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오늘, 스페인 마드릳의 '산티아고' 친구에게서 와삽 문자가 왔습니다.
지난번 거기서 감 두 개를 마련해, 저한테 배웠던 '곶감깎기'를 한 다음 걸어두었던 게 많이 건조되어, 곶감의 모습을 한 사진과 함께,
문, 니가 올린 동영상을 봤어.
좋드라고.
근데, 왜 그리 풀이 죽고 슬픈 모습이야?
그토록 굉장한 경험을 하고 집에 돌아간 사람이? 그래선 안 되지!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길지 않은 문자만으로도 저는 그가 충분히 이해가 되드라구요.
여러분도 아시는(이미 보신) 분이 있겠지만, 얼마전에 제가 유튜브에 올렸던 동영상 '내 남미 방랑기 (출발)'를 그가 보았던가 봅니다.
제가 그렇게 말하는 건,
물론 그 동영상은 한글로만 돼 있어서, (이미지를 보는 것으로)그가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고,
더구나 제가 개인적으로 그에게 동영상 얘기를 하지(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그가 우연히 유튜브의 제 채널에 들어갔다가, 새롭게 올라온 동영상을 발견하고 본 것일 게 분명했습니다.
제가 작년 11월에 귀국한 뒤,
크리스마스를 맞아 그저 간단하게 카드식의 이미지(이 까페의 '세밑 인사' 스페인어 버전)만을 보냈을 뿐,
요즘에는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도(한국인도 물론) 별로 교류가 없었거든요?
물론 요즘 제가 이런저런 하는 일이 많기도 하지만, 왜 그런지 '남미 방랑'에서 돌아온 뒤엔, 주변 지인들과의 연락을 자제하는 바람에(그저,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그 누구보다도, 산티아고도 그렇지만 '바르셀로나'의 '누리아'도 제 연락을 몹시 기다리고 있었을 거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 모르지만, 위 두 사람은 특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잠잠하기 때문에, 그들은 내심 제 소식이 궁금했을 거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처분만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다른 때 같았으면 동영상을 만들 때, '영어' '스페인어' 버전도 함께 만들어 올리곤 했는데,
그래봤자 몇 년이 지나도 겨우 50회 조회수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한글 버전도 기껏해야 100회를 넘기기도 무척 힘듦.), 별 효과도 없는 일에 너무 힘들 쏟고 싶지 않아 이번에는 더더욱, 그런 번거로운 일마저도 하지 않았었는데,
산티아고 같은 경우는, 그런 한글 동영상이나마 본 뒤,
거기에 나오는 제 모습이 측은했던가(부정적인 내용인 것으로 이해가 됐나) 봅니다.
그러기에,
근데, 왜 그리 풀이 죽고 슬픈 모습이야?
그토록 굉장한 경험을 하고 집에 돌아간 사람이? 그래선 안 되지!
하는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던 거라서,
제가 잠시 심란해졌답니다.
그 사진들만의 조합을 그가 잘 이해하지 못했을 건 분명하구요, 자기 생각 대로 추측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서,
저는,
스페인어 버전을 만들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러면서는 바로,
아이, 힘든데! 하는 거부반응이 나왔는데요, 그러면서도 바로,
일단 만들기만 하면, 누리아에게도 보내고, '쿠바'의 '윌리암'에게도 보내면 좋아할 텐데...... 하는, 그밖의 몇 몇 사람들이 떠오르고도 있었답니다. (그 외에도 스페인어권의 서너 사람 정도는 무척 반가워 할 것이었습니다.)
물론 성가시고 힘도 드는 일이지요.
그렇잖아도 하는 일이 많아서 힘이 부치는데, 그런 일까지 또 해야 한다면......
근데요, 제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저껜가 그 '윌리암'이란 쿠바 젊은이한테서 와삽 문자가 왔는데,
문, 잘 지내요?
하는 아주 짧은 것이었거든요?
그러니 저는, 그의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그 역시 하도 오지랖도 넓고 하는 일도 많아서, 게다가 문자 띄우는 것도 싫어하는 친군데,
게다가 크리스마스에 그에게도 간단한 그 '세밑 인사'를 했기 때문에(그건 연말도 포함된 인사라) 보름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가 문득, 저에게 그런 단 한 마디의 문자를 보냈다는 건...
아마, 우두커니 있다가 제 생각이 났거나, 뭔가 무료했을 상황에(그가 하도 바쁜 사람이라서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제가 궁금했던가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래, 잘 지내지.
근데 요즘에 난, 거기 '까보 끄루스'에서 했던 드로잉 몇 점을 큰 유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 바빠.
하는 답을 보냈거든요?
그러면서도, 덜렁 문자만으로 답을 보냈기 때문에,
그림이 다 되면, 윌리암에게는 그 유화 작품 사진이라도 보내자. 했었거든요?
왜냐면, 그가, 제가 그 마을을 떠나올 때, 하루는,
거기서 제가 그렸던 그림들 사진 좀 찍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드라구요.
그래서 제가(그가 평소에도 제 방에 들락거리면서 제 작품 늘어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하도록 해주었는데,
요즘 제가 거기서 그렸던 드로잉을 유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이 완성되면, 최소한 사진 정도는 보내주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요,
어쨌거나 스페인의 산티아고 때문에,
만약 제 작품 동영상을 스페인어 버전으로('구글' 번역의 도움으로) 만든다면,
당연히 윌리암에게도 보내도 되고, 그도 좋아할 터라...
(물론, 요즘 '누리아'도 제 침묵에 안절부절일 텐데, 스페인어 동영상이라도 보내면? 좋아할 게 분명해서.)
당연히 번거롭고도 힘이야 들겠지만, '스페인어 버전'도 만들기만 하면, 최소한 그런 친구들에게만이라도 그런 갈증을 달래게 해 줄 수 있으니...... 하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답니다.
그런데 별로 즐겁지만은 않은 건,
어렵사리 그렇게 해봤자 아무런 제가 살아가는 실질적인 삶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데,
쓸데없는(?) 정성만 쏟는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좌우간, 저는 일복은 타고 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일을 줄이려 해도, 그렇게 돼주지를 않으니......)