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자라 27년간 복지부에 근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별로 아파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혈압 정상(110/90)에 간(肝)도 좋고 당뇨도 없다.
직원들은 "국장님은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건강체질"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 따르면,
이 국장이 태어난 1954년생 남성의 기대여명(餘命)은 25.1년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평균 25.1년을 더 살고 80.1세에 숨을 거둔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평균보다 오래 사는 사람도, 일찍 가는 사람도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은 83~84세쯤 살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국장의 예상을 앞질러 갈 가능성이 크다.
의학 발달에 가속도가 붙어 한국인의 수명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큼성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 전문가인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팀이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통계청의 출생자·사망자·사망원인 통계(1997년 1월~2007년 12월)를 토대로,
의학발달을 감안한 새로운 기대수명을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 한국인의 수명이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빨리, 더 길게 연장돼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에 근접하는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으로 나타났다.
1954년생 이 국장의 경우, 통계청은 80.1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 교수팀은 39.6%의 확률로 98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했다.
즉 박 교수팀의 새 기대수명 예측에 따르면,
현재 살아있는 1954년생 남성의 79%(1000명 중 792명)가
20년 뒤인 2030년까지 무사히 살아남고, 이들 79% 중 절반은
그때부터 다시 22.6년 더 살게 된다.
요컨대 현재 살아있는 10명 중 4명(39.6%)이
98세 생일상을 받게 되는 셈이다.
동갑내기 여성은 더 높은 비율(46.2%)로 98세까지 살게 된다.
이 같은 차이는 박 교수팀 예측이 '예상보다 빠른 의학 발달'이라는
변수를 추가해 기대수명을 계산한 데서 비롯된다.
통계청은 출생신고·사망신고 등을 바탕으로 '현재 시점'에서 기대수명을 예측하지만,
박 교수팀은 의학 발달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사망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미래 시점'에서 기대수명이 어떻게 될지 동태적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통계청 예측을 뛰어넘어 장수하는 경향이 모든 세대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올해 만 40세가 된 1971년생 남성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 절반(47.3%)이 94세 생일상을 받고,
같은 해 태어난 여성은 더 높은 비율(48.9%)로 96세 생일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만 30세가 된 1981년생은 현재 살아있는 남성 절반(48.6%)과
여성 절반(49.3%)이 각각 92세, 95세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윗세대는 어떨까?
해방둥이 1945년생은 현재 살아있는 남성 5명 중 1명(23.4%)과
여성 3명 중 1명(32.3%)이 101세 생일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살아있는 50대 이하 한국인은 세대를 막론하고
절반 가까이가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생존하고,
그보다 윗세대 역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율로
100세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동안에도 기대수명은 통계청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장돼왔다.
지난 2000년 통계청은 "기대수명이 '2010년 78.8세→2020년 80.7세
→2030년 81.5세'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5년 뒤인 2005년엔 '2010년 79.6세→2020년 81.5세→2030년 83.1세'로 수정했다.
2020년에야 돌파한다던 '80세의 벽'을 이미 2008년에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제도·시스템과 국민 인식은 여전히 '80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연금·복지·보건·국가재정은 물론, 교육·취업·정년제도, 개인의 재테크와 인생플랜이
모두 '60세에 은퇴해서 80세까지 사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즉 '20대까지 배운 지식으로 50대까지 일하고 60대 이후엔 할 일이 막막해지는' 체제다.
이것을 '평생 동안 끊임없이 배우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건강하게 일하는' 체제로 바꿔야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100세 쇼크'는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長壽 리스크 시작됐다
부실한 노후 준비…
한국인 은퇴 후 생활기간 예상보다 배 가까이 늘어 절반이 노후 재테크 안 해
일 찾는 은퇴자들…
대기업 간부 출신도 택배기사·경비직 도전
2001년 5월 문을 연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노블카운티'. 20층짜리 2개 동 건물 내부엔
200m 달리기 트랙에다 9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 등 각종 스포츠·레저 시설들이 구비돼 있다.
입주 보증금만 3억~9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급 양로·요양시설이다.
9년 전 부인과 함께 입주한 김광태(88·가명)씨는 시중 은행 전무 출신으로,
41년간의 은행 생활을 접은 뒤 중소업체 회장으로 8년을 더 일해
누구나 부러워할 화려한 현역 생활을 누렸다.
입주 당시 김씨 부부는 보증금 6억원에, 월 생활비 300만원 안팎을 내기로 했다.
저축해놓은 돈이 있어 월 300만원 충당은 문제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2005년부터 보증금을 까먹기 시작했다.
보증금 일부를 생활비로 돌려 쓰는 '역모기지(보증금 일부 전환)' 제도를 선택한 것이다.
월 생활비 300만원에다 잔병치레가 늘어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 잔고가 서서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도 생각보다 오래 살고 있는데,
점점 의술(醫術)이 발전하니 100세까지도 살 것 같다"면서
"노후가 예상보다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블카운티에서는 현재 500여명 입주자 중 20여명이
보증금을 까먹는 역모기지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노블카운티의 한 관계자는 "보증금은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遺産)이라고 여기던 입주민 중에는
예상보다 늘어난 노후 비용 때문에 (보증금을 깎아 먹는) 역모기지를 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연금생활자가 최고
'100세 인생'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면서 '80세 인생'의 시간표에 맞춰
노후를 준비해온 사람들은 비상(非常)이다.
은퇴 후 삶의 기간이 훨씬 길어지자 준비했던 노후 자금마저 바닥을 드러내는
'장수(長壽)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의 장수리스크 지수는 0.87로,
미국(0.37)·일본(0.35)·영국(0.33)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장수리스크 지수란 예상치 못한 은퇴 후 기간을 예상한 은퇴기간으로 나눈 값으로,
0.87은 예상보다 87% 더 긴 은퇴 기간을 산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후 준비는 여전히 부실하다.
본지가 갤럽에 의뢰해 전국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노후 준비를 위해 국민연금이 아닌 별도의 재테크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44.1%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장수 리스크가 커지면서 노블카운티에는 '주류(主流) 교체'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아내와 사별한 뒤 2005년 입주한 최웅기(67)씨는 전직 중학교 교장이다.
보증금 4억원은 아파트를 전세 준 돈으로,
월 160만원의 생활비는 교원연금(약 200여만원)으로 충당한다.
최씨는 "연금이 없었으면 나는 여기 못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처럼, 요즘 노블카운티의 주류는 전직 교사·군인·공무원 등 '연금생활자'들이다.
이들의 비중은 개원 초기 10%도 안 됐지만 지금은 30%를 넘겼다.
원래 이곳의 주류는 강남과 분당 출신에, 직업별로는 전문 경영인이나
변호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출신이었다.
하지만 노후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달 안정적인 연금이 나오는
직업군에 전문직이 밀리는 것이다.
◆준비 안 된 사람들
더 절박한 것은 경제력이 없는 서민층 고령자들이다.
지난해 12월 8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주공아파트 7단지 관리사무소 뒤편.
회색 컨테이너 건물 옆에 천막이 쳐져 있고,
대기업 택배 회사들의 트럭이 오가며 소란스러운 하차 작업이 한창이었다.
'까치 택배'라는 간판이 붙은 이곳은 60대 이상 은퇴자 20여명이 만든 택배 회사다.
여느 택배 회사와 다른 점은 직접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오는 대형 택배 회사들이 단지 내에 물품을 내려놓으면
건당 800원씩 받고 집집마다 배달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 택배원들은 저마다 잘나가던 현역 시절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건당 800원을 벌려 아파트 단지를 누비는 사연은 이랬다.
대기업 정년퇴직 후 아픈 아내에게 매달 들어가는 수십만원의 약값 때문에 일 나온 이모씨,
공무원 출신으로 아내 병구완을 하다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류모씨,
외국계 회사에서 총무과장까지 지냈지만 조기퇴직 후 돈벌이 나온 정모씨….
예상보다 빨리 닥치는 '100세 쇼크'는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준비 안 된 사람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쉰에 첫 아이 낳았어요" 올드 맘(old mom) 시대
만혼→노산→저출산 경향 2030년 34세 가장 많이 출산 늦게 낳고 적게 낳는 시대로
일찍 결혼·일찍 출산하게 저출산 정책 방향 바꿔야
경기도일산에 사는 김정복(50)씨는 지난해 12월 10일
2.65㎏의 건강한 아들을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다.
서른아홉 살에 결혼해서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 온 집안이 축제 분위기다.
쏟아지는 축하 전화로 남편(51·사업) 휴대전화는 불이 났다.
김씨는 스스로를 '인간 승리'라고 했다.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저는 칠순 잔치를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남들보다 늦은 만큼 아이 교육자금도 알뜰히 준비해 놨고,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어요.
우리 둘 중 하나는 최소한 80세 이상 살 테니 부모 노릇도 톡톡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 가까이 살게 되는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출산 연령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이젠 40대 출산도 드물지 않다. '올드 맘(old mom)'이 대세(大勢)가 된 것이다.
신(新)기대수명을 산출한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이
통계청의 출생통계 11년치(1997~2007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 여성의 '출산 피크 연령'(그해 가장 많이 출산한 여성 연령)이
'1981년 26세→2010년 30세'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기준으로 바꿔 말하면 1981년에 태어난 아기는
10명 중 8명이 20대 엄마 품에서 첫 울음을 터트렸지만,
2009년에는 아기 10명 중 4명만 20대 엄마 품에 안겼다.
반면, 30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네 배 늘어났고(14.7%→56.8%),
40대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0.95%→1.7%).
출산 피크 연령은 갈수록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20년 뒤 출산 피크 연령이 31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박 교수팀은 새 분석틀을 통해 2030년 이 연령이 만 34세로,
통계청 예측보다 세 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30~40대 엄마가 늘어나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출산 피크 연령에 도달했을 때 실제로 아기를 낳는 여성의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1981년에는 출산 피크 연령(26세)에 도달한 여성(1955년생) 4명 중 1명이 엄마가 됐다(26.5%).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2010년에는 출산 피크 연령에 도달한
여성(1980년생) 8명 중 1명만 아기를 낳았다(12.2%).
2030년에는 출산 피크 연령 여성(1996년생) 9명 중 1명만
실제로 아기를 낳을 것으로 박 교수팀은 예측했다.
강남 차병원 차동현 교수는 "50대 중반에 다른 사람 난자를 통해
쌍둥이를 낳은 사례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불임치료 기술이 발달해 노산(老産)의 두려움이 엷어졌다"고 했다.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던 '늦둥이'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늦게라도 아이를 갖고 싶은 부부에겐 노산이 축복일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재앙 측면이 크다.
노산이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에 출산하면 둘째, 셋째를 낳을 여지가 많지만,
30대 중반~40대에 출산하면 연년생을 낳지 않는 한 아이를 여럿 낳기 힘들다.
'100세 쇼크'는 '만혼(晩婚)→노산→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100세 시대의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로 쪼그라드는
내리막길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한양대 김두섭 교수(저출산대책포럼 위원장)는 말했다.
2030년 뇌혈관·간질환 사망 급감… 癌 이어 심장질환·폐렴 2·3위(사망 원인)
생로병사의 루트가 바뀐다
건강검진 항목도 달라져야… 사망 연령 고령화 따라 세대별 위험 질병도 변해
60~70대 여성 자살 급증… 2030년 사망원인 9% 육박 뇌혈관·당뇨보다 무서워
1945년생 해방둥이 강성래(66)씨의 고향은 섬이다.
병풍 같은 상록수림 아래 오밀조밀한 밭두렁이 이어지는 전남 보길도에서 자랐고
대위로 군을 전역해 고교 교련교사가 됐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즐거웠지만 정년에 앞서 7년 전 명퇴를 택했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오래 서 있기 힘들어 앉아서 가르치자니 스스로 제자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는 "장수(長壽)는 축복이지만, 나이 먹어서 몸이 아파 자리보전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3년 전 80대 장모가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간 뒤 이런 걱정이 부쩍 늘었다.
강씨의 부인(61)은 혼자 시골집을 지키는 친정아버지(90) 생각에 걱정이 많다.
부인 자신도 류머티즘 관절염과 당뇨병이 있다.
◆사망연령의 후퇴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 가까이 사는 시대, 생로병사의 루트도 대폭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신(新)기대수명을 산출한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이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통계청의 사망자·사망원인 통계(1997년 1월~2007년 12월)를 토대로 예측한 결과,
앞으로 20년간 연령대별 13대 사망원인이 크게 변해간다는 결과가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사망연령의 고령화'였다.
똑같은 질병이라도 그 병에 따른 사망연령은 지금보다 5~10년 정도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암의 경우, 사망자가 가장 많이 집중된 연령대가
2010년(남성 70대 초반·여성 70대 후반)보다 2030년엔 5~10년 정도 늦춰졌다(남녀 모두 80대 초반).
폐렴 사망자가 집중된 연령대 역시 2010년(남성 80대 초반·여성 80대 후반)보다
5년 뒤로 후퇴했다(2030년 남성 80대 후반·여성 90대 초반).
남성 고혈압 사망자가 집중된 연령대(80대 초반→80대 후반),
여성 당뇨병 사망자가 몰린 연령대(70대 후반→80대 초반)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병이라도 사망연령이 후퇴한다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박유성 교수는 "건강검진의 목적은 그 나이에 가장 위험한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인데,
세대별로 조심해야 할 질병 항목이 달라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1939년생 토끼띠 남성
가령 1939년생 남성은 현재 살아 있는 사람 1000명 중 380명은 2030년 이후까지 살고
620명은 그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박 교수팀은 예측했다.
그러나 이들이 '장수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시점과 원인은 크게 달랐다.
7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2015년) 131명은
암(40.5%)·심장질환(11.9%)·뇌혈관질환(8.5%) 순으로 희생자가 나올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후반을 거쳐 80대 초반을 통과하는 시기에 사망하는 사람(2016~2025년) 324명은
암과 뇌혈관질환의 위험이 조금씩 줄고 대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두 배 가까이(15% 안팎) 늘어날 전망이다.
80대 후반에 사망하는 사람(2026~ 2030년) 155명은 암(8.4%)· 뇌혈관질환(1.6%)이 크게 줄고
심장질환(13.3%)이 주춤하는 대신, 폐렴(20.1%)이 최대 사망원인으로 떠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만 60세가 된 1951년생 남성의 경우 60대 초반부터 70대 후반까지
모든 기간(2011~2030년)에 걸쳐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다(45.1~48.6%).
암이 최대 사망원인인 것은 앞선 세대와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 비율은 좀 더 높다는 얘기다.
1951년생 1000명 중 6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 2015년) 42명은
암(45.1%)· 심장질환(10.5%)·자살(6.9%) 순으로 희생자가 나왔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을 지나는 시기에 사망하는 사람(2016~2025년) 183명은
암이 약간 늘고 자살이 감소한 대신, 심장질환(11~12%)이 많이 늘어났다.
70대 후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26~2030년) 69명은
6명 중 1명이 심장질환(17.6%)으로 사망할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똑같은 '70대 사망'이라도 앞선 세대(1939년생)에 비해 뇌혈관질환 사망자는 적고
암·심장질환 사망자는 많다는 것이 1951년생 남성의 특징이었다.
◆노인 여성의 경우
사망패턴의 또 다른 키워드는 '60~70대 여성 자살'이다.
1939년생 토끼띠 여성의 경우, 7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 2015년·1000명 중 72명) 가운데 3.5%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으로 예측됐다.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당뇨병에 이어 사망원인 5위에 해당한다.
폐렴(2.7%)·고혈압(2.4%)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자살로 세상과 작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더 뚜렷해졌다.
1951년생 토끼띠 여성의 경우, 6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2015년·1000명 중 15명) 중
자살이 7.2%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령대 사망자 중에서 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 후반(8.8%)을 거쳐
70대 초반(8.8%)까지 계속 늘어나다가 70대 후반(8.0%)에야 다소 주춤한다.
60~70대를 통틀어 자살이 암·심장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해,
뇌혈관질환이나 당뇨병보다 더 무서운 사망원인으로 대두한다는 얘기다.
51세에 간호사→심리치료사 轉職 70세까지 맘껏 일하겠다는 그녀
'평생 직장'에서 '평생 현역'으로
'퇴직 후 재취업 천국' 덴마크… 54세 라센씨의 경우
학업휴직제, 42세에 대학입학 정부가 등록금·생활비 지원 "100세 향한 내 인생 새 출발"
지금 우리는 '20-60-80'의 사회에 살고 있다.
'20대에 대학을 마치고 취직해 50~60대까지 일하다
80대에 떠나는 것'을 전제로 모든 시스템이 설계된 사회다.
그러나 다가올 '100세 시대'에서 이런 시스템은 유효하지 않다.
50~60대에 은퇴할 경우 인생의 절반 가까운 기간이 '노후'로 남는데,
아무리 축적한 자산이 많아도 40~50년을 '일 안 하는 노후'로 보낼 수는 없다.
어떻게 국민 개개인의 노후 기간을 줄이고 현역 기간을 늘려주느냐가 국가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100세 시대엔 '평생 직장·직업' 대신 '평생 현역'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한 직장, 한 직업이 아니라 끊임없는 직업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직업을 계속 찾아가며 현역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북구(北歐) 덴마크는 평생 재교육과 유기적인 재취업 등의 사회 시스템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100세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은퇴요? 먼 훗날의 일이죠. 이제 겨우 3년차인걸요."
지난해 12월 13일 덴마크 북서쪽 올보그(Aalborg)시.
시내에 있는 올보그병원에서 만난 임상심리치료사 벵트 라센(Lassen·54)씨는
"우리 병원에서 내가 가장 신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이라면 '오륙도(五六盜·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소리를 들을 나이에 '신참'이 된 까닭이 있었다.
40대 초반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 심리치료사라는 제2의 직업을 막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간호전문학교 졸업 후 10번 가까이 직장을 옮겼어요.
그러다 40대에 아예 직업 자체를 바꾼 것이죠."
라센씨의 첫 직업은 간호사였다.
3년 반 과정의 간호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26세에 종합병원 간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개인병원 간호사와 가정방문 간호사로 직장을 옮겨가며
10년 넘게 일하다가 초·중학교 양호교사가 됐다.
라센씨가 직장을 옮길 때면 항상 이전에 수료했던 '재교육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다.
가정방문 간호사로 옮길 때는 병원에서 간호사 노조가 마련한 직무 연수를 받았었고
학교 양호교사가 됐을 때도 이전에 정부기관에서 교육학 관련 강의를 들었던 게 효과가 있었다.
이력서에 한 줄씩 더해질 때마다 월급도 많아졌다.
라센씨는 "고용주들이 다른 조직에서 다른 일을 했던 경험을 좋아하기 때문에
직장을 주기적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했다"며
"덴마크에선 한 직장에 너무 오래 다니면 '무능하다'는 의심도 받는다"고 말했다.
직장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라센씨는 42세(1998년) 때 "평소 관심이 많았던 심리치료사에 도전하겠다"며
올보그 대학의 6년 과정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새로운 '인생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라센씨는 "만약 간호사로 계속 일했다면 육체적으로 힘들어 50대 중반이면 은퇴할 가능성이 컸겠지만
심리치료사는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라센씨의 '두 번째 대학' 동기 중에는 20년 경력의 항공기 정비사,
15년차 교사, 은행원 등 마흔을 넘긴 '늦깎이' 들이 상당수였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한 라센씨는 48세 나이로 올보그시가 운영하는
잡센터(Job Center·직업교육소개소)를 통해 학교 심리상담사로 취직됐다.
이 역시 양호교사 경력이 도움됐다.
3년 뒤인 2007년에는 덴마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현재 병원으로 옮겼다.
라센씨는 "나이는 재취업에 아무 문제가 안 됐으며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병원에서 높이 샀다"면서
"100세를 향한 내 인생은 또 하나의 출발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계획은 일단 2~3년 정도 더 올보그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창업을 하거나 다른 사설 심리상담소에 심리치료사로 들어가 일할 계획이다.
다른 덴마크의 근로자처럼 라센씨 역시 끊임없이 학습하고 재교육을 받아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타면서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같은 '일자리 갈아타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덴마크 정부와
사회가 평생 지원하는 각종 재교육·취업알선 프로그램이다.
올보그대학 플레밍 라슨(Larsen) 교수는 "덴마크에서는 노동자가 신기술을 익혀
재취업하는 것을 사회가 책임지는 대신 개별 기업의 해고는 자유롭게 해놓았다"며
"근로자 개인과 산업의 이동을 빠르게 함으로써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시점을 묻자 라센씨는 "건강이 얼마나 허락해주느냐가 관건이겠죠"라고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적어도 70살까지는 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다음이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할 겁니다."
재앙일 경우…노인 7명 중 1명이 치매환자
2071년 100세 되는 장대석씨, 두 가지 시나리오… 재앙일 경우
'준비 안 된 100세'는 나에게도 국가에도 재앙
재정파탄 국민연금 급여 삭감 고령화로 경제성장률 떨어져…자녀들도 부양할 능력 없어
2011년 1월 1일 아침 7시,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아파트.
요란하게 울린 알람시계에 장대석(40)씨가 기지개를 켰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1971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양구에서 육군병장으로 복무했다.
충북대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 광고회사에 들어갔고,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의 파도를 넘으며
네 차례 이직한 끝에 직장생활 14년 만인 작년 9월 직원 30명 규모의 홍보회사 임원이 됐다.
그는 대학 동기동창인 부인(40·교사)과 98년 결혼해 5학년 아들, 3학년 딸을 뒀다.
부모님이 주신 종자돈(3000만원)에 두 사람 저금을 보태 지금 사는 집을 샀고,
매달 대출금 상환액을 포함해 250만~30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언젠가 홍보 전문가 겸 전문저술가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역사적 인물들의 리더십에 관심이 많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작년 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세심하게 짜여진 미래 설계도지만 결정적인 ‘구멍’이 있다.
바로 ‘수명’이다.
그는 “대략 80대까지는 살 것 같은데, 그 이후는 솔직히 감이 안 온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계산 없는 ‘공백’으로 남겨두기엔
수명이 개인의 행복에서 갈수록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박유성 고려대 교수팀에 의뢰해 한국인의 기대수명 변화를 예측한 결과,
장씨를 포함한 1971년생 남성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의 절반(47.3%)이 94세를,
같은 해 태어난 여성은 절반(48.9%)이 96세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세인(人)이 희귀하지 않은 이른바 ‘100세 쇼크’가 박두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100세 쇼크가 축복이 된 세상과 재앙이 된 세상을 시뮬레이션했다.
앞으로 60년 뒤인 2071년 1월 1일, 알람 소리에 눈뜬 100세 노인 장씨의 하루다.
장씨는 울적한 기분으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전날 밤 상가(喪家)에서 있었던 일로 마음이 뒤숭숭했다.
대학 친구 A가 부인상을 당해 문상을 갔더니, 정작 A는 상청(喪廳)에 없고
60대 후반인 A의 외아들만 지친 얼굴로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장씨를 본 A의 아들이 눈길을 떨어뜨렸다.
“아버지가 치매라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모르십니다.”
장씨는 한숨을 삼켰다. ‘아, 또 한 사람이….’
치매 환자는 벌써 20년 전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노인 7명 중 1명꼴이다. 85세 이상 후기고령인구가 차곡차곡 불어난 탓이 컸다.
치매뿐 아니다.
한국인 5명 중 2명(37%)이 65세 이상 노인인 세상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빼고 일할 나이 젊은이만 헤아리면 ‘젊은이 100명당 노인 72명’이었다.
정부는 “‘건강한 고령화’로 재정 파탄을 막자”며 적극적으로 노인 건강을 챙겼지만
공공의료비 지출은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장씨 자신도 최근 들어 두 번이나 폐암·위암 치료를 받았다.
암이 남긴 최악의 후유증은 ‘생활고’였다.
장씨의 부친(1933~2007)이 암에 걸렸을 때는 6남매가
십시일반 치료비를 보탰지만, 장씨에겐 남매뿐이었다.
더구나 두 아이 모두 장기실업에 시달리다 저축도 못 하고 초로(初老)에 접어든 처지.
병원비 보탤 능력이 없었다.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2040년 0.74%까지 떨어진 탓이다.
장씨는 결국 젊은 시절 애써 마련한 아파트를 팔고
지금 사는 노인용 고시원, 이른바 ‘노인텔’로 이사했다.
장씨가 젊었을 때는 독일 기자가 쓴 ‘20대 80의 사회’라는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다.
지금은 그 책을 패러디한 ‘신(新) 20대 80의 사회’가 장기 베스트셀러였다.
고소득·고학력·건강의 3박자를 갖춘 상위 20%와 저소득·저학력·질병의 3중고에 시달리는
하위 80%로 인류가 양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쓸쓸한 마음으로 조문을 하고 돌아서는 장씨를 누군가 불러세웠다.
대학 친구 B였다.
반갑게 인사했지만 B의 눈빛이 너무 우울해 장씨까지 축 처지는 기분이었다.
B는 대기업에 다니다 50대 초반에 퇴직한 뒤 중소기업에 재취업해 2~3년 더 직장생활을 했다.
그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지만 그것도 70대까지였다.
80대 이후 일도 없고 몸도 아파 우두커니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B는
“하루가 너무 길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장씨와 B는 월 100여만원씩 국민연금이 꼬박꼬박 나와 극단적인 궁핍은 모면했다.
연락두절된 대학 후배 C를 생각하면 장씨는 항상 마음이 아팠다.
임시직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C는 박봉으로 아이들 키우느라 별다른 저축 없이 은퇴했다.
고용이 불안하니 국민연금도 제때 못 냈고, 그 결과 맨몸으로 노후의 삭풍에 맞서야 했다.
결국 C는 60대에 황혼이혼하고 70대에 노숙자로 전락했다.
문제는 이 고마운 국민연금조차 재정 파탄 지경이라는 점이다.
2040년까지만 해도 연금 적립액이 2400조원을 웃돌았지만, 본격적으로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불과 20년 만에 ‘마이너스 214조2250억원’으로 수직 하락한 상태였다.
모자라는 돈을 국고 지원금으로 메우자니 나라 살림 전체가 휘청거렸다.
견디다못한 정부가 여러 차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말을 꺼낼 때마다 격렬한 논란에 휘말렸다.
장씨의 자녀들만 해도 “버는 돈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무슨 돈을 어떻게 더 내라는 얘기냐”고 발끈했다.
이에 대해 노인들은 “일도 없고 몸도 아픈데 연금까지 깎으면
‘노인당’을 만들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맞섰다.
새해 아침 장씨가 일찍부터 옷을 챙겨입은 것도 노인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지하철 역에 들어서면서 장씨는
‘지하철 요금이 무료가 아니라면 이 시위도 못 나올 노인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지하철 역은 곳곳에 금이 가고 지저분했다.
제때 선로 보수를 못해 자잘한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서울역 앞은 장씨처럼 시위하러 나온 노인들로 인산인해였다.
구호를 외치던 장씨의 휴대전화에 스팸 메시지가 들어왔다.
‘즐거운 회상에 젖어 감미롭게 세상과 작별하는 것은 모든 노인의 로망입니다.
고통없이 보내드리는 약, 다이아그라(Die-agra).’
장씨는 경악했다.
젊은 시절, 다가오는 미래를 경고한 일본만화 ‘황혼유성군’에서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를 보고
“설마 이런 세월이 오겠냐”고 웃어넘겼던 기억이 났다.
그는 노인텔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를 떠올렸다.
그녀와 함께 살아온 63년 세월을 생각하자
‘저런 약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사 먹는 사람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노가 솟구쳤다.
그러나 장씨의 메시지를 흘끔거리는 옆사람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저런 몸으로 용케 여기까지 나왔다’ 싶은, 지저분하고 앙상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젊은 여자가 명품백 광고를 보듯 하염없이 다이아그라 광고를 훔쳐봤다.
오래전에 연락두절된 후배 C처럼, 그 노인도 늘그막에 홀로 거리에 내몰린 처지 같았다.
첫댓글 사람의 생명은 스스로 어느 정도 관리가능하겠지만 기대수명의 장.단은 본인의 뜻과 다를 수가 있지요.
시림마다 생각의 차이가 다르겠지만 나는 100세 장수 그것 별로 좋지않게 생각한다오. 지구상 공간만 많이 차지하고
가정이나 사회에 보템이 되는 중요한 일을 하지못하면서 단지 생명만 길다는 것 자체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함,
자료를 정리하여 옮겨주시느라 수고 많았소.
나도 무한대의 생각과 같은데
문제는 얼마나 건강하게 즐거운 활동을 하면서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자신의 노력과 주위여건이 잘 맞아떨어지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