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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외인부대 2...외인부대 신고식, 반군과의 전투 |
(지난호에 이어 계속~)
미 중앙정보국 휘장을 단 헬기는 곧장 이륙해, 그 어떤 미국연방감시기구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아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주를 가로질러 멕시코 만을 한참 날았고, 카리브해 연안을 파고들어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 도착했다.
CIA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외인부대 캠프 안 연병장에 내린 것이다.
인원수도 연대 병력 쯤 되고, 탱크는 물론, 장갑차와 야포, 공격용 헬기도 눈에 띠었다. 전투기는 파나마주둔 미 해군의 지원을 받는 것 같았다.
히스페닉은 미국인 연대장에게 모 주방을 소개했고, 인솔자의 안내로 창고로 옮겨간 그는 군복과 개인화기를 지급받았다.
군복은 검정색이고, 군번도, 군 마크도, 계급장도 없었다. 방탄조끼에 45구경권총, 대검, 수류탄, 탄띠, 우지기관총, 배낭, 야전침낭, 우의까지 챙기자 대충 30Kg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대뜸 지프에 오르라는 것이다.
삽화: 이기원 작가
니카라과는 공산반군의 정부전복기도에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었다. 쿠바의 체게바라 사상은 물론, 카스트로, 그리고 구 소련의 지원을 받아 늘 풍전등화에 시달렸던 것이다.
교전은 늘 밀림지대를 거점으로 한 반군의 게릴라전에 휘말려 희생이 컸던 것 같았다.
미국정부는 월남전 패배 이후 해외 참전을 극도로 꺼리고 있었지만, 쿠바에 이은 공산정부가 턱밑에서 수립되는 걸, 아주 달갑지 않게 생각했고, 그런 연유로 CIA 대외정책국 소속 특수요원들의 비밀공작을 묵인했던 것이다. 위쪽 온두라스와 남쪽 코스타리카에도 공산세력의 확대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 중앙정보국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진압에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뜻대로 공산반군이 진압되지 않아 골치를 썩는 중이었다.
지프가 당도한 곳은 수도 마다과에서 40Km 떨어진 밀림지대 외곽이었다. 인솔자의 말은 공산반군이 늪지너머에 은신해있어 소탕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4대대 파견 GP1중대는 작은 공터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그 안에 텐트를 친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인솔자는 1중대 선임에게 모 주방을 인계하고 돌아갔다.
흑인리더는 막사를 지정해주고, 3소대에 배치했다. 주의할 것은 야간공격에 대비 해야 하고, 모기와 독사도 신 경 써야 할 거라 강조했다. 소대원은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대부분 미 해병대와 특수부대 셀 출신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 대원이 야간전투와 수색정찰 나갈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긴 사바나 지역이라 시도 때도 없이 호우가 쏟아지고, 그런 와중에는 꼭 반군들이 침투해온 다는 걸 명심하라고 했다. 폭우 속에서는 그들의 작전을 간파할 수 없어 자칫 한눈을 팔면 목숨이 날아간다고 했다.
오늘은 부임 첫날이지만, 그래도 할 것은 해야 한다며, 텐트를 나서 기관총 좌대의 2인1조 경계병들과 교대했다. 경계 지점은 모두 네 곳이었는데, 중대진지 사방을 다 경계해야 할 만큼 반군의 침투 루트가 중구난방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각 지점은 4개 소대가 전담해 초소근무를 서고 있었다. 교대시간이 2시간씩이니 거의 쉴 틈이 없는 셈이다.
삽화: 이기원 작가
특이한 것은 진지 출입구는 뒤에 있었다. 그것도 이중으로 방어벽을 구축해 놨고, 혹시 벽치기로 침입 할까 봐 대검들을 꼽아 놨다. 그가 슬쩍 잡아 흔들어 보았는데, 상당히 단단하게 박아 놓았다.
어둠이 짙어지자, 진지는 칠흑 속에 갇혔고, 저녁식사는 야전식량도 아닌 빵과 과일 즙으로 대충 채웠다. 이유는 반군들에게 식사시간이 침투기회를 주기 때문이란다. 음식물냄새는 물론, 담배까지 금물이었다. 하루에 세 갑 이상 피우는 모 주방으로선 미칠 노릇이었다. 허기를 제대로 메울 수 있는 건, 아침과 점심뿐이란다.
마침, 야간수색에 나가려는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3소대 다른 대원들은 오늘 또, 시체 하나 치울지 모르겠다며, 이구동성으로 투덜댔다. 우의를 걸치고, 완전군장을 하자 땀이 비오 듯했다. 적도지방 특유의 끈적끈적 한 습기가 체열과 맞닿아 상승작용을 했다. 소대리더를 선두로 진지를 나섰다.
전등을 소지하기는 했지만, 사용을 못한다. 불빛이 표적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군화도 정글화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습지에 독사들이 우글대고, 각종 부비트랩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소대원은 아주 천천히 사주경계를 해가며, 밀림지대로 전진해갔다. 폭우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만치 쏟아졌는데, 1-2시간 지나면 그치기 때문에 수색정찰을 계속하는 것이다.
모 주방은 아무리 강단이라도 이런 밀림지대를 헤쳐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여겼다. 더구나 자신은 어제까지 만해도 라스베가스에서 빈둥빈둥 대다가 갑자기 끌려온 터라 더 힘들었다.
얼마쯤, 밀림 속으로 들어갔을까, 좌측에서 총성이 울렸고, 응사를 하자, 집중 사격이 시작됐다. 칠흑 같은 어둠에 시야가 익숙해지면 움직이는 물체를 확인할 수 있어, 반군이 먼저 유도 성 총알을 날린 것이다. 밀림 속에서 뛰어다니는 동물들이라면 반응이 없겠지만, 상대가 외인부대라면 반사적으로 총질을 할 것이라는 의도다. 소대원들은 나무 뒤와 습지에 엎드려 자동소사로 대응했는데, 반군의 입질에 걸린 셈이었다. 위치가 파악되자 그들은 박격포와 로켓포까지 동원해 초토화를 시도했다.
삽화: 이기원 작가
야간 전투는 치열하게 계속됐다. 외인부대원들도 유탄과 바추카 포를 사용했다. 양측 다 실탄과 포탄이 떨어질 때까지 공방을 멈추지 않았다.
소대 리더는 무전병에게 포격지원을 지휘부에 타전하라고 재촉했다. 반군의 화력이 줄기는커녕, 점점 더 확대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중대에게도 병력지원을 요청했는데, 중대리더는 2개 소대를 보낼 테니, 최대한 버티라고 했다.
하지만, 실탄과 포탄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무슨 재주로 버티나. 아무래도 느낌이 포위당한 것 같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씨 발! 오자마자 뒈지겠네!”
천만 다행이라면, 밀림지대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GP 경계 병력만 남겨두고, 중대리더를 포함한 2개 소대 20명이 후면에서 포위망을 뚫고 있었다. 뒤이어 연대 지휘부에서도 155mm야포를 지원했다.
헌데, 그게 더 지랄 같았다. 폭우 속을 뚫고 바람을 가르는 포탄이 수색대 바로 코앞에 떨어졌다. 중대리더는 퇴각을 명령했지만, 좌 우측에서는 반군들이 기관총을 쏴대고 있어 운신이 힘들었다. 야포 지원은 계속됐지만, 후퇴는 쉽지 않았다.
3개 소대 전원이 사방에서 빗발치는 총탄을 피해 밀림지대를 빠져 나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조준사격은 엄두도 못 내고, 총성이 울리는 곳을 향해 자동응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군들은 외인부대원들을 확인 조준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사망자는 아직 없었으나, 습지까지 퇴각하는데, 꼬박 2시간이 걸렸고, 진지로 귀환하기까지 1시간이 더 소요됐다. 반군들이 아예 작심하고 추격해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진지는 비상사태였다. GP 1중대가 포진한 곳이 수도로 진입하는 길목이기 때문에 반군은 전황을 뒤집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 그 뒤로 펼쳐진 구릉 건너에 4대대 지휘캠프가 있고, 능선에 다른 외인부대 중대들이 포스트를 장악해 방어선을 구축한 터라, 반드시 1중대를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야간에 폭우가 쏟아지면, 반군이 전력을 총동원해 교전을 불사하는 것이다. 그러다 비가 그치면 재빨리 밀림지대로 잠적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었다.
삽화: 이기원 작가
빗방울이 작아지자, 공격형 헬기들이 지원에 나서 반군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연대 지휘부도 4대대 1중대 포스트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일단 교전이 벌어지면, 보고받은 즉시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격형 헬기도 밀림을 저공 비행할 수 없다.
반군진지에 개인용 미사일을 보유한 때문인데, 그보다는 AK소총을 맞고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벌어진다는 것이다.
새벽 동이 터서야 겨우 교전이 끝났고, 부대원들은 지쳐 떨어져 젖은 군복조차 갈아입지 못했다. 만사가 다 귀찮은 것이다.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는 모 주방 바로 곁 야전침대를 썼다.
“신고식한 기분이 어떠냐?”
“모리타니에서 외인부대 생활을 해봐서 전투는 그런대로 익숙한데, 여기는 정말 지독 하다.”
모 주방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자 피식 웃는다.
부대원은 손가락 하나 놀리지 못할 만큼 맥이 빠져 있었지만, 그래도 배고픔은 면해야 하기에 모두들 전투식량을 배급 받아, 만찬 아닌 만찬을 즐겼다. 누군가 라디오를 틀었는지 CCR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 숨 돌리는 순간 로켓포가 날아들었다. 반군이 기회를 노리는 게, 부대원 식사시간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안타깝게 2소대원 두 명이 즉사했다. 기관총좌대 경계병도 로켓포가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대피하느라 경황이 없는데, 또 한 발이 날아들었고, 다행히 건너편 방어벽에 맞아 터졌다. 파편과 모래가 사방으로 비산돼 흩어졌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밥이나 먹고, 싸워도 싸우자! 앙!”
부대원 하나가 악다구니를 내질렀다. 몇몇은 그 고함에 킥킥 웃었다. 교전은 교전이지, 밥 먹는다고 누가 봐준다니? 하는 거다. 면전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들은 농담 한 마디에 낄낄거릴 만큼 태연했고, 여유가 있었다. 교전을 너무 많이 치룬 탓이다.
중대리더는 아무런 의식도 하지 않고, 절차도 생략한 뒤, 곧장 지프에 시신 두 구를 싣고, 연대 지휘부로 떠났다. 치열한 전투를 하도 많이 치루고, 사상자도 많기에 부대원이 죽어도 모두들 덤덤해 했다. 운수 사나우면 자기도 그렇게 비명횡사 한다는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원들은 전원 방어벽 좌대에 배치돼 경계태세를 취했다. 식사를 덜한 친구들은 한쪽 어깨에 거총을 한 채 식사를 계속했다.
모 주방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습지에서 뭔가 움직이는 물체가 포착됐는지, 우측 초소 기관총의 집중소사가 이뤄졌는데, 악어들이 후다닥 잠수해 사라졌다. 모두들 안도해 했다. 또다시 폭우가 시작됐는데, 이번에도 반군의 공세가 전개 될까 봐, 전 대원이 긴장하고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니카라과 친미 정부는 수도권 이외에 전 국토가 이미, 반군 수중에 떨어진지 오래라고 했다. 부정부패와 폭압으로 민심을 잃어, 일반국민들은 공산정권이 들어서기를 은근히 바란다는 것이다.
연대 지휘부에 탱크와 공격용헬기, 야포, 장갑차까지 주둔하게 된 것도 마다과로 조여 오는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서란다. 1, 2 대대병력은 수도로 연결된 진입루트 곳곳에 배치돼 있는데, 길목에 진지를 구축하고, 탱크 한 대와 장갑차 두 대, 야포 3문씩 보강하고, 헬기는 교전 시에 공중엄호를 맡는 게, 주된 임무라는 것이다.
겨우 8백 명이 공산반군 5만 명을 방어하는 셈이다.
게다가 3 대대는 연대 경계와 니카라과 정부청사, 대통령궁을 순찰하는 임무를 맡았다. 가뜩이나 병력이 부족한데 말이다.
거의 매일, 교전을 치루며 1주일이 지났을까, 연대 지휘부에서 각 대대캠프에 차출 명령을 하달했는데, 모 주방을 포함한 셀 출신들 1백 명을 집합시켜 작전을 설명했다.
카리브 해안에 반군사령부가 있으며, 무기수급과 병력지원을 배후에서 조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군의 대공세를 무력화시키려면, 그 사령부를 타격해야 하는데, 내륙에서 접근하는 것보다 해안에 침투해서 제거하는 게 더 쉽다는 것이다. 익일 새벽 헬기를 타고 인근 바다에 투입돼 잠수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군사위성으로 찍은 반군사령부 전경과 위치를 보여줬다. 문제는 해안선 안쪽에 6백고지 산이 길게 늘어서 있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제거하기를 바란다는 주문이었다.
해가 떨어지자 치누크 두 대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었고, 침투 조 1백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탑승했다. 반군이 눈치 채지 못하게, 태평양쪽으로 나갔다가 코스타리카 국경선을 타고 카리브 해로 넘어갔다.
그리곤 니카라과 해안에서 꽤 먼 지점에 투입시켰다. 물론, 상륙침투용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거지만, 내륙에 접근하는 것은 또 잠수해 침투하라는 거다. 철수하는 것도 잠수를 이용해 대기하는 고무보트까지 귀환해 멀리 물러난 뒤, 치누크로 한다는 계획이었다.
정규 셀 대원들도 벅찬 작전이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상당수 희생이 예상되지만, 그만한 각오가 돼 있어야, 외인부대로서 비싼 주급을 받는 것 아니냐는 암묵적인 질타이기도 했다.
치누크 두 대에서 차례로 바다로 뛰어든 침투 조는 각각 보트에 올라타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무보트 테두리에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주저앉아 엎드린 채, 고속으로 달렸다. 물보라와 맞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그러다 어둠 속 너머로 희미하게 산등성이가 보이자 보트엔진을 껐고, 대원들은 아주 조용히 바다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 들어갔다.
산소통은 등 뒤에 메고, 각종 전투장비와 폭발물은 앞쪽 방수 색에 담아 건 채, 헤엄을 쳐야 했다. 모 주방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니카라과에 들어오기 전에 훈련캠프에서 얼마간이라도 체력단련을 하고 왔으면, 그나마 좀 덜 힘들 텐데, 마냥 빈둥대다 별안간 날아왔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1조가 먼저 해안 바위틈에 안착해 잠수복을 벗고, 전투장비와 폭발물을 챙겼다. 그리곤 사주경계로 주변을 확인한 뒤, 다른 조를 유도했다. 열 명이 한 조로 편성된 10조까지 순서대로 상륙했다. 선두 조는 전방 순찰을 맡았고, 2조와 3조는 좌우측 경계, 그리고 맨 뒤 10조는 후미경계를 하며, 신속히 이동했다.
침투 조 전 대원은 제발 폭우만 쏟아지지 않기를 바랐다. 반군들은 작전을 거꾸로 하기 때문이다. 마치, 물귀신처럼 밀림을 헤집고, 소리 없이 나타나 난사하기 때문이다.
산등성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나무가 촘촘히 박혀있으며, 잡풀과 넝쿨들이 뒤엉켜 대검으로 일일이 쳐내고 전진해야 했다.
삽화: 이기원 작가
헌데, 침투 조 리더가 난색을 한 건, 그 소리가 1Km밖에서도 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하자, 손으로 그냥 헤치며 나가라는 충고다. 적어도 6-7Km는 더 전진해야하는데, 그럼 작전시간에 맞출 수 없다는 반발에 죽는 것 보다 났다는 고집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능선에 비트를 파고 있을 반군이 두려운데, 리더가 더 겁을 주는 것이다. 게다가 발밑을 절대 조심하는 것도 잊지 말란다. 부비트랩에 걸리면 작전도 끝장이라는 주의다.
전진은 더뎠다. 부비트랩은 발에만 걸리는 게 아니고, 목이 날아가거나, 죽창이 가슴을 찌르고, 아니면 깊은 웅덩이를 파 그 바닥에 쇠창을 깔아 놓기도 한다는 말에 모두 긴장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측으로 산개한 5조 중 한 명이 부비트랩에 걸렸고, 비명소리에 위치를 드러냈다. 아니나 다를까, 비트를 파고 경계근무를 서던 반군이 비명소리를 향해 총을 쏘았고, 능선 쪽에서 상당수 인원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침투 조는 낮은 포복으로 풀 섶과 넝쿨, 나무 뒤에 은폐해야만 했다. 반군들이 비명소리를 듣고, 수색을 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앞가슴을 여러 개의 쇠꼬챙이에 관통 당한 대원은 신음소리를 참으려고 최대한 애썼지만, 너무 고통스러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동료에게 자기를 죽이라고 손짓했으나, 어느 누구도 선뜩 나서는 대원은 없었다. 그러자 부비트랩에 당한 대원은 소음 권총을 꺼내 스스로 관자놀이에 대고 쏘았다. 그 대원은 즉사했다. 구조하더라도 살 수 없을 텐데, 자기 한 사람 때문에 백 명을 몰살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침투 조는 그 광경을 목도하고도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다만, 같은 5조 팀원들이 그를 부비트랩에서 재빨리 떼어내, 수풀 속에 감췄다. 부비트랩에 대원이 걸려있는 것을, 반군이 발견하면 자신들이 상륙한 걸 눈치 챌 것이기 때문이다.
반군사령부 폭파작전은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들 통 날 위기에 처했다. 리더는 할 수 없다는 듯, 침투 조 전원에게 전투태세를 하달했다. 대원들은 이미 기관총과 소총에 소음기를 달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은밀히 반군들을 처리할 상황이 벌어지면 선제공격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 사람을 잃었느니 모두 99명으로 반군의 경계 병력이 그 이상만 되지 않는다면, 접근 전에서 모두 처리할 계획을 숙의한 것이다.
그러나 계획은 빗나갔고, 산 중턱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침투조가 먼저 반군 10명 을 각자 맡아 사격을 가했지만, 총신에서 번쩍 대는 불빛을 미처 생각 못했다. 소음기를 달아 총성은 죽일 수 있었으나, 짙은 어둠에서 붉은 탄환은 가릴 수 없었던 것이다. 후미에 포진한 다른 반군들이 그 불빛을 발견하고 응사했던 것이다. 사태는 겉 잡 수 없이 확대됐고, 반군병력이 증강되면서 박격포와 로켓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침투 조 리더의 아주 사소한 판단 미숙으로 진퇴양난이 되었다. 그는 무전기로 작전실패를 타전했고, 연대지휘부는 퇴각을 명령했지만, 교전지역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반군이 모든 화기를 동원해, 침투 조 은신처를 초토화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잘못 들었다가는 머리가 통째로 날 듯 해, 모두들 꼼짝달싹하지 못한 것이다.
침투 조 리더는 폭약을 장전하고, 타이머를 달아 모두 나무에 붙여놓으라 지시했다. 대원 99명은 낮은 포복으로 신속히 좌우로 산개해 지시를 따랐고, 비탈진 언덕에 잡풀과 넝쿨, 나무뿌리들이 뒤엉킨 것도 아랑곳 않고 거꾸로 미끄러져 내렸다.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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