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과 백의종군 (白衣從軍)
조선 시대의 무관직의 징계 처분 중 하나. '백의'란 진짜 흰색 옷을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관직이 없는 상태의 신분을 가리키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한마디로 현대의 보직해임이나 마찬가지인 처벌이다.
본래 삼국시대의 김원술과 같이 전직 무장이 자발적으로 직위없이 충군 사례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조선시대에는 그것을 제도화한 것이다.
본래 백의종군은 무관이 전시나 위급한 상황에 파직되었을때 직무 중인 현 직위의 권한은 잃지만 전직관료의 신분으로 현직을 보좌하게 하려는 처분이다.
과거에 작성된 교과서나 서적들에는 백의종군은 말 그대로 장수가 졸병으로 강등되어 최전선에서 싸우는 조선판 형벌 부대 식의 매우 강력한 형벌로 묘사되는 일이 많았고 아직도 개정이 안된 교과서들은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은 파면보다는 약한 형벌이라는 것이 현재 학계의 중론이다. 이순신 장군이 기록한 난중일기에서 백의종군을 하고있던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 길을 지날 때마다 지방 관리들과 장수들이 아침마다 문안 인사를 오고 술과 식량, 그리고 짐이 무거울까봐 말까지 보내주는 것이 나와있고 여기에 더해 이순신 장군을 보좌하는 군관도 배속이 되어있었고 심지어는 어느 일정 수준의 녹봉 즉 국가에서 주는 급료도 받았다. 실제로 이순신의 사례뿐만 아니라 조선은 반상의 법도가 엄격하고 특히 이순신은 당상관이라는 관료중에서도 고위직에서 파직되었기에 직첩은 거두었지만 조선이라는 나라가 전직 관료는 현직에 준하여 대하는 공식적인 제도가 존재했고, 당연히 전직 관료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어 있었으며, 감히 평민이나 병사가 백의종군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규정까지도 있었다. 그리고 파직도 또한 현재의 공무원 파면도 다른게 직책을 잃는다 해도 현직에서 받았던 품계는 (정3품 같은) 그대로 유지가 되기 때문에 직을 잃었다고 신분 까지 잃지는 않는다. 조선시대에서 양반이 모든 신분을 잃고 떨어지는 일은 역모 주동자와 그 연좌되는 직계가족일 경우 뿐이다. 애초에 파직도 대부분의 경우 금방 복직되거나 최소한 직첩은 돌려주는게 조선시대 수준의 처벌이다.
조선후기에 들어서는 전시가 아닌 다른 상황에서도 백의종군 처분이 나오게 되는데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일기에 따르면 윤안국이 광해군이 명하는 관직을 계속 거절하자, 이에 빈정상한 광해군이 "윤안국이 일을 회피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니 예사롭게 백의종군시키는 것은 그를 징계하여 다스릴 수 없다."면서 유배를 보내라는 명을 내린 적이 있다. 한편 이런 점을 반대로 이용해서, 죄인을 처벌은 해야겠으나 그 책임이 죄인 한 명에게 있다고 보기 어려운 억울한 경우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형식상으로만 가볍게 백의종군을 시키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영조가 기우제를 지내러 가는 중 훈련대장 장붕익이 길을 잘못 인도하여 어가가 다른 길로 경유하게 되는 일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장붕익이 전적으로 잘못을 범한 것이 아니라 병조와 훈련도감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던 왕이 중요한 행사를 치르러 가는 길을 방해한 죄를 지은 셈이 되었으니 이에 대한 벌로 장붕익은 백의종군형을 받았는데, 고작 5일 만에 복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 병마절도사였던 이일 밑에서 백의종군을 하고 있던 때에 여진족 정벌 당시의 편제를 기록한 장양공정토시전부호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을 하던 당시에도 보직은 장군으로 기록이 되어있다. 우화열장 급제라고 기록이 되어있는데 이때 급제로 기록된 장수는 이순신, 이경록, 조대곤 등 19명이었다. 그리고 이 급제라고 표시된 상당 수의 장수들은 백의종군 처분을 받고 이행 중이던 장수들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여기 쓰인 급제는 무과에 급제한 지 얼마 안된 신참이거나 백의종군 등 어떠한 이유를 통해 보직이 주어지지 않은 장수를 의미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기록을 보면 딱히 이순신 장군이 특별해서 백의종군 당시에도 장수로 남아 있던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백의종군은 장수를 병사로 강등시키거나 계급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장수이고 이전 계급은 어느 정도 남아있지만 보직을 주지 않아 지휘권이 부여되지 않는 어찌보면 정신적인 처벌의 형태가 강한 형벌이다. 그래서 백의종군을 하는 중에 전쟁에 참전하게되면 당연하게도 병사나 하급 장수가 백의종군 중인 장군을 하대할 수 없었고 백의종군을 하고있는 장수는 자신이 소속되어있는 상급 장군에게 전략, 전술에 대한 자문을 하거나 병참이나 군마를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순신 장군이 이 처벌을 두 번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