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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팀 글 | 2015.07.05 14:01:45 올림 | 36,888 읽음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68941&page=1&p_no=74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청년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특강 수련 법문을 해준 후, 오후에는 대전 시민들을 위해 ‘통일’을 주제로 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후 1시에 오늘 강연이 열리는 대전시청 대강당에 도착한 스님은 대기실에 머물며 원교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1시 30분에는 대전시 국회의원인 박범계 의원이 스님을 찾아와 인사를 해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최근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복지 정책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 박범계 국회의원과 차담
오후 2시가 되자 드디어 무대 위에 시작을 알리는 노래가 울려퍼지고, 사회자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통일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연이 열린 대전시청 대강당은 준비된 700석이 모두 만석이 되고, 복도와 계단까지 사람들이 빼곡이 드러차 높은 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최근 남북 관계와 이를 둘러싼 외교적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물이 상영되었고, 이어서 지난 20여 년간 통일을 위해 달려온 스님의 활동 모습들이 영상으로 소개되면서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 통일 즉문즉설 강연이 열린 대전시청 대강당
스님은 “오늘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인 나라와 관계된 일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보았으면 합니다” 라고 하면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의병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군에는 관군, 반군, 의병이 있는데 의병은 관군과 싸우는 반군과는 달리 관군이 제 역할을 못할 때 관군을 도와서 나라를 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하면서 “의병은 첫째, 자발적이고, 둘째, 사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성과 헌신성이 있지만,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백의종군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초의 의병인 다물군부터 시작해서 몽고의 침략에 대항한 삼별초, 임진왜란 때 일어난 의병, 조선조 말에 일어난 의병 등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그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7.4남북공동성명이 있었던 날이라고 하면서 왜 지금 이 시기에 통일의병이 필요한지 소개했습니다.
“올해는 분단 70주년입니다. 70년이 되기까지 아직도 분단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세계 역사 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우리는 분단을 극복해야 합니다.
오늘은 7.4남북공동성명이 있었던 7월 4일입니다. 7.4남북공동성명은 6.25 전쟁이 끝나고 남북의 지도자가 합의한 우리 역사상 첫 번째 일이었습니다. 전쟁의 악감정을 넘어서서 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남북이 합의한 날이 오늘입니다. 서로 존중해가면서, 평화적으로,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자주적으로, 그리고 민족 대동단결의 원칙 하에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통일 문제를 논하자고 합의했습니다.
그 전에는 남쪽은 남쪽 중심으로 승공통일을 하려고 했고, 북쪽은 북쪽 중심으로 적화통일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전쟁 밖에 더 되겠니. 그러니 서로를 존중하면서 합의를 해서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자. 그럴 때 외세의 주구 노릇을 하지 말고, 민족 자주적 입장에서 대동단결의 원칙을 갖고, 평화적으로 하자’고 합의한 것입니다. 그 정신이 나중에 흐트러져서 그렇지 합의한 것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서로 침략하지 말자는 상호 불가침 선언을 하고, 김대중 정부에 와서 6.15 선언을 하고, 노무현 정부에 와서 10.4 선언까지 해오다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지금은 남북 관계가 많이 후퇴를 했습니다. 통일은 고사하고 평화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연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나면 결국 누가 더 큰 손해일까요? 재물이 있는 사람 집과 재물이 없는 사람 집 중에서 불이 나면 누가 더 큰 손해예요? 재물이 있는 사람이 더 손해예요. 그러니 재물이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너그럽게 참아야 돼요. 왜냐하면 손실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동안 관군에게만 맡겨 두었더니 맨날 말로만 통일을 말하지 실제로 행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백성이 의병으로 일어나서 새로운 통일국가를 만들자고 해서 ‘통일의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청중들은 왜 통일의병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자 그 취지에 공감하는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질문을 받기에 앞서 스님은 우리의 자녀 세대들에게 통일 한국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자며 모두 발언을 했습니다.
“여러분 세대는 어려워도 앞으로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그랬잖아요.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잘 살지만 미래에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요.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은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현재가 괴롭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현재도 괴롭고 미래도 불안합니다. 옛날에는 현재는 괴롭지만 미래에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자녀 세대는 여러분들보다 더 불행한 겁니다. 왜냐하면 미래의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나빠질 일만 남았지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란 희망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들의 자녀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바로 통일의 문제를 지금 풀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우선 북한에 철도를 놓는다고 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겠죠. 대다수는 북한 주민들이 일을 하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기술력이 부족해서 주로 막노동을 해야 되고, 측량이나 주요한 기술은 다 남한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즉 좋은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또 남한에는 한달에 15만원 받고 막노동하라고 하면 아무도 안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도 개성공단처럼 그것이 제일 좋은 일자리가 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런 일들을 정말 기쁘게 할 수 있고, 대신에 남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남북이 다 좋아지는 겁니다.
그러면 북한에 투자한 것을 어떻게 환수를 할 수 있을까요? 지하자원을 개발해도 환수가 되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북한이 아닌 우리가 건설해도 이익이 남을 일입니다. 통일을 해서 북한 건설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그것은 먹어 치우는 낭비적 소비 비용이 아니고, 대다수가 재생산되는 투자 비용이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면 외자를 유치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통일 비용은 소비 비용이 아니라 투자 비용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어서 지금의 한국 정치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 정치를 개선하는 것이 곧 통일에도 매우 유리한 일임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치를 보면 지금 4색 당정 시대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있고, 야당 안에는 친노와 비노가 있고, 여당 안에는 친박과 비박이 있습니다. 4색 당정은 나라가 망하는 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그것은 대통령을 뽑기는 국민이 뽑는데, 뽑은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옛날 왕처럼 똑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선거 운동 기간인 15일만 민주주의입니다. 국민이 주인이니까 주인한테 4년 비정규직에 취직시켜 달라고 부탁하다가 취직을 하고 나서부터는 자기가 주인 노릇을 합니다. 그것도 그냥 주인이 아니라 제왕적인 주인 노릇을 합니다. (청중들 환호와 박수)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민주주의입니다.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진척이 된 게 없어요. 이것은 마치 경제가 외형적으로는 성장하는데 국민은 행복하지 못한 것과 똑같습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중앙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즉 지방자치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충청도의 문제는 충청도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전부 서울에서 결정하니까 충청 사람, 호남 사람, 영남 사람 모두 중앙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고, 그래서 지역주의가 형성되게 됩니다. 대부분 지역에서 결정하고, 안보·외교에 관련된 것만 중앙에서 결정하면 중앙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될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중앙 권력을 준 연방제 식으로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을 내각으로 분산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으니까 전부 다 대통령만 쳐다 봅니다. 자신들한테는 아무 권한이 없으니까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도 않는 겁니다. 이것이 대통령에게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듭니다. 이것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문제입니다. 누구도 그 자리에 가면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위해서도 헌법을 개정해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주의에 뿌리를 내린 두 개 정당만 있잖아요. 국민이 국회의원을 선택하면 국회의원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게 되는데, 경상도는 경상도 대로 전라도는 전라도 대로 특정 정당 말뚝만 박으면 당선이 되니까 국민을 볼 이유가 없습니다. 공천이 되어야 당선이 되니까 국민을 볼 이유가 없죠. 다음 공천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이것이 4색 당정의 핵심 원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지역주의에 편승해서 투표를 하면 안 됩니다.
이제는 여러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나와야 합니다. 여러 정당들이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합종연횡을 하면서 연합 정부를 구성해서 서로 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입니다. 이런 정치적인 변화가 와야 우리들의 삶의 질이 좋아지고, 이런 복지 국가와 분권적 민주 국가가 들어서면 설수록 통일에도 이롭습니다. 우리가 고루 잘 사는 사회를 만들면,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 남한에서 제일 못 사는 사람도 자신들의 중간층보다 잘 사니까 통일을 하고자 하는 요구가 높아집니다. 또 남쪽에 가면 다양한 정당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해서 권리 행사를 자유롭게 해주면 북한의 권력층들도 자기들끼리 정당을 만들어도 되니까 안심을 할 것이고, 평안도와 황해도, 함경도도 각각 자기 지역의 자치가 보장되니까 남쪽과 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통일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반대로 통일이 되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통일과 우리 사회의 발전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입니다. 그래서 이제 여러분들은 ‘통일을 하겠다’, ‘평화적으로 하겠다’, ‘권력을 분산시켜서 통일이 되어도 북한이 위기를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 이런 관점이 있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합니다.”
통일과 우리 사회의 발전은 상호 보완적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남한 사회의 민주화와 지방 분권의 심화가 곧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어떻게 통일운동을 할 것인지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통일 운동에 찬성한다면 배지를 나눠드릴 겁니다. 배지를 단 사람이 100만명, 200만명이 되면 우리가 뽑을 정치인이 새누리당인지 새민련인지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표를 얻기 위해서 각자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노력을 하겠죠. 우리가 표를 갖고 있으니까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고 우리는 가장 통일 지향적인 사람에게 표를 찍어주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통일의병 모이자고 SNS에 올렸더니 만명이 모였다면 정치인들도 다 신경을 쓰겠죠.
이 운동은 총을 들 필요도 없고, 화염병을 들 필요도 없고, 손가락만 들면 됩니다. 이 운동은 잘 못했다고 해서 감옥 갈 일도 없습니다. 죽을 일도 없어요. 불이익이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쉬운 운동을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우리는 소액 주주이니까 표를 많이 모아야 합니다. 이 운동은 같이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다가 손가락만 잘 찍자고 합의하고 돌아오면 되는 운동입니다. 이렇게 운동 방식은 놀기 삼아 하되, 이 운동을 하는 목표 의식과 정열은 독립운동 하듯이 죽을 각오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의병’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런 운동을 함께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청중석에서 “네!” 하고 우렁찬 대답이 터져나왔습니다. 곧이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의 제안에 강연장은 통일에 대한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무엇보다 스님은 올바른 투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싹 갈아치워버린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4색 당정이 사라집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당선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줄만 잘 서면 당선된다고 하면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지역주의 투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사람을 보고, 정책을 보고,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스님의 열정적인 모두 발언이 끝나고, 이어서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5명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통일과 사회 문제에 대한 질문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생 고민에 대한 질문도 사이 사이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변화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서 두 가지 이야기를 조화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삶과 주도적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삶이 상충되는데 통일 문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원자력 발전소가 갖는 위험성이 통일문제 보다 시급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탈핵 의병이 더 필요하지 않는지 묻는 분, 정신과 약을 먹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늘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묻는 분, 밥 먹을 때, 일할 때 등 쉴새 없이 생각이 일어나서 잠을 제대로 못자고 괴로운데 어떻게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지 묻는 분 등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막힘 없는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통일 의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는 남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통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생 아들은 보수적이고 저는 진보적입니다. 아들은 비용을 들어서 통일하는 것을 원치 않더라구요. 아들과 통일 문제로 대화를 하면 말문이 막힙니다. 기존에 통일운동을 해오던 시민단체들이 많은데 별도로 통일의병을 만들어서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요?”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 나라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도 있고, 러시아도 있고, 일본도 있고, 미국도 있고, 북한도 있고, 남한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통일시켜주는 거예요? 중국을 견제하는 거예요?”
“중국을 견제하는 겁니다.”
“중국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통일시켜주는 것이예요? 미국의 견제를 뚫고 자기 역량에 맞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거예요?”
“후자이지요.”
“러시아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통일시켜 주는 것이예요? 이 판국에서 소국으로 밀리지 않고 자기들도 미·중과 어깨를 견주는 강대국이 되려고 하는 것이예요?”
“후자이지요.”
“일본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통일시켜 주는 것이예요? 미국이 중국 때문에 신경쓰는 것을 잘 이용해서 미국 말을 좀 들어주면서 패전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들의 주권 행사를 하려는 것이예요?”
“후자이지요.”
“그럼 북한은 통일하는 것이 목표예요? 자신들의 체제 지키는 것이 목표예요?”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 목표이죠.”
“북한까지 포함해서 주변 6개국 중에서 통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아무도 없잖아요. 그러니 통일이 안 되지요. 하지만 한국 정보는 ‘통일 대박’이라고 하면서 지금 통일을 얘기하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가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통일을 원하는 사람의 행동 같아요? 오히려 갈등을 지금 더 부추기고 있어요? 갈등을 더 부추기면서 말과 행동이 서로 안 맞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일이 안 됩니다. 주위 환경이나 내적 조건으로 보면 통일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뚫고 통일을 하려면 우선 외국이 중심이 되어야 할까요?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야 할까요?”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야죠.”
“그럼 당사자 중에서 북한이 중심이 되어야 해요? 남한이 중심이 되어야 해요?”
“똑같이 중심이 되어야죠.”
“그런데 북한은 지금 자기들 체제 지키기에 급급해요. 북한에게도 똑같이 중심이 되라고 하는 것은 남녀가 평등하니까 짐도 똑같이 들어야 하는 것과 같아요. 남녀가 평등하지만 무거운 짐을 들 때는 남자가 짐을 더 많이 들어야죠. 그리고 짐을 많이 든다고 권리 행세를 많이 하려고 하면 안 되지요. 권리 행세는 같이 하더라도 힘이 더 있으니까 짐을 더 들어야 하는 것처럼 현재 북한은 통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역량이 안 됩니다. 그런데 남한은 경제적으로 보나, 기술력으로 보나, 국제 관계로 보나,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의 파워로 보나, 남한은 통일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통일을 할 역량이 좀 되잖아요. 그러니 통일을 하겠다면 그것을 주도할 나라는 남한 밖에 없습니다. 남한이 주체적으로 먼저 나서야 합니다. 북한이 아무리 하겠다고 나서도 남한이 안 하겠다고 하면 통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남한에서 강연회를 많이 한다고 통일이 될까요? 북한 돕기 운동 한다고 통일이 될까요? 통일은 정치적이고, 외교적이고, 군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이 주인이지만 실제로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정부입니다. 그러니 남한 정부가 통일을 하겠다고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북한이 행패를 피워도 북한 버르장 머리를 고치는 데 목표를 두면 안 되고, 북한이 통일 쪽으로 나오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경제적 지원을 하더라도 통일 쪽으로 나오도록 지원을 해야 합니다. 협박을 하든 유혹을 하든 통일 쪽으로 한발 나오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협력을 할 때도 미국의 이익에 따라가는 종속적 동맹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전 세계의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지해주지만 적어도 남북 통일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에게 주도권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우리가 하자는 대로 뒤에서 도와만 달라고 해야 합니다. ‘통일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너희들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이익이 중심이 되도록 너희들이 좀 도와달라’ 이렇게 하는 것이 자주적 동맹입니다. 한미 동맹은 종속적 한미 동맹에서 자주적 한미 동맹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외세는 통일을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방해는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세에게 도와달라고 구걸하지 말고 방해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통일을 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제일 먼저 북한을 설득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북한의 어려운 처지를 살펴서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경제적인 지원을 해줘야 하고, 군사적으로 체제 위협을 느낀다면 군사훈련을 감소한다든지 군비 증강을 서로 조정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안보는 상호 조정하고, 경제는 우리가 유리하니까 조금 지원을 해주고요. 무조건 공짜로 주라는 것이 아니라 굶어죽는 것은 공짜로 주지만 탄광을 개발하는 것은 먼저 지원을 하고 나중에 돌려받으면 됩니다. 다른 나라에게는 이자를 10%로 한다면 북한에게는 3%로 한다든지 혜택을 좀 주면 됩니다. 그러나 공짜로 주면 안 돼요. 군사적인 것은 상호 일대일로 해야 하고, 경제적인 것은 우리가 유리하니까 조금 혜택을 줘야 합니다. 이렇게 통일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일본도 방해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안 되니까 군사적인 것은 일본과 협력하면 안 되지만, 비 군사적은 것은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중국은 앞으로 통일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지금 방해하는 것은 없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중국은 얼마든지 방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북한을 중국이 콱 잡아버리면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중국에 대해서도 경계를 해야 합니다.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지만 중국이 패권 행세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는 못 막으니까 한미 동맹을 해서 어느 정도 미국을 등에 업고 있어야 중국이 우리를 덜 무시합니다. 우리가 미국의 똘마니 역할을 하면 보복을 당하고, 미국이 없으면 우리를 무시합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를 적적하게 맺고 있으면 우리를 존중하지 무시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외교입니다. 자기 힘이 부족하면 무조건 똘마니 행세를 하면 안 되고, 적절하게 친구 관계를 맺어서 견제를 해야 합니다.
이런 외교, 국방, 경제 정책을 해나가야 합니다.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역할을 할 정부를 세우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러니 내년과 내후년 선거에서 투표를 할 때 통일이라고 하는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비중을 더 높여서 봐야 합니다. 통일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투표하는 사람을 백명, 천명, 만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우리들 눈치를 보게 되지요. 아들하고 싸우고만 있지 말고, 이런 일을 해야 통일에 도움이 됩니다.”
아들하고 싸우고 있지 말고 통일 지향적인 정부 수립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질문자도 크게 웃었습니다. 오늘 스님은 시종 일관 통일 지향적인 정부 수립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모든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마치자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닫는 말씀을 하면서 지금까지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통일 뿐만 아니라 그 다음 단계가 있다며 더 큰 그림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냥 통일만 한다고 끝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돼요. 남북이 분단이 되어 있으면 동북아가 분쟁 지역이 되는데, 통일 한국이 딱 되면 통일 한국이 미국과 협력하느냐, 중국과 협력하느냐, 일본과 협력하느냐에 따라서 동북아의 세력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중심을 딱 잡으면 동북아에서 어느 누구 하나가 패권 행세를 못하게 해서 동북아를 평화 지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북아를 공동체로 번영시킬 수 있습니다. 통일 한국은 첫발이지 다음 단계는 동아시아 공동체로 가야 하고, 그 다음 단계는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 길목에 지금 우리가 서 있습니다. 이것은 다 우리의 선조들이 잘 해 놓은 공덕으로 이런 가능성을 여는 것입니다. 그러니 선조들이 해 놓은 것만 까먹고 망하지 말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더 큰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넘어서서 동아시아, 동아시아를 넘어서서 인류의 빛이 되는, 그래서 타고르가 얘기한 동방의 빛이 정말로 우리가 되어보는 그런 희망을 갖고 한번 나가 봅시다.”
스님이 보여주는 비전은 그 한계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요? 동아시아의 희망을 넘어서서 인류의 희망까지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청중들도 스님의 그려주는 청사진을 들으며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무대에서 내려 온 스님은 강연장 앞 로비에서 ‘새로운 100년’ 책을 구입한 청중들을 위해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청중들은 열정적인 강연을 해준 스님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 법륜 스님의 통일 이야기를 담은 책 '새로운 100년'
▲ 사인회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스님.
강연을 모두 마치고 나서는 행사 준비를 위해 주황색 단체티를 맞춰 입고 곳곳에서 수고해준 통일의병 대전지역 모임 회원들과 함께하는 간담회 시간이 열렸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스님은 통일 지향적인 정부 구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앞으로 광범위하게 모아 나가자고 하면서 격려 말씀과 더불어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 통일의병 대전 지역 모임과의 간담회
“민주화 운동 할 때도 학생들이 교수 도움 받지 않고도 자기들 끼리 셋방에 숨어서 공부하고 감옥가고 그랬습니다. 요즘 같으면 여러분들 자녀들 또래 아이들이 세상을 뒤집었잖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처럼 경험 있는 사람들이 왜 못하겠어요?
우선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을 해야 되고, 통일을 해서 우리의 좋음이 일본과 중국에도 영향을 줘야 합니다. 그래서 동아시아가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30년 정도 지나면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가 됩니다. 그러면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올 수 있어요. 그리고 중국이 일대일로를 깔면 우리의 창조적인 문명을 거기에 실어서 전 세계로 전파하면 됩니다. 이웃 나라와 협력해서 규모를 키우고, 그 핵심에 해당하는 좋은 아이디어는 우리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모방주의와 패배주의를 벗어던지고 우리가 사는 곳을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지금이 행복해야 합니다. 통일이 되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통일의 꿈을 안고 활동하는 지금이 행복이예요. 그러면 여러분들의 얼굴에 생기가 돋고 젊음이 회복되는 겁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꿈을 향해 우리가 움직인다면 우리 자신이 다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렇게 함께 해 봅시다.”
통일 운동을 하면 젊음이 회복될 것이라는 말에 모두들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단체 사진을 기념으로 찍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일상 생활에 묻혀 돈 버는 데만 열중하며 조용히 살아왔지만, 이제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나도 작은 기여를 해보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였습니다.
스님의 통일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 뛰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스님의 통일 이야기를 듣고 가슴 속에 통일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가슴 속에 통일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으셨길 바랍니다.
오후 6시가 넘어서 대전시청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대전 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법당에 머물면서 늦은 시간까지 원고 교정 업무를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 스님은 오후 2시에 부산에서 통일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이고, 저녁 7시에는 김제동 씨와 함께하는 청춘콘서트가 역시 부산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정토회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68941&page=1&p_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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