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빠진 세계 피겨스케이팅 무대를 일본이 장악했다.
2022~2023년 시즌을 마감하는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일본은 시니어 부문 4개 종목 중 3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싱글에서는 미하라 마이, 남자 싱글에서는 쇼마 우노가, 페어에서 미우라 리카-류이치 키하라 조가 1위에 올랐다.
관심을 모은 여자 싱글에선 미하라 마이(23)가 동료이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 카오리에게 역전 우승했다. 이번 시즌 출전한 두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한 미하라 마이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던 사카모토 카오리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한 틈을 타고 종합점수 208.17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카모토 카오리는 쇼트 1위에서 최종 순위 5위로 처졌고, 우리나라의 '피겨장군' 김예림(19·단국대)은 최하위(6위)에 그쳤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미하라 마이/사진출처:ISU 홈페이지
미국의 이사보 레비토(15)가 197.23점으로 은메달을, 레오나 헨드릭스가 196.35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19년 이후 2년만에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 최강'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을 금지당하면서 일찌감치 일본의 독주가 예상됐다. 김예림도 메달 획득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컨디션 난조로 출전 자체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금, 은메달을 차지한 안나 셰르바코바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도핑 파문을 일으킨 카밀라 발리예바 등 러시아 피겨 스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시즌 내내 국내 무대에 머물렀다.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연맹(FFR)도 이들을 위해 각종 대회를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금메달리스트인 셰르바코바는 무릎 수술 등으로 아예 러시아 국내 대회에도 출전하지 않고 모스크바시가 개최한 '모스크바 도시 포럼' 등 대중 행사에만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셰르바코바/사진출처: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계정
발리예바의 연습장면/사진출처:인스타그램
발리예바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자격 정지 4년 중징계 제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국내 대회에 출전, 2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피겨 선수 상금 순위 1위(약 240만 루블)에 올랐다. 그녀는 고향인 카잔에서 11월에 열린 러시아 그랑프리 대회에 이어 지난 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끝난 '점프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녀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올림픽 은메달의 트루소바는 지난달 21일 끝난 사마라 그랑프리 대회에서 소피야 사모젤키나에 이은 2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투트베리제 코치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그녀는 지난 여름 '투트베리제' 사단을 떠났는데, 그 여파가 아직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그랑프리 대회의 마지막(6차 페름 그랑프리)은 관록의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가 장식했다.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은 오는 22~25일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리는 '러시아 선수권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해를 접는다. 선수권 대회는 러시아 피겨 연맹(FFR)이 소련이 해체된 후 창설한 대회로, 유럽 선수권 대회 선발전을 겸했다. 그러나 내년 1월 23~29일 열리는 유럽 선수권 대회의 러시아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