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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요? 늦가을이 한창인 11월 초입니다.
사실 바람 불 때면 가을 아니고 겨울이 오려나 싶지만...
이게 올해의 마지막 감상문... 일 뻔했으나 아니고요. 다른 책 읽다가 같이 본 작품이 이겁니다.
막상 덮고 나니 재미가 있어서 추천하게 되었어요.
도서명: 살롱 드 홈즈
저자: 전건우
* 이 책은 전자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 형태로 구비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 작품은 외도 개념으로 읽은 책이다. 고전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읽다가 병렬 독서로 새로운 책을 든 것이다. 👩🦯
그도 그럴 게, 고전을 읽으면 특유의 ‘고전의 장벽’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곤 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을 작품이 필요했고, 이 책 전건우 작가의 소설 《살롱 드 홈즈》는 코믹 수사물이란 점에서 딱 적격이었다.
어제는 살림하는 전업주부, 오늘은 정의의 탐정 - 《살롱 드 홈즈》
작품의 주인공은 평범한 주부들이다. 아이들 등원시키고 동네 슈퍼에 모여 인형 눈알 붙이기 부업을 하고, 아이들 하원 시간대 맞춰 집안 살림 다 처리하고, 남편 뒤치닥거리도 하는, 전업주무.
그냥 속되게 말해서 ‘아줌마들’이다. 엄연히 이 사회의 유지를 위해 가정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이들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고심하는 노력을 기울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여태껏 가정을 유지한 이들의 노고를 집안일이나 살림 등으로 단순하게 취급하지 않고, 전업주부의 경력을 인정하는 법·제도 같은 것도 이제 막 시작한 태동 단계니까 말이다. 🧑🧒
🕵️ 그런 ‘아줌마들’이 탐정으로 일대 변신을 한다. 멤버는 네 명으로 온 세상 축구 경기에 빠진 시답잖은 만년 과장 남편을 둔 추리 담당 ‘미리’, 콜라텍에 드나드는 주책 없는 영감을 둔 광선슈퍼 안주인 CCTV 담당 ‘지현’, 자기도 몸매 관리 안 하면서 부인에게만 살쪘네 어쩌네 망말하는 경찰 남편을 둔 힘 담당 ‘경자’, 그리고 대학 시절 잘못된 연애로 인해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는 활기 담당 ‘소희’가 그들이다.
어째 하나같이 결혼 운이 이렇게도 없나 싶다. 뭔가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연애할 때 한정으로만 괜찮은 남자들이었나?
그러나 이들 넷의 남편은 그나마 나았다. 이웃이자 주부 동지 ‘지숙’의 남편은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부인을 상습 폭행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바람이나 피운다. 뭐 이런 xxx! 확 거시기를 거세해버릴...!
미리와 지현, 경자와 소희는 지숙을 위해 ‘주부탐정단’을 결성한다. 지숙 남편의 뒤를 밟아 바람 피우는 현장을 덮친다거나 하는 구질구질한 목적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지숙의 ‘경제적 안전 이혼’을 위함이었다. 몇 달째 아파트단지 내를 활보하는 성도착증 환자, 경찰에 신고했으나 못 잡고 여태 질질 끌고 있는 그 바바리맨, 일명 ‘쥐방울’을 잡아 현상금을 타서 그 돈으로 지숙을 돕고자 하는 것이다. 💸
하지만 주부탐정단을 좋게 보는 시선은 없다시피 했다. 특히 그들의 남편들은 허튼짓이니, 여자들이 시간 남아서 할 게 없어 저런다느니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탐정’이 공신력도 없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활동이라고 해도 그렇지, 아내가 뭘 좀 해보겠다는데 응원이나 걱정 같은 건 뒷전이고 이게 뭐람? 정말 요즘 시대 여자들에게 짱돌 맞아도 할말 없는 태도인데...
👨⚕️👮♂️ 그나마 미리의 우울증을 상담해주는 정신과의사 ‘도진’만이 경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종종 추리에 한손 거들기도 한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 책임자 ‘광규’도 툴툴대면서 협조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주부탐정단은 바바리맨 쥐방울을 잡기 위해 현장을 수색하고, CCTV를 열람하며, 피해자를 찾아가 면담하면서 경찰들이 놓친 단서들을 하나하나 발견해나간다. 같은 여자로서 가지는 공감대, 경찰 아닌 일반인만이 다가갈 수 있는, 찾아낼 수 있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그 ‘믿음’이 현실이 된 셈이다. 바바리맨을 마주한 이들에게서 하나같이 나온 단서가 있었다. 그에게서 흙냄새와 꽃향기가 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부탐정단이 쥐방울을 추격하며 직접 경험한 단서도 있었다. 그놈이 꼭 주차장 정원 공사용 흙더미 근처에서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그 와중 쥐방울 피해자의 소개로 연락했다며, 한 아주머니에게서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연을 듣는다. 주부탐정단은 쥐방울 사건과의 연관이 없다고 판단해 경찰의 실종 신고를 권한다. 그 일은 그렇게 탐정단 관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우연히 쓰레기 봉지에 담긴 채 여보란 듯 전시하는 것마냥 버려진 시신 일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 일명 연쇄살인마 ‘스마일맨’의 소행이었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스마일 배지가 그의 표식이었다. 주부탐정단이 7번째 피해자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 사는 이웃, 딸애가 며칠째 집에 안 들어온다는 사연을 이야기한 아주머니의 딸이었다.
쥐방울 같은 소소한 범죄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범죄가 등장한 가운데, 탐정단 멤버 소희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태평하게 단순 가출이 아니겠느냐 하면서 스마일맨 찾는 데만 몰두한다. 너무 현실 경찰이라 읽으면서 속이 터졌다. 이 양반들, 스마일맨 피해자로 밝혀진 아가씨 관련 신고에서도 초반 가출 운운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결과는 뭐였나, 결국 연쇄살인마의 7번째 피해자가 되지 않았나.
그에 주부탐정단은 목표를 재설정해 소희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녀를 납치한 건 쥐방울이 아닐 것이다. 그놈은 그럴 깜냥이 되지 못한다. 스마일맨이 희생양으로 소희를 납치한 것이다. 그리고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스마일맨은 이 아파트단지 내 입주민이 틀림없다. 과연, 주부탐정단은 스마일맨의 정체를 밝히고 동료를 구해내며 연쇄살인마를 잡을 수 있을까? 🕵️🕵️♀️
《살롱 드 홈즈》 - 세상의 주역은 아닐지라도,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
알고 보니 이 소설이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미 방영은 완료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글 자체로도 시각화가 원활해서 꼭 영상 매체 안 봐도 되겠다.
각설하고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서, 미리와 지현, 경자와 소희는 ‘주부탐정단’ 활동을 통해 가정이라는 한 사회를 유지하는 인물, 이를테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라는 틀에서 벗어난다. 그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던, 또는 품고 있던 ‘뜨거운 무엇’을 끄집어내고 ‘진짜 살아 있음’을 느낀다. 하필 그 활동이 여행이나 맛집 투어, 공방 체험과 같은 좀 표준적인 것이 아니라 추적과 미행, 추리, 여차하면 격투까지 해야 하는, 잠재적 위험을 동반한 ‘탐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 솔직히 살인마를 직접 찾아 나서는 주부탐정단의 행동은 현실 관점으로 볼 때 무모한 일이다. 소설적 허용이 있기에 가능하지, 실제 이렇게 했다가는 살인마 찾아내기도 요원하고, 또 다른 피해자 되기 딱 좋은 노릇이다.
그렇지만 경찰 행동이 오죽 답답했으면 저럴까 싶기도 했다. 실제 경찰은 관계자가 실종 신고를 해도 성인이면 일단 가출에 무게를 둔다고 한다. 대부분의 실종이 알고 보면 가출로 밝혀진다고들 하는데, 만에 하나 진짜 실종이나 나쁜 사건에 휘말렸을 수도 있지 않은가. 진짜 가출이고 당사자가 가족 등 관계자와의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상황이라도 신고자에게 전달하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심지어 실종 신고 대상이 여자 아닌 남자라고 하면 그냥 접수도 안 받는다는 말이 떠돌고 있기도 하다. 가족들이 가출할 상황이 아니고 동기가 없다 주장해도 변하는 건 없다. 또 모른다. 요즘 청소년이 워낙 자유분방해서 만약 십대 자녀 실종 문제로 경찰을 찾아간다면, 이쪽 역시 가출 아니겠냐며 속 타는 부모를 그냥 돌려보낼지도...
그랬다. 관광지로 손꼽히는 섬을 시체 암매장 고장화시켜 ‘좀비섬’으로 만드는 게 지금의 경찰이다. 또 버젓이 칼 들고 다니는 외국인(중국인)을 ‘직접적인 위협 고지가 없었다’는 이유로 그냥 돌아다니도록 풀어놓는 게 현재의 사법기관의 방침이다. 대한민국 치안이 손꼽히네 어쩌네 하는 말이 무색하게 된 현실을 생각하니, 소설적 허용이고 뭐고 주부탐정단의 행동이 상당한 공감과 납득을 불러일으켰다.
범인 ‘스마일맨’의 정체는 소설 중반부터 짐작이 가능했다. ‘이놈 수상한데?’ 하고 의심하다가 끝에서 ‘역시 이놈이야!’ 하고 확신하게 된다. 그런 확신이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긴장감이 확 떨어지지는 않는다. 막판에 생존을 건 격투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셜록 홈즈’라면 이렇게 막 싸우진 않았을 테지만, 이 작품의 탐정들 미리와 경자, 지현과 소희는 홈즈가 아니지 않은가. 🕵️
정말 ‘스마일맨’과 사력을 다해 격투하는 부분은 손에 땀을 쥐어가며 읽었다. 텍스트로만 접하는 건데도, 내 팔다리, 어깨와 무릎과 허리 등이 죄다 쑤셔오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박진감이 있었다. 실제로 주부탐정단 멤버들은 그 사건 직후 병원에 입원했었다.
또한 사건 마지막에 스마일맨 관련 반전으로 진짜 정체까지 밝혀지는데, 그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아슬아슬하달까?
단지, 실제로도 그런 방식으로 최면을 걸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흔히 ‘최면’이라 하면, 줄에 달린 동전 같은 거 눈앞에 흔들면서 하는, 일종의 정신적 무장해제 같은 걸 떠올리곤 했는데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마냥 스릴과 서스펜스와 긴장감으로 점철된 건 아니다. 요소요소의 코믹한 면모가 검은깨강정의 흑임자처럼 깨알같이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주부탐정단의 계절을 무시한 트렌치코트와 선글라스 등 ‘탐정 패션’이 그랬고, 무전기 사용 시 꼭 ‘오버’를 붙이는 등 컨셉에 진심인 면모가 그랬다. 여름을 앞두고 웬 코트인가? 선글라스는 또 뭐고? 대체 어떤 탐정 영화나 에니매이션을 본 건지... 무전기에 대고 꼭 오버 하는 것도 참...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젓다가 픽픽 실소가 터졌다. 곱씹을수록 웃긴다.
👩🦯 한편 이 소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우리 어머님’이 자주 생각났다. 내 엄마 말이다. 최근 ‘황혼기 집순이 라이프’를 시작하셨다.
예전에 파트타임을 나가셨을 적에는 엄마가 좀 쉬었으면 했다. 몸만 축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집에만 있는 모습을 보니 요즘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사 전반을 처리한 뒤 유튜브 같은 것만 보고, 장보기나 병원, 미장원 등을 빼면 어디 나가는 일도 없고, 별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저렇게 지내도 심신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집에만 있고 잠이 많아지면 우울증 의심’이라는 카피문구를 어디선가 접한 적이 있어서,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중이다. 우울증은 글쎄,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래서 요즘 엄마에게 넌지시 외출이나 운동 권유를 은근슬쩍 해보고 있다. 큰 효과는 없지만 말이다.
주부탐정단의 멤버들이 탐정 활동을 하며 잊었던 무언가, 가슴에 품고만 있던 무언가를 찾아내고 끄집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엄마도 이런 활동이 필요할 텐데...’ 싶었다. 뭔가 의욕적인 것 말이다. 그렇다고 위험하게 탐정업에 뛰어들라는 건 아니고!
‘주역’은 소설이나 영화에만 존재한다. 뭔가 세상에게 사랑받는 듯한 인물 말이다. 고난을 곧잘 겪지만 그 어려움이 나중에는 다 주요 인물의 자산이나 재산이나 경험이나 밑바탕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는 세상의 주역 따위 없다. 말로나마 ‘각자가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삶에 치이다 보면 주역이니 주인공이니 운운하는 건 사치이이고, ‘변두리 존재’로 느껴질 뿐이다.
어쩌면 인간이 각종 취미나 여가 활동을 하는 이유는 ‘온전한 나’로 돌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어느 회사 부서의 사원 등 사회적인 직함이나 부속물로서의 존재가 아닌, 그 행위를 하는 동안만큼은 ‘삶의 주역’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을 위해 고단한 나날을 버티는 것이다.
☕️ 소설의 마지막에 왜 이 책 제목이 ‘살롱 드 홈즈’인지 이유가 나온다. 그것도 제법 괜찮은 깨알 결말인 것 같다. 이름없이 그저 한 인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누차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위험하게 탐정이 되라는 소리는 아니고, 그저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세상의 주역은 되지 못하더라도, 삶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만나길 바라면서...
PS. 고전소설 「오페라의 유령」 감상문도 조만간 올려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