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런 날씨는,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도,
두세 번씩 바뀌는 날씨는,
흔한 일이 아닌데...
모처럼,
홀로 관악산을 찾았는데,
날씨가 시간 단위로 바뀌었고...
암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고,
비가 그쳐서 산으로 올라갑니다.
가을이라고,
길에는 은행들이 여기저기에 널렸고...
냄새만 없다면,
몇 알 주워볼까 했는데...
은행의 고약한 냄새로 인해,
손으로 줍는 것은 고사하고,
발로 밟지도 못했고...
날씨는,
비온 뒤 점차 맑아져서,
정말 깨끗한 하늘이 펼쳐지고...
물론,
아직도 먹구름은 조금 남았지만,
이 정도 하늘이면 나무랄 곳이 없었고...
어째튼,
산행하기에는 너무 좋아서,
홀로 흔들흔들 올라가는데...
서울의 하늘은,
그야말로 그림 같은 상황이...
만일,
누군가가 그렸다고 해도,
이보다는 못할 듯...
어째튼,
날이 너무 좋아서,
홀로 흥얼거리며 산을 오르는데...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정상이 지척에 보이고...
일부러 천천히 걸었음에도,
너무 빨리 오르는 것 같아서,
천천히 올라가려 했는데...
나에 이런 계획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물거품으로 변했고...
여기는,
토끼가 사는 곳입니다.
바위는,
토끼의 엉덩이이고... ㅎㅎ
암튼,
토끼바위를 지나고 있는데,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삼성산에는,
먹구름이 한가득 몰려왔고...
몰려오는 먹구름을 피하려고,
속도를 내서 걸어 보는데...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이정표는,
여기서부터 40분을 걸어야 정상이라고...
밀려드는 먹구름은,
조만간 날 따라잡을 듯한데,
가파른 오르막길을,
헐레벌떡 오르려니,
너무 힘들었고...
하늘에 가득한 먹구름은,
삼성산을 지나서,
내 머리 위까지 다가왔으나...
난,
우산도 없고,
비옷도 없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암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비를 피할 곳이 있으니,
열심히 올라가 보는데...
관악산 연주대에도,
단풍이 찾아와서 곱게 물들고...
아무리 바빠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안부를 전해 보는데...
내 머리 위에는,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고...
국기봉까지 오는 동안,
많은 비는 아니고,
그냥 한두 방울 떨어지는 상황이었으나...
이 소나무를 지나면서는,
빗방울이 점차 거세지고...
비뿐만 아니라,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은,
한겨울처럼 몸에 한기를 느끼게 했고...
그런데,
정말 신기한 점은,
시커먼 먹구름은,
내 머리 위에서난 맴돌고...
서울 시내는,
저렇게 맑은 상황인데,
내 머리 위에만 비구름이 따라다니면서,
날 괴롭히는 중이고...
더구나,
잠시 머물면서,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이면,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서,
손을 꽁꽁 얼게 만들었고...
푸른 하늘은 어딜 가고,
관악산 정상도 점차 비구름으로...
아직은,
비바람이 거칠지 않아서,
조금만 힘을 내면,
연주대 아래 헬기장에서,
비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으니...
험한 오르막을 올라가는 내 발걸음이,
구름보다 빠르다면... ㅠ.ㅠ
본격적인 비구름은,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듯 달려오는데...
내 발걸음은,
무겁고 더디기만...
그래서,
비를 피하는 것은 포기하고,
평소 걸음으로 올라갔네요.
마음을 비우니,
가을비에 촉촉하게 젖은 단풍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단풍뿐만 아니라,
비도 즐기고,
바람도 즐기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올랐네요.
신기하게도,
마음을 비우니,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ㅎㅎ
가파른 계단에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로,
촉촉하게 젖어 있는데...
계단처럼,
이미 젖어버린 내 몸은,
굳이 빨리 걸을 이유가 없었고...
그래서,
비와 함께,
천천히 정상을 향해서...
이제는,
서울도 점차 먹구름이 자리하고...
비를 맞으면,
빗속을 걸어가는데...
멀리,
서울에 내리는 비를 보니,
저들도 나처럼 비를 즐기고 있을지...
현실은,
모두가 우산으로 무장하고서,
단 한 방울도 맞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겠지만...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는데...
비옷을 입었거나,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 몇몇 이서,
연주대 정상을 즐기고 있고...
나처럼,
비를 즐기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ㅎㅎ
암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한적한 연주대를 편안하게 즐겼고...
먹구름은,
나를 지나 처서,
과천을 지나 청계산 방향으로...
역시,
먹구름도,
스스로 갈 곳이 있어서,
잠시 나를 지나쳤을 뿐인데...
모두가,
제갈길이 있고,
그 길을 묵묵하게 가는 것이지...
일부러 비를 피할 이유도 없고,
구름을 원망할 필요도 없을 듯...
역시,
마음을 비우고 나니,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고...
여기는,
구름이 새롭다는 것이 아니라,
불과 한 달 전에도 없던,
새로운 계단이 있고...
그동안,
정말 위험한 구간인데,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았고...
서울 하늘은 흐리지만,
발아래 펼쳐진 봉우리와 단풍은,
너무 멋진 모습으로...
연주대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촉촉하게 가을비가 내리는 도심과 달리,
관악산의 암봉과 단풍은,
비가 내려도 산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네요...
그래서,
조만간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산이 꽁꽁 얼어도 다시 찾기로 하고,
산을 내려가려 합니다.
예전에는,
이 암벽을 타고 올랐는데...
아직도,
암벽에는 쇠줄이 남아 있고...
편한 등산로가 생김으로 인해,
산이 훼손될 수 있으나,
누구나 쉽게 관악산을 찾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나쁘지는 않고...
이렇게 멋진 풍경을,
일부만 즐기는 것보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으니,
나쁘지는 않네요.
그리고,
모처럼 산을 찾았는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 준다는 점도 장점인 듯...
딱 한 가지 문제점은,
계단을 만들 때,
흔들거리지 않고,
아래가 뚫려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저런 계단을 지나려면,
오금이 저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나 같은 사람을 위하여,
난간도 보이지 않게 막아 줬으면 하는 소원이 있어서... ㅎㅎ
암튼,
힘든 구간을 지났으니,
이제는 조금 편한 마음으로 하산을...
이 단풍은,
산을 오르면서 보았던 단풍처럼,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붉게 타오르고...
전문가들은,
나무의 잎에,
당분이 효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안토시아닌은 붉은색으로,
카로티노이드는 노란색이라고 하는데...
난,
그런 용어는 너무 어렵고,
그냥 빨간색 단풍이 이쁘네라고...
잠시,
단풍을 논하는 사이에,
관악산 연주대는,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거리가 멀지도 않은데,
불과 5분 만에,
연주대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올라오는 동안은,
비구름이 여러모로 힘들게 했는데,
내려가면서는,
안개가 찾아와서 어렵게 하네요.
안개와 함께,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하여,
맞은편 바위 아래서 십여분 기다렸는데...
하늘은 맑아질 기미는 없고,
시간이 늦어서 어둠이 찾아오려고 하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안개비를 맞으며,
길을 내려가는데...
무슨 조화인지 몰라도,
내가 길을 나서면,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잠시 멈춰 서면,
득달같이 밀려오고...
변화무쌍한 날씨라고 하는데,
오늘 날씨에 딱 맞는 표현인 듯...
어째튼,
흘러가는 안개를 바라보면서,
잠시 이런저런 생각도...
흘러가는 안개는,
여전히 거칠 줄 모르고...
산에서 살 수는 없기에,
이슬비 맞으며 산을 내려가는데...
촉촉하게 젖은 몸은,
따뜻한 국물에 소주 한잔으로 녹였으면...
아니,
꼭 그렇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산을 내려 가지만...
연주대에서,
사당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공사용 물품과 함께,
쓰레기장이 생겨나고...
이러면 안 되지만,
한 명이 버리고,
두 명이 버리면서,
산은 점차 쓰레기로 변해가네요.
제발,
이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촉촉이 젖은 내 몸을,
소주로 달래려고 했으나...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그리할 수 없을 듯...
비구름이 지나고,
이렇게 청명한 하늘이 열리는데,
비와 안갯속에서 걸었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아서...
어째튼,
하늘이 열리는 모습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따사로운 가을 햇살,
그리고,
뭉게구름까지...
암튼,
관악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평화로운 가을의 일상이었고...
그래서,
얼큰한 국물과 소주는,
내 상상 속에서 즐기는 것으로... ㅠ.ㅠ
사당역 부근의,
국기봉을 찾아 가는데...
바위 위에는,
까마귀들이 득실거리고...
까마귀를 잡아서,
소주 안주로 하고 싶으나,
잡을 방법이 없어서 상상으로만...
참고로,
까마귀 고기는,
시고 떫고 노린내가 난다고 하고,
리투아니아에서는 귀족들의 요리였다고...
맑았던 서울 하늘은,
다시 비구름으로 뒤덮이고...
그리고,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비로 인해서,
또다시 비를 피해 다름질을...
암튼,
하루 종일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서,
허겁지겁 허둥지둥했네요.
이사진은,
흐리기도 하지만,
흔들려서 요 모양입니다.
이 사진을 올린 이유가 있는데...
이때쯤,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는데,
소주 한잔 하자고...
얼마나 반갑던지,
사진이고 뭐고,
내립다 뛰는 관계로,
사진이 이모양이고... ㅎㅎ
드디어,
소주가 난무하고,
조명이 반짝이는,
문명의 공간으로...
반가운 소식이,
혹시 취소될까 봐서,
숨도 쉬지 않고 달렸고...
덕분에,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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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불어도,
산을 찾는 사람이 있지만.,.,.
멀쩡한 날씨가,
심술을 부려도,
산에서 버티는 나도 있고...
덕분에,
소주 한잔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를 깨달았고...
암튼,
지난 한 주를,
비와 학바위...
그리고,
변덕이 죽을 쑤는,
연주대에서...
================
카페 게시글
산행 앨범
연주대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즐기고...
윤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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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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