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행사 때문에 그 산(강진 만덕山)을 가지 못했다.
아침부터 바빴다.
여행용 가방은 벌써 챙겨났지만 아내가 어께통증을 치료받기위해 전대병원
통증클리닉센터를 다녀오는 바람에 오전 11시 반이 훨씬 넘어버렸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고속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12시가 조금 못 되었다.
12시 20분발, 광주-서울행 우등고속버스승차권 2매를 52,200원에 구입했다.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터미널 승객대기실에 있는 바게트에 들려 빵과
커피를 주문해서 먹었다.
참으로 몇 년 만에 가보는 설레는 서울 나들이였다.
오늘은 절기상 경칩(驚蟄)으로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데,
동면(冬眠)하던 동물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뜻으로 날씨가 따뜻해서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는 절기다.
날씨는 해맑고, 바람은 불지 않았어도 아직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를 “꽃샘추위”가 몇 번은 더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보리 싹의 성장상태를 보고 1년의 풍흉(豊凶)을 점치기도 하였으며,
이 무렵 대륙에서 남하하는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흔히 천둥이 울리기 때문에
땅속에 있던 개구리, 뱀 등이 놀라서 튀어나온다는 말도 있다.
삼월 첫 산행일이 공교롭게 세 번째 절기인 경칩과 겹쳐있다.
오늘은 강진 만덕山 산행을 해야 하는데,
나는 거절할 수 없는 가족행사로 2박 3일 일정으로 아내와 함께 서울을 가고 있다.
그 이유인즉,
어린 나를 키워주시고,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결혼을 시켜준 어머니 같은 사랑을
베풀어주신 내 셋째 누이의 행사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보고 싶다고, 서울 한 번 올라오라” 하시던 누이의 말이 생각났다.
“하늘엔 빛나는 태양이 있고 / 땅 위에는 뭇 생명들 /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
머리 위엔 절대의 神이 있고 / 가슴 속에는 어머니 같은 / 당신이 있습니다. /
(중략) 내가, 머리 숙여 기도하는 것은 / 내 영혼의 안식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
이 세상 모든 빛이 꺼져버린 날 / 말없이 촛불 하나 켜 줄 /
하나뿐인 당신,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 (팡팡: 자작 詩 “당신”에서)
“민들레”총무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도 39명의 회원이 참여했다는 말과 잘 다녀오라는 인사였다.
나는 산행지가 광주에서 가까운 강진군이라 참여회원이 적을 것으로 생각
했는데 의외(意外)로 많았다.
항상 좋은 산행地를 선정하느라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산행이사님,
회원관리에 여념이 없는 총무님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서울여행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강진 만덕山(萬德)은,
전남 강진군 강진읍과 도암면(道岩面) 경계에 있는 높이 408m의 산으로 강진만을
굽어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상록활엽수림(常綠闊葉樹林)이 무성하며,
남쪽 도암면에 속하는 산허리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 백련사(白蓮寺)
일명 만덕寺가 있는 곳이다.
남쪽 기슭에는 사적(史蹟)으로 지정된 다산초당(茶山草堂) 등 유적(遺蹟)이 있으며
절 주변 약 1정보의 땅에 펼쳐진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다산유적은 강진에 유배되었던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약 10년간 귀양살이 하면서
많은 저서를 집필했던 곳으로,
당시의 초당(草堂)이 와당(瓦堂)으로 복원되고, 그 유지(遺址)가 정화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고속버스 문 입구에 설치된 기기에 탑승권을 대면 운전석 위 TV화면에 좌석별
탑승표시가 되며 운전기사는 앉아서 탑승객파악을 하고 있다.
세상은 모두가 컴퓨터化 되어 편리한 세상이다.
우리버스는 만석으로 12시 20분 정시에 서울로 출발했다.
고속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우리에 산하(山河)는 밝은 봄 햇살을 흠뻑 받으며
완연한 봄이 오는 꿈을 꾸고 있다.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도시화가 되어가면서 아파트단지와 공장들이 보인다.
서울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 고층빌딩과 차량들이 갑자기 불어나기 시작한다.
고속버스는 강남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우리를 내려주었다.
나는 갑자기 미아(迷兒)가 된 기분이었다.
갑자기 불어나는 수많은 인파, 사방팔방으로 뚫린 지하통로,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
이리가야 할까, 저리가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나에 유일한 길잡이는 아내 뿐, 나는 갑자기 심 봉사가 되어버렸다.
안내표지판은 잘 만들어져 있다 해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지하철 7호선, 청담방향, 그리고 뚝섬유원지에서 하차.”
두어 번 실수하고, 두어 번 사람들에게 물어서, 광진구 자양동 現代 “홈 타운”을
찾아갔다.
누나가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는데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詩人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토요일 오후 1시 결혼식이 끝나고 이벤트행사까지 참여하고 예식장을 나왔다.
“스타시티 아트홀” 예식장은 지하철 건대역과 어린이대공원역 사이에 있었다.
나는 길을 걷는 수많은 인파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신호등 사거리 길에서 한 번 건너가는데 몰리는 인파가 100여명이 넘는다.
그것도 한 번 뿐이 아니라 매번 건널 때마다 그 모양이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삼춘! 이 일대가 서울에서 다섯 번 재로 복잡한 곳이에요”라고 하면서
조카가 나를 이끈다.
고개를 끝없이 올려봐야 지붕이 보이는 고층건물, 화려한 인테리어로 꾸민 상가,
꾸역꾸역 몰려있는 고급스런 아파트단지,
쉼 없이 몰려가고 몰려오는 사람들의 행렬.
“아! 역시 서울은 서울이구나.”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2015년 3월 6일)
첫댓글 경칩이 지난 서울거리는 사람꽃이 활짝 피었다.
겨울옷을 벗어버린 여인들이 밝고 화려한 복장으로 거리를 거니는 모습이 어느 부자집 정원을 보는 것 같다.
강진 만덕산에도 금광의 꽃이 울긋불긋 만발해 있더군요.
그 멋진 풍광을 사진으로 남겨주신 무하, 강산, 무등산, 가자가자, 민들레님 수고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금광은 행복하고 영원할 겁니다.
"가슴 속에는 어머니 같은 / 당신이 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