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방을 붙인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첫 구절인, 4월은 잔인한 달이 다시 돌아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순환하여 돌고 반복되는 것이 하늘의 운행이고, 흰 머리카락 다시 검은 머리가 되지 않듯, 사람의 일은 일직선 위의 일회적 진행만이 있다. 추운 기운 잘 견뎌내고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을 맺는 광대나물꽃 향기를 맡으며, 병오년(丙午年) 일곱 꼭지째 칼럼으로 온통 꽃 대궐 4월이 왔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활(復活: 죽었다가 다시 살아남)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풀이해 본다.
다시 부(復)는 자축거릴 척[彳(두인 변)]에 돌아갈 복(复)을 짝지운 글자다. 자축거릴 척(彳)은 길을 여행하다 먼 곳에서 돌아올 때, 다리에 힘이 없어 가볍게 다리를 절며 걸어오는(자축거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돌아갈 복(复)은‘알리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모양자‘𠂉’에 해 일(日)과 뒤 쳐져 올 치(夂)로 파자해 볼 수 있다. 종일 걷다가 날이 저물어 돌아갈 시점을 알려주는 해를 보고, 맥없이 남들보다 뒤 쳐져 돌아가는 모습을 포착한 글자로 갔던 길을‘다시’되돌아온다는 데서, 다시 부의 뜻이 되었다. 부흥(復興: 쇠했던 것이 다시 흥함), 부활절(復活節: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일, 춘분 뒤의 첫 만월 다음에 오는 일요일)이 좋은 용례다.
살 활(活)은 물 수(氵)에 입 막을 괄(허 설), (舌=𠯑)이 결합 된 한자이다. 물 수(氵=水=氺)는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물 수(水)는 한자의 구성에서 변으로 쓰일 때의 자형은‘氵’로 삼수변이라 하며 독립된 자로는 쓰이지 않는다. 한자 글자의 아래 즉, 발로 쓰일 때의 자형은‘氺’로 역시 독립자로 쓰이지 않는다. 泰(클 태)자와 같은 경우다. 물 수는 시간이 지나면서‘물’에서‘평평하다’,‘고르다’라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수륙(水陸: 물과 뭍), 수평(水平: 기울지 않고 평평한 상태), 수준(水準: 사물의 가치나 질 따위의 기준이 되는 고른 표준이나 정도)이 좋은 용례이다.
입 막을 괄 혹은 허 설(舌=𠯑)은 방패 간(干)에 입 구(口)가 결합된 한자로 방패로 입을 막아 말을 못 하도록 막는 형국을 표현한 글자이다. 살 활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막혔던 물이 터져 힘차게 흐르듯이 활기가 있다는 데서‘생기’,‘활기’의 뜻이 되었다. 활동(活動: 어떤 일을 하려고, 기운 있게 몸을 움직여, 동작을 함), 활기(活氣: 활발한 기운이나 기개)가 좋은 용례이다.
서얼 출신이었으나 영조의 탕평책으로 조선 후기 문신이 된, 성대중(成大中)은 그의 저서 『청성잡기(靑城雜記)』중 성언(醒言: 깨우치는 말)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지었다. 천도유왕즉회, 인사즉왕불복회, 고월결즉복원, 인쇠이가복성야? 내기원이필결, 성이필쇠즉동(天道有往則廻, 人事則往不復廻, 故月缺則復圓, 人衰而可復盛耶? 乃其圓而必缺, 盛而必衰則同: 하늘의 도리는 지나가면 돌아오지만, 사람의 일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달이 기울면 다시 차올라도, 사람이 늙어 쇠하면 다시 젊어질 수 있겠는가? 찼다가 반드시 이지러지고, 성대하다가 반드시 쇠하게 되는 것만 같다.)
자연의 이치는 순환하여 다시 반복되지만, 인간의 일에는 오직 일직선만 있다. 보름달은 그믐달이 되어도, 얼마 후 보름까지 시나브로 차오른다. 하지만 사람은 한 번 늙으면 그뿐이다. 성대하다가 쇠퇴하는 법은 있어도 그 반대는 없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은 꽉 찼을 때를 조심해야 한다. 이 이후로 조금씩 덜어내고 종국엔 텅 비우고 세상을 떠나야 한다. 권력을 아등바등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가 하면, 재산을 손아귀에서 놓지 못하고 아집을 부리다가는 마지막 날, 텅 빈 두 손 앞에 그동안의 삶에 수치를 느끼게 된다. 끊임없이 둥근 보름달일 줄로만 알다가 막판에 정신을 잃고 망연자실(茫然自失)하는 사람이 좀체 많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馬)의 해에 봄부터 피고 진 동백(늦겨울),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을 생각하며, 이제 막 피고있는 민들레, 꽃잔디, 팬지, 비올라, 튤립, 해당화, 명자꽃, 금낭화, 골담초, 광대나물꽃을 바라보며, 천도유왕즉회, 인사즉왕불복회(天道有往則廻, 人事則往不復廻: 하늘의 도리는 지나가면 돌아오지만, 사람의 일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를 필자의 마음 판에 새겨 본다.
| 復 | = | 彳 | + | 复(𠂉+日+夂) |
| 다시 부 |
| 자축거릴 척 |
| 돌아올 복(알리다, 날 일, 뒤 쳐져 올 치) |
| 活 | = | 氵= 水= 氺 | + | 舌(干+口) |
| 살 활 |
| 물 수 |
| 입 막을 괄(허 설), (방패 간, 입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