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비공개 입니다
17
"예 엄니… 홍주 온거 있소?"
"요새 홍주도 귀한가 많이 안왔는디… 니 묵을것은 왔는갑다."
"그라믄 엄니 홍주좀 주쇼. 들어가 있을라이…"
"그래라."
전통적 일본식 다다미에 큰 상이 몇 개 놓인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종업원 인듯한 아가씨가 상위에 하얀 종이를 깔고 그 위에 여러 가지 반찬을 놓아두고 갔다.
이제 여러 밑반찬이 나오는 것도 그렇게 신기하지 않았다.
개고기에 어울리는 방아, 그리고 엷게 채를 썰어서 놔둔 생강, 들깨가루 이런 기본적인 양념 말고도
상위엔 많은 음식들이 깔려 있엇다.
그리고 잠시 후 김이 펄펄 나는 개의 내장을 들고 늙은 할머니가 들어 왔다.
"재두야이… 오늘은 암놈을 잡아 가꼬 그것이 없다.
대충 먹어라이… 근디 괴기는 암놈 가슴살이 좋은께…맛은 있을꺼이다."
쌍식이 형님이 그냥 웃기만 했다.
그것이 없다는 건 아마 개의 양물(陽物)이 없다는 이야기임이 틀림없었다.
보통 보신탕집 단골들만 맛을 본다는 그 귀한 부위(部位)를 말하는 것같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홍주 한 되를 상 옆에 두고 간다.
"아 그 모친도… 참… 나는 사실 그거 징그러서 잘 못먹겠드만…
올 때 마다 챙겨 준께 참 고역 이그만… 뭔소리 인지 알제? 그것이 말이여…
사람들이 흔하게 말 하잖애…'개 좆도 모른다고…
' 그 개 좆이 안에 뼈가 들어 있거든… 동물 중에 거시기에 뼈가 들어 있는 동물은 개밖에 없을꺼여…
그랑께 혼자 사는 여자들이 개를 델꼬 자고 그라믄 개 좃맛 을 알고 하는 소리라…
그 말이여… 남들이 왜 개를 델꼬 자요? 이라고 물어 보믄…
델꼬 자본 여자들은 속을 안께 하는 소리로…'개 좆도 모름서…‘
그라고 이야기를 한다드만? ㅎㅎㅎ 다 하는 소리 것제…"
나는 배를 잡고 웃엇다.
설마 개 하고 그 짓을 했던 여자들의 비속어 일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하던 쌍식이 형님도 크게 웃었다. 그리고 홍주를 든 병을 들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진도의 홍주인디… 이것이 알코올 돗수가 45도여…
무쟈게 독한 술이제…이것이 만드는 것이 비법이 되가꼬 누가 제조는 못한디…
한약제 지초(芝草)가 들어간다고 그라드만… 감기, 해열에 직빵 이라는디…
실제로 감기 걸려서 먹어 보믄 몸에 열이 확확 나고
그라고 이것이 소화를 돕는다 해서 체한 사람도 한 모금씩 하는 약술 이제…
남들은 어짜는가 몰라도 개고기도 소화가 잘되는 음석이고…
또 홍주도 소화가 잘 되는 술인께 둘이 궁합이 맞아서 나는 자주 먹는 편이제…
그라고 홍주는 전혀 숙취가 없기로 유명하제…
아스피린 먹은거 멩키로 아침에 일어나도 개안~ 해븐께… 한잔받어...
그라고 맛있다고 너무 퍼 마시믄 한방에 가븐께… 걍 입술만 적신다고 살살 마셔라이. "
색갈이 참 좋다.
아마 홍주는 그 빛깔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지어진 모양이다.
술을 부어 놓고 한참을 잔을 쳐다봤다. 쌍식이 형님이 잔을 들었다.
"한잔 하자이…그라고 갈비 나오기 전에 이야기를 좀 해블자…"
나는 잔을 들어 홍주를 한잔 했다.
45도 라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약간 단맛도 있는 것 같고 뒤끝도 좋았다.
나는 지초가 무슨 약초 인지 모르지만 여느 과일주나 뿌리주 보다 우선 먹기에 편하고 좋았다.
"형님 그렇게 독하지 않는데요.…"
"니가 몰라서 그런다이… 이거… 살살 넘기다 보믄 여그서 자고 간다이…
나중에 빤스가 와가꼬 업고 갈지 모른께…조금씩 마셔라…"
"형님 이거 서울 올라갈 때 한 병 가져가야겠습니다. 좋아 할 놈이 한 놈 있는데…."
갑자기 기삼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 해 봤다.
술을 한잔 하고 난 쌍식이 형님은 자세를 바로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우상아이… 인자 이야기 해 봐라. 니는 뭐하는 놈이냐?
뭔일을 도와줄라 그래도 상대가 확실해야 판을 벌리든가 한디…
니는 내가 본께 뭐하는 놈 인지 모르겄다.
그래도 사람이 눈빛만 보믄 좋은 놈, 나쁜 놈은 그냥 가려진다만…
니가 내 도움이 필요 하믄 인자 니 이야기를 해야 할랑 갑다. 니…
인자 나를 어느 정도 알겄제? 한 개도 숨기지 말고 이야기를 해라.
내가 우리 가게에서 말했는디…
이 오재두가 입이 무거워서 이날 까지 쉰소리 된소리 안 듣고 산다.
인자 남자답게 털어놔 봐라."
벌써 눈빛이 다르다. 이제 빼고 박고 할 여지도 없다.
만약 내가 불순한 의도가 있으면 아마 그 자리에서 살아서 나가기도 힘든 분위기 이었다.
마치 위에서 무언가 큰 압박이 있는 것 같은 중압감을 느꼈다.
나는 사실대로 모든걸 이야기 했다.
안기부 에서 스카우트 된 이야기부터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그 그림의 중요성 까지 모든걸 털어 놓았다.
그리고 그 그림이 국가적 유산 이고 또 이런 상황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은밀히 여러 곳에서 진행 되고 있음도 소상히 알려 주었다.
나는 친구의 이름만을 제외한 모든 사실을 쌍식이 형님한테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이런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나도,
그리고 쌍식이 형님도 그렇게 무사 할 수 없음도 못을 박았다.
한참을 술도 마시지 않고 듣기만 하던 쌍식이 형님이 눈빛을 풀고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나도 한 가지 이야기 할게 있다.
그라고 니도 내 이야기를 누구한테도 하믄 절대 안된다이.
내가 니한테 들은 이야기를 어디서 하고 뎅기믄 안기부에서 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블지 몰라도…
지금 니가 듣는 이 이야기도 어디서 하믄 안된다이...
니도 쥐도 새모르게 죽는 수가 있은께 하는 소리여.
우리 끼리 이야기로 사람 하나 파 묻어븐거는 일도 아니여.
겁주는 것이 아니고 사실이 그렇단 이야기여
. 여기서 듣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알았제?"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을 해 주었다
. 그리고 쌍식이 형님의 길고 장황한 이야기는 시작 되었다.
"내가 예전에 서울에서 활동 할 때 이야긴디…
그때 한번씩 전쟁을 하고 나믄 모두들 분산 해서 지방으로 몸을 숨기는 때 이야기다.
명동쪽 애들 하고 크게 한번 전쟁을 하고 애들 12놈을 델꼬 내가 목포로 내려와서 쉬고 있는디…
그 때나 지금이나 건달들은 호텔이나 여관에 은신처를 두고 있었는디…
밤에 9시쯤 내 방에 한사람이 찾아 왔다. 언젠가 내가 말한 '달중이' 였는디.
나사(나는) 목포 토백이라 달중이를 잘 안께 대방 알아 봤제…
그래서 왜 왔냐고 물어 본께…
대반동 해수욕장에 즈그 친구가 개 패듯 맞고 있응께 좀 도와달라 그라드만…
그때 본께 달중이 눈이 증오심 같은 살기를 느꼈는디…
애들을 보낼까 하다가 내가 기분이 이상해서 애들 전부 델꼬 대반동 해수욕장에 가본께…
서울에서 대학생들 8명이 수영장에서 야영을 함서 놀드만...
가시나 4명하고 머시마 4명이… 뭐 대학생들 패는게 일 이겄어? 근디 내가 열 받아 븐것이…
때린 상대가 눈먼 장님 이였거든… 지금도 시내 나가믄 자리 잡고 잘 놀고 있는 코피fl 형님인디…
코피리 형님이 우리 보다 연배(年輩)여… 나이가 많이 묵었제…
그란디 그 싸가지 없는 새끼들이 앞 못 보는 장님이라고 델꼬 놀아븐 것이제..
그래가꼬 내가 애들 시켜서.. 가시나들 전부 텐트에 밀어 넣어 놓고…
대학생 4명을 옷을 전부 베껴 브렀제…아조 빤스까지 전부 벗겨 가꼬…
즈그들 입고 있던 빤스로 앞 못 보게 대가리에 쓰라고 그래 놓고…
그 네놈을 가운데 무릎꿇고 앉으라 그래 놓고..
열두 명이서 도망 못 가게 뺑 둘러서서 포위 해 놓고…
하기사 빤스 까정 다 벳겨 논께 어디로 토낄라 그래도 토낄데도 없긴 없었는디…
그래 놓고 내가 달중이를 불렀제... 달중이 한테… ‘아야 달중아…
저새끼들 앞못보는 장님 인께 니하고 싶은데로 해브러라
아까 코피리 당한것 만큼 니 하고 싶은대로 조져 브러라’ 그랬드만…
온몸이 부르르 떰서(떨면서) 암말도 안하고 코피리 형님만 부축 해가꼬 그냥 가블드만…
그래서 내가 아그들한테 연장 가져 오라 그래 가꼬…
야구 방망이로 그새끼들 반 죽게 패 놨제… 기절 할때 까지… 근디… 그것이 끝이 아니였어…
그 대학생 부모 중에 한놈이 서울 무슨 방송국 사장 인가 그렇다네…
담날 목포에 무슨 영화 찰영 하는것도 아니고 뭔 카메라 하고 방송차 까지 와가꼬
현장을 촬영 하고 난리가 났었는디…
내가 대학생들 야구 방망이로 팰때 그 옆에 사람들이 많이 있어가꼬 다 봤응께
대번에 쌍식이가 그랬다고 소문이 나고… 그래가꼬 나를 잡으로 백제 호텔로 왔드만…
그래서 내가 형사 한테 그랬제… 내가 총대를 맬랑께 아그들은 봐 주쇼… 그랬디만…
그거는 그렇게 해 준다고 그러드만… 그래서 자수를 했제… 근디…
그 대학생 부모도 생각해 본께 방송에 내 보낼만한 껀덕지가 없었든 모양이라…
왜 근고 하니… 즈그 아들이 먼저 눈먼 봉사를 두둘겨 팼다는걸 알았거든…
그래 가꼬 택도 아니게 깡패들 일제소탕 이래 가꼬 또 군인을 풀어븐께…
그때 당시는 일이 야무지게 꼬이게 되브렀제… 그래가꼬 내가 군부대 가서 취조를 당했는디…
한 보름 반 죽었제… 어느 군부대 인지도 모르겠고… 근디…
거기서도 나는 독하게 맘먹고 우리 아그들 이름을 끝내 안불었어…
걍 죽을라고 작정을 했제… 그란디…어느날 갑자기 방면을 시켜 주드만…
나중에 알고 본께 달중이가 그랬다는디… 나는 어떻게 날 빼 냈는지 그건 아직도 몰라.
코피리 형님이 그라는디… 달중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그라드만…
전번에 목욕탕에서 봤던 내 몸뚱이에 있는 훈장들이 전부 거서 생긴거여…
내가 맞짱으로는 내 몸에 손댄놈이 별로 없었는디… 거서 몸을 많이 상해 브렀제…
내가 그 뒤로,달중이 하고 코피리 형님과 친하게 지냈는디… 이야기가 여그서 끝이 아니다이…"
이집에 손님이 많이 없는 것과 그리고 개고기가 늦게 나오는 건
아마 이런 상황을 미리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겠다 싶었다.
술을 먹기 전에 충분히 이야기 할 시간적 여유와 그리고 한적한 장소임을
쌍식이 형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 그 독한 홍주한잔을 마시고 잔을 채워 놓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 일이 있은뒤로… 달중이는 안보이고 맨날 코피리 형님이 날 찾아 왔는디…
올 때 마다 상상도 못할 액수의 돈을 주고 가는것이여…
원래 식구들 먹여 살릴라면 돈도 어지간히 필요 하기는 했는디…
꼭 필요 하다 싶으믄 어김없이 나타나서 돈을 뭉텡이로 주고 가고 해 싸서 내가 한번은 물어 봤제…
그 돈이 뭔 돈이냐? 형님 기타 침서 구걸 해가꼬 나올 돈이 아닌디 뭔돈이 그렇게 많냐?
물어 본께 그때 이야기를 해 주드만… 달중이가 보내서 가져 온거 뿐 이라고…
하기는 지금 까지도 나는 달중이 하고는 말해 본적이 없은께…
옛날에 즈그 친구 구해 달라고 사정 할 때가 둘이 대화 하는 건 마지막 이였고…
그래 가꼬 돈 받아쓰기를 한 오년 받아 썼제…
목포 내려오기 전까지 서울에 있을 때는 언놈 통해서 전달을 해도 꼭 돈을 받았은께…
그때 내가 식구들 입단속을 잘 시켰는디도 소문이 좀 나가꼬 달중이가 부자 인걸로 소문이 났는디…
그 소문도 잠시여… 만날 껌팔러 다님서 뭔 돈 많은 부자라고 믿기나 하겄어?
첨에는 나도 긴가 민가 했응께….
그라다 손털고 목포 내려 와가꼬 한날 코피리 형님을 잡고 물어 봤제…
인자 나한테 신세 진 것은 다 갚았은께 돈은 필요 없고…
달중이 이야기를 해 주라고 그랑께 그때사 이야기를 해 주드만…
니도 알다시피…엊그제 대도(大盜) 조 세형이 안 잡혔냐.…
근디 조 세형이가 훔친 건 새발에 피란다.
서울에 좀 산다는 사람들 집을 달중이가 즈집 드나들듯 했다고 그란께…
그러던 차에 조세형이가 잡혀 가꼬 그놈이 몸땅 뒤집어 써서
사람들은 뭔 큰건은 전부 조 세형이가 한걸로 알아서 그란디
실제로는 달중이가 보석은 전부 털어 가블고 나믄 항상 조 세형이가 뒷북을 치고 그랬다 그라드만…
내가 아까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븐단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비밀로 지키지 못하믄 내가 니를 죽여븐단 이야기 였다이.
누구 한테 이야기해도 안되고 그라고 죽을때 까정 니 입단속 해야 할 일이 그거다…
근디 …내가 왜 이야기를 하냐믄…
아무리 깊숙한 곳에 숨겨 놔도 그걸 찿아서 물건을 빼 오는 재주는
아직까지 달중이를 따라갈 사람이 없은께 니한테 이야기를 해 주는것이여…
니가 그 그림이 그렇게 중요한 물건 같으믄 어설픈 사람이 건들어서는
실패 할수 있을것 같아서 달중이 이야기를 해 준것이여…
나도 들은 이야기 인디… 금고는 1분 안에 못따믄 그냥 와븐단다… 그라고.....
달중이 머리가 얼마나 영리 한지… 수리력 이나 뭘 계산 하는데는 귀신도 울고 간다고 그라드만…
문제는 달중이가 절대 코피리 형님 말고 다른 사람 하고는 이야기를 안한다는데 있는디…
니가 말한 정도로 국가 에서 밀어 주는 정도믄 내가 직접 달중이를 찿아가 볼라고 그란다.
그라고… 달중이가 선거철 되고 그라믄 목포에 없어… 내 통빡 인디…
서울로 또 작업 하러 댕기는 모양이여… 정치인들 돈은 다 지돈 이라 그라드만…
도난 당하고도 신고도 하지 않는돈이 선거철에 정치인들 돈 이라고 함서…
나는 그런 소리를 코피리 형님 한테 듣고도 주둥이 쟈크로 채워븐께…
가끔 내가 물어 보믄 이야기를 해 주드만… 아따 숨 가쁘다…"
길게 이야기를 하고 웃으며 ‘아따 숨 가쁘다’ 로 마무리를 했다.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쌍식이 형님에 대한 존경심과 나를 믿어 준 것에 대해 고맙고 감사 했다.
아무리 첫눈에 좋은 놈 나쁜 놈을 척 보면 안다고 하지만
이렇게 까지 깊게 생각 해 줄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물건을 훔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 모양이다.
"인자 왜 니가 주둥이를 평생 잠그고 살아야 하는지 알겄제? 사실은 말다…
나도 이말 하고 싶어 죽겄드라… 무슨 임금님 귀는 당나구 귀다…
그거 멩키로... 그라고 내가 니한테 충고 한다고 그라믄 좀 그렇다만…
니도 공부 좀 해야 쓰겄다… 본께 니는 그 그림이 우째 생긴것도 모르그만?
그래 가꼬는 아직 니는 하수(下手)다. 진짜 니가 니 친구도 돕고,
그라고 국가를 위해서 뭘 할라믄 우선 그것부터 공부를 다구지게 해가꼬 니가 대장 노릇 해야제…
내가 달중이 붙여 주믄 달중이가 그걸 공부 하끄나?
듣기에 따라서는 기분이 나쁠랑가 몰라도…
서울 올라가믄 바짝 공부 해가꼬 그라고 목포를 한 번 더 내려 와라…
나도 이 나이 묵음서 국가를 위해서 뭘 한다고 그란께 내가 최대한 노력 해 볼랑께.
뭔소린 인지 알것냐? 그랑께… 달중이 한테는 지금은 이야기 안하고 니가 담에 오믄
그때는 니랑 내가 계획을 짜가꼬 한번 해보자… "
갑자기 부끄러웠다. 그리고 쌍식이 형님이 갑자기 존경스럽게 보였다.
그래 내가 먼저 모든걸 꿰 차고 있어야 좋은 사람들을 적소에 사용할 수 있겠다 싶고…
초롱 초랑 한 쌍식이 형님의 눈빛을 마주 대하기 미안스러웠다.
그 창피한 내 처지를 눈치 챘는지 쌍식이 형님이 분위기를 전환 해 준다…
"챙피 할것 없어~. 내가 삼서 더러운 꼬라지 많이 봐서 눈치가 있응께 이야기 해 준거고…
인자 니나 나나 할 이야기 다 했응께… 빤스나 또 오라고 그라자…
그래가꼬 좋은 괴기에 한잔 찌끄러 블자… 그래도 되겄제?"
"예. 형님… 빤스 사장님 오시라 그러십쇼.."
갑자기 기분이 좋아 졌다… 형님이 빤스 사장을 부르러 갔고 나는 담배를 빼 물었다….
길게 뿜어내는 담배 연기 속에 이상하게 달중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이후의 빤스 사장과의 술자리나 개고기에 대한 기억 보다…
그 맛있는 홍주에 취해 결국 빤스 사장에 의해 업혀서 여인숙으로 돌아와 이불에 눕혀 졌다.
쌍식이 형님이 말한 '맛있다고 퍼 마시믄 한방에 가븐다' 소리가 딱 맞는 말 이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어찌된 판인지 그 독한 술에 취해 쓰러 졌지만
아침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좋았다.
쌍식이 형님 말처럼 '아스피린 먹은거 멩키로…'말끔 했다.
오늘은 서울로 올라갈 생각이다.
어제 쌍식이 형님 말처럼 이 일을 진행 함에 있어서 하수(下手)가 되어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서울에 올라가면 몽유도원도에 관한 모든 자료와
그리고 안평대군에 관해서도 빠짐없이 자료를 수집해야 할 판이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여인숙주인을 만나기 위해 밑으로 내려갔다.
사장답게 일찍 일어나 정원을 손보고 있었다.
"오늘 갈라고?"
"예."
"그라믄 여그 좀 있어… 어저께 쌍식이가 홍주를 한 병 주드만… 서울에 갈때 주라고…"
생각이 났다.
서울에 있는 기삼이를 주기 위해 했던 말을 쌍식이 형님은 기억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세심함에 또 한 번 놀랐다.
자기병에 들어 있는 홍주를 가방 안에 잘 갈무리 하고 숙박비를 계산 했다.
대문 밖 까지 친절하게 배웅하는 빤스 사장의 배려를 받으면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또 쌍식이 형님한테로 갔다.
가면서 인사나 할 요량 이였다.
여전히 쌍식이 형님은 그 곳에 있었다.
"인자 갈라고? "
"예. 가서 형님 말 데로 공부 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이러다 목포…정들게 생겼습니다.
형님이 계셔서…"
"오는 건 언제든지 와… 그라고 어제 부탁한 입단속은 꼭 좀 하고… "
"예… 저도 땅이 파묻히기는 싫거든요…ㅎㅎㅎ"
웃으며 그렇게 대답 했다.
"예끼… 입단속 잘하믄 삽자루 들 일이야 생기었어?
그라고 나도 부탁 하나 하자... 우석이 이야긴디… 그놈이 지금 어려워…
저놈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까? 불상하 기도 하고…"
"빼 내 주는 건 별거 아닌데… 돈만 있으면 합의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 새끼 하는거 보믄 그러기도 싫은디… 몰라 나는 얼마를 줘야 하는지도…
나한테는 도통 그런 이야기를 안한께… 나한테 이야기할 낯짝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나는 잠시 생각 했다.
우석이 그 친구 보다는 이 기회에 쌍식이 형님의 얼굴을 세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우석이 말로는 200만원이면 합의가 된다고 그러던데…
제가 그 돈을 드릴 테니까. 형님이 따끔하게 이야기 하고 주세요.…
알다시피 저는 자금 동원 능력은 어느 정도 되니까…
형님 기분 나쁘지 않으면 그렇게 해주고 싶네요.…"
"기분 나쁠거야 없는디… 그래도 니가 줬다고 이야기는 해야 안쓰겄어?"
"아이고 그렇게 하지 마세요.… 사실 형님 얼굴 보고 드리는 건데…"
"그라믄 알았어…"
그렇게 좋아 하거나 감격해 하지도 않는 덤덤한 표정 이였다.
뭐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 하는 그런 자세가 당당해 보여서 나는 좋았다.
그리고 나는 쌍식이 형님의 가게에 있는 전화기로 700호실에 전화를 했다.
수화기 에서는 여전히 딱딱한 한중사의 칼같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난데… 오늘 서울로 갈려고… 이 팀장 연락 온건 없고?"
"예 목포에 계시다고 하니까… 제대로 찾아 갔군…그러시던데요."
"그래 오긴 제대로 온건 맞는데… 그건 그렇고… 지금 당장 200만원이 필요한데… 송금 할 수 있나?"
"어디로 보내 드릴까요?"
"지금 이곳으로…"
"계속 거기 계실 겁니까?"
"아냐. 난 지금 서울로 갈 거고… 이집 주인한테 전달 해주면 되겠는데…"
"받으실 분 성함을 말씀 해 주세요."
"오 재두. 그리고 여긴 신발 가게이고. 전화번호는..."
여기 까지 이야기 했을 때 한중사 대답이 내 말을 끊었다.
"지금 전화 하신 번호면 번호 불러 주실 필요 없습니다.
알 수 있습니다. 돈은 한 시간 이 내에 전달 해 드리겠습니다.
기다리시면 직접 받으실 수 있고 떠나시면 오 재두 라는 사람 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요… 한 중사는 군소리가 없어서 좋그만…."
"아닙니다."
"그럼 수고 좀 해줘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걸 보고 있던 쌍식이 형님이 씩- 웃는다.
"아야 우상아…니 참 편리 하게 산다이… 그라믄 여그 앉아 있으믄 돈이 오는거여?"
"예 한 시간 안에 현금으로 전달됩니다."
"내 이야기는 돈으로 도와 달라는 건 아니였는디…
니가 안기부 쪽에 빽이 있다고 한께 그 쪽에서 힘을 써보라 그 말 이였는디…
어제 니가 한말이 빈말은 아니였는 갑네… 명함 이나 한 장 주고 가그라… 삐삐 있제?"
나는 품에서 700 호실의 명함을 한 장 꺼내고 그걸 쌍식이 형님한테 주었다.
그때 놀라운 행동을 보였다.
쌍식이 형님이 일어서서 나에게 다가와 가슴으로 포옹 했다.
마치 외국 사람들이 먼 길 떠날 때나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하는 식의 인사법,
내 가슴을 자기의 가슴에 밀착 시키며 포옹을
"잘 가라. 그라고 꼭 니가 원했던 일이 되얏으믄 좋겄다.
내가 어제 밤새 생각해 봤는디 잘하믄 나도 좋은 일에 동참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눈깔에 힘좀 들어 가드라.
필요 하믄 꼭 연락 하고… 나도 나름대로 준비는 해 볼란다."
"예. 형님… "
더 이상 긴말이 필요 없었다.
목례를 하고 가게를 나와서 목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