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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작가|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사 | 2015년 06월 09일 출간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공지영이 전하는 단단하고 특별한 인생 레시피.
“엄마는 이 파스타를 아주 좋아해. 먹을수록 다른 어떤 파스타보다 맛이 있어. 그런데 실제로 이탈리아 가정에서도 제일 많이 먹는 파스타라고 이탈리아 유학에서 돌아온 후배가 귀띔해주는구나. 역시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질리지 않는 것 같아. 어쩌면 사람도, 어쩌면 관계도, 마지막으로 삶조차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딸에게 보내는 삶에 관한 따뜻하고 솔직한 응원을 담은 책 『딸에게 주는 레시피』.
소설가 공지영이 결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인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딸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10분~15분이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쉬운 요리법들을 소개한다. 생애의 긴 시간을 이겨내면서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후회했던, 때론 감사하게 살아왔던 인생 이야기를 요리법과 함께 책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 책은 자존심이 깎이는 날에는 ‘안심스테이크’, 고마운 친구들과는 ‘훈제연어’, 소중한 일상의 평화에 대한 이야기 ‘부추겉절이와 순댓국’, 힘겹고 아픈 날 먹는 ‘녹두죽과 애호박무침’ 등 27개의 초간단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먹을 것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힘들고 지친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책을 통해 스스로 생을 믿으라는 멋진 응원의 메시지와 이 한순간이 ‘너’의 생 전부라는 걸 잊지 말라는 진심어린 당부, 오늘도 서로 좋은 하루를 맞이하자는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고 담아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작가는 경우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먹지 않고 자꾸 무언가를 사먹으려 하거나 귀찮아 할 때는 인생의 컨디션이 덜어져 있을 때라고 말한다. 쓰러져 버린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방법은 가장먼저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이다. 바로 그때, 좋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그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일. 그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일이 쓰러진 마음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저자소개>
저자 : 공지영 작가
저자가 속한 분야
문학가 > 현대문학가>소설가
저자 공지영은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도가니》, 《즐거운 나의 집》,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봉순이 언니》,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착한 여자》,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산문집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상처 없는 영혼》, 르포르타주 《의자놀이》, 앤솔러지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21세기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1부 걷는 것처럼 살아
소망이 우수수 떨어지는 날도 있어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엔 시금치샐러드
인생은 불공평하니까 살기 쉬운 것
-‘엄마 없는 아이’ 같을 때 어묵두부탕
자기 자신 사랑하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자존심이 깎이는 날 먹는 안심스테이크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거야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파이
한번은 시들고 한번은 완전히 죽는다
-죽음을 위로해준 고마운 친구들과 먹는 훈제연어
너는 네 자존심보다 중요하다
-모든 게 잘못된 것같이 느껴지는 날, 꿀바나나
만나지 말아야 할 세 사람
-포틀럭 파티에 가져가는 브로콜리 새우 견과류 샐러드
더러운 세상에는 “더럽다”고 해버려
-세상이 개떡같이 보일 때 먹는 콩나물해장국
베풀던 모든 A는 받기만 하는 모든 B에게 배신당한다
-속이 갑갑하고 느끼할 때 먹는 시금치된장국
2부 우리가 가지고 있을 것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질리지 않는다
-엄마표 5분 요리 ‘알리오 에 올리오’
남자는 변하지 않으며, 변할 생각이 없다
-우선 김치비빔국수를 먹자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해야 해
-특별한 것이 먹고 싶을 때는 칠리왕새우
살기 위해 노동하지만 노동이 우리를 살게 한다
-지리산 친구들에게 건배하기 위한 굴무침
물어보라 “지금 사랑을 느껴?”
-향기롭고 든든한 불고기덮밥
기분 나쁠 때는 마시지 않는다
-술 마신 다음 날엔 두부탕
괜찮아요, 저에게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생일 기념 축일에 먹는 부추겉절이와 순댓국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엄마표 비프커틀릿을 먹으며 돈 이야기를 해보자
죽거나 미치지 않고 어떻게 힘든 시간을 이길까
-가래떡을 먹으며 ‘홈뒹굴링’ 하는 날
3부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젊으니깐 무조건 찬성
-가장 척박한 땅에서 자라 열매 맺는 올리브
집착을 다시 내 머리맡에 갖다둔 사람
-그런 날에는 녹두죽과 애호박부침을 먹자
내가 먹을 건 내 맘대로 만들자
-요리라고 부를 수도 없는 달걀 요리
오늘 네가 제일 아름답다
-봄을 향긋하게 하는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뼈저린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너를 낳고 홍콩에서 먹은 더운 양상추
슬픔에 휘둘려 삶의 한 자락을 잊어버리면 안 돼
-따스하고 보드라운 프렌치토스트
함부로 ‘미안하다’ 하지 않기 위해
-속이 답답할 때 먹는 오징엇국 혹은 찌개
나를 알고자 하지 않았던 대가
-가끔 누가 있었으면 할 때는 싱싱김밥
세상 모든 사람이 나보다 낫다
-몸을 비우기 위해 먹는 된장차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위녕,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 의미 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들면 돼. 평생을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는 없어. 그러나 10분은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다. 그래, 그 10분들이 바로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첫 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 개 모인 게 인생이야. 그러니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면 되는 것. (27p)
연습을 해야 해. 거리를 두는 연습. 침묵하고 말을 적게 하고 정서적으로 훌쩍 거리를 두어야 한단다. 지금 엄마는 가끔 버릇없이 구는 내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려운 일이야. 그러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만일 하지 않으면 그들은 한없이 고약해진단다. 우리가 그걸 허용하고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한다는 죄를 깨달아야 한다는 거다.
너는 네 인생의 주인이야. 길거리에 서서 네 인생을 구경하며 누가 너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러니 힘을 내자. (38~39p)
사랑하는 딸, 꿀바나나는 설거지도 쉽지? 뽀독뽀독 씻은 그릇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오늘 밤은 책이라도 한 권 펴보자.
가을이 깊어 간다.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을지, 네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을지 우리는 사실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 수 있지. 이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거. 이 순간을 우물우물 보내면 인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거. (75p)
위녕, 엄마는 한때 이런 사람이었단다. 내가 싫었단다. 내 눈이 내 키가 내 발이 내 목소리가. 그때 세상은 모두 나를 싫어했어.
나는 이제야 확신할 수 있단다. 그런데 이제 엄마는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어리석고 늘 덜렁거리며 변덕도 심한 나를 잘 견디면서 사랑해준단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국물을 내며 즐거워하는 휴일을 보낼 리가 없겠지. 나는 이제 안단다. 내가 내 눈을 내 키를 내 발을 내 목소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세상은 모두 나를 사랑한단다.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이 간단한 시금치된장국을 끓이는 법을 모르고 살았듯이 끓이기 전에는 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쉽고 아무리 간단해도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기 전에는 없는 것이지. 이제는 사랑하는 내 자신에게 좋은 음식을 주려고 해. 싸구려 재료들을 먼지가 앉도록 오래 보관하다가 합성 조미료에 비벼 낸 음식은 이제 먹지 않아. 이번 휴일에는 집 안을 청소하고 이 마법의 국물을 내어볼래? 점심에는 잔치국수를 먹고 저녁에는 시금치된장국에 현미밥을 먹어보면 어떨까? (108~109p)
엄마는 이 파스타를 아주 좋아해. 먹을수록 다른 어떤 파스타보다 맛이 있어. 그런데 실제로 이탈리아 가정에서도 제일 많이 먹는 파스타라고 이탈리아 유학에서 돌아온 후배가 귀띔해주는구나. 역시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질리지 않는 것 같아. 어쩌면 사람도, 어쩌면 관계도, 마지막으로 삶조차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좋다든가, 그냥 아껴주고 싶다든가 하는 그런……. (121p)
“그리하여 엄마도 언젠가 아주 아프게 깨달은 진실 하나. ‘네가 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너 자신밖에 없다’, 이것을 한 번 더 깨닫는 거지. 친구에게 말해주렴. 실은 수많은 명분과 고귀한 가치를 가지고도 인간이 자기 자신 하나 변하게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절절하게 체험한다면 남을 바꾸려 해서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소중한 관계를 낭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131~132p)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사실과 사실 아닌 것, 사실과 망상, 사실과 집착, 사실과 환영 사이를 구분하게 되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모든 현상 속에서 사실을 골라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단다. 마치 유능한 외과의사가 대동맥과 대정맥뿐만 아니라 실핏줄을 갈라내고 떼어내어 접합하고 꿰매듯이 점점 더 섬세해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단다.
알겠니? 섬세하게 구분해낼 줄 아는 사랑이 힘이 세다는 것을 말이야. (180~182p)
사람이 진정 자립을 한다는 것, 사람이 진정 어른이 되어 자기를 책임진다는 것은 간단하더라도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포함돼. 아주 중요한 요소지. 얼마 전 어떤 사회복지사를 만나 이야기하는데, 독거노인 중 남자 노인의 자살 충동에는 먹거리를 한 번도 책임져보지 못해 이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절망도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더라. 일리가 있었어.
그래서 그는 독거노인들에게 요리 강습을 해야 한다고, 밥하는 법부터 간단한 겉절이와 국 만드는 것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하시더라구. (239p)
엄마는 가끔 죽음을 생각한단다. 이 나이가 되면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실은 젊은 날부터 그랬어. 내?
출판사 서평
“걷듯이 가벼이 앞으로 나아가거라.
다만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마라!”
“인생을 행복하게만 살다 간 사람은 없어. 다만 덜 행복하게 더 행복하게 살다 가는 사람들이 있단다.
어떤 것을 택할지는 네 몫이야.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이 순간을 깨어 있어라. …… 엄마가 생을 믿고 그래 왔듯이 네 생을 믿어라. 걷듯 가벼이 앞으로 나아가거라. 다만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마라.” -작가의 말 중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기 위해 오늘도 애쓰는 너에게
소설가 공지영이 초간단 요리법과 함께 딸에게 들려주는 27개의 인생 레시피
소설가 공지영이 27개의 초간단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딸에게 보내는 삶에 관한 따뜻하고 솔직한 응원을 담은 책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결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인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딸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10분~15분이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쉬운 요리법들을 소개한다.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작가가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후회했던, 생애의 긴 시간들을 이겨내면서 감사하게 살아왔던 인생 이야기를 하나둘씩 들려준다.
딸에게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라고 혼내기도 하고, 때론 힘을 내라고 다독여주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그런 사랑을 또 다른 나인 남과 나누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수와 실패와 시련들을 꿋꿋이 잘 이겨내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우울하고 초라할 때,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낄 때, 모든 게 엉망일 때,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찾을 때, 몸이 아프고 힘들 때 등 우리가 궁지에 처했을 때 어떻게 몸을 돌보고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또한 자립한다는 것은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하며,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한다. 작가의 경우, 요리를 안 하고 자꾸 뭘 사먹으려 하거나 귀찮아할 때는 인생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을 때였다고 한다. 마음이 힘들 때 마음을 일으키는 건 힘든 일이니, 우회해서 제일 먼저 몸을 돌보고 일으키라고 권한다. 몸을 돌보는 것은 성형을 하거나 사치스러운 것을 몸에 휘감는 것이 아니라,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악과 말을 듣고, 좋은 향기를 맡고, 좋은 생각을 하고, 무엇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딸을 위한 레시피》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의 생을 믿으라는 멋진 응원의 메시지를,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말라는 진심 어린 당부를, 오늘도 서로 좋은 하루를 맞이하자는 따뜻한 격려를 전한다. 우리는 모두 존엄하고 소중하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 책에는 나를 위해 요리한 음식을 먹은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진짜 단단하고 특별한 인생 레시피가 담겨 있다.
1부 걷는 것처럼 살아
작가는 말한다. 산다는 건 걷는 것과 같다고. 그냥 걸으면 되고, 그냥 이 순간을 살면 된다고. 충실하게 의미 있게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이 순간을 만들면 된다고 한다. 1부에서 들려주는 9개의 레시피는 한참을 걷고 돌아와 먹기에 맞춤해 보인다. 우리는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에는 ‘시금치샐러드’, 엄마 없는 아이 같을 때는 ‘어묵두부탕’, 자존심이 깎이는 날에는 ‘안심스테이크’, 복잡하고 어려울 때는 ‘애플파이’, 고마운 친구들과는 ‘훈제연어’, 모든 게 잘못된 듯 느껴지는 날은 ‘꿀바나나’를 천천히 즐기고 맛보면서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포틀럭 파티에 가져가기 위해 ‘브로콜리 새우 견과류 샐러드’를 만들고, 세상이 개떡같이 보여서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갑갑하고 느끼한 속을 위해 ‘시금치된장국’을 끓이면서 당연한 것은 결코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이 간단한 시금치된장국을 끓이는 법을 모르고 살았듯이 끓이기 전에는 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나에게 좋은 것들을 주는 것이다.
2부 우리가 끝내 가지고 있을 것
작가는 묻는다. 지금 사랑을 느끼는지, 우리가 끝끝내 가지고 있을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2부에 등장하는 9개의 레시피는 우리의 가슴속에 우리가 외면했거나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 한 가지씩을 남긴다. ‘알리오 에 올리오’는 우리가 끝끝내 가지고 있을 것에 대해서, ‘김치비빔국수’는 누군가를 변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칠리왕새우’는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 ‘굴무침’은 우리를 진정 살게 하는 노동에 대해서, ‘불고기덮밥’은 너무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두부탕’은 술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 ‘부추겉절이와 순댓국’은 소중한 일상의 평화에 대해서, ‘비프커틀릿’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가래떡’은 힘든 시간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면서 작가는 그 질문들에 선뜻 답을 내주지 않는다. 다만 여러 가지 고민 속에서 힘들어하는 딸을 보고 오래전 자신이 고통받았던 시간들을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에겐 다른 인간을 변하게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얼마나 감사할 게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희망이 있는 거라고 말하는 작가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3부 덜 행복하거나 더 행복하거나
작가는 알려준다. 삶은 공평하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다고. 어쩌면 삶은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주려고 손을 내미는데 우리는 받을 수 있는 손이 없는지도 모른다고. 3부에서는 어떻게 사느냐는 사는 사람 마음이듯이, 어떻게 먹느냐는 먹는 사람 마음이란 걸 보여주는 9개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척박한 땅에서 열매 맺는 ‘올리브’와 힘겹고 아픈 날 먹는 ‘녹두죽과 애호박무침’,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한 ‘달걀 요리’, 네 인생은 전부 봄이라고 말하는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한 사람도 고통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얘기하는 ‘더운 양상추’, 4월 16일을 생각하며 만든 ‘프렌치토스트’, 함부로 미안하다 하지 않기 위한 ‘오징엇국 혹은 찌개’,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시원한 ‘싱싱김밥’, 몸을 비우기 위해 먹는 ‘된장차’까지.
작가는 오늘은 혼자서 따뜻한 된장차를 마시며 마음도 몸도 비운 채,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글을 읽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권하며, 삶은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도 애쓰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공지영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특별 레시피이다.
회원리뷰
딸에게 주는 레시피 zi**37 | 2015-07-14 | 추천: 0 |
공지영이 딸인 위녕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간단하게 만들수있는 음식의 레시피와 함께 보내는 글이다. 27개의 레시피는 복잡하기보다는 단순하다
재료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없으면 없는 대로 복잡한 레시피의 음식도 공지영의 레시피는 간단하게다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거나 정성이 덜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혼자사는 딸이 아프거나 힘들때 위로가 필요할때 이 음식들을 먹으며 위로받고 기운을 내고 힘을 내길 바라며 쓴게 아닐까
공지영의 에세이에 등장하는 세 아이들 중 큰 아이이다보니 가장 많이 등장한 큰딸 위녕
사춘기소녀였던 위녕이 어느새 20대에 접어들어 어머니의 품을 떠나 혼자 독립해서 사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은 세상에 홀로 우뚝 서기에는 위태 해보이는 그리고 20대의 고민을 짊어진 그녀의 딸에게 엄마이자 그리고 먼저 인생을 경험한 조언자로서 그려진다.
자신을 사랑하기를 그리고 당당해지기를
힘들고 왜 살아야하나 좌절하고 절망에 빠질 때에도
걸음을 걷는 것처럼 그저 걷듯이 인생역시 하루하루 그저 살아 내는거라고
나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안 좋은 일을 전혀 겪고 살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과 이혼 때문에 자식들에게 상처를 준것을 미안해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너의 인생을 살라고 다그친다
어찌 보면 냉정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 사실에 빠져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사실마저도 이겨내야 하기에 엄마로서 더 모질게 얘기한 게 아닐까
저자가 벌써 50이 되었다는 것에 놀랐다
어느새 그리되었나 싶지만 위녕이 스무살이 넘었으니 당연히 엄마인 그녀도 나이를 먹었을진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세번의 결혼생활과 여러 일들이 그녀를 할퀴고 상처 주었지만
그녀는 결국 이겨내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 레시피 때마다 살이 찌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에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는 그녀를 보면 당연한 모습인건가 싶었다.
쉽지 않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살아나가고 싶어졌다
아마 위녕도 그러할 거고 그녀의 엄마인 저자도 그럴 것이다
딸과 함께 해 보고 싶은 요리 sm**399 | 2015-07-08 | 추천: 0 |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공지영 작가. 그녀의 레시피가 부럽다. 담박하고 복잡하지 않고 쉬이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러나 결코 허술하지 않는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간 풍성한 레시피. 그 중에서 해 먹어 보고 싶은 레시피는 이렇다.
자신이 초라해 보일때 먹는 시금치 샐러드, 정말 쉽다. 시금치를 손으로 뜯어서 올리브 오일을 살살 뿌린 후 파르메산 치즈가루를 '성질대로'뿌리면 끝이다.어묵 두부탕은 아들과 해 먹고 싶어진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 국물에 무를 잘라 넣고 된장과 고추장을 2대1비율로 넣어 어묵과 두부도 비슷하게 썬다음 부글부들 끓이면 끝.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훈제연어는 온가족이 해 먹고 싶은 레시피다. 훈제연어 1팩과 레몬 1개 양파 1개 그리고 케이퍼.케이퍼는 녹두색 비슷하고 크기는 팥알보다 조금 작은 식초에 절인 병조림을 추천하고 있다. 양파를 가늘게 채 쳐서 접시에 납작하게 깐다. 냉동실에서 꺼낸 연어를 녹이고 꽃처럼 예쁘게 펼쳐 놓는다. 그 위에 레모즙을 듬뿍 뿌리고 케이퍼를 후두둑 뿌리면 끝. 아, 맛나겠다. 슬도 한잔^^
그리고 가래떡 구이는 딸과 함께 먹고 싶은 레시피. 가래떡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발라 후라이팬이나 가스불에 노릇하게 굽는다. 소스가 포인트. 간장에 고추냉이나 겨자를 아주 살짝 풀고 ㄱ기에 이 떡을 찍어 먹는다. 마지막으로 몸을 비우기 위한 된장차는 나를 위해서 하고 싶은 레시피다.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나에게도 참고가 되는 밑줄 좌악 그어 놓은 글로 먹는 레시피.
'만일 어떤 친구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는데 네 뺨이 싱싱하게 보이고 눈이 반짝이면서 아름다워 보이고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괜찮지?' 하는 생각이 들고 왠지 책상에 앉아 차분히 일기라도 쓰거나 좋은 책을 읽고 싶어진다면 그런 친구는 만나거라. 그런데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하가 나고 아이스크림 짜장면 라면 불닭볶음 이런 게 막 먹고 싶어지면서 오늘따라 내가 왜 이렇게 밉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 그 친구하고의 만남을 자제하거라.' 34쪽 중에서
딸에게 주는 레시피 / 딸에게 포스트잇 ky**83 | 2015-07-01 | 추천: 0 |
나는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공지영의 글을 읽는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
레시피 하나에 스토리를 입혀,
한 권의 책을 완성하다니...
작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공지영의 글을 읽었다.
공지영..
많은 것을 겪어냈구나...
공부했구나..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구나..
잘 살고 있구나...
자신이 정한 삶을 유지하느라
많이도 애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두 책을 한 선상에 놓아도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이야기라는 공감대만으로 책꽂이 한 칸의 한 곳에 꽂아 본다.
소중한 나를 위한 레시피 qu**tz2 | 2015-06-21 | 추천: 1 |
애초의 강렬함을 기대할 순 없지만 자꾸만 손을 뻗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녀는 변했고, 나 또한 변했다. 아니, 세상 전부가 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따스한 글을 부담없이 받아들이는 데에도 익숙해졌다. 나 또한 한 명의 딸로서, 어쩌면 엄마로부터 듣길 원하는 한 마디의 말을 찾기 위해 난 그녀에게 기댔다.
엄마 그리고 딸. 참으로 묘한 관계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선언은 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즈음 해보았음직한 것이지만, 결국 딸은 엄마의 삶을 따르며 엄마가 얼마나 지혜로웠던가를 깨닫는다. 어린 시절 맛보았던 엄마의 음식은 어른이 되었을 때 가장 그리워하는 무언가가 되어 있다. 배가 주릴 때, 누군가에게 대접을 해야만 할 때, 심지어 아플 때조차도 딸들은 엄마의 손맛을 좇기 바쁘다. 아마도 이십 대 중반 혹은 그 이상의 연령이지 싶은 딸 위녕은 대학 졸업 이후 독립을 택했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부모에게 얹혀살고 있는 캥거루족인 나는 그녀의 선택이 부러웠다. 하지만 홀로 산다는 것은 그로 인해 주어지는 자유를 감당하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나처럼 집안일에 익숙잖은 이에게는 부모와 함께 살 때와는 또 다른 형태의 구속을 감당해야만 해 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 있으면 아무래도 귀찮아서 먹는 데 소홀해진다. 식구가 있으면 핑곗김에 이것저것 해대지만 내 한 입을 먹이기 위해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는 건 왠지 사치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찬 밥 한 그릇에 김치 하나만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거나 라면 따위의 인스턴트 식품을 찾는 층이 그리도 많은 모양이다. 딱히 준비랄 것 없이 먹고 치우기 편한 게 이른바 장땡이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먹는 건 물론 육체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중하다. 근데 골고루 그리고 규칙적으로에 집착하는 우리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잘 먹으면 정신도 건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여럿이 밥을 먹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생각을 나누는 행위는 가벼운 가운데서도 묵직하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세상에 나 홀로 고립돼 있지 않음을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혼자 먹는 경우도 약간 의미는 다를지 모르나 비슷하다. 오로지 나를 위해 차려진 상 앞에 앉아 내 삶의 그리고 세상의 주인이 되는 순간 나는 나를 더 이상 소홀히 대할 수 없다.
그녀의 요리는 간단했다. 거창하게 몇 시간씩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길어도 십 분이면 되는 요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레시피에 담긴 마음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그녀는 반복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을 딸에게 남겼다.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했던가. 모든 것의 기본은 ‘나’다. 혹자는 개인을 중시하는 태도를 이기적인 것으로 곡해하기도 하지만 둘은 분명 다르다. 집단주의 문화가 발달한 사회에서 개인은 때때로 무시당하곤 하지만, 그런 사회에서조차도 집단이 행복하다 하여 개인이 저절로 행복하지는 않다. 오히려 정체성을 잃은 개인들은 뒤늦게 사춘기를 앓듯 괴로움을 호소할 뿐이다. 스스로를 중히 여기고, 나의 나됨을 인정하기 위해선 성숙해야만 한다. 우리 사회에 개인이 존재하기 힘든 이유는 어쩌면 어른다운 어른이 많지 않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정정도 나이가 들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다 하니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나 정도의 직업과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물건은 소유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무언가를 구입하고 버리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런 사람들이 넘치는 사회는 유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밥 먹는 시간이 지독할 정도로 짧고, 스스로를 먹이는 일에 모두가 소홀한 것 또한 이유는 비슷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성찰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채 그저 생물학적 나이만 먹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모여 만든 사회이기에 행복을 논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부모의 가사노동에 전적으로 의존 상태이다보니 요리의 필요성 자체를 느낀 적이 몇 번 없다. 혼자인 때조차도 저렴한 음식을 사 먹은 후 배를 두드리며 만족을 표했지 스스로를 위해 요리를 하려 들진 않았다. 내 삶의 주인은 누구였던가. 철들지 않은 내 자신, 상처입기 싫어 내 안에 꽁꽁 숨어버린 자아를 위해 오늘은 무어가 됐건 요리를 해보아야겠다. 냉장고에 잠들어 있는 달걀을 꺼내 요리라고 해도 좋을까 조금은 민망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요리라고 부를 수도 없는’ 달걀 요리일지라도 내가 먹을 것이므로 내 맘대로, 단 최선을 다해 만들면 족하다. 아니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일 두부탕 같은 것도 괜찮다. 선택이 무어가 됐건 그 선택이 네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래서 만들고 먹는 내내 네 자신이 소중하단 걸 느낄 수 있다면...
[내 인생의 책]너는 가장 소중하단다《딸에게 주는 레시피》 do**a21 | 2015-06-18 | 추천: 3
국민 작가 공지영이 들려주는 엄마로서의 충고와 격려의 말 한마디. 그리고 힘이 되는 요리법.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기분 전화에 꼭 필요한 음식(과학적인 근거도 가득한?)을 엮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책입니다. 유독 작년과 올해, 우리는 대국민적인 아픔을 겪었으며 현재 겪고 있습니다. 《즐거운 나의 집》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공지영 작가의 딸 위녕에게 따뜻하면서도 엄격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엄마로 돌아온 공지영 작가. 제가 다 위로받은 것 같아서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인간은 먹는 즐거움을 피할 수가 없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8할인 분들도 많이 계실 테고요. (저도 포함) 우울하거나 즐거울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음식이기도 한데요. 먹방, 쿡방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요즘과 잘 어울리는 에세이란 생각을 했어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통계치를 본 적이 있는데요. 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것(거창한 요리가 아니더라도)은 굉장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합니다. 책도 읽고, 요리법도 배워보고, 스트레스도 날려주는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책으로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사랑하는 딸, 인간의 세포는 6개월마다 모두 바뀐단다. 그러니 인스턴트 음식에 쌓였던 먼지와 싸구려 기름기, 그리고 합성 조미료에 지친 네 세포들에게 좋은 것들을 주자. 너는 소중하니까. p109
한 가지 조심해야 할 팁이 있다면, 한밤중에 읽다 보면 냄비에 라면 물 올리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도 몰라요. (아침에 부어버린 내 얼굴 돌리죠..) 사진은 없고, 글로 되어 있는 레시피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고 완성된 음식을 상상하다 보면 침이 꼴깍! 새벽에 여러 번 위기의식을 느끼고 온갖 자제력을 발휘하기도 했답니다.
우선 소면 삶을 물을 끓이자. 물이 끓는 동안 2인분 기준으로 했을 때 김치를 작은 주목 정도만큼 꺼내 송송 썰어. 여기에 간장을 밥숟가락으로 두 숟가락. 설탕 한두 숟가락(엄마는 이 국수가 약간 달달한 게 좋아 두 숟가락 정도 넣는데 단것을 좀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그때는 한 숟가락이 좋아), 참기름 맘대로, 깨 맘대로 부어 대충 섞어 놓아. 물이 끓으면 국수를 넣고 기다리다가 물이 끓어넘치려고 하면 종이컵 하나 정도로 찬물을 다시 부어주고 그게 다시 끓으면 1분 정도 기다렸다가 재빨리 국수를 찬물에 담가 씻는다. 뜨거운 물에 불어난 국수를 찬물에 재빨리 넣어서 국숫발이 쫀쫀해져. 만일 손님이 온다면 여기에 오이를 채 썰어 올리고 달걀을 삶아 반쪽 올리면 돼. p124
근데 희한하게 휘황찬란한 조리기구들과, 먹음직스러운 사진, 멋들어진 식기들이 등장하지 않지만 세련돼 보이고, 따라 하고 싶어지는 건 뭘까요? 백종원씨가 인기 있는 이유와도 비슷할 거란 생각인데요. 정확하고 까칠할 것 같은 셰프들의 세계에서 푸근하고, 대충대충, 실수투성이인 요리사. 이웃집 아저씨 같기도 한 인상과 말투는 사람들에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주거든요. 《딸에게 주는 레시피》도 그랬어요. 다른 요리책에는 t스푼으로 2숟가락, 50ml의 올리브유, 오븐에서 5분 가열 등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요리들과는 좀 동떨어진 레시피들이 많았죠. 하지만 《딸에게 주는 레시피》에 나오는 레시피는 무척 간단! 대충! 없으면 말고! 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점에서 먹는 것처럼 집에서도 분위기를 낼 것!
앞으로 더 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젊은 친구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특히 딸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여러분들도 그랬듯이, 쉽지 않은 인생의 선배로서 해줄 말들을 공지영 작가가 대신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결혼한 딸에게 엄머가 해줄 수 있는 일 중 하나! 바로 딸을 위한 레시피 노트겠죠. 공지영씨는 작가니까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고, 베푸는 일, 하고 싶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 스트레스는 엄마표 밥상으로 뚝딱뚝딱 먹고 힘내는 단순함!도 같이 알려주고 있어요. 모두 배워두고 따라해 보고 싶은 일들입니다. 요리와 책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 고마운 책입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