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찬미 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마태 11,25)
오늘 복음 말씀은 어제 복음 말씀에 바로 이어지는 마태오 복음의 말씀으로서 결혼과 이혼에 대하여 이야기하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주위로 모여든 아이들을 축복하는 모습을 전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시는 예수님. 우리가 영상을 통해 보게 되는 교황님의 모습 가운데에도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모습이 아이와 함께 하는 교황님의 모습인 것처럼 예수님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을 축복해 주는 모습을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는데 사실 이 복음 말씀이 전하는 예수님과 아이들의 모습 그 이전에 한 가지 상황이 먼저 발생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오늘 복음이 전하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때에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에게 손을 얹고 기도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마태 19,13)
마태오 복음사가가 분명히 언급하고 있듯이, 예수님이 계시는 그곳에 모여든 많은 군중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에게 손을 얹어 기도해 달라고 청하였는데, 그것을 본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들을 엄하게 꾸짖었다고 합니다. 제자들은 왜 그들을 꾸짖었던 것일까?
사실 오늘 복음의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아이들이 갖는 사회적 위치를 먼저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아이들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아이라는 이유로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유다회당에서도 성인이 된 남성만이 회당 안에서 두루마리에 적힌 성경을 읽을 권한이 주어졌으며 아이들은 회당의 출입조차 불가했습니다. 이 같은 유다 사회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무수히 많은 군중들이 모여 예수님께 각자의 청을 올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그 상황 속에서 하나의 인간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려와 그 아이들 하나하나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을 청하는 군중들의 청을 탐탐치 않게 여긴 제자들의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 19,14)
아이들이 예수님 곁으로 다가왔을 때, 그 상황은 아마도 엉망진창, 아비규환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그 많은 군중이 몰려들어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까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예수님의 곁으로 와 부모들은 아이의 머리를 들이밀며 축복을 해 달라 청하고 아이들은 그 부모의 손이 싫어 칭얼대고 심지어 몸부림치는 그 상황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바 그대로 뒤죽박죽 난장판이었을 것입니다. 그 같은 상황에서 제자들이 한 행동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며, 그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아이들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해본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 상황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이 말씀은 정말 말 그대로 충격을 넘어선 파격적인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난장판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애쓰는 제자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시고 유다 사회 안에서 하나의 고유한 인격체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어린이가 하늘나라를 차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결코 쉬운 말씀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이 말씀 속에 담긴 참 뜻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독서의 말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는 이번주간 계속 읽혀지고 있는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으로서 아버지 대에 저지른 죄악이 자식 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다는 생각 속에 빠져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이야기합니다. 예언자는 죄악은 유전처럼 부모에게 자식으로 이어져 내려오지 않으며 각자의 삶은 각자가 책임져야 함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집안아, 나는 저마다 걸어온 길에 따라 너희를 심판하겠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회개하여라. 너희의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라. 그렇게 하여 죄가 너희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라.”(에제 18,30)
저마다 걸어온 길에 따라 심판하시는 하느님, 그러니 지금 이 순간 회개하고 내가 지은 모든 죄악에서 돌아서라는 예언자의 이 말씀은 다음에 이어지는 말씀과 함께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도록 이끄는 열쇠말이 되어줍니다. 예언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에제 18,31)
우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치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는 삶, 오늘 독서의 에제키엘 예언자가 이야기하는 새 마음과 새 영이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 무엇에도 때 묻지 않아 순수함으로 순백의 영혼을 갖추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이 오늘 독서가 말하는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춘 이의 모습이며 그런 이들이 바로 하늘나라를 차지하는 이들이라고 복음의 예수님은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우리의 마음을 새 마음과 새 영과 같이 깨끗이 만들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 그분이십니다. 우리 마음을 깨끗이 만들고 우리 마음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시는 분, 우리에게 구원의 기쁨을 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우리를 받쳐 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 그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도움으로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우리의 영을 새롭게 갖추어 나갈 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맛볼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전해들은 이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오늘 하루, 어린이와 같은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춤으로서 여러분의 삶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의 은총 가득한 삶으로 변화되기를 그리하여 언제나 기쁨 가득한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 51(5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