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월8일 토요일)는 할배, 할매 산소 벌초를 할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친구 아들내미 결혼식 때문에 하루를 미루어 오늘 갈려고 하니 비가 온다
어제 잔치에는 대구에 내 차를 가져가서 잔치술을 못 마시고 와서
구미에 와서 친구 한 명이랑 또다른 친구의 아내가 하는 식당에 가서
삼겹살과 쐬주 두 병, 맥주 여섯 병을 섞어서 마신터라 속이 좀 불편하다
비 핑계대며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다가 보니 열두시가 다되어간다
점심을 먹고나니 비가 오지 않아서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서 집을 나선다
농협마트에 들러서 막걸리 한 병과 잘 말려진 북어 한 마리를 사고서
약목과 왜관을 거쳐 성주로 들어가다 보니 뿌리는 모기약이 빠졌네
에구~~ 일요일이라 파는데가 있을지 모리긋따
산에서 벌을 만나면 제일 좋은게 모기약이라 꼭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리고 산소에 벌집이라도 있으면 모기약에 불을 붙여서 화염방사기로
만들어 쫒아내어야 벌초를 할 수 있다 물론 산불은 안나게 해야된다만
월항면소재지로 들어가니 자그마한 약방인지 약포인지가 있는데
밖에서 보니 전등이 켜 있지 않아 지나칠려다 문을 밀어보니 열린다
할배가 한쪽켠에 졸고 계시는데 억수로 반갑게 생각된다
손님이 많이 없다보니 전기세가 아까워 불을 끄고 계셨는가 보다
킬라 두 통을 사고서 선친 고향인 용각동을 지나 할배 산소로 간다
혼자서 할배 산소 벌초하러 가다보면 때로는 쪼매 억울한 마음도 든다
오십대 말년인 내가 예초기 들고 매년 벌초를 해야 한다는게 그렇다
큰집과 작은집에 형님 두 분은 거동이 성치않고, 한 살 많은 작은집
형님은 서울에 있어 오기가 어렵다보니 그렇다
그리고 내 바로위 형님은 환갑이 넘었는데도 선친의 삼형제분 벌초를
할 때면 늘 예초기를 매고 나와 같이 일 하셔서 보기에 안쓰러워
할배 산소 벌초 때는 열외를 시켜 드린다 그러다 보니 나 혼자 남는다
할배, 할매 산소는 산속에 깊이 있다보니 별도로 날을 잡아서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렇다
차에서 내려 올라가니 예전에는 묵혀 놓았던 밭에 농사를 지을려고
경운을 하여 밭이랑을 만들어 놓았는데 물이 흥건하여 도저히 갈 수 없다
할 수 없이 산으로 올라가니 길이 없어 힘이든다 괜스레 죄없는 밭주인을
속으로 씹는다 하필이면 이 철에 밭을 만든다고 사람을 욕보이냐고
장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나는 죄없는(?) 사람으로 억울하다구...
밀림(?)을 뚫고 삼십여 분 올라가니 드디어 산소가 나오는데 말 그대로
쑥대밭이다 혹시나 벌이 없는가하며 내 키 주위의 공중을 샅샅이 본다
벌집이 있으면 그 공중에 서너 마리의 벌이 공중경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세히 살펴봐도 벌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다행히 벌집은 없나 보다
예초기를 시동하여 일차로 벌초를 하고서 갈쿠리로 긁어낸 다음
상석 주위에는 낫으로 깍거나 뿌리채 뽑고는 콩물을 한 모금 마시며 쉬다가
보니 보슬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그래도 땡빛아래 하는 거 보다는 더 낫다
다시 예초기로 상고머리로 깍아낸다음 갈쿠리로 깨끗이 정리를 하고서
멧돼지가 파 놓은 곳을 보수를 하고나서 신발을 벗고 술잔을 올린다
부디 편안하게 잘 계시라꼬 광명진언을 되뇌인다
내려오는 길에도 계속 예초기를 돌리며 잡풀을 제거하고 길목을 막고있는
자그마한 나무들을 낫으로 잘라내며 나무에 뿌려놓은 길잡이 페인트가
잘 보이게 길을 내며 오다보니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그래도 다음에 올 때 길 찾기 쉽게 해 놓아야 되어서 꼼꼼하게 작업을 한다
드디어 밭을 만들어 놓은 곳이 나온다 옆쪽 산으로 길을 내며 가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날개짓 하는 소리가 들린다
에고 조짓따 벌집이 있는갑따 하며 머리속에서 비상 싸이렌이 울려퍼진다
공중을 보니 새끼 손가락만한 벌들이 보인다 뒷걸음질을 하며 퍼뜩 킬라를
꺼내어들고 뿌릴려고 하니 마침 저넘들이 후퇴를 한다 다행이 저넘들 영역에
깊게 침범하지 않았는 갑따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빙 돌아서 나온다
수 년 전에 벌초하러 왔다가 땡삐들 습격에 혼이 한 번 났었다 바닥에 엎드려
있으니 벌떼들이 침을 박아대는데도 참고 있으니 오분 정도 지나니 물러갔다
약 이백방 정도 쏘인 것 같았다 머리속에 손을 한 번 넣으면 대여섯 마리씩
집혀 나오고 등과 배, 허벅다리까지 수두룩하게 벌들이 나왔으니깐...
그래도 작은 벌들이니까 덜했는 것 같았는데 집으로 운전하며 오다가 머리가
어질하여 약을 사 먹고는 집근처 병원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벌떼들 습격을 받으면 가만히 있으면 더 위험하니 도망가라고 하더라
집에 와서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니 팔목에 쥐가 날려고 한다
왼손으로 밥을 먹고는 허리와 팔목, 어깨까지 물파스를 바르고 잠자리에 든다
에고 며칠간은 오른팔 때문에 고생할 것 같다만 할 일을 해 놓으니 씨원하다
다음주 선친과 형제분 산소 벌초에는 아들내미와 딸내미도 불러서 같이 해야긋따...
첫댓글 우리 세대는 이렇게 하지만 아들 세대는 과연 할까 의문이다.
난, 이번 주말에 왜관 아곡에 하러 갈 생각인데 날씨가 어떨지......
종우야! 몸은 힘들어도, 맘은 편안했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