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멘디니의 대표작<프루스트
의자> |
이탈리아 산업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1931년~ ) 할아버지의 디자인 제품은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첫번째 부인의 발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얼굴과 팔이 있는 와인 오프너 ‘안나 G’는 1993년 첫선을 보인 이래 1000만개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18세기 로코코풍 의자에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을 떠올리게 하는 점을 찍은 ‘프루스트 의자’는 저렴한 폴리에틸렌으로도 생산되고 있다.
스와치사의 알록달록 시계 오롤로지오 시리즈는 장난감 시계 같아 어린이 선물로 좋다. 지난 11일 종영한 MBC TV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출판사 사무실 책상마다 ‘라문 아물레또’ LED 책상 스탠드가 놓여있었다.
독일식 기능주의 디자인에서 해방된, 인간과 자연과 만화 캐릭터, 문학 작품, 선배 예술가 등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화려한 색채의 향연과 유머
감각과 스토리텔링이 담긴 작품들. 현대 미술의 다양한 도전 정신을 수용한 레디 메이드 도입과 협업 중시 등이 조화를 이룬 멘디니의 산업 디자인
작품은 카르티에, 에르메스, 스와롭스키, 알레시 등 세계적 명품 기업만 독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국내 회사들과의 협업도 부쩍 늘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 S2의 바탕 화면. 손잡이나 꼭지 부분에 금색을 입힌 한국도자기의
지오메트리카.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컵 디자인. 디자인 미술관 ‘트리엔날레 인천’설계. 냉장고, 바닥재, 카드 디자인, 이천 도자기 축제에서
건축까지,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을 대표하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은 한국인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건축학을 공부한 후 ‘도무스’‘까사벨라’ 편집장 등으로 이탈리아 디자인을 알리고, 신인 건축가 발굴 등에 힘썼던 멘디니는 58세부터
본격적으로 디자인 작업을 했단다. 실버 세대에게 힘을 주는 나이가 아닐 수 없다. 그의 40년 작품 세계를 살필 수 있는 전시 ‘알레산드로
멘디니展 - 디자인으로 쓴 시’가 멘디니가 발굴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내년 2월28일까지
열린다.
작품 선정에서 전시장 디자인까지 멘디니가 기획하고, 전시 주제를 ‘디자인으로 쓴 시’라고 명명했다.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도록
‘동심’‘근원 ’‘건축’ 등 12개 테마 하에 60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멘디니가 세운 아뜰리에 멘디니, 서울디자인재단,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최초의 단독 대형 전시라고 자랑한다.
음악과 함께 돌아가는 미니 회전목마 ‘지오스트리나’엔 앙증맞은 미니 주방기구들이 달려있다. 이탈리아 주방용품 회사 알레시 제품들로 멘디니의
작품 모형에서 멘디니가 발굴한 필립 스탁의 주스 짜개까지 함께 어울려 돌아가며, 주부들에게도 동심을 잃지 말라고 노래한다.
멘디니를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개척자로 만들어준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 ’를 크게 확대한 조형물. 그 곁에는 이탈리아 타일 회사 비사짜의
황금색 타일을 조각조각 붙인 거대한 양복, 스탠드, 손 아래에 회색 수납 상자를 둔 ‘남성을 위한 가구들’이 있다. 150점의 드로잉들을 찬찬히
살피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드로잉 하나하나도 완결된 작품으로 여겨 공을 들였다는 멘디니의 꼼꼼하고 완벽한 정신은 물론, 이를 토대로 전시장의
어떠한 작품이 탄생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