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사는 장애인 부모로 운 좋게 에이블뉴스 지면을 빌어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글을 썼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중언부언하면서 글쓰기의 어려움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디 내어놓기도 부끄러운 글은 에이블뉴스라는 언론 회사의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도 컸지만, 1년간 꾸준하게 몇 편의 글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에이블뉴스가 장애인 언론으로서 가치와 방향성이 명확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고 장애를 대표하는 에이블뉴스가 더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마지막 당부 또한 장애 정책에 대한 지역 감수성과 정책의 공평함에 대한 의견을 남깁니다.
우리나라 정책은 늘 다수를 위한 정책이 우선 실시되고 정책 입안자들과 민원, 수요가 중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소수 농어촌 지역민에게는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정책이 많고 지역 특색에 맞게 조정해야 할 내용도 있습니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전의 지방은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전달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지역민의 욕구에 부응하기가 힘들었고 맞춤형 정책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역 주민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인식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책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울진은 울진의료원 이용 장애인에게 기초진료비 100% 지원하고 교통사고, 산재를 제외한 응급환자에게 129 이송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발달장애인이나 관급식을 하는 장애인에게 특수분유, 주사기, 튜브 교체 같은 비급여 품목에 대한 의료비와 신변처리 용품(방수 패드, 물티슈, 기저귀 등)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원하는 것은 지역에 사는 장애인과 군민의 건강권 보장 정책으로 욕구에 맞춰 정책이 실시되는 것입니다.
'돈'
그런데 이렇게 지원하려면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이 중요하고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주민 욕구에 맞춘 지원이 어렵습니다. 새로운 사업 확장으로 세수 확대를 희망하지만 사실 농어촌 지역에 들어올 기업은 매우 희박하고 인력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는 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50%가 되지 않고 시군구는 10%가 안되는 지역이 90%가 넘습니다. 이제 지방 시대를 위한 국가재정의 분배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2024년 재정자립도. ©통계청 지표누리 e-나라지표
희망을 갖고 시도한 복지사업 지방이양은 시행 이후 지자체 사회복지 재정 지원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급기야 2015년엔 몇 개의 사업은 다시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전환되어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시군구 경우에는 국고보조사업이 시행될 때 보조금의 매칭이 부담되며 일방적으로 실시되는 사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이해도 낮아서 복지사업에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맞춤식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재정이나 예산의 집행이 지방정부가 기획하고 지방정부가 지출하며 중앙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결정권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배분되고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들을 하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통계청 지표누리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대략 77조와 23조로 8:2로 보입니다. 우리가 부담하는 조세가 10이라고 하면, 국민으로서 77조를 납세하고, 지방 주민으로서 23조의 지방세를 내는 것입니다. 반면 조달된 재원을 사용할 때는 지방이 총 조세의 71%를 사용합니다.
이는 지방이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며 중앙보다 지방의 재원 소요가 더 크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을 계획하고 세부사업 계획까지 수립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방은 고작 세부사업 실행 권한만 주어집니다.
복잡한가요?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조세 배분 정책입니다. 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그에 맞는 정책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모든 국민은 국세와 지방민으로 지방세를 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는 그것을 보장해야 합니다.
시민이 요구하지 않으면 중앙정부는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내어놓지 않습니다. 지방 시대, 지방자치제가 도입된지도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중앙에 종속되어 있는 우리들을 봅니다.
저는 부모연대에서 활동하는 회원입니다. 올해 발달장애인 예산 확보를 위해 부모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체투지, 삭발, 단식투쟁을 이어 왔습니다. 자신이 사는 지방에서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고 오히려 지역 특성에 따른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는데 매년 예산 투쟁을 위해 국회로 정부로 가는 것은 모든 예산과 정책 수립 권한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장애인부모들의 오체투지. ©경북장애인부모회
예산, 재정이 나와 먼 이야기 같은가요? 똑똑한 정치인이 바꿔야 할 법인가요? 아닙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바뀌는 거지요. 그게 권리입니다. 우리가 선출한 입법기관 국회의원들이 지방 시대를 위해 제도와 법을 바꾸길 원했지만 그들의 인식 또한 중앙에 종속되어 지방 시대를 위한 구조적 변화 재정의 분배 방식을 논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제 시민이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 마지막 당부는 이것입니다. 지방에 사는 장애인과 가족 여러분,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리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적극 주장하고 맞춤식 복지 서비스를 제안하십시오. 지역 정치인에게 지방 시대를 위한 조세 배분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십시오. 지면을 허락해 주신 에이블뉴스에 감사드리며 모든 독자님 건승하십시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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