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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새들 관찰, 기후변화체험관·부평역사박물관 들러볼 만
부평구청 쪽에서 출발하여 굴포천을 따라 걸었다. 새들의 낙원으로 중대백로, 청둥오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고 비둘기, 까치, 참새, 직박구리, 왜가리 등도 물가를 배회하며 먹이를 구하거나 자맥질을 하고 물 위로 촤르르 미끄러지며 잡아 볼 테면 잡아 보라는 듯 날갯짓을 한다.
▲ 굴포천은 전형적인 도심 하천으로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서 발원하여 2012년 아라뱃길이 개통한 이후에 한강으로 합류하며 2016년 12월 국가하천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부평구청 쪽 굴포천 입구.
굴포천은 전형적인 도심 하천으로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서 발원하여 2012년 아라뱃길이 개통한 이후에 한강으로 합류하며 2016년 12월 국가하천으로 지정됐다.
부평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에 가면 입구에 오징어 놀이와 사방치기가 바닥에 그려져 있다. 오징어 놀이는 땅에 오징어 모양인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그려놓고 공격과 수비 두 편으로 나누어 몸싸움을 한다. 옛날에는 골목에서 많은 아이들이 모여 오징어 놀이를 했다. 오징어 머리 부분에서 깨금발로 출발하여 중간 부분에 발을 놓고 잡아당기기를 하다 통과하면 두 발로 편하게 꼬리 부분까지 간다.
오징어 몸통 밖으로 끌려 나가지 않고 머리 부분에 가면 이기는 놀이인데 각 팀은 상대 팀을 잡아당겨야 한다. 안과 밖으로 끌려 나가면 아웃이다. 금을 밟거나 깨금발 상태에서 다른 발이 땅에 닿아도 실격이다. 격렬한 몸싸움으로 옷이 찢어지거나 무릎이 깨질 수도 있다. 겨울에 그런 놀이를 하고 나면 땀이 범벅일 정도이다. 이 놀이의 힌트로 ‘오징어 게임’ 드라마가 세계적 선풍을 일으켰다니 다시 보아진다.
▲ 기후변화체험관 앞 굴포천
기후변화체험관 1층에서 ‘우리는 제로웨이스트(고체 딸기 치약 만들기)’ 체험을 막 끝낸 이다교(44) 씨와 최요한(9) 군, 임혜현(38) 씨와 박서빈(7) 양, 정청심(42) 씨와 김민성(9), 김민재(7) 군을 만났다. 재료비로 2,000원을 내고 집에서 가져온 용기에 고체 딸기 치약을 만들어 담았다고 알려준다. 천연치약으로 딸기를 직접 갈아 동결 건조한 분말과 자일리톨 등을 넣어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계량할 때 몹시 즐거워했다고 전한다.
엄마들은 북카페 앞에서 500원을 내면 텀블러나 머그컵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용기를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기에 환경을 생각할 수 있으며 기후와 관련된 체험관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그 사이 아이들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2층에 있는 인터렉티브 체험관, 지구를 위한 실천관을 뛰어다니며 체험 삼매경에 빠져 환호성을 지른다.
▲ 부평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앞 오징어놀이
▲ 이다교 씨와 최요한 군, 임혜현 씨와 박서빈 양, 정청심 씨와 김민성·김민재 군
기후변화체험관 벗어나 굴포천을 따라 걷다 보니 폐철길이 보인다. 곧이어 부평역사박물관 건물이 나온다. 2007년 3월에 개관했다는데 안내데스크 쪽으로 가니 키가 큰 손민환(42) 학예연구사는 친절하게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학술조사와 유물 기증 및 구입하는 일을 한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인천육군조병창에서 만든 총검이 일본에 있었는데 총포화약류 관련법에 따라 우리나라로 반출이 어려웠단다.
그것을 한국인 독지가가 구입해 기부해 줘서 인천시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자랑스럽게 여겼다. 또 화랑농장은 6.25 전쟁 때 북한이 고향인 상이용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만든 농장인데 1953년 상이용사 김국환이 명예 제대를 하고 부평 군용지에 상이용사들을 모아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초장기 협동농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김국환의 아내와 아들이 보관해오다가 2년여 동안 설득하여 현재는 부평역사박물관 1층 기증전시실에 전시 중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마음을 얻어 기증하게 만든 그의 성실함이 엿보인다.
2층 농경문화실에는 농기구 등을 전시해 놓았으며 관혼상제 및 의식주 생활문화와 관련된 유물도 전시되어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맞은편 부평역사실은 최초의 경인철도 이후 인천육군조병창 건설과 부평수출산업공단 조성에 대한 현대사 등을 볼 수 있다.
손민환 학예연구사는 자신이 노력하여 펴낸 <산곡동 87번지 부평 영단주택> 학술 편과 자료 편 두 권을 기자에게 선뜻 내준다. 그의 땀과 결실이 든 책을 아무 대가 없이 받으려니 미안하고 고맙다. 학예연구사로 부평 문화·역사 발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력이나 예산 문제로 일을 조정하거나 포기를 해야 할 때면 아쉬움이 크기에 구청에서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인천의 역사를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야외전시장을 둘러보고 다시 굴포천을 향해 걷는다.
▲ 굴포천을 따라 걷다 보면 부평역사박물관 건물이 나온다. 2007년 3월에 개관했다는데 안내데스크 쪽으로 가니 키가 큰 손민환(42) 학예연구사는 친절하게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부평역사박물관 야외 전시실
홍정근(44), 김남정(44) 부부가 아들 서준(6) 군과 산책을 나왔다. 직장이 부평이지만 서울에서 살다 6년 전쯤에 부평구청 근처로 이사를 왔고 요새는 삼산동으로 옮겨서 굴포천에 자주 온다.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악취가 심했는데 요즘은 하천이 많이 깨끗해져서 산책하기에 으뜸이라고 덧붙인다. 집에 있으면 답답한데 가족과 굴포천 산책을 하면 새들을 볼 수 있어서 기분까지 좋다고 밝혔다. 아들 서준 군은 유치원에 다니는데 굴포천에 나오면 뭐가 좋으냐는 질문에 “나무 보고, 꽃도 보고, 새도 보아서 좋아요.”
애교 섞인 발음으로 하나하나 말하는 것이 몹시 귀엽다.
▲ 굴포천에서 만난 홍정근 씨 가족
▲ 굴포천은 새들의 낙원으로 중대백로, 청둥오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고 비둘기, 까치, 참새, 직박구리, 왜가리 등도 물가를 배회하며 먹이를 구하거나 자맥질을 하고 물 위로 촤르르 미끄러지며 잡아 볼 테면 잡아 보라는 듯 활개를 친다. 사진은 물고기 잡는 중대백로.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말 맑아 보인다.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중대백로 한 마리가 성큼성큼 걷더니 재빠르게 뭔가를 콕 찍는다. 은빛 비늘이 반짝이며 꿈틀대는 것이 부리 사이로 보인다. 아무래도 물고기 사냥을 한 모양이다. 기자 눈에는 안 보여도 중대백로 눈에는 보였는지 몇 번의 낚시질에 발버둥치는 물고기 모습을 볼 수 있다. 곧 주둥이 속으로 꿀꺽 넘어간다. 어느 물고기 한 생이 사라지는 것을 방금 목격했다. 약육강식의 생태계라지만 어째 중대백로 입안으로 넘어간 물고기가 못내 안타깝고 불쌍하다.
벚꽃이 피면 더 아름다운 굴포천! 겨울에 가면 삭막해 보이기는 해도 대신 물이 더 맑아 보인다. 냄새도 덜 나서 좋다. 다리 위에는 호떡을 먹겠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보이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하천이 살아야 동물과 식물, 사람들이 살 수 있음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