지도 않고 희망에 찬 얼굴이다.
S#68. 방파제 (오후)
방파제를 걸어오는 현우. 저 멀리 방파제 끝에 혼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는 자영의 모습이 들어온다.
처연히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자영.
현우, 다가간다.
현우(E) : 자영아!
자영, 바람소리에 섞인 현우 목소리 듣는다. 환청까지 듣는구나... 쓸쓸히 웃는데.
현우(E) : 자영아!
자영, 잘못 들었겠지... 느리게 돌아본다. 자기를 바라보며 서있는 현우.
자영, 놀라서 천천히 일어선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두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