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세도나에 모인 불심
LA 재불련 3차 템플 스테이

재불련은 지난 메모리얼 데이 연휴인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2박 3일로 아리조나 주 세도나에 있는 범휴 스님 수행처에서 제3차 템플스테이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 행사에는 모두 40명이 참가하였는데 남가주 일대의 불자들이 주축이 되었지만 북가주 여래사 신도 두 명도 먼 길을 달려왔고 생전 처음 불교식 수행을 접해 보는 카톨릭 신자와 기독교 신자도 몇 명 자리를 함께 했다. 난생 처음 스님과 한 자리에 앉아 본다는 나이 드신 분도 있었다.
지난 2월에 테하차피 태고사에서 가진 1차 템플스테이를 필두로 배닝의 금강선원에서 가진 2차 템플스테이를 통하여 경험을 쌓은 재불련 행사 운영진들은 보살님들 거사님들 모두 운송, 프로그램, 공양, 의료 등 각자 일을 분담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원활하게 일을 추진하여 참가자들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행사 요원들이 일일이 픽업해 모셔 온 참가자들은 아침 8시에 재불련 사무실에 모여 등록을 하고 간단한 요기를 하였으며 행사 안내문을 받은 후 4대의 밴에 나누어 타고 9시 쯤 LA 를 출발하여 곧장 동쪽으로 달렸다. 날씨는 조금 흐리고 간혹 빗방울도 들었으나 운전에는 지장이 없었다.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하여 자주 쉬어 가다가 아리조나 주에 들어서서 휴게소에서 푸짐한 점심을 풀었다.

피닉스를 지나 북상하여 세도나에 이르니 붉은 돌산의 비범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범휴 스님이 바깥에 나와 기다리시는 수행처에 다다르니 저녁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토요일 아침에 일을 해야 하는 참가자 몇 분들을 위하여 마지막 5호차는 오후 2시에 따로 출발하여 밤늦게 세도나에 도착하였다. 큰 방에서 우선 스님께 삼배로 예를 올렸다. 방을 배정 받고 바깥에도 대형 천막을 두 개 치니 날이 오히려 환하게 개고 LA 에서와는 딴판인 상쾌한 저녁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빙 둘러 앉아 각자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하고 스님의 인사말을 들었다. 이 집이 지어진 후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 온 것이라고 한다. 이어 운영진 보살님들이 맛있게 조리한 저녁을 들고 짧은 자유시간을 가졌다.
8시에 먼저 재불련 이사이며 수맥기 한의원 원장인 강덕림 박사의 ‘기에 대하여’ 라는 꾸밈 없고 재미있는 주제 강연을 듣고 질문을 교환하였다. 세도나가 기로 유명한 곳이므로 참가자들의 호기심도 더 커 보였다. 그러고나서 9시에 본격적인 참선 수행이 법휴 스님의 지도로 시작 되었다. 선에 관한 개요를 말씀하신 후 좌선을 실습 시키기고 다시 질의응답을 받는 등 진지함과 열기를 더해가니 어느덧 취침시간은 지나 11시가 다 되었다. 이윽고 아쉬운 시간을 마감하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세면을 하고 스님을 따라 가까운 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커피팟이라는 이름의 그다지 높지 않는 봉우리에 오르는 산행이었다. 재불련에서 단체로 마련한 노란 티쎠스를 입고 아침 공기를 마시며 모두 산마루에 오르니 숲에 싸인 세도나 시가지의 한 쪽 자락이 눈앞에 펼쳐졌다.
스님은 수행과 관련 된 체조와 몸자세, 발걸음 등 몇 가지를 시범을 보이시며 가르쳐 주셨다. 숙소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하였다. 비록 정식 나무 발우로 하는 공양은 아니었지만 환경친화적이고 공해를 최소화하는 전통 불교식 식사법을 비슷하게나마 체험해 보는 순간이었다. 다함께 마당으로 나가 감나무 한 그루를 기념으로 심으면서 스님께서 늘 건강하시고 수행에 결실이 많으시길 기원하였다. 9시에 차를 나누어 타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먼저 맞은 편 언덕에 있는 또 다른 봉우리로 올라갔다. 기가 아주 센 지점이라고 하는데 좌우 양쪽으로 세도나의 두 날개가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좋은 위치였다. 그 봉우리에 모여 서서 스님과 즉문즉설, 불교와 수행, 기에 대하여 문답하였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붉은 바윗돌의 산중턱에 지어진 성당이었다. 뱅글뱅글 올라가는 진입로 가엔 선인장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고 조금 침침한 성당 안에는 조용히 앉아 있다가 되돌아 나가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 사이에서 TEMPLE STAY 라는 영문자와 동그란 심우도가 등에 찍힌 노란 티쎠스의 무리들이 십자가의 성전 안팎으로 꽃무더기처럼 여기저기 피어났다. 성당을 떠나 차를 타고 예술촌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는 어느 상가 단지를 찾아 자유시간을 가졌다.
상가 구경을 마친 참가자들은 부근에 있는 일지 이승헌이라는 한국의 유명한 단학 지도자가 만든 마고 가든이라는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교외로 좀 벗어난 곳에서 다시 비포장 도로를 뒤뚱거리며 한참 달려가니 넓은 건조 지역에 리조트처럼 시설을 잘 갖춘 단지가 있었고 봉사자들이 우리를 맞았다. 마침 오늘이 이곳 창설 10주년 기념일이었다. 미국인들과 섞여 점심을 얻어 먹고 기를 단련할 수 있다는 연못을 돌아 산책한 후 넓은 홀로 가 보았다. 약 500명의 미국인들이 와 있었고 일지 선생이 나타나자 모두들 환호하였다.
뇌 훈련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강연하는데 이것저것 적절하게 짜집기 한 듯한 느낌은 들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미국인들에게 제법 잘 먹히는 주제라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그의 프로젝트는 우선 상업적으로만 봐도 바깥 세계에서 성공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한국이 자신의 정신 문화를 가지고 바깥에서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둔 일은 아직 다섯 손가락도 다 못 채웠을 것이다. 이에 비할 바 없는 훨씬 값진 보물을 그냥 묵혀 둔 채 바깥에 나가 별다른 일도 못하고 있는 작금의 불교를 생각하며 자책감과 함께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다.

숙소로 돌아와 자유시간을 가진 다음 다같이 둘러앉아 연꽃만들기를 하였다. 작은 종이컵에 연잎을 풀로 발라 붙이며 한 동안이나마 다들 천진하고 깨끗한 동심과 불심의 세계에 침잡하였다. 만든 연꽃에 작은 전등을 넣어 불을 켜서 여기저기 달아둔 후 맛있는 저녁 공양을 하였다. 스님과의 차담에 이어 오늘의 큰 주제, 반야심경과 참선에 관한 스님의 법문과 질의응답이 있었다.
몇몇 불자들은 평소에 품었던 의문을 한꺼번에 풀려는 양 날카롭고 때로 조금 엉뚱할만치 진지한 질문들을 쏟아 내었다. 이 바람에 예정된 다음 프로그램 시간은 자꾸 미루어져 갔다. 미진한 질문은 나중에 따로 개인적으로 받기로 하고 마침내 스님의 법문을 마감한 후 다 같이 바닥에 줄지어 엎드려 반야심경 사경에 들어갔다. 죽비소리에 맞추어 삼배를 하고 사경을 마치니 밤 11시였다.
마지막 날인 일요일 새벽, 역시 다섯시에 일어나 세면을 한후 어제처럼 스님을 따라 가까운 산등성이로 산책을 하였다. 산허리에 다다르니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스님은 해를 행하여 서서 팔을 들어 모으는 기체조와 호흡법을 보여 주셨다. 다함께 호흡을 조절하며 체조를 따라 한 후 하산하여 짐을 꾸렸다. 스님 수행처에 있는 집앞의 작은 수영장은 연못이 되어 있었고 거기엔 연꽃이 이제 방울을 맺으려 하고 있었다. 이 연꽃을 앞에 바라보며 줄지어 모여 기념촬영을 한 후 스님께 작별 인사를 드렸다. 2박3일의 보람있는 일정을 마무리하며 어느덧 귀로에 오르니 붉은 산 푸른 숲의 세도나는 아리조나의 넓은 평원 속에 졸아들며 스님의 영상과 함께 차창에서 멀어져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