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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울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3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은 2011년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은 '핵테러행위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 및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의 물리적 방호에 관한 협약'에서 규정한 범죄 구성요건과 위법행위에 따른 처벌관련 사항을 국내 법에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개정안은 3월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여당이 처리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의 방송법과 연계 처리주장으로 처리가 불발됐던 해당 법안은 이변이 없는 한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일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기존 방사선비상계획보다 진일보
그러나 분명한 한계 여전히 존재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방사선비상계획 구역을 확대하고 세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돼왔다. 원전 반경 8~10km 범위로만 지정돼있던 기존의 방사선비상계획구혁은 IAEA 등이 권고하는 방재구역 구분에 맞지 않고, 실제 핵사고의 영향권을 고려할 때 너무 작게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보호조치구역'과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나누고 그 범위를 각각 3~5km와 20~30km 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과거 명확히 구분되지 않던 '사전주민소개'를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방사능 재난 시 방사능영향평가와 환경감시 결과에 따른 조치의 근거와 범위를 지정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이는 분명 과거에 비해 진일보 한 것이다"며,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그 내용과 절차에 있어 많은 아쉬움과 한계를 가진다"고 밝혔다.
단체 관계자는 "이번 법률안에서 정한 3~5km는 일본보다 오히려 적은 면적을 설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꼴이 됐다"며 "그간 정부는 우리나라의 인구밀집도와 부족한 예산, 인력 등을 이유로 무작정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을 늘리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고, 결국 이 의견이 그대로 법안에 담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PAZ는 원전 발생 시 사전에 주민을 대피시키는 구역으로 IAEA에서는 3~5km를 최소한의 권고치로 설정하고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PAZ 설정 문제는 그동안 권고치보다 실제로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돼온 핵심 쟁점이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8~10km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만 설정했던 일본에서도 PAZ을 5km로 설정하면서 많은 반발에 부딪혔다. 핵사고 직후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했고, 뒤늦은 대책과 잘못된 대피로 혼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식품제한계획구역(FRPZ) 누락에 대한 지적도 있다. FRPZ는 사고 발생 시 식품 섭취를 제한하고 장기 영향을 감시하는 구역으로 장기보호활동계획구역(LPZ)이라고도 칭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FRPZ를 전국토로 설정해 온 국민을 방사성 물질로 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FRPZ의 개념 자체가 빠져있다는 것.
한편, 우리나라의 원전 밀집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는 단 1번의 중대사고로도 전국이 영향권에 포함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근 주민은 물론 국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용된 방재대책이 짜여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국민적 관심과 중요도에 비해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한 채 법안이 통과됐다.
성명서에 따르면 그간 원안위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대한 정부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안이 확정되면 공청회 등의 절차를 통해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작성중이라던 정부안은 공개되지도 못한 채 국회를 통한 법개정이 먼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후쿠시마의 교훈과, 불안한 핵발전소 인근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용된 방재구역이 설정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은 또 다시 정부를 불신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과거의 교훈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큰 사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걸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얼마 전,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사건은 정부의 사고 방재와 대책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력히 시사, 촉구한다. 만일, 원전 사고에 대비한 방재대책이 현실성있게 준비되지 않는다면, 또 한 번의 비극을 빗겨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좀 더 장기적 안목과 위기의식을 가지고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