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江 (곡강)
/두보(杜甫)
一首(1수)
꽃잎 하나 떨어져도 봄이 가는데
모진 바람에 꽃잎 흩날리니 서러운 인사여
지는 꽃 탐하는 것도 잠깐 사이려니
서럽다 하여 어찌 술 마시길 꺼릴 소냐
강상의 작은 정자에 물총새 둥지 틀고
궁원 큰 무덤에 기린 석상 쓰러지는데
사물의 이치 헤아려 즐겨야 하리니
어찌 헛된 이름에 몸을 얽맬 것이냐.
二首(2수)
조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면 봄옷을 저당 잡혀
날마다 곡강 머리에서 흠뻑 취하여 돌아온다.
술집 빚은 가는 곳마다 있기 마련이지만
칠십 해 인생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네.
꿀을 따는 호랑나비 꽃들 사이로 보이고
물 위를 적시는 잠자리는 조곤조곤 나는구나.
바람과 햇빛에 말을 전하길, 함께 어울려 노니며
잠시 서로 즐기며 헤어지지 말자꾸나.
//이 시의 제목인 곡강은 장안 근교의 유원지 이름이다. 이 시를 지을 즈음 두보는 장안에서 창고의 열쇠를 관리하는 일을 하였으니 하급 관리라 할 것이다. 이때 안사의 난이 일었고, 황제 현종은 양귀비와 함께 그녀의 고향인 사천으로 도망을 한다. 그때 그는 반란군에 붙잡혔지만(창고 열쇠를 갖고 있는 이가 그였으니 안 잡힐 도리가 있을까) 목숨만은 부지하였다. 당시 기록을 보면 반란군은 그들에 반하는 자는 가차없이 목을 잘랐는데 그는 살아난 것이다. 잠시만 생각해 보면 그가 살아난 이유가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반란군이 진압되면 그 또한 무사하기 어려운지라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어지러운 세상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그리고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시를 짓는다.
이 와중에 그는 탈출을 하고 현종의 아들로 황위를 계승한 숙종에게 가서 변명을 한다. 그리고 벼슬을 얻으니 직책명은 "좌습유(左拾遺)" 였다. 하지만 장안의 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변방에서 맴도는 황제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벼슬이란 것이 별 도움이 안되자, 그는 술로 날을 보낸다. 그 술도 옷을 저당잡혀 그 돈으로 마셨다. 당연히 숙종의 신임 또한 멀어진다. 이때 나온 시가 '곡강' 2수다. 두보는 57세에 죽었고 이 시를 쓴 나이는 47세였다. 하지만 그는 이 시에서 삶의 정점인 70인 양 시를 썼다.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시의 전체적 내용도 허무와 허탈함과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에 그 아름다움을 몰랐던 회한으로 가득하다. 두보도 알고 보면 보통의 욕심많은 어리석은 정치가였다.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