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공공관리자제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서둘러 시공사 선정을 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자들이 사업 추진이 순조로운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역에 대해서도 집값 상승을 확신하지 못해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예정된 사업지는 총 12곳으로 특히 이달 마지막 주(26~30일)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된 조합은 총 11곳이다. 올 한 해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 수가 매월 평균 7건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한 주 동안 월평균보다 4건이나 많은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내달부터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과정에도 서울시가 관리·감독하는 공공관리제도가 적용돼 일선 조합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해당 지역 집값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하락한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 한화건설, GS건설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동작구 흑석 3구역은 현재 33㎡(10평) 다세대주택을 기준으로 지분(주택 한 채가 소유한 대지 면적)가격은 3.3㎡당 3800만~3900만원 선으로 올해 초보다 200만~300만원 정도 하락했다.
16.5㎡(5평)~19.8㎡(6평)의 땅을 가진 빌라의 경우는 이보다 다소 높은 3.3㎡당 4000만원가량이지만 매수 문의만 있지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달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성북구 장위 6구역과 8구역, 보문 5구역도 비슷한 양상이다. 장위 6구역 단독주택의 3.3㎡당 지분가격은 약 1000만~1200만원 정도로 올해 초보다 100만원 이상 가격이 내렸다. 지분 3.3㎡당 15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보문 5구역은 올 들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흑석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는커녕 매수문의도 없어 올 들어 매매계약을 체결해 본 적이 별로 없다"라며 "전세 거래만 활발해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단계별로 진행될 때마다 가격이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각종 호재에도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조차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되면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투자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인 원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개입하면 이전처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에 불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 장위 6구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가 지금처럼 나쁜 상황에서 입주까지 2~4년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울시가 사업에 개입하는 것 자체로 투자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